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방 웅진책마을 101
황선미 지음, 안경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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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맘때면 새해 카드를 정성껏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전했던 기억이 난다. 도화지를 뜯어 반으로 접고 얇은 종이를 속지 삼아 알록달록 사인펜으로 그림도 그리고 새해 희망의 인사말도 적어서 우표를 붙여 보냈던 장면이 떠오른다.

새해가 되면 왠지 부푼 가슴을 안고 첫날을 맞이했던 것 같다. 새해 다짐도 적고 작심삼일에 머물 계획이지만 나름 다부지게 결심을 먹었었다. 이렇게 묵은 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소년의 마음은 설레고 기대가 찼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오십 줄이 훌쩍 넘긴 2025년 새해는 어떨까?

지난 12월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충격 때문일까. 특히 며칠 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슴 아픈 일들이 새해에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황선미 작가의 『마법에 걸린 방』에 등장하는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신체적 질병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 부모의 실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 마법처럼 뭔가 기적이 일어나 실의와 상처에 노출된 아이들이 꿈과 희망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작가의 말처럼 씨앗은 작지만 어느 순간 커다란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다. 2025년 희망은 작게 보일지라도 분명히 잎을 맺고 나무로 자라 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 확신한다.

마법보다 더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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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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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도 더 된 오래된 책을 찾았다. 도서관 직원에게 부탁했다. 도서관 서고에서 찾아 주셨다.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래된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인 것 같다. 오래되었다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서고에 고이 잠들고 있는 책들 '서고 붙임 딱지'가 붙어 있다. 누가 봐도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읽고 싶었다. 폐기되는 절차를 밟기 전에.

최근에 우연찮게 황선미 작가의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만났다. 그 이후에 황선미 작가의 책들을 찾아내 읽고 있다. 이번에 어렵게 만난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도 어른이 읽는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참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 같다.

읽는 내내 나도 어릴 적 시절이 생각났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에 살았었다. 연탄 한 장이 없어 차가운 겨울에 이불에 의지해서 지냈다. 찬 밥에 물을 말아 식사를 대신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 어머니는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그때 그 시절을 상기하며 안타까워하신다. 그때 잘 못 먹여서 삐쩍 말랐다고 미안해하신다. 사실 그때 그 시절에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다만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우리 집은 더 가난했다.

바람이 지나갈 정도로 엉성하게 지은 집을 꺽다리 집이라고 부른 것 같다. 초가집이 강제로 철거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판자때기로 지은 꺽다리 집에서 육 남매를 키워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다시 생각해 보는 소설이다. 애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소설을 읽으며 생생하게 장면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소설의 힘이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메말랐던 감정이 촉촉해진다.

요즘 살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때 그 시절과 비교하면 참 부유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설이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꺽다리 집보다 백배 천배 좋은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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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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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근무했던 학교 근처에 보육원이 있었다. 학교 후문에서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보육원은 길가에 인접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었다. 보육원 건물은 꽤 많았다. 몇 동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안에 들어가서 밖에 안 나오는 건지 조용해 보였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에 우리 반 아이 중에 보육원에서 온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육원에 다닌다는 것은 담임인 나만 알고 있지 반 아이들은 모른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늘 조용하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마음이 열렸는지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쭉 이야기해 주었다. 듣던 중에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다. 과연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지 바람을 이야기하는 건지.

그 친구는 그 해를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아마도 입양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선미 작가의 『빛나는 그림자가』도 보육원에 있던 두 아이가 입양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들의 약한 점을 알고 있는 그림자가 발목을 붙잡는 순간이 다가온다. 사랑에 목마르고 정에 약한 이들은 친구들과 관계에 있어서도 쉽게 이별을 하지 못한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도 자신의 그림자를 밟히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빛나는 그림자로 해석한다. 지금 당장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상처와 아픔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만 이 또한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빛이 나는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빛나는 그림자가 될 수 있음을 위로와 격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육원에 다니는 친구를 담임했을 때 조금 더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내가 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생활할까? 이제 30대 중반의 성인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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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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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데뷔작이다. 유명해지기 전의 원고다.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쓴 원고를 훗날 책으로 냈다. 누구에게나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경험은 소중하다. 나도 그렇다.

『마음에 심는 꽃』은 시골 분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복식 학급이 있는 작은 분교장이다. 체육 시간이면 전교생이 모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교생이 모여야 체육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군 복무 후 1998년에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신규 교사로 처음 부임 받은 곳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군이 다녔던 학교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계방산 기슭에 있는 작은 분교였다.

선생님이라고 해봤자 세 명뿐인 학교에서 나는 3학년과 4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쳤다. 산속에 위치한 분교이지만 대략 전교생이 40명 남짓했다. 일손이 부족한 지역이라서 아이들도 어른들을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다. 주말을 지내고 교실에 오면 이번에 우리 집 오이 값은 어느 정도며 감자 값은 제대로 받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렇게 함께 보냈던 아이 중에 한 명이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다섯 명뿐인 학년이었는데 서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기쁜 일에 함께 참여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같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시골에서 함께 자란 사이라 세월이 흘렀지만 남다른 마음으로 지내는 것 같다.

『마음에 심는 꽃』을 읽으며 풋풋한 신규 교사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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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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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모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추억들이 있다. 어렴풋이 한 줄기 남아 있는 과거의 잔상들. 그리고 내 속에 덜 자란 숨어 있는 아이를 간직하고 있다.

기억 속 실오라기는 자신이 굳게 믿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면 헛웃음을 지으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목격할 수 있을 텐데 우리에게는 그런 일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는 곳에 세월이 흘러 찾아가 보지만 다행히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옛 집터, 대문, 사람이 살지 않는 허름한 낡은 집들을 통해 다시 옛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가슴 뛰는 기쁜 일보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마구 생각난다. 처량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과 견주어 씁쓸한 웃음을 남기며 다시 뒤돌아 나온다.

그렇게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잊힐만하면 순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사연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고 있었던 황선미 작가의 책을 아내의 책상에서 찾아냈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50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는 노인의 이야기지만 곧 나의 이야기며 우리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된다. 가슴 뭉클함이 책장을 덮고서도 여전하다. 앞으로 황선미 작가의 책에 몰입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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