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 1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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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조 임금 때 '금주령'이 선포되었다고 한다. '금주령' 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작가는 허구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당시 조선 영조 시기 권력의 지형을 그려내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는 오늘날도 마찬가지게지만 '돈'이 자리잡고 있다. 술을 빚어내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돈'이 움직이게 되고 그 돈은 검은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 막대한 돈을 거머쥔 권력자들은 자신의 수하에 많은 사람들을 두게 되고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한다. 드러내지 않고 숨은 곳에서 검은 돈을 모으는 일들은 지금의 조폭을 방불케 하는 검은 조직이 도맡아하게 된다. 

 

『금주령』은 검은 돈과 검은 조직을 밝혀내기 위한 영조 임금의 전력이며 어명과 국법을 신조로 삼은 소수의 정의로운 신하들이 바위에 계란 치듯 고전분투하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만간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늘 그렇지만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이 내뱉는 언행들이 가볍기 마련이다. 반면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불의에 항복하지 않고 목숨조차 아까지 않는 의인들은 말이 곧 성품이며 성품에서 빚어낸 언행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명깊게 자리 매김할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울산도호부 지역에서 산곡주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술을 빚어내는 양일엽이라는 산곡주의 당주이며 또 한 부류의 인물들은 영조 임금의 총애를 입고 검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장붕익 판서와 그와 함께 하는 금란방 의인들(강찬룡,나경환, 박영준, 이학송, 이규상)이다.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에 늘 반하기 마련이다. 혼탁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고결한 인품을 유지하며 희생이 뒤따른다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인물들에게 자신을 감정을 이입하며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투영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늘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지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데 위에서 말한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과 금란방의 대표격인 장붕익은 비참한 죽음을 당한 다는 것이 여느 소설, 영화와 큰 차이점이 있다. 악당, 권력에 빌붙어 지내는 간신배들은 역시나 소설 속에서도 떵떵거리며 산다.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요리조리 법들을 잘 피해 다니며 자신들의 부를 채워가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소설 속 분위기나 오늘날 아니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법들을 이용하며 사람들을 자신의 밑에 두어 이용한다. 소설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역사 이래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늘 욕심과 탐욕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금주령』 1권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은 끝까지 술을 빚는 비기를 감추었기에 비참한 죽음을 당해야헸고 자신이 일군 평생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야 했다. 금란방의 대표격인 장붕익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힘으로 또한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검은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모인 금란방 조직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나약하기 짝이 없게 된다. 그나마 양일엽의 아들 양상규와 그의 처가 깊은 산속으로 피신하게 되고 금란방의 이학송과 이규상은 목숨을 건지며 앞으로 어떤 반전이 일어나게 될까 단서를 남겨둔다. 

 

『금주령』 2권을 다 읽어봐야겠지만 검은 조직과 싸우는 일은 늘 힘든 일이며 권력과 재물을 탐하지 않고 소신껏 살아가는 이들은 어느 시대나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영조 임금의 금주령이 결실을 맺을까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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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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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작가의 철학과 시대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후원자 또는 권력자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종교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시기가 있었다. 당연히 당시의 그림에는 종교의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의 수장이었던 교황은 자신의 뜻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원했다. 천재 화가이자 건축가,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도 교황의 권력 아래 소위 당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림의 이면에는 돈이 뒷받침되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들은 값비싼 경우가 많았기에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훌륭한 화가라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없었다. 든든한 재정적 후원은 재력가에 의해 진행되었고 후원을 받은 화가들은 재력가가 원하는 방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져 왔던 서양 그림들의 대부분들이 화가의 철학과 소신으로 그려진 작품들보다 권력자들의 뜻에 따라 그려진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은 좀 특이하다. 화가의 시대 저항이 담겨져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트의 여왕'이라는 그림은 실제 인물을 소재로 다루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눈치 차렸겠지만 여장을 하고 있는 남자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당시 성 소수자들은 숨어야 살아야 했던 이들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당시 시대에서 버린 바가 된 이들을 작품의 소재로 등장시켰다. 여성의 성을 갖춘 이가 남성으로 살아야했던 실제 인물은 과감히 자신의 성을 드러내며 그림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미술관』에서 저자 이유리는 무심코 지나 보았던 그림 속에서 그림의 이면에 숨겨진 아픔과 편견, 불평등한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미술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기울어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주제아래 독자들에게 그림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당시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도 담겨져 있다. 선천적으로 왜소증으로 태어난 이들이 귀족들의 장난감으로 살아야했던 그림도 소개하고 있고, 멕시코인으로 태어나면서 털 복숭이로 태어난 소녀는 세계 각지로 옮겨다니며 전시장 안의 동물처럼 볼거리로 취급당해야 했던 그림도 소개하고 있다. 

 

"어머니는 오직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만 자신의 욕구도 충족되고 그녀는 아이와 나누는 것보다 더 풍성한 교우 관계를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매일같이 자녀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에만 진지하게 관심을 쏟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테레즈 베네텍의 말이다. (108쪽)

 

여자에 대해, 어머니에 대해, 모성에 대해 오랫동안 사회가 요구해 온 지배적인 생각이 있었다. 어머니, 여자에 대해 고유한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보다 아이를 위한 어머니, 가정을 위한 여자 등 필요성에 따른 존재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가부장적 요소는 아직까지 무섭게 똬리를 틀고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배러티』에서도 자녀를 돌보는 엄마는 이래야 하고, 자신의 일보다도 자녀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며 자녀가 죽게 된 이유도 엄마에게 있다라는 전제로 사건의 중심에 여자를 두고 있다는 것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선거철만 되면 돈을 쥔 자들은 출마를 준비하며 굳이 낙후된 재래시장과 쪽방촌을 찾는다" (181쪽)

 

요한 밥티스트 슈미트의 <플로트베크의 인간 조각상>을 해설하며 저자는 돈 있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자신의 대리 만족을 위하여 사람조차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낱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추석 명절 전 각종 지방신문을 보면 기초의원, 광역의원, 자치단체장들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장바구를 들고 재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들이 실린다. 왜 그럴까? 정말 서민을 위한 행보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언론에 실린 그 장면의 효과는 홍보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선하게 보이게 한다. 형식적인 모습, 일시적인 모습, 광고성 모습임에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무의식적으로 선하게 각인된다.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화가에게 그려달라고 했던 당시 재력가의 요청은 바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기울어진 미술관』을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안목의 깊이가 조금 깊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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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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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시작된 부부의 비극적인 최후

 

책 띠지에서 보는바와 같이 아마존 차트에서 연일 진기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소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출간된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저자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보여주듯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왜 그들은 각자 자녀의 죽음을 두고 오해하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야 했을까 싶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들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반전의 반전을 보게 된다.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체 이야기의 뒷 이야기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저자의 배려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주인공 '배러티'는 왜 오랫동안 뇌사 판정을 받은 식물인간의 흉내를 내며 살아야했을까? '적대적 글쓰기'라는 새로운 소설쓰기 기법을 통해 자녀를 잃은 고통과 아픔을 해소하려고 했다면 이 사실을 왜 남편 제러미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자신이 쓴 '자서전'은 단지 소설이었다고 일치감치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자녀에게 가진 모성애는 비뚤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남편 제러미가 자신이 쓴 꾸며낸 자서전을 보며 오해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배러티는 자신의 침대 아래쪽 마루 널판지 한 부분을 뜯어내 남편 제러미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숨겨둔다. 그리고 이 편지를 또 다른 주인공 로웬이 읽게 된다. 

 

배러티를 대신하여 소설을 마무리 짓고자 제러미의 집에 들어간 로웬은 배러티의 '적대적 글쓰기' 기법으로 쓴 배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며 실제 이야기인양 받아들인다. 배러티를 희대의 살인마로 여긴다. 쌍둥이 딸을 죽이고 심지어 마지막 살아남은 아들 크루도 죽일 악한 사람으로 여긴다. 로웬의 확신은 배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며 더 확신을 갖게 된다. 제러미, 로웬 모두 배러티가 쓴 '적대적 글쓰기'의 기법으로 쓴 '자서전'을 읽고 배러티를 오해하고 배러티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이런 걸까. 주인공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얽히며 돌아간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배러티를 악한 대상으로 철썩같이 믿게 하며 이야기를 읽게 만든다. 그리고 의외의 단서를 통해 모두가 판단한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단 몇 줄의 문장을 통해서. 콜린 후버라는 작가의 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이들이 뇌사 판정을 받고 식물인간으로 오랫동안 연기하며 살아간 배러티에 대해 시종일관 비난하며 지켜보다가 막판에 입을 떡 벌린 정도로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후회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반면,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라고 생각했던 제러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오히려 혼동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를 통해 가정 안에서 겪었던 고통과 아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던 배러티. 그 노력의 결실로 많은 작품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가정에서는 물질적인 부유함을 안겨주었지만 결국은 그녀의 글쓰기가 자신을 비극으로 이끄는 도구가 될 줄이야....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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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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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출판사에서 <도서관 소설집>을 펴냈다. 말 그대로 도서관을 배경으로 여러 분의 작가분들이 단편 소설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중학생, 고등학생이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아픔들을 작가의 시선에서 서술하고 있고, 그들만이 겪을 수 있는 아픔들을 사건으로 정리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도서관은 과거의 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 시대에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생활한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은 어찌보면 전혀 생뚱맞은 곳이 될 수 있을터인데 작가들은 도서관이 이 시대의 최후의 보루인것처럼 하나같이 사건의 해결장소이자 질풍노도처럼 다가온 감정의 해결창구가 도서관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싶다. 

 

"진실한 이야기가 담긴 게 책이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설령 남이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사실 누구도 그 책의 내용을 온전히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때론 그 책의 주인공들도 이해 못 할 때가 있으니까" (136쪽)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기도 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곧 내가 되기도 한다. 내가 겪었던 비슷한 사건이 읽혀질 때 공감이 되며 어떻게 감정을 지켜야 되는지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요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아니 어려워지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 사람 대하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가출할까 고민하는 작품 속 주인공도 도서관에서 결심을 돌이키며 주변의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덤덤히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책의 대표 제목이기도 한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라는 단편 소설도 친구와의 관계를 가지고자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여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도서관에 있는 책을 감춘다. 다람쥐가 겨울에 먹을 도토리를 땅 속에 감추는 것처럼. 도토리를 찾기 위해 주인공들은 서가를 보물찾기 하듯이 돌아다닌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다람쥐가 되고 다람쥐가 사는 숲이 곧 도서관이 된 셈이다. 

 

나 또한 도서관에서 알게모르게 참 많이 쉼을 얻는다. 자료를 찾기 위해 찾는 곳이 도서관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머리를 식힐 겸 찾는 곳도 도서관이다. 즐겨 찾는 분야는 아니지만 소설집을 통해 현대인들의 심리와 살아가는 삶을 살짝 엿보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 상당히 큰 도움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야기집을 꾸렸다고 해서 참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함을 참으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갔다. 현재의 이야기와 먼 미래의 종이 책의 귀함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까지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야기들 하나 하나 참 귀하고 값진 보물이라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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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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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일찍이 큰 화물선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 (108쪽)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왠지 위험스럽고 꺼려진다. MZ세대에 대한,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람마다 고정적인 관념관점이 있는데 이것이 밖으로 표출될 때 다양한 문제가 생겨난다. 『소년을 읽다』의 저자 서현숙 교사는 소년원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학생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학생은 학교 밖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치적으로 봐도 그렇다. 『한반도 특강』의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자체를 시간 벌기용이라는 지적하는 이들을 향해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김정은 정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봐야 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없을까? 동남아시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때 다산 정약용의 마음을 가진다면 어떨까? 

 

선입견 없이 문제에 집중한다. 이것이 평생을 일관한 다산의 공부 방식이었다. 

 

동남아시에 대한 선입견들을 정리해 보면 이럴 것 같다. 낯설고 위험한 지역, 뒤떨어진 문화와 기술,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 열등한 외모 등등. 그러나 인도네시아를 소개하는 책 내용 중에서 대표하는 문장을 뽑아 놓았듯이 동남아시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일찍이 큰 화물선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대략 970년 경에 말이다. 

 

"다양한 금속괴들은 금속의 함양을 일정하게 맞추는 제련과 이 과정을 거쳐 얻어낸 금속을 일정한 크기의 괴로 만드는 주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도 짐작하게 해 준다' (106쪽)

 

9세기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항해가 이루어졌고,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곤륜박이라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배가 원거리 항해 시 600명에서 700명까지 승선했다고 한다. 여기서 곤륜은 옛 인도네시아 국가명이다. 

 

캄보디아 크메르 제국은 14~15세기 아시아 최고의 대제국을 이뤄낼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었다. 벼농사를 위한 관개 시설 건축은 수 많은 노동력과 기술이 있어야 가능했다. 캄보디아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된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의 국력보다 우위에 있었고 아시아에서도 앞서가는 국가였다. 

 

"1966년 박정희 정부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와 공동으로 통일벼라는 새 품종을 개발했다" (113쪽)

 

박정희 정부 때는 우리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자 기술이 필요했었는데 손을 내밀었던 나라가 필리핀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결코 필리핀을 위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개한 국가들이 아니었음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동남아시아를 선입견으로 바라볼까?

 

역사적 사료를 보면 '조공'이라는 문구에 대한 선입견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조공을 일방적인 헌납으로 오해하는 대중적 선입견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보다 문명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느냐 생각을 가지게 한 것 같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풍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중계무역은 동남아시아를 원료의 창구로만 인식하게끔 했다. 유럽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대부분이 향신료를 첨가한 식재료였는데 값비싼 향신료의 출처가 바로 동남아시아였던 것이다. 무력으로 식민 통치를 하며 원주민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습관을 송두리째 바꾼 유럽 열강들의 폭력에 동남아시아는 고스란히 피해를 보아야했다. 이러한 아픔의 역사까지 담아낸 책이 『키워드 동남아』다. 

 

『키워드 동남아』를 통해 동남아를 단순히 관광을 즐길 목적의 여행지가 아닌 동남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 역사, 정치 등 배워야 할 동남아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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