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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ㅣ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우리에게는 모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추억들이 있다. 어렴풋이 한 줄기 남아 있는 과거의 잔상들. 그리고 내 속에 덜 자란 숨어 있는 아이를 간직하고 있다.
기억 속 실오라기는 자신이 굳게 믿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면 헛웃음을 지으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목격할 수 있을 텐데 우리에게는 그런 일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는 곳에 세월이 흘러 찾아가 보지만 다행히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옛 집터, 대문, 사람이 살지 않는 허름한 낡은 집들을 통해 다시 옛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가슴 뛰는 기쁜 일보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마구 생각난다. 처량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과 견주어 씁쓸한 웃음을 남기며 다시 뒤돌아 나온다.
그렇게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잊힐만하면 순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사연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고 있었던 황선미 작가의 책을 아내의 책상에서 찾아냈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50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는 노인의 이야기지만 곧 나의 이야기며 우리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된다. 가슴 뭉클함이 책장을 덮고서도 여전하다. 앞으로 황선미 작가의 책에 몰입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