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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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 (27쪽)

 

직장인이라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주말, 휴가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학을 손꼽아 간절히 기다립니다. 번아웃이 되기 전에 간절한 쉼을 몸이 먼저 알아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에 휘몰아치듯 살아갔기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다양한 일들이 교실 속에서 일어나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와 교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어려움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학교 생활에서 수업 때문에, 업무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죠. 육아와 가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더 힘든 것처럼요.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화하면서 맘을 터 놓고 싶은데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얘기 할 대상이 마땅히 없어보입니다. 서로가 바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동료 교사도 그렇지만 교장, 교감은 대화 파트너로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마도 교장,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교무실에 붙잡히면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듣게 되고 혹이라도 하나 붙이게 되니 가능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잘 아느냐고요? 저도 작년까지 교사였기 때문에 아직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교감이 되어보니 교실 안에도 함부로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제법 편한 곳이 있다면 교무실 제 책상 주위 일뿐입니다. 괜히 행정실이라도 빼끔 들어가보면 모두 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뻘쭘해 집니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걸어다닌다는 게 운동장 주변, 건물 주변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고독해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 가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선생님이 조언해 줍니다.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요? 마음으로 공감하며 진정으로 위로해 주고 어려움 앞에 함께 고민하는 문화겠죠.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봅니다.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위로해 주는 대상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학교 안에서 누가 누구를 과연 위로해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바로 교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는 교감, 어려운 일에 앞장 서는 교감. 말은 쉬운데 실천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어려운 일을 못 본 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 듣고 마음을 같이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기존의 문화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4쪽)

 

교감이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처방전입니다. 구조화란, 자세히 분석해서 누구라도 읽기만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게 하는 과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라며 전달하거나 이 정도라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넘겨 버린다면 새로 전입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들은 난감해 할 것입니다. 소위 '눈치'가 없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의 수준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몰라요?', '아니, 관련 공문을 공람해 주었는데 못 보셨어요?', '학기 초 회의 때 얘기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지적질을 한다면 이게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전달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Z세대 교사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관계라고 합니다. 직장 문화라고 합니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것입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91쪽)

 

깊히 공감하는 내용이죠? 나는 대화를 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과연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는 두 개의 귀를 열어 잘 듣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닫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기 위해 눈에 초점을 맞추고 귀를 열어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감이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 내 교감과의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단시간 안에 갑자기 대화의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교감이라는 역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기때문입니다. 최대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합니다. 대화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감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대화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감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책임있는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기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을 읽으며 교감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위로하는 교감, 친절한 교감, 경청하는 교감말입니다! 셋 중에 하나만 실천하려고 노력해도 지금보다도 더 만족스러운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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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 조선 7인방이 고백한 교과서 밖 ‘찐’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문부일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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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역사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오랫동안 유지했던 왕조가 조선이다. 그 조선의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500년 가깝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100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어려운데 말이다.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에 나온 일곱 명의 인물들도 기록으로 남겨져 있기에 후손들이 기억하고 재평가할 수 있다. 기록되어진 것이 없었다면 언급조차 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지만, 적자생존! 기록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여러분도 늦지 않았으니 꼭 하루 하루의 일과를 기록으로 남겨 놓으시길)

 

나도 기록하면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국민학교 시절 나름 일기 숙제는 꼬박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 현재 생존해 있는 일기장은 없다. 지금처럼 블로그, 카페, SNS라도 있었다면 그 흔적들을 추적해 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일기장은 <병영일기>다. 전라남도 장성군 육군보병학교에서 O.B.C.(초급 장교과정) 과정 중에 투박한 일기장을 구입해서 가끔 썼던 일기다. 703특공연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면서도 그곳에 가끔 썼던 병영의 일상을 기록했다. 25년이 넘은 최고령 일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투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점이다. 기록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1996년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에 투입된 3개월의 경험을 기록으로 생산해 내지 못한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두번째 남아 있는 일기장은 <육아일기>다. 세 자녀를 키우면서 썼던 일기장이다. 첫째는 나름 태어나기 전부터 백일, 돌까지 꾀 썼던 것 같다. 둘째부터는 조금 시들해졌고 셋째는 가뭄에 콩나듯 정말 가끔 썼다. 아뭏든 <육아일기>도 아직 보관 중이다. 세번째 일기장은 <교사 일기>다. 초임교사 때부터 쓴 일기장인데 철 지난 업무수첩을 버리기 아까워 그곳에다가 쓰고 싶을 때만 써 내려갔던 일기다.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교감일기>가 있다. 2021년 1월부터 써 내려간 일기장이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솔직하게 적게 된다. 교감이 되기 전, 교감이 되고 나서 만나는 일상의 삶과 교직원들과의 교류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을 거칠게 써 내려갔다. 세월이 지나서 읽게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쉽게 소환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불규칙함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 날은 다운되어 속상함을 써 내려갔던 일기가 <교감일기>다.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교감일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정말 말 그대로 <교감일기>로 책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유월에 초고를 어찌어찌 겨우 넘겼다. 분량은 250쪽이다.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원고를 보시고 간간히 수정해 달라고 조르신다. 꼭지별로 수정 방향을 알려오신다. 원래 썼던 분량의 절반 이상은 날아갈 것 같다. 처음에 의도했던 방향도 굉장히 비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책 제목도, 책 목차도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출판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나로써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초짜가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아뭏든 짧은 교감 생활을 담아낸 책이 곧 있으면 출간 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족적을 남기는 역사적 일이 될 것이기에^^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뒤돌아보더라도 최고의 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위인들의 실제 모습이 조선왕조실록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 아님을 읽어낼 수 있다. 권력욕이 강했던 세종대왕, 예민하고 체력이 약했던 이순신 장군, 개혁성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었던 정조, 금수저 김정희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정말 평소에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교감 일기>도 혹시 교직원 중에 누군가가 본다면 겉으로 보이는 교감 이창수와 전혀 다른 인간 이창수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으리라.^^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개인적 성향, 성격, 사고방식, 정치적 선택 뒤에 가려진 내밀한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다. 인물에 대한 위대함은 후대에 특정한 사람에 의해 평가된 것이지 개인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면 과연 위대함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을까 싶다. 인간은 결코 위대할 수 없다! 그들의 약한 모습, 평소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로를 얻고 용기를 가진다. 강한 것은 부서지거나 끊어지지만 약한 것은 휘어질 뿐이다. <교감 일기>에는 실패와 고민 거리가 많이 적혀 있다. 약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훗날 자녀들이 고인이 된 나의 일기를 보면 아빠의 다른 모습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생각한 바를 차곡차곡 적어가는 블로그 <이창수의 서재>는 참 글쓰기가 편리하다.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빠서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종이에 쓰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SNS에 써 내려갈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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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 글로리아 스타이넘, 삶과 사랑과 저항을 말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서맨사 디온 베이커 그림, 노지양 옮김 / 학고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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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카니스탄을 재집권한 탈레반 정부에 의한 여성 탄압 기사가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슬람 정권이 모두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모나코, 터키처럼 서방 국가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여성의 취업과 사회 활동을 남성과 동일하게 인정해 주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탈레반 무장 세력처럼 여성을 단지 아이를 낳는 도구,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단체도 있다. 아프카니스탄을 재점령한 탈레반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고수하고 있는 이슬람의 원리주의 정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나머지 여성을 남성을 유혹하는 악마의 화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을 포함한 수 많은 아프카니스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이유는 탈레반이 그동안 보인 폐쇄적인 여성 정책 때문이다. 바라옵기는 탈레반 무장 세력들이 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을 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은 그동안 여성들이 각종 피해와 억압을 당해 왔던 시대적 흔적 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을 권유하고 저항하라는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책이다. 우리나라도 신분 구조가 철저했던 조선시대에서는 사실상 여성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은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역사가들에 의해 발굴된 여성 인물들만 하더라도 대부분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자녀들을 잘 키워낸 미담 사례로 내세울 만한 인물들이었지 그들의 재능과 특기, 고유의 사상적 기반으로 사회적 영향을 끼친 인물을 전혀 만무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때도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인정될만큼 여성의 인권 신장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디고 느리게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에서는 저자 본인이 당당하게 남성 중심의 사회에 저항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수 많은 설명식 말보다는 명료하게 전달력 깊은 한 문장들이 견고한 사회를 흔들고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갔던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평생을 벽처럼 단단한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할 때 사용했던 문장들을 소개하며 움츠리고 있는 여성들을 향해 자리에 일어서라고 독려한다. 대표적인 문구로는 최근 전 세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된 '미투' 운동이 대표적이다. 긴 설명이 필요없는 여성의 현재 입장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 문구다. '미투' 말고도 '어머니하기' 라는 동사형 메세지도 눈에 띄는 사례다. 흔히들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잔상들은 희생, 효부, 육아, 가사 등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가정에서 각종 가사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몽땅 쏟아붓는 장면이 연상된다. 단, 결혼이라는 전제하에 '어머니'라는 단어가 각인된다. 저자는 결혼여부를 떠나 '어머니'라는 명사로 여자를 가둘 것이 아니라 '어머니하기' 라는 동사형으로 누구나 '어머니하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인식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전개했다. 포용, 따뜻함, 경청 등 '어머니하기'를 통해 분열된 공동체를 세우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안아주는 일은 꼭 결혼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참고로, 저자는 현재 80대 노인이며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남자와 여자로 구별했다. 각각 해야 할 역할을 구분했다. 위계적인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맞는 역할 분담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들어서 그 역할 분담도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힘을 써야 할 영역도 기계가 대신하게 되어 굳히 남녀를 구분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정신을 유심히 살펴 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돕는' 역할을 지닌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성경에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다. 육아와 가사도 이제는 서로 간에 협력해서 해야 할 일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생각들이 다양하겠지만 서로 간의 생각 조율로 생명을 잉태하게 되었다면 당연히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낙태죄의 유무에 대한 생각도 개인적인 자유의 영역이냐 아니면 서로 간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영역이냐를 고민하며 사회적 접근을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아예 배제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배타적인 입장은 갈등만 증폭시킨다.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음을 고려하고 자신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좀 더 부드러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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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느낌표! - 어린 시절의 위로
최도설 지음, 최도성 그림 / 북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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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글인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육체적으로 쉬는 것이 쉼이 아니라 정서적 쉼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쉼이라는 얘기가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정서적 메마름 때문에 더 피곤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며 독자들에게 함께 꿈꾸기를 초대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자는 동기부여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 특히 관심 있게 들여다볼 부분은 책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도 저자의 친형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친형이 동생의 부탁을 받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들을 기꺼이 그려냈다. 두 형제의 남다른 형제애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도 저자처럼 허세를 부린 적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쪼그만 애가 무슨 허세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당시 린 아이들 세계에서도 허세는 당연히 존재했다. 저자가 동네 아이들을 꼬드겨 화력발전소 굴뚝까지 가보자고 제안한 뒤 걸어가보았지만 실제 눈으로 본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라는 것을 알고 돌아가자고 이야기한다. 두 시간 넘게 걸어왔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당연히 얘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반발을 무마시키고자 있지도 않은 돈이 있다고 뻥치고 배고픈 허기를 달랠 수 있다라는 기대를 꾸게 한다. 당시 500원이면 빵이며 음료며 뭐든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500원이 있다는 얘기는 뻥이요 허세다. 어른이 된 저자가 혹시 지금도 허세를 부리는 자신의 모습을 있지 않나 스스로 돌이켜 본다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없었다.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우리 아빠, 원양 어선을 타고 멀리 나가 있어" 

당시 원양 어선을 타고 먼 바다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때다. 

"우리 아빠, 갑판장이야" 라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거짓말을 마구 해댔다. 

심지어 앞뒤가 맞지도 않는 이야기도 하고 다녔던 것이 기억이 난다.

"우리 아빠, 6.25 전쟁 때 북한군과 싸우다가 죽었어" 

친구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퍼져 나갔고 어떻게 어떻게 소문이 사실이 된 건지 그해 호국보훈의 달에 학교엥서 구호물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물품으로는 라면 한 상자였다. 당시 라면은 귀한 물품 중에 하나였다. 저자보다 더 큰 허세를 부리며 유년 생활을 보냈다. 사실, 지금도 허세가 쬐금 남아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틀림이 없다. 과장하고 드러내고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렸을 때 일들이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은 단지 과거에 머무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옛 모습을 뒤돌아보며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끔 집에서 차곡히 쌓여 있는 앨범을 무심코 열어 보는 경우가 있다. 한 번 앨범을 열어보면 삼사십분이 훌쩍 넘어간다. 사진첩에 몰입하는거다.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에 빠졌을까? '아, 옛날이여' 가 아니라 '앞으로 잘 살아가야지' 라는 마음의 각오가 든다.

 

저자도 어린 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위로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 마음의 백신이 되어 줄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동화같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내 놓았다. 베스트셀러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그럴싸한 유명세를 탄 책보다 저자의 삶이 담겨져 있는 책이 오히려 더 정겹고 손이 간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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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까닥 캠프 소원어린이책 11
김점선 지음, 국민지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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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를 보는 듯 주인공 '미루'는 엄마의 소원이면서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 위한 여정을 향해 재까닥 캠프에 입소합니다. 클레이로 만든 인형이긴 하지만 사자와 생쥐와 기린을 만납니다. 촉촉한 물기가 있어야 클레이 반죽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물기가 사라지고 버석버석해지면 오색찬란한 클레이도 주무를수록 가루가 됩니다. 재까닥 캠프에 입소한 미루는 재까닥 열차를 타야 목적지까지 도달합니다. 가루로 변해버린 동물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미루는 미루는 습관을 고쳐야합니다. 엄마의 잔소리로도 고칠 수 없었던 미루의 미루는 습관은 재까닥 캠프에 다녀와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습관이 바뀝니다. 

 

미루는 습관은 어린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죠. 미루는 습관은 어른들에게도 있습니다. 제게도 부끄러운 습관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머리카락 등이 엉켜 물이 나가는 구멍을 막아버린 경우입니다. 그럴때면 얼른 번거롭지만 나사를 풀어 세면대 물여닫이 부분을 분해해서 엉킨 이물질을 싹 씻겨 내려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힘들지만 조립해서 원상태로 복구해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당분간은 물이 쏵쏵 금방 내려갑니다. 꼬르르 시원하게 물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마저 상쾌해집니다. 반면 천천히 물이 세월아 내월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답답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바로 해체해서 조립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출근한다는 핑계로 저녁 이 시각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미루가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미루만 나무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나름 학기 중에 해야 할 일을 하려고 애씁니다. 올해 홀수년도 해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건강검진 대상자입니다. 이때 하지 않고 미루다 보면 연말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 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고민끝에 예약하고 삼일간 음식 조절을 하고 전날 수면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을 위해 대장을 완전히 비워내는 고통스러운 약을 섭취하면서 밤새 화장실을 이십번을 다녀온 것 같습니다. 만 하루가 안 되는 시간인데도 정말 시간 시간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의 순간을 참지 않으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었기에 참고 참으면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사 후 병원을 나오는데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아, 이제 2년 뒤에 건강검진 받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재까닥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배 시간이 소요되면서 병원에도 자주 가야합니다. '재까닥'은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어렸을때만 하더라도 방학 끄트머리 쯤되면 방학 숙제를 벼락치기로 하는 못된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때가 있습니다. 긴긴 방학 기간에는 숙제는 싹 잊어먹고 꼭 개학 전날 못다한 숙제 하느라 밤샜던 기억들이 납니다. 재까닥 숙제를 미루지 말고 해 놓았다면 이러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독서 목표치를 100권에도 어느새 150권으로, 조금 욕심부리면 200권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8월달이니 반환점을 돌고 하반기로 향하고 있으니 최소한 1년 독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때쯤이면 최소 100권은 넘겨야 합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저만의 약속이니만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까닥 캠프>를 읽고 서평을 쓰면 2021년 168권째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졸린 눈을 부비며 모니터를 켜고 글을 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 자신에게 아낌없이 칭찬합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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