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 글로리아 스타이넘, 삶과 사랑과 저항을 말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서맨사 디온 베이커 그림, 노지양 옮김 / 학고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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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카니스탄을 재집권한 탈레반 정부에 의한 여성 탄압 기사가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슬람 정권이 모두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모나코, 터키처럼 서방 국가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여성의 취업과 사회 활동을 남성과 동일하게 인정해 주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탈레반 무장 세력처럼 여성을 단지 아이를 낳는 도구,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단체도 있다. 아프카니스탄을 재점령한 탈레반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고수하고 있는 이슬람의 원리주의 정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나머지 여성을 남성을 유혹하는 악마의 화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을 포함한 수 많은 아프카니스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이유는 탈레반이 그동안 보인 폐쇄적인 여성 정책 때문이다. 바라옵기는 탈레반 무장 세력들이 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을 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은 그동안 여성들이 각종 피해와 억압을 당해 왔던 시대적 흔적 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을 권유하고 저항하라는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책이다. 우리나라도 신분 구조가 철저했던 조선시대에서는 사실상 여성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은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역사가들에 의해 발굴된 여성 인물들만 하더라도 대부분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자녀들을 잘 키워낸 미담 사례로 내세울 만한 인물들이었지 그들의 재능과 특기, 고유의 사상적 기반으로 사회적 영향을 끼친 인물을 전혀 만무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때도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인정될만큼 여성의 인권 신장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디고 느리게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에서는 저자 본인이 당당하게 남성 중심의 사회에 저항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수 많은 설명식 말보다는 명료하게 전달력 깊은 한 문장들이 견고한 사회를 흔들고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갔던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평생을 벽처럼 단단한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할 때 사용했던 문장들을 소개하며 움츠리고 있는 여성들을 향해 자리에 일어서라고 독려한다. 대표적인 문구로는 최근 전 세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된 '미투' 운동이 대표적이다. 긴 설명이 필요없는 여성의 현재 입장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 문구다. '미투' 말고도 '어머니하기' 라는 동사형 메세지도 눈에 띄는 사례다. 흔히들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잔상들은 희생, 효부, 육아, 가사 등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가정에서 각종 가사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몽땅 쏟아붓는 장면이 연상된다. 단, 결혼이라는 전제하에 '어머니'라는 단어가 각인된다. 저자는 결혼여부를 떠나 '어머니'라는 명사로 여자를 가둘 것이 아니라 '어머니하기' 라는 동사형으로 누구나 '어머니하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인식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전개했다. 포용, 따뜻함, 경청 등 '어머니하기'를 통해 분열된 공동체를 세우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안아주는 일은 꼭 결혼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참고로, 저자는 현재 80대 노인이며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남자와 여자로 구별했다. 각각 해야 할 역할을 구분했다. 위계적인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맞는 역할 분담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들어서 그 역할 분담도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힘을 써야 할 영역도 기계가 대신하게 되어 굳히 남녀를 구분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정신을 유심히 살펴 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돕는' 역할을 지닌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성경에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다. 육아와 가사도 이제는 서로 간에 협력해서 해야 할 일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생각들이 다양하겠지만 서로 간의 생각 조율로 생명을 잉태하게 되었다면 당연히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낙태죄의 유무에 대한 생각도 개인적인 자유의 영역이냐 아니면 서로 간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영역이냐를 고민하며 사회적 접근을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아예 배제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배타적인 입장은 갈등만 증폭시킨다.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음을 고려하고 자신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좀 더 부드러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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