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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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책이다. 저자들이 발품 팔아 찾아낸 전라남도 구멍가게 이야기다. 작은 학교 앞에 있는 구멍가게, 연산상회, 구판장, 점빵, 수퍼 등으로 남아 있는 유물에 가까운 가게 이야기다. 저자들이 구멍가게를 찾아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맞다. 사람 냄새다.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게다. 자본을 쫓지 않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그 작고 작은 구멍가게에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들고 나갈 수 있는 곳이다. 돈이 없으면 외상으로도 거래가 가능한 곳이다. 아니, 사람이 먼저이기에 돈은 그저 나중의 일이다. 여행자들이 숨은 맛집을 찾아내듯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찾아 지도에 고스란히 담아낸 저자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그럼 한 번 우리 마을 구멍가게 지도를 그려볼 일은 바로 여러분, 독자들에게 달려있다.

우리 동네에도 수퍼가 있다. 마트와 편의점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추세에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바닥만한 점빵이 있다. 남산수퍼다. 훤히 보이는 가게 안에는 진열대가 몇 개 없다. 까자(과자), 생필품, 휴지 등 손으로 세도 대충 가름 잡을 수 있을만큼의 물건들이 놓여 있다. 과연 이곳에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외면하는 곳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번듯한 대형 편의점들이 있으니 말이다. 보기도 좋고 종류도 많은 편의점에 밀려 나들가게들은 이미 폐점한 지도 오래다. 이제 이곳도 머지 않아 생명력을 다하지 않을까 싶지만 끈질기다. 퇴근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뒤 가족과 함께 가끔 산책을 다녀온다. 지나는 길목에 그 수퍼가 있다. 해가 지고 저녁 쯤되면 그 구멍가게 수퍼에는 가로등이 커진다. 그리고 하나둘 사람들이 모인다. 하루는 몇 몇 아저씨들이 생선을 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낚시질로 잡아것이다. 놀래미 비슷한 생선인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군침을 흘리듯 손질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구멍가게 수퍼 밖에 놓인 플라스틱 둥그런 테이블과 의자에는 소주병과 안주로 과자가 놓여 있다. 예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렸을 적 마실에 나가면 늘 이런 모습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는 지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구멍가게 슈퍼 안에는 가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화투인가 보다. 구멍가게 수퍼는 만남의 장소이자 놀이터가 둔갑해 버렸다. 손님들도 찾지 않는 곳이지만 사람들은 자주 모여 있다. 주인장께서는 뭘 먹고 살지? 손님은 없고 사람들만 모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구멍가게 수퍼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를 간절히 바라듯 활짝 문을 열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립다. 사람 냄새 맡기 쉽지 않다. 뭐 이리 바쁜지 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그렇다. 뭐가 그리 바쁜지 맨날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한다. 교무실 안에 네다섯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데 삶을 풀어내놓고 얘기할 시간이 없다. 출근해서 조금 있다보면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 시간도 예전같지 않다. 코로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칸막이를 모두 설치해 놓고 있으니 말이다. 식사 중에는 말도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 아이들 보고 조용히 하고 밥만 먹으라고 해 놓고 어른들이 얘기하면 말이 아니다. 늘상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미묘한 표정에 나타난 감정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시대, 구멍가게 이야기가 더 정겹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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