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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 - 제35회 신의 아동문학상 입선작 ㅣ 북멘토 그림책 25
이커우 지음,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헤어 드라이기하면 아이들 셋 키울 때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에 와는 달리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모두가 외모에 민감할 때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나야 머리를 감고 머리빗으로 살짝 빗으면 끝인데 우리 집 아이들 셋은 그게 아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일이다. 암묵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순서가 있고 당연히 헤어 드라이기 사용 순도 정해져 있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에는 난리가 난다. 그만큼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진다. 사용 빈도로 보았을 때 헤어 드라이기가 최고 순위다.
그림책 '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는 헤어 드라이기의 고충이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헤어 드라이기도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보고 싶나 보다. 자신의 사용 용도 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충만하여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를 한다. 결국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헤어 드라이기는 찬밥 신세로 전락당한다. 풀이 죽어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때쯤 모두가 헤어 드라이기를 반긴다. 어디 갔다 왔느냐 하면서 속타는 심정으로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듯 반긴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잘 묘사한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도 경험해 보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생활 밀착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림책이 말해 주는 것은 우리 주변의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하면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며 지내는 것이 중요함을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으로 한때 전쟁과 같았던 아침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