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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까닥 캠프 ㅣ 소원어린이책 11
김점선 지음, 국민지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오즈의 마법사를 보는 듯 주인공 '미루'는 엄마의 소원이면서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 위한 여정을 향해 재까닥 캠프에 입소합니다. 클레이로 만든 인형이긴 하지만 사자와 생쥐와 기린을 만납니다. 촉촉한 물기가 있어야 클레이 반죽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물기가 사라지고 버석버석해지면 오색찬란한 클레이도 주무를수록 가루가 됩니다. 재까닥 캠프에 입소한 미루는 재까닥 열차를 타야 목적지까지 도달합니다. 가루로 변해버린 동물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미루는 미루는 습관을 고쳐야합니다. 엄마의 잔소리로도 고칠 수 없었던 미루의 미루는 습관은 재까닥 캠프에 다녀와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습관이 바뀝니다.
미루는 습관은 어린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죠. 미루는 습관은 어른들에게도 있습니다. 제게도 부끄러운 습관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머리카락 등이 엉켜 물이 나가는 구멍을 막아버린 경우입니다. 그럴때면 얼른 번거롭지만 나사를 풀어 세면대 물여닫이 부분을 분해해서 엉킨 이물질을 싹 씻겨 내려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힘들지만 조립해서 원상태로 복구해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당분간은 물이 쏵쏵 금방 내려갑니다. 꼬르르 시원하게 물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마저 상쾌해집니다. 반면 천천히 물이 세월아 내월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답답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바로 해체해서 조립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출근한다는 핑계로 저녁 이 시각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미루가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미루만 나무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나름 학기 중에 해야 할 일을 하려고 애씁니다. 올해 홀수년도 해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건강검진 대상자입니다. 이때 하지 않고 미루다 보면 연말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 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고민끝에 예약하고 삼일간 음식 조절을 하고 전날 수면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을 위해 대장을 완전히 비워내는 고통스러운 약을 섭취하면서 밤새 화장실을 이십번을 다녀온 것 같습니다. 만 하루가 안 되는 시간인데도 정말 시간 시간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의 순간을 참지 않으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었기에 참고 참으면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사 후 병원을 나오는데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아, 이제 2년 뒤에 건강검진 받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재까닥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배 시간이 소요되면서 병원에도 자주 가야합니다. '재까닥'은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어렸을때만 하더라도 방학 끄트머리 쯤되면 방학 숙제를 벼락치기로 하는 못된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때가 있습니다. 긴긴 방학 기간에는 숙제는 싹 잊어먹고 꼭 개학 전날 못다한 숙제 하느라 밤샜던 기억들이 납니다. 재까닥 숙제를 미루지 말고 해 놓았다면 이러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독서 목표치를 100권에도 어느새 150권으로, 조금 욕심부리면 200권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8월달이니 반환점을 돌고 하반기로 향하고 있으니 최소한 1년 독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때쯤이면 최소 100권은 넘겨야 합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저만의 약속이니만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까닥 캠프>를 읽고 서평을 쓰면 2021년 168권째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졸린 눈을 부비며 모니터를 켜고 글을 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 자신에게 아낌없이 칭찬합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