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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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나는 영광의 상처를 몸 구석구석에 남겼다. 누구에게 얘기하기가 창피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나의 행동에 웃음만 나올 뿐이다. 왼쪽 눈썹 위 이마에 대여섯 바늘 정도로 찢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누가 해한 것도 아니다. 순전히 나의 행동 실수다. 퇴근길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자동차 문을 열기 위해 비좁은 구석으로 이동하여 문을 여는 순간 머리에 별이 보일 정도로 '꽝' 울렸다. 순간 큰일 났다 싶었다. 통증은 물론이거니와 어지러움이 내게 밀려왔다. 손으로 쓱 문질렀더니 역시나 쓰라렸다. 운전하는 내내 자동차 거울로 쓰라린 곳을 보았다. 까딱 잘못하면 꽤 매야 할 것 같았다. 상처가 이마에 큼지막하게 남을 건 뻔했다.

집에 들어가서 이실직고를 했다. 아내가 나를 보더니 한심한 듯 쳐다본다. 우리 집 아이들도 그렇다. 말 수가 적은 막내도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나는 오기로 이 정도면 괜찮다고 버텼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당장 다음날 많은 사람들 앞에 강의를 해야 하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감출 수도 없는 곳이어서. 아무튼 영광의 상처를 달고 당분간 살아가야 한다.

곧이어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정갱이 쪽에 통증이 밀려올 정도로 엄청 부딪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미 순식간에 동맥이 부어올라 붓기가 상당했다. 겨우겨우 옷을 입고 나왔다. 아내에게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아플 때에는 얼른 이부자리 펴고 누워 있는 것 상책이다. 다음 날 이 사실을 실토했더니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 나이 들어서 그래!"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맞는 말이다.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 깊이 다가온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내 스스로 인정하고 예전보다 좀 더 느리게 행동하고 내 몸의 속도를 자각하는 일이 나를 보호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서글프지만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는 돌봄 소설집이다. 주변에 챙겨야 할 다양한 사람들을 소재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심지어 사람마다 감정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적 변환이 필요함을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돌봄은 나와 타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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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초등 읽기대장
조경숙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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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왕족과 대신들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백성들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129쪽)

리더의 실패는 곧 조직의 붕괴이자 구성원들의 피폐함으로 다가온다. 리더의 그릇된 판단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리더의 고집과 완고함은 구성원 전체를 나락으로 빠뜨린다. 병자호란 때 겪었던 수많은 백성들의 삶이 증거다. 고리타분한 체통을 중시하여 실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모른 체 자신의 안위와 권력만 지키려고 했던 소위 지배층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만다.

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를 통해 허울만 가득한 사람들의 실상을 파헤치며 오히려 나라와 백성을 살피는 이들은 민초들임을 다시 한번 말해준다.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일을 겪으면서 가장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힘이 약한 백성들이었다. 노예로 팔려간 여인들이 받아야 했던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치욕을 감당해야 내야 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비를 팔려가고 먹을 것을 구걸해야 했다. 나라 잃은 삶의 결과이자 리더십의 부재의 모습이다.

다만 그 악조건 속에서도 깨어 있는 몇몇 리더들은 정신을 차리고 백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자신이 생각했던 형식과 명분과 체통을 벗어던져 버리고 현실을 새롭게 바라본다. 소현세자와 그 세자빈이 그러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왕족이지만 일반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생각해 내고 추진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근 신문 기사를 보니 부의 양극화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극빈층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를 세워야 할 때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리더십을 가져야 할 때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깨달았을 터인데 아쉬운 대목이다.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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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집 - 2021 한국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초록잎 시리즈 15
신미애 지음, 이윤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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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예전보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참 빠른 것 같다. 민감한 시기도 당겨지는 것 같다. 작가는 그런 소녀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가져왔다. 독자로 하여금 성장기에 있는 소녀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스며 있다.

부모들의 이혼,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고, 생각지도 못한 전학은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심한 벽에 부딪친 느낌일 거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삶의 결과로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춘기 소녀들은 말 그대로 포장지로 겹겹이 자신을 포장한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함이지 허위로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친한 친구에게 조차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체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소녀들. 그 아픔과 상처를 들어줄 어른 한 명,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좋으련만. 자신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 터인데 동생도 챙기고 어른 못지않게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홀로 남은 부모를 이해해 드려야 하는 상처 입은 소녀들. 툭툭 내뱉는 거친 말은 아마도 자신이 이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의사 표시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보내야 하는 설움을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 아버지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상처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가도 내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거짓에 거짓말을 더해 계속 미궁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나쁜 아이 취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과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있다 보니 아이들 중에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 문제 행동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다툼을 넘어 수위가 상당한 부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제도로 사각지대를 줄여보고자 노력은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온전한 가정을 세우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상처 입는 대부분은 가정의 붕괴로 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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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 별숲 동화 마을 35
이나영 지음, 전명진 그림 / 별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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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이야기다. 문제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늘 '이미 답을 정해 놓고 그 틀에' 맞춘다. 아이들이 놓인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교감이 되고 나서 아쉬운 점은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래저래 문제 행동을 한다,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전에 교감에게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신다.

맞는 말이다. 과거에 한 학급에 40~50명이 있었던 교실과 지금 20여 명이 있는 교실은 겉으로 단순 비교할 게 아니다. 콩나물시루처럼 바글바글한 교실 안에서 숱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주위에 돌봐주시고 사랑 어린 시선으로 보아주는 어른들이 곁에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곧 그들의 부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가정은 윤택해진 것은 맞으나 돌봄과 사랑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졌다. 깨어진 가정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다.

소위 학교폭력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버릇이 없다느니 가정교육이 안 되었다느니 여러 말들을 많이 뱉어낸다. 하지만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무관심이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그물에 걸린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돌봐 줄 어른들이 곁에 있다면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갈 것이다. 학교가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담임 선생님들이 새 둥지가 되어 그들을 품어주면 좋겠다.

책 표지처럼 아이 내면에 짙게 그려져 있는 그림자 아이를 볼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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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 - 제35회 신의 아동문학상 입선작 북멘토 그림책 25
이커우 지음,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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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드라이기하면 아이들 셋 키울 때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에 와는 달리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모두가 외모에 민감할 때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나야 머리를 감고 머리빗으로 살짝 빗으면 끝인데 우리 집 아이들 셋은 그게 아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일이다. 암묵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순서가 있고 당연히 헤어 드라이기 사용 순도 정해져 있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에는 난리가 난다. 그만큼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진다. 사용 빈도로 보았을 때 헤어 드라이기가 최고 순위다.

그림책 '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는 헤어 드라이기의 고충이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헤어 드라이기도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보고 싶나 보다. 자신의 사용 용도 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충만하여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를 한다. 결국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헤어 드라이기는 찬밥 신세로 전락당한다. 풀이 죽어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때쯤 모두가 헤어 드라이기를 반긴다. 어디 갔다 왔느냐 하면서 속타는 심정으로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듯 반긴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잘 묘사한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도 경험해 보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생활 밀착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림책이 말해 주는 것은 우리 주변의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하면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며 지내는 것이 중요함을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으로 한때 전쟁과 같았던 아침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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