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 초연결 시대 행복한 성공을 여는 열쇠
정학경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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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법'을 세우기도 했다. 미래 사회에 더욱더 인성교육이 중요해 질 것을 예상하고 공교육 안에서 나름대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법으로 정한 것 같다. 특히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자 추구하는 인재상을 '혁신적 포용 능력을 갖춘 인재' 로 잠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는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담은 책 <인성이 내 아이의 인성을 바꾼다>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열거하며 가정에서부터 인성 교육이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배상민 교수를 예로 들고 있다. 그는 화력한 스펙보다 가치관을 중요시하며 디자인의 본 고장 뉴욕을 떠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대한민국 대전으로 돌아왔다. 배상민 교수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목표는 돈과 명예보다 나눔이다. 전 세계의 10퍼센트 사람들만이 누리는 소비중심적인 디자인이 아닌 90퍼샌트 사람들을 위한 생명과 인간다움을 강조한 나눔 프로젝트 디자인을 추구한다. 사운드 스프레이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기에 물려 생명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 디자인 물품을 만들었으며 아프리카 지형에서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전등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인성이 중심이 된 삶은 다른 이들을 이롭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 반면 자기밖에 모르는 단지 똑똑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C.S. 루이스가 이야기 한 것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인성과 도덕이 없는 교육은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단지 사람을 똑똑한 악마로 만들 뿐이다"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돈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모두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희생과 나눔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선물한다. 인성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가치관이다.

 

인성은 비인지적 능력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말한다. 하워드 가드너는 이러한 비인지적 능력을 '9번째 지능'이라고 말한다.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지능이다. 무엇이 본질인지, 무엇이 정당한지를 아는 지능이다. 팀하스 사의 창립자인 팀 하스(본명 하형록)는 미국에서 최초로 주차 공간을 밝고 멋진 건축 공간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팀 하스는 한국전쟁 직후 부산 용호동 나환자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다. 목사였던 아버지가 거기서 목회를 했던 것이다. 그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그는 나환자촌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돌팔매질을 당하곤 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기피하는 나환자를 13년간이나 돌보며 함께 살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람을 섬기는 삶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우며 성장했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펜실베니아에 자신의 회사를 창립한다. 회사운영 예산의 20퍼센트를 사회 공헌 활동에 쓰는 등 회사 밖의 어려운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물론, 직원들을 '회사 안의 이웃'으로 여기며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 문화를 만들었다. 팀하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탁월한 건축디자이너이다.

 

축구선수 이영표도 빼놓을 수 없는 인성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꿈은 다른 선수들처럼 감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구단주'가 되는 것이다. 그는 돈보다는 가치를, 팀의 이름보다는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선수들을 보고 자신이 몸담을 팀을 선택했다. 그는 당장 눈 앞에 던져지는 큰돈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붙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가치와 존재 목적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이 이끄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이다. 인성 교육은 가정 안에서 대화나 생활모습, 여행이나 독서를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 방법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기르는 인성 교육은 부모가 먼저 본을 보일 때 가능하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고 하지 않은가. 저자는 인성 교육에서 말하는 인성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감성, 도덕성, 사회성이다. 감성은 자기인식과 자기관리능력, 긍정, 자율을 말하며 도덕성은 핵심가치 인식과 책임있는 의사결정, 정직과 책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성은 사회적 인식, 대인관계, 공감, 소통을 말한다. 이처럼 인성은 사람의 전체 모습을 대변한다. 성공은 인성이 되었을 때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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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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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에서 문화유산의 의미를 다음과 말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을 주워 담을 때 재미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은 각 계의 전문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유산은 그 시대가 남긴 가치관과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 문화의 결정체다. 나라마다 후대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기를 원하고 그 가치들을 후대의 사람들이 대대로 이어받아 전승하기를 원한다. 빛나는 문화유산으로부터 사상을 읽기를 원한다. 문화유산을 통해 나무를 보기보다 숲 전체를 보기를 바란다.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상과 유적 분야에서 인류가 계승할 가치가 있는 유형의 또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고대와 중세, 근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깊이있게 사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죽기 전에 꼭 알아 둘러보아야할 소중한 유산들을 독자들에게 묵직하게 전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비교적 방대하긴 하지만 허투루 넘길 장이 없는 것은 인문학적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의 변천사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상가들을 집대성했다. 곁에 두고두고 참고서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유형의 문화유산에는 그 시대의 사상적 기반 뿐만 아니라 건축의 미, 당시의 정치적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도 알아야 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각 나라마다 자신있게 자랑하는 문화유산들도 크기의 웅장함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에 담긴 다양한 역사적 관계들을 사전에 밑바탕에 깔고 보아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은 역사적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서로 마주하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왕궁은 시대에 따라 교권과 왕권이 대립하거나 상보했던 역사를 증명한다. (중략) 노트르담 대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1831년 작품 '노트르담의 꼬부'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며.." (200쪽)

 

중세 프랑스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노트르담 대성당, 몽생미셸 수도원, 생드니 대성당, 중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마르코 대성당, 산 조반니 세례당, 에티오티아의 성 기오르기스 교회,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지 등 동서양 오대륙 곳곳의 시대별 유산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시대와 동떨어진 유산들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으며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인문학은 사람을 배우는 학문이다. 사람이 무엇인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해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기초는 문, 사, 철 즉 문학, 역사, 철학이 주를 이루지만 이것들을 바탕으로 파생된 예술, 건축, 과학, 교육 등 인문학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식인 문화를 통해 좀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인문학적 소양' 이 될 것 같다. 시대의 결이 담긴 인문학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자 독자들이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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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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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동서고금을 통틀어 죽음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한 사람은 없다. 수 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정답일 수가 없다. 죽음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느낌, 고통과 슬픔처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과연 죽음이 모두 비관적이고 어두운 것일까?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서 발견한 등장 인물들의 죽음을 철학적으로 논한다. 문학 작품은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제 인물을 토대로 쓴 이야기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제목만 보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봤을 14개의 문학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독자들에게 새롭게 많이 읽힌 <페스트>도 언급하고 있다. 흑사병이라고 하는 페스트 전염병이 오랑이라는 도시를 휩쓸 때 사람마다 취하는 태도가 달랐다. 특히 죽음이 임박해 왔을 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등장 인물마다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저자가 주목한 인물이 주인공 의사 '리외'가 아닌 시청 공무원 '그랑'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모두가 두려움과 상실감으로 하던 일들을 팽개칠 때 '그랑'은 늘 하던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청의 업무를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수행한다. 거기다가 자원봉사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정신인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비상시국에서도 해냈다. 죽음의 그늘 속에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이처럼 죽음은 사람들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게 한다

 

죽음 앞에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지금 죽어도 손해 볼 것 없는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과정 속에 느끼는 고통 외에는 그다지 아쉬움이 적을 수 있다. 반면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죽음을 피해보고자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건강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이상해 질 수 있다. 자유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뿐일까? 명예도 권력도 주어지는 것이지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죽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누가 죽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 가능할까? 물론 자살, 자발적 죽음 등은 예외로 치고.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을 아실 것이다. 짐승보다 못하게 죽어간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적과 같이 그는 살아남았다.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매일 생각했다' 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이 그를 죽음에서 살려낸 것이다. 육체적 고통, 정신적 혼란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사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깨달은 바를 발전시켜 그는 '의미치료'라는 로고테라피 의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생텍쥐베리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위대한 죽음이라고 칭송한다. 왜 그럴까? 생텍쥐베리는 작가이면서 비행 조종사였다. 우편배달업무도 비행기로 했다.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을 했을 때 나흘 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구출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는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어진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은 마찬가지로 대서양을 비행 하던 중 엔진 고장으로 연락이 두절된다. 생텍쥐베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던 것은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었다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위험을 무릎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점이다. 

 

마직막으로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위해 자신을 열어 놓으라고 한다. 일명 '자발적 인질' 이 되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오던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타자의 인질로 볼 때 가능하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타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어야 인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마지막까지 환자를 돌보며 아기를 낳겠다고 결심한 30대 젊은 의사의 실제 이야기는 가슴 뭉쿨하게 한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모의 이야기는 죽음을 아름답게까지 한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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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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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 (27쪽)

 

직장인이라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주말, 휴가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학을 손꼽아 간절히 기다립니다. 번아웃이 되기 전에 간절한 쉼을 몸이 먼저 알아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에 휘몰아치듯 살아갔기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다양한 일들이 교실 속에서 일어나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와 교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어려움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학교 생활에서 수업 때문에, 업무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죠. 육아와 가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더 힘든 것처럼요.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화하면서 맘을 터 놓고 싶은데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얘기 할 대상이 마땅히 없어보입니다. 서로가 바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동료 교사도 그렇지만 교장, 교감은 대화 파트너로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마도 교장,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교무실에 붙잡히면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듣게 되고 혹이라도 하나 붙이게 되니 가능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잘 아느냐고요? 저도 작년까지 교사였기 때문에 아직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교감이 되어보니 교실 안에도 함부로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제법 편한 곳이 있다면 교무실 제 책상 주위 일뿐입니다. 괜히 행정실이라도 빼끔 들어가보면 모두 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뻘쭘해 집니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걸어다닌다는 게 운동장 주변, 건물 주변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고독해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 가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선생님이 조언해 줍니다.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요? 마음으로 공감하며 진정으로 위로해 주고 어려움 앞에 함께 고민하는 문화겠죠.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봅니다.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위로해 주는 대상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학교 안에서 누가 누구를 과연 위로해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바로 교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는 교감, 어려운 일에 앞장 서는 교감. 말은 쉬운데 실천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어려운 일을 못 본 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 듣고 마음을 같이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기존의 문화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4쪽)

 

교감이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처방전입니다. 구조화란, 자세히 분석해서 누구라도 읽기만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게 하는 과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라며 전달하거나 이 정도라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넘겨 버린다면 새로 전입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들은 난감해 할 것입니다. 소위 '눈치'가 없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의 수준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몰라요?', '아니, 관련 공문을 공람해 주었는데 못 보셨어요?', '학기 초 회의 때 얘기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지적질을 한다면 이게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전달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Z세대 교사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관계라고 합니다. 직장 문화라고 합니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것입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91쪽)

 

깊히 공감하는 내용이죠? 나는 대화를 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과연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는 두 개의 귀를 열어 잘 듣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닫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기 위해 눈에 초점을 맞추고 귀를 열어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감이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 내 교감과의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단시간 안에 갑자기 대화의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교감이라는 역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기때문입니다. 최대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합니다. 대화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감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대화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감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책임있는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기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을 읽으며 교감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위로하는 교감, 친절한 교감, 경청하는 교감말입니다! 셋 중에 하나만 실천하려고 노력해도 지금보다도 더 만족스러운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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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 조선 7인방이 고백한 교과서 밖 ‘찐’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문부일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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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역사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오랫동안 유지했던 왕조가 조선이다. 그 조선의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500년 가깝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100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어려운데 말이다.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에 나온 일곱 명의 인물들도 기록으로 남겨져 있기에 후손들이 기억하고 재평가할 수 있다. 기록되어진 것이 없었다면 언급조차 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지만, 적자생존! 기록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여러분도 늦지 않았으니 꼭 하루 하루의 일과를 기록으로 남겨 놓으시길)

 

나도 기록하면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국민학교 시절 나름 일기 숙제는 꼬박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 현재 생존해 있는 일기장은 없다. 지금처럼 블로그, 카페, SNS라도 있었다면 그 흔적들을 추적해 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일기장은 <병영일기>다. 전라남도 장성군 육군보병학교에서 O.B.C.(초급 장교과정) 과정 중에 투박한 일기장을 구입해서 가끔 썼던 일기다. 703특공연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면서도 그곳에 가끔 썼던 병영의 일상을 기록했다. 25년이 넘은 최고령 일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투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점이다. 기록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1996년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에 투입된 3개월의 경험을 기록으로 생산해 내지 못한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두번째 남아 있는 일기장은 <육아일기>다. 세 자녀를 키우면서 썼던 일기장이다. 첫째는 나름 태어나기 전부터 백일, 돌까지 꾀 썼던 것 같다. 둘째부터는 조금 시들해졌고 셋째는 가뭄에 콩나듯 정말 가끔 썼다. 아뭏든 <육아일기>도 아직 보관 중이다. 세번째 일기장은 <교사 일기>다. 초임교사 때부터 쓴 일기장인데 철 지난 업무수첩을 버리기 아까워 그곳에다가 쓰고 싶을 때만 써 내려갔던 일기다.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교감일기>가 있다. 2021년 1월부터 써 내려간 일기장이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솔직하게 적게 된다. 교감이 되기 전, 교감이 되고 나서 만나는 일상의 삶과 교직원들과의 교류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을 거칠게 써 내려갔다. 세월이 지나서 읽게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쉽게 소환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불규칙함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 날은 다운되어 속상함을 써 내려갔던 일기가 <교감일기>다.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교감일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정말 말 그대로 <교감일기>로 책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유월에 초고를 어찌어찌 겨우 넘겼다. 분량은 250쪽이다.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원고를 보시고 간간히 수정해 달라고 조르신다. 꼭지별로 수정 방향을 알려오신다. 원래 썼던 분량의 절반 이상은 날아갈 것 같다. 처음에 의도했던 방향도 굉장히 비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책 제목도, 책 목차도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출판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나로써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초짜가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아뭏든 짧은 교감 생활을 담아낸 책이 곧 있으면 출간 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족적을 남기는 역사적 일이 될 것이기에^^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뒤돌아보더라도 최고의 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위인들의 실제 모습이 조선왕조실록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 아님을 읽어낼 수 있다. 권력욕이 강했던 세종대왕, 예민하고 체력이 약했던 이순신 장군, 개혁성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었던 정조, 금수저 김정희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정말 평소에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교감 일기>도 혹시 교직원 중에 누군가가 본다면 겉으로 보이는 교감 이창수와 전혀 다른 인간 이창수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으리라.^^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개인적 성향, 성격, 사고방식, 정치적 선택 뒤에 가려진 내밀한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다. 인물에 대한 위대함은 후대에 특정한 사람에 의해 평가된 것이지 개인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면 과연 위대함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을까 싶다. 인간은 결코 위대할 수 없다! 그들의 약한 모습, 평소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로를 얻고 용기를 가진다. 강한 것은 부서지거나 끊어지지만 약한 것은 휘어질 뿐이다. <교감 일기>에는 실패와 고민 거리가 많이 적혀 있다. 약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훗날 자녀들이 고인이 된 나의 일기를 보면 아빠의 다른 모습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생각한 바를 차곡차곡 적어가는 블로그 <이창수의 서재>는 참 글쓰기가 편리하다.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빠서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종이에 쓰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SNS에 써 내려갈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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