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우미옥 지음, 차상미 그림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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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옥 작가가 시간 여행을 통해 동심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네요. 다 큰 어른들도 가끔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일을 다시 생각해 보곤 합니다. 우미옥 작가도 책에서만큼은 어린이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히 묻어 있네요.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묶여 있어 친구집에 놀러갈 기회가 많지 않지만 옛날만 하더라도 누구 누구네 집에 놀러가는 일은 밥 먹듯 하는 일이었죠. 우미옥 작가도 첫 이야기를 친구 집을 소재로 엮어냈네요. 꽃집에 살고 있는 친구, 재활용 가구점을 하는 친구, 높이가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집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수업 시간에 정리한 공책을 빌리러 가는데 친구 집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꽃집에 살고 있는 친구의 공책은 따뜻한 화원 공기 때문에 눅눅해져 글씨를 알아볼 수 없고, 재활용 가구점 친구 공책은 그만 가구 사이에 빠뜨려 찾을 수 없는 일이 생깁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신도 '아차' 하고 무릎을 칠 수 있겠네요. 숙제를 해야하는데 마침 공책을 학교에 두고 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휴대폰 사건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읽다보니 가슴이 덜컹 거렸습니다. 혹시 해주가 도벽이 있어 휴대폰을 훔친 것은 아닐까 싶었거든요. 다행히 훔친 것이 아니라 주운 핸드폰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휴대폰은 고가의 물건이어서 분실하면 난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사례가 있을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수업 시작하면 바구니에 모두 모아두기도 합니다. 핸드폰이 없는 아이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 속 주인공 해주는 아직 핸드폰이 없는 친구입니다. 얼마나 가지고 싶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운 핸드폰을 슬쩍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이 주었다고 고백합니다. 순수한 아이의 마음 그대로가 느껴집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제가 살고 있는 강릉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별한 소재인 인면어 이야기가 나옵니다. 멸치 인어입니다. 얼굴은 사람인데 몸은 멸치인거죠. 바다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존재라 바다에 빨리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엄마 몰래 서울에서 강릉으로 KTX를 타고 갑니다. 짭쪼름한 강릉 바다에 멸치 인어를 내려 놓습니다. 멸치 인어, 초등학생이기에 상상할 수 있겠죠!

 

네 번째 이야기는 인형을 장례 치뤄주는 이야기입니다. 곰 인형과 함께 커온 주인공은 이제 놓아 주어야 합니다. 헤어지고 떨어지고 먼지 투성이인 곰 인형을 엄마가 세탁기에 돌려 버리다가 그만 죽음에 이릅니다. 곰 인형과의 오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은 멋지게 장례를 치뤄 줍니다. 인형 장례식?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장난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마음 주고 정을 주었던 인형은 곧 친구인 셈입니다. 요즘 반려 동물 장례도 의미를 가지고 진행하죠? 인형 장례도 이와 같이 않을까요?

 

마지막 이야기는 담임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마녀 같다는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퍼집니다. 갖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모두 확신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분명 프랑스 마법학교를 졸업한 마녀라고. 학생들에게 있어 담임 선생님은 항상 어려운 존재죠. 친구같은 선생님도 계시지만 상황에 따라 돌변한다는 사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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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히스토리 - 종말의 역사에서 생존의 답을 찾다
댄 칼린 지음, 김재경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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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의 종말을 예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많은 이들이 '지금'이 종말이 아닐까 할 정도로 끔찍한 사건 앞에 불투명한 생존을 맞이해야 했다. 대규모 전쟁, 전염병, 가공할만한 무기 등으로 한치 앞도 보지 못할 정도의 긴장감이 조성된 적이 있지만 어찌어찌하여 위기를 넘겨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다. 결코 인간의 윤리성이 탁월하거나 지혜때문이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해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을 예견한다. 과거 유럽 인구의 절반 가량을 죽음에 이르게 한 흑사병이 창궐할 때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으로 또는 신의 노력으로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흑사병이 남긴 결과는 인구의 감소, 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력 저하, 노동력 감소로 인한 사회 질서 붕괴, 부패한 종교의 개혁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종말의 위기에서 생존의 지혜를 찾아낸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몸부림의 결과였다고 본다.

 

"흑사병이 돌기 전에는 성직자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교회에 바쳤다. 하지만 그들을 대신해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그리 헌실적일 필요도 없었고 충분히 교육받지도 않았다. 특히 평생의 헌신이나 뛰어난 자질 덕분이 아니라 돈 거래를 통해 교회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부정부패가 교회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성직자의 평판은 약 두 세기 만에 곤두박질쳤다" (50~51쪽)

 

1517년 독일의 수도원 수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종교 개혁의 신호탄을 쏟아 올린 계기가 된 것은 사람들이 세상의 종말을 느꼈기때문이다. 페르시아가 제국을 이루어 패권을 장악할 때도 모두가 종말의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막강한 페르시아도 두려워한 대상이 있으니 스파르타였다.

 

"페르시아의 위대한 왕들은 전장에서는 스파르타인을 무찌를 수 없지만 재물을 활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8쪽)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거치면서 지중해 최강자로 떠오른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강인한 군대로 유명했다. 소수의 정예부대가 다수의 부대를 압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무장되어 있었다. 페르시아제국마저도 번번히 스파르타를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빈틈은 있는 법. 저자에 역사적 문헌 조사에 의하면 전장에서 스파르타를 이길 수는 없지만 재물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시리아민족을 이야기하면 역사가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제국을 설립한 민족으로 기록한다.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에는 각국의 사신들을 맞이할 때 반기를 들거나 배신하지 못하도록 기둥마다 끔찍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사신들이 보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그 누가 아시리아 민족에 대항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제국의 상징이었던 '니네베'도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로마 제국은 그들이 야만인이라고 불리우는 각종 민족들에게 제국을 넘겨주어야 했다. 게르만인을 중심으로 용병을 구성하여 넓은 영토를 유지했지만 거꾸로 게르만인으로 인해 제국을 넘겨주어야 하는 아픔을 당한 나라가 로마였다. 로마 제국이 해체된 후 유럽은 여러 지형으로 나뉘었는데 로마인들이 말하는 '야만인'으로 국가들이 형성되었다. 대표적인 나라가 '야만인' 프랑크족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늘 변방에 오랑캐라 불리우는 '야만인'으로 인해 평안할 날이 없었다. 특히 알타이 산맥 중심으로 활동했던 기마 유목민인 스키타이족, 사르마티아족, 훈족, 아바르족, 투르크족, 몽골족이 대표적이다.

 

현대에 와서는 1,2차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이러다가 인류가 종말하는 것은 아닌지 모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물리학자 오펜하우머를 중심으로 개발한 '핵' 실험 후 핵이 단시간 안에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는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자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는 세계대전을 더 이상의 사상자를 줄여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워 급기야 일본에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하고 말았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루먼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미국이 전쟁을 끝낼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원자 폭탄이 개발된 후에 사망한 모든 미군 가족은 분노했을 것이다"(227쪽)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원자 폭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시 미국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실 1950년 한국전쟁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과 당시 소련의 전면적을 예고했기에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피해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미소 양국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섣불리 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생존을 찾기 위한 적절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진 셈이다. 원자 폭탄에 이어 수소 폭탄까지 가공할만한 무기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어느 한 순간에 지구 한 쪽이 멸종할 수 밖에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생태계의 불안전함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존의 답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지나온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은.... 없다! 다만, 생존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인간의 윤리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서로 합의하며, 공존하기 위한 길을 찾아가는 것 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대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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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분 초간단 스트레칭 - 근육은 탄탄하게, 몸은 유연하게, 일상은 활기차게!
사와키 가즈타카 지음, 최말숙 옮김 / 카시오페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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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름의 뜻이 인상적이다. 카시오페아.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거북이다. 시간을 도둑맞고 갈 길을 잃은 모모에게 카시오페아는 "follow me" 라는 글자를 등에 써서 보여 준다. 이렇게 모모는 카시오페아의 도움으로 시간 도둑들로부터 시간을 돌려 받는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책들을 펴내겠다는 출판사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직장인이면 최대 관심사가 '건강'이다. 웰빙, 워라밸 등 건강해 지기 위해 퇴근 뒤에 별도의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밀폐된 실내 공간들이 제한되면서 운동할 여건이 축소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와키 가즈타카의 <하루1분 초간단 스트레칭>을 손에 쥐고 있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아무때나 혼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칭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운동은 환경과 여건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흔히들 고백한다. 비싼 돈을 주고 월정권을 끊었지만 작심삼일로 결심이 흐려져 돈만 날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제 돈 걱정 시간 걱정 모두 날려보내라. 1분만 투자하면 근무 장소에서 부위별 현상별 맞춤식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옆에 한 권을 꼭 챙겨두고 실습을 꾸준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저자처럼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 운동할 시간을 따로 확보하기보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다. 어떻게? 자동차를 버리고 비바람이 세차게 불지 않는다면 무조건 걸어서 다닌다. 왕복 40분 거리다. 걸어서 한 시간 정도되는 거리의 출장은 조금 서둘러 나와서 걷기를 고집한다. 두 발로 씩씩하게 걷다보면 요즘 같은 선선한 날씨에도 땀이 난다. 점심 식사 후 걷기도 될 수 있으면 양보하지 않는다.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쳐다 보는 것보다 차라리 단 10분이라도 걷는다. 뒷산을 이용하거나 저수지 둘레를 활용한다. 단, 나에게 약점이 있다. 근육이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과 기초 대사량이 감소한다.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면 어깨 결림도 사라진다. 예전과 달리 왼쪽 어깨가 돌릴 때마다 아팠는데 아마 근육량 부족인 듯 싶다.

 

스트레칭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해 준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 면역력이 향상돼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는 몸이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 안성맞춤 처방전이다. 저자는 잠이 잘 오게 하는 스트레칭법도 소개해 주고 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면 78쪽~79쪽 초간단 스트레칭법을 꾸준히 활용해 보시라. 자세교정도 스트레칭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하루 1분 초간단 스트레칭, 나의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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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토끼 퀴즈를 풀어라! : 먹방편 맛있는 공부 34
하얀콩.유우 지음 / 파란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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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교과서 속 퀴즈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500원 토끼와 함께 풀어보세요^^

 

표지에 나와 있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어서 책을 펼쳐 보았다. 앙증맞은 토끼, 500원짜리 동전을 굴려 그것을 타고 다니는 토끼. 먹방에 필요한 500원을 얻기 위해 퀴즈 맞추기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이 책은 전제 121문제가 실려 있다. 언뜩 보면 문항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을텐데 '500원 토끼'를 따라 만화를 읽어가다보면 문제를 풀고 있나? 할 정도로 재미에 푹 빠지고 만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원격 수업이 대부분 이루어져 가정에서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피드백 차원에서 재미나게 풀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문제 유형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뿐만 아니라 한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들에게 좀 더 적당할 듯 싶다. 문제가 수록되어 있는 핸드북이 함께 동봉되어 있어 다시 풀어 보기를 원하시는 학생들이 있다면 별지에 답을 쓰고 확인하면 될 것 같다.

 

아마도 서점 매대에 전시되면 학습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펼쳐볼 것을 우려(?)하여 본책과 핸드북은 투명한 비닐 종이로 밀봉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 다양한 학습 만화가 출시되었을 때 서점에 가 보면 그 코너에만 학생들이 바글거렸던 것이 기억이 난다. 500원 토끼 시리즈도 분명 손이 저절로 가리라 짐작된다^^

 

수학도 재미나게 풀어보고, 과학의 개념도 그림과 함께 생각해 보며, 딱딱하게 여겨졌던 한국사도 퀴즈로 풀어보다보면 어느 새 교과서 속 핵심 개념들을 쏙쏙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학습 만화도 점점 진화되어가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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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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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의 개정판 책이다. 200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한국보다도 영미와 유럽에 더욱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낸 책이다.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이미 영어, 불어, 독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아쉽지만 한국어로는 뒤늦게 출간된 바가 있다.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세계적 대란 속에 장하준 교수의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본 '사다리 걷어차기'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적 활동이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북유럽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동아시아의 일본, 중국, 대한민국까지 재난 지원금을 유래 없이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예전과는 다른 경제 처방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004년 장하준 교수가 영국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첫 출간했을 경우 주류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이유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앞선 경제 대국들이 부르짖는 자유 무역이 자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며 자유 무역을 막는 관세 정책, 국가의 무분별한 개입, 보호 무역 정책 등은 시대와 동떨어진 개선해야 할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그 당시만 해도 거침없는 행보가 가능했다. 어느 정도 국가간 무역도 정상적으로 움직여왔고 간혹 경제 위기, 금융 위기 등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충분히 문제점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경제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국가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선진국들은 후발 주자인 경제개발도상국들에게 자신들의 현 경제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이 경제개발도상국들이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을 16세기부터 시작해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들이 펼쳐낸 설익는 정책들을 모조리 조사하여 밝혀내고 있다. 선진국들도 처음에는 과도한 보호 관세를 유지했고 제조업의 기술이 어느 정도 다다를때까지는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상적인 무역을 막는데 앞장섰다는 점을 꼬집어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영국이 자유 무역을 시행했던 시기에 시장 개방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요 산업 분야에도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오늘날 경제개발도상국들이 그토록 원하는 정책들을 당시에 원없이 했던 나라들이 지금의 선진국들임을 밝혀내고 있다. 그러니 장하준 교수를 달갑게 볼 수 있겠는가!

 

일본과 우리도 사실 신흥공업국 시절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 무역 정책을 폈기에 지금의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 무역 정책을 펴서 자국의 이익을 좀이라도 누려보고자 하는 경제개발도상국의 의지를 완전히 꺽어 버리는 선진국들의 자유 무역 강요는 장하준 교수가 보기에 분명히 높은 곳에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선진국들의 경제 정책도 팬데믹 상황에 놓이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들의 방역 체계도 그다지 본이 되지 못했고, 대처 방법도 허술차기 짝이 없었다. 경제 개편이 팬데믹 상황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대놓고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제시할 국가가 앞으로 미래 세계 경제를 주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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