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다에 뜬 배 - 백제의 자존심을 지킨 세 아이 이야기 봄볕어린이문학 38
김하은.임지형.정명섭 지음, 김병하 그림 / 봄볕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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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이야기는 고구려, 신라보다 많이 읽히지 않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전해 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왕의 이야기라든지 유명한 장군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백성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특히 어린아이들의 삶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다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볼 정도다. 

 

작년에 익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익산은 옛 백제의 왕궁터가 있는 곳이자 미륵사지 석탑이 있는 곳이다. 익산의 옛 지명은 금마저였다. 사비(부여), 웅진(공주)과 같은 수도를 배경으로 백제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은 백제의 자존심이라고 불린다. 백제 사람들은 손재주가 탁월했다. 기와를 만드는 일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아무리 기둥이 튼튼하더라도 기와의 무게가 천차만별이면 기껏해야 50년 밖에 버티지 못했다. 오랜 세월 집이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와의 무게가 같아야 했으며 비가 새지 않기 위해서는 특별히 수기와와 암기와가 그 역할에 맞게 만들어져야 했다. 모두 백제의 장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기와뿐인가. 백제의 유리 기술은 최고의 기술을 자랑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유리병을 만드는 일에 백제 최고의 장인들이 투입되었고 은은한 빛을 내는 아름다운 유리 도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석탑을 만드는 기술, 목탑을 만드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백제의 장인들은 그 기술들을 후손들에게 전수하고 끊기지 않도록 했다. 그 중심에 백제의 어린이들이 있었다고 추측된다.

 

책 제목 '하늘 바다에 뜬 배'는 하늘에서 바라본 기와지붕에 얹힌 기와를 말한다. 쓸모와 미를 생각해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미가 백제의 예술이었다. 오래된 역사일수록 가까이하지 않으면 잊힐 수밖에 없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일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듯이 미래는 과거를 통한 현재의 부단한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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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학교의 최우수 선생님 어린이책봄 8
윤미경 지음, 윤유리 그림 / 봄개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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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안에 있는 강원도 철원 마현초등학교에 신규 발령을 받은 선생님의 특별한 학교 이야기를 읽으며 책장을 펴자마자 나의 신규 발령받았던 그때가 기억난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운두초등학교.

 

나도 특별한 학교의 최우수 선생님처럼 특별한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군이 다니던 학교에서 무려 40분을 더 올라가야 하는 첩첩산중 구름도 지나가다 머문다는 운두령 고갯길 아래 3 학급 초등학교, 운두초등학교로 군 제대 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신규 발령을 받았다. 

 

최우수 선생님도 첫 학교로 부임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주무관님처럼 보이는 낯선 아저씨까지 트럭을 타고 태우러 온 것처럼 나도 홍천교육청에 신규 교사 발령 신고를 하고 학교 주무관님(당시는 기사님이라고 호칭했다) 봉고차를 얻어 타고 신규 발령지로 첫 출근했다. 굽이굽이 고갯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을 지나 한 시간 만에 도착한 곳이 운두초등학교였다. 전교생 50명 남짓. 최우수 선생님처럼 나도 한 교실에서 두 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복식학급 담임을 맡았다. 교육대학교에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복식학급 담임교사의 역할. 내 맘대로 창의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가르칠 수밖에. 수업 시간 절반은 3학년을 가르치고 또 절반은 4학년을 가르치고.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발휘해 나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체육 수업은 전교생을 모두 모아 놓고 내가 가르치고. 

 

학교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터라 무척 빨리 학교로 온다. 그리고 아주 늦게 집으로 간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으니 학교가 놀이터이자 보금자리다. 관사에 살았던 나도 관사에 들어가도 할 일이 없으니 아이들과 공 차고 마을 어귀 걸어 다니면서 함께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정도 들고 기억에 참 오랫동안 남는다. 벌써 그 녀석들이 시집 장가가고 아이들까지 낳았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첫 발령을 받은 지 벌써 30년이 가까워진다. 많은 학교를 옮겨 다녔지만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바로 특별한 학교 첫 발령지 운두초등학교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없어진 학교지만 내 마음 속 중심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학교다. 

 

요즘 신규 발령은 최대한 도시로 큰 학교로 보낸다고 한다. 아무래도 인적이 드문 곳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산골학교 민통선 학교 바닷가 학교 도심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소신껏 아이들과 재미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시골학교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여! 한 번 도전해 보시라. 아주 작은 학교 근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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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두실 마루비 어린이 문학 22
지슬영 지음, 임나운 그림 / 마루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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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은 사냥감을 잘 잡는 사람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냥꾼도 여러 종류다. 사냥에 도움이 되는 무기를 만드는 사람도 사냥꾼이다. 직접 사냥감을 마주하며 용감무쌍하게 덤비는 담력을 가진 이도 사냥꾼이지만 조용하게 손재주로 무기를 잘 다듬는 이도 사냥꾼 중에 하나다. 보이게 눈에 띄는 사냥꾼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냥을 돕게 만드는 사냥꾼도 있다.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동체에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재능을 발견해 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가정 안에 자녀들도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주와 능력이 다르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녀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기대하는 방향만 바꾸면 자녀는 잘 자란다.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일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신석기시대를 배경으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자칫 선사 시대 이야기가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다. 사냥이라는 글감을 잘 가지고 왔다. 움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 부족 간의 전쟁 등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대동소이하다.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을 뿐이지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지내는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대부분에서 신석기시대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사냥꾼 두실』은 희소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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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가족 재미가득 이야기판 1
이향안 지음, 김현영 그림 / 판퍼블리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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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얗게 홉뜬 눈으로 노려본다" 

 

중독 가족 얘기다. 엄마는 쇼핑 중독, 아빠는 검색 중독, 나는 게임 중독. 중독에 빠진 가족은 서로 눈을 맞추지 않는다. 각자 모니터 화면에 초집중한다. 대화가 없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이 중독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나?

 

눈을 맞추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족이 되기 위해 나름 고민을 많이 했었다. 거실에 TV를 없애기도 했다. 여름이면 텐트를 차에 싣고 캠핑장으로 나가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면서 차 안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자녀가 커 가면서 부모 자녀 간 대화가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서로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속상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냈다.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어색함을 외면해 왔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핑계일 뿐이다. 중독 가족처럼 모두 각자 디바이스를 가지고 온통 신경을 거기에만 쏟고 있으니 가족이지만 대화 없는 밋밋한 가족으로 살아갈 뿐이다. 

 

중독에 빠진 사람의 특징은 시야가 좁다. 넓게 보지 않는다. 탁 트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알고 있으나 삶의 지혜가 부족하다. 사람과의 관계도 서툴다. 자신밖에 모른다.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유튜브 중독에 빠진 증상이다. 가족도 그렇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각자 중독에 빠져 있으면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 

 

아이들은 부모 행동을 따라 한다. 어린 자녀일수록 더욱 그렇다. 얘들 보고는 책을 읽으라고 해 놓고 부모가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어불성설이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본을 보여야 한다. 핸드폰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화를 시도하고 가족 간 공통 관심사를 찾아가야 한다. 가족이 화목하고 서로 간 관계가 촘촘할 때 자녀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이다. 

 

『중독 가족』을 읽는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건 우리 가족 얘긴데..." 

 

중독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가족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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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히어로는 무리지만
구로노 신이치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이미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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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한 학급을 이룬다. 소규모 학교라면 그 학급이 6년 내내 같은 집단으로 구성된다. 한 개 학급이 전부라서 그렇다. 1학년 때 학급이 6학년 졸업 할 때까지 그대로 간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분명 있다. 서로서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만약 관계가 틀어질 경우 보고 싶지 않아도 함께 지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서열 관계가 존재한다. 우열을 나누는 기준은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것도 있지만 대게 얼마큼 잘 사느냐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큰 관심사다. 옷 입고 오는 것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대번에 알아차린다. 요즘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만 보더라도 아이들 사이에서 무리가 갈린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교사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아이들 관계가 부의 기준으로 나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만큼은 모두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아이들 관계에서도 어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기준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자체가 참 부정적이다. 마치 학교에는 폭력이 늘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학교폭력'이라는 말 대신에 차라리 '학생갈등'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폭력은 당연히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폭력은 나이와 상관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초등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폭력'이라는 개념과 결이 다르다. 언어폭력도 학교폭력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기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학교폭력이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 갈등은 어른이 교사가 개입해서 풀 수도 있지만 가능한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면 어떨까 싶다. 민주시민을 기르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학생들 간에 일어난 갈등을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접근 금지시키고 분리시킨다면 과연 민주시민을 기를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왕따, 따돌림이라는 용어로 학생 간 갈등을 모두 대입시킨다면 피해자의 회복은 물론이거니와 가해자의 자발적 사과도 진행될 수 없다. 초등학교 안에서만큼은 학교폭력이라는 용어 자체를 바꿔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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