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품격 - 과학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에게
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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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학문이다. 과학이 생활과 멀어지는 이유는 어렵다는 편견, 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 때문일게다. 강양구 전 「프레시안」과학 담당 기자는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본인도 과학자가 아님에도 과학 관련 글을 쓰는 기자가 되었다며. 과학자가 아니기에 과학자가 볼 수 없는 면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력 중에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은 '황우석 사태'를 최초로 밝혀낸 기자라는 점이다.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대통령까지 힘을 실어 주었던 당시 분위기에서 생명 윤리의 부적절함과 논문 조작을 밝혀낸 최초의 시발점을 제공한 이가 그였다는 점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과학 관련 기사는 연예나 스포츠 기사에 밀려 찬밥 신세로 밀려나기 쉽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생활 문제들이 과학 현상과 결부된 것이 많다는 것을 그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전 세계적 전염병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님을 그의 과거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인류의 생존과 직결될 문제로 급부상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400여쪽에 가까운 분량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한 편 한 편의 기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며 그때그때마다 나타난 위기 현상들이 곧 과학과 관련된 문제임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고 있기에 새로운 과학 상식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쳐온 위기 현상에 대해 미리 대비하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과학의 품격』을 읽는 독자들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과학에 대해 친근감이 없던 나에게 조차도 이와 유사한 과학책을 더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초지식을 튼튼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해 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한 권 거뜬히 독파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슴에 다가온 글 중에 유독 관심있게 본 글을 꼽으라고 한다면 '집단 지성인가, 집단 바보인가' 라는 글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초연결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과연 집단 지성이 세간의 찬양과는 달리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그 '집단'의 구성원들 자체가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그 집단은 똑똑한 지성이 되기보다 어리석은 바보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근거로 제시한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집단 속의 다른 사람의 터무니없는 예측이 정확성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다수의 틀린 예측이 맞는 예측을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더 심각한 점은 혼자 정확하게 예측했더라도 자신의 것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판단보다도 못한 잘못된 결론을 내려놓고도 자신(집단)이 맞았다고 우기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부류의 집단이 발휘하는 지성과 다른 소수의 다른 의견을 수정하려고만 덤빈다면 그 집단의 지성은 바보로 만들기 위한 횡포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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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 수용소 -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 개정판
랭던 길키 지음, 이선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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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독 후 7년만에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두 번째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박힌 낱말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기심' 이다. 사람이 가지는 이기심의 민낯을 포용수용소인 산둥 수용소에서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에서 갇힌 유대인 포로들과 달리 『산둥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들은 신체적 자유가 비교적 보장되었고 고문이나 학대와 같은 신체적 처벌이 없었다. 2,000천명에 가까운 다국적인들이 좁디 좁은 구역안에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고통과 제한된 식자재로 만들어진 음식을 배식받아야 하는 아픔 외에는 인간으로서 보장된 자유를 그나마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치졸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다같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장소라면 수감자들 서로가 그다지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산둥수용소』에 갇힌 다국적인들의 면면은 보면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중국 주재원으로 들어왔다가 일본의 침공으로 졸지에 적국 국가된 영국의 무역회사 중역들, 상인들 그룹과 국적을 초월한 카톨릭 사제들, 개신교 선교사들이 중심이 된 미국 시민들이다. 수용소 안에서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그룹 간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방을 재배치하는 역할을 맡은 숙소팀에서 일하게 된 저자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이 수감자들의 동의를 얻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학식이 뛰어나고 사회적 명망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신교 선교사라는 사명을 띤 사람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몇 평 안되는 자신들의 가족들이 머루는 공간을 양보하기 싫어 별의별 합리적 이유를 대거나 무시하는 방법으로 방을 양보하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신앙의 옷을 입었을 뿐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낸 선교사들을 경험한 저자는 도덕성에 관해 최종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선해지기 너무도 어렵다. 원치 않는 이기적 행동을 하게 된다. 인간의 선함이나 도덕성은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압박의 상황에 놓이면 자신의 소유를 사랑하게 된다. 자기가 헌신하는 대상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때 강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기심, 편견, 부정적, 과독한 특권, 공격성은 불안전한 피조물에서 궁극적 의미와 안정성을 찾으려한 결과다. 진정한 신앙인은 의미와 안전성의 중심을 자신의 생명에 두는 대신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 안에 두는 사람이다. "


따라서, 사람은 이기심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가 필요하다.


『산둥수용소 』의 저자 랭던 길키는 수용소 경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소개한다. 이 장면에서 서구 기독인들의 이기심을 발견한다. 어떤 장면이길래? 대략 이렇다. 


수용소 안에서 점점 먹을 식자재 공급이 줄어갈 쯤 국제적십자에서 미국인 수감자를 위한 구호 물품을 보내온다. 미국인 수감자 1인당 대략 7박스가 돌아갈 분량이다. 이듬해 봄까지 영양실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나라 소속의 수감자들이다. 그들에게는 돌아갈 몫이 없다. 수용소 자치위원회에서는 모두에게 똑같이 배분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수용소 전체 1인당 1박스 반 정도 돌아갈 분량이다. 이때 반전이 생긴다. 미국인 몇 몇이 이의를 제기한다. 미국인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똑같이 배분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난 명장면이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 먹을 것이 남아도는데도 무상으로 배분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굶주린 자에게 필요한 것이 당장 먹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게으름과 성품을 빗대어 다른 이유를 대며 반색한다. 랭던 길키는 책 중간에 이런 말을 한다.


"부와 특권을 붙들려는 필사적인 시도는 부한 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대저택도 무너뜨릴 수 있다"


살아 있는 공동체가 세워지려면 부를 창출하고 축적하는 기술적인 능력뿐 아니라 가진 것을 궁핍한 이웃과 나누려는 도덕성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수용소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의 안전에 위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모른다. 우리의 진짜 욕망과 욕구는 직업적인 옷, 도덕적인 옷으로 감춰져 있을 뿐이다. 소유욕은 끝이 없다. 기독교의 원죄 사상의 밑바탕에는 이기심이 있다. 과학기술이 진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인간은 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심으로 움직인다. 고상한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도 깊은 내면에는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신념으로 감춰져 있을 뿐이다. 신념 또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배고픔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음을 『산둥수용소 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하나님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의 능력과 영원한 목적안에서만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웃을 섬기는 일도 하나님이라는 절대 기준이 있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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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식 한입에 털어 넣기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20
김인혜 지음, 조윤주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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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운 내용도 그림과 함께라면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쉽게 여행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 그림책20, 저학년'으로 사계절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책 『세계 음식 한입에 털어 넣기』 는 우리 곁에 익숙한 음식이 자신이 알던 그 나라 음식이라는 정보에 한 번 놀라고 되고, 생소한 음식을 그림과 함께 접하면서 두 번 놀라게 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더 이상 유아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고 한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그림에 담겨진 작가의 생각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활자로 전달하지 못하는 의미를 그림으로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다. 특히 호기심이 강한 저학년 학생일수록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그램책이기도 하다. 먹거리, 음식을 글로 표현해도 상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그림으로 그려져 전달되면 시각 뿐만 아니라 미각까지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실제로 『세계 음식 한입에 털어 넣기』에 그려진 세계 각종 음식에 푹 빠지다보면 입안에 군침이 금새 고이게 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장을 펴자마자 이거저거 먹고 싶다고 아우성칠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이 그려진다. 두세명이 그룹이 지어 함께 읽으면 끊임없이 이야기할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

 

 

책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12개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지만 곳곳마다 한국 음식과 비교하여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들을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면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빈틈 없이 구석구석 각종 음식들을 빼곡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산만하지 않을까 염려할 수 있겠지만 사진과 다르게 그림이 주는 친근감으로 학생들의 시선이 오히려 책에 집중하게 된다. 세계 음식의 이름 뿐만 아니라 모양새까지 파악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계의 아침식사, 세계의 서로 다른 식사 예절, 세계의 향신료, 세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선뜻 먹기 힘든 세계의 음식, 세계의 독특한 요리 도구 및 식기도 소개하고 있다. 음식에 관한 미니 백과사전이라고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생각을 초월하는 기괴한 음식을 소개해 놓은 장면을 보면 놀라움과 함께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나? 라는 호기심이 문뜩 들게 된다. 어린아이 오줌으로 삶은 계란, 퉁즈단을 어떻게 먹을 수 있냐면 제 곁에 있는 자녀가 코를 움켜 쥐며 기절초풍한다. 태국의 블랙 아이보리라는 커피는 코끼리에게 원두를 먹인 뒤 배설물과 섞여 나오는 원두임을 알려주는 생생한 그림을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각 나라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이색적인 음식을 좌우 양면에 그려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배치했다. 다양한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음식을 통해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고 이해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을 것 같다. 더불어 사계절 출판사의 기획 출판물인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20, 저학년'용을 모조리 훑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식탁에 놓고 음식 먹을 때 이야기거리로 사용해도 좋을 듯 싶다.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한 번 그림을 보고 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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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 10월의 하늘 시리즈 6
정재승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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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에 내노라하는 과학자들이 뭉쳤다!

 

자신의 명성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다. 수강료를 받기 위함도 더더욱 아니다. 그들이 이름도 없는 지방으로 내려간 이유가 무엇일까? 과학에 대해 호기심만으로 몰려든 남녀노소,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며 미래의 과학자가 될 꿈을 키워주기 위해 무료 강연을 매년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연지도 벌써 10년이라고 한다.

 

다양한 강연들을 책으로 묶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거다. 머리말에서 저자들의 대표격인 정재승 과학자가 말했듯이 과학을 실험이나 논문으로만 접할 것이 아니라 책이나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특히 과학의 발전은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으니 10대들이 진지하게 독서를 통해 과학적 사고력을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큰 바램이 가지고 이 책을 엮어 냈다고 한다.

 

특히 앞으로 시대변화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대비하기 위해 10대들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적인 사고과정을 익혀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폭넓은 독서와 글씨기를 추천하고 있다.

 

뇌과학자인 장동선 박사는 뇌와 뇌를 연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과 이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뇌파와 싱크함으로써 행복울 다함께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이 인문학적 소양과 인간의 기본 자질과 함께 갈 수 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슈퍼 컴퓨터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인 이 식 박사는 슈퍼 컴퓨터의 발달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것은 실제로 위험성을 담보로 실험하지 않더라도 가상의 공간에서 모의실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인류의 건강을 위한 모의 약 실험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뮬레이션으로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털보 과학관장으로 유명한 이정모 박사는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나도 모른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공룡에 털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정상이다. 최근 발견된 화석을 통해 공룡도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표현도구로 털을 지니고 있었으며 알을 품고 새끼를 부화해내는 본성을 지닌 동물임을 밝혀냈다. 오래 전 시대에 살았던 공룡에 대해 모르기에 여러 다양한 질문을 통해 정확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학하기는 끝없이 질문하는 과정이며 그곳에서 기쁨을 얻을 때 진정한 과학자로 거듭날 수 있음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제주남방돌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육상에서, 선박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은 누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할 수 없는 일이게다. 돌고래를 사랑하고, 돌고래의 행동생태를 알아내기 위한 호기심이 위대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돌고래를 원래 서식지로 방류해서 적응케 했다. 이모저모 숱한 역경을 이겨낸 과학자들의 실제 경험담을 담아낸 강연이 10대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것이고, 강연 내용을 담아낸 책을 통해 곱씹어 읽어냄으로 또 한 명의 과학자를 탄생시켜 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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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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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하나가 통째로 죽음의 수용소가 되어 버리다!

 

서술자의 시선으로 전염병이 어떻게 한 도시를 집어 삼켰는지 기술하고 있다. 독자들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서술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의사 베르나르 리유(리외)다. 그는 의료인의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작품의 스토리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죽어간다. 의료인의 책무를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과 동시에 도시 전체 방역의 책임까지도 담당한다. 한 아내의 남편이기도 한 리유는 페스트가 도시 전체에 번지자 감염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의료 행위에 나선다. 잠을 쪼개면서까지 환자들을 진단하고 격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리유의 가장 큰 고뇌는 페스트에 걸린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지, 진단하여 가족들로부터 떼어 놓는 일, 가족들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일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자신의 병든 아내마저도 간호하지 못하고 멀리 요양원으로 보내야 했던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되어 온 국민이 사회적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안전세로 접어들고 있다. 베르나르 리유의 모습과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오버랩된다.

 

죽음 앞에 인간의 본심이 드러나다!

 

리유 외에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서술자는 스토리를 이어간다. 랑베르라는 신문기자의 의외의 변화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랑베르는 도시가 봉쇄되자 조속히 애인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한다. 다양한 방법을 취한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드디어 탈출할 날이 도래했다. 그동안 친분이 있었던 주변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탈출을 포기하고 의료진을 돕는 봉사대원으로 남기로 결심한다. 그의 마음이 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헌신적인 의사 리유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나 싶다. 한 사람의 헌신적인 모습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게다.

 

또 한 사람 타루라는 직업 미상의 젊은이가 있다. 호텔에 기숙하며 전염병이 도시를 감싸는 모습들을 수첩에 낱낱히 기록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아났지만 아버지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인물이다. 정의감에 불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이상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다. 그런데 전염병이 그를 변화시켰다.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료. 당장 죽어가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뜬구름 잡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봉사 현장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쉬운 것은 그가 전염병 기세가 수그러진 마지막 고비에 페스트에 걸려 죽음을 당한다.

 

그랑이라는 시청 공무원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나이 많은 공무원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깨어진 가정 때문에 늘 아내를 그리워하며 퇴근 뒤에는 자신의 취미 생활인 글쓰는 일에 절대 시간을 양보하지 않는다. 글쓰는 일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파늘루 신부, 전염병 초창기에 신이 내린 징벌이라며 모두가 하나님 앞에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역사적으로 발병한 전염병의 모든 원인이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회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닥칠 것을 예고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파늘루 신부 본인 뿐만 아니라 신자들 모두 생각이 흐트러진다. 전염병에 만성이 되어버린 것일까? 미사 참석 인원이 날이갈수록 줄어들며 예전처럼 신부의 설교에 집중하지 못한다. 파늘루 신부도 의료진을 돕는 봉사대에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며 애쓴다. 애통스럽지만 그도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임에 직면한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호통 판사의 아들이 고통 중에 죽었기 때문이다. 작디작은 어린애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거부한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개운하지 않다. 페스트균이 완전히 박멸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멈추어진 현상이라는 점이다. 언제 또다시 발병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시적으로 잠시 주춤할 수는 있어도 언제 기지개를 펼지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오래전 알베르 카뮈는 바이러스의 공격이 주기적으로 있을 것을 알고 있었을까? 바이러스의 전개 양상이 어쩜 이렇게 동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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