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네시아는 일찍이 큰 화물선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 (108쪽)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왠지 위험스럽고 꺼려진다. MZ세대에 대한,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람마다 고정적인 관념관점이 있는데 이것이 밖으로 표출될 때 다양한 문제가 생겨난다. 『소년을 읽다』의 저자 서현숙 교사는 소년원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학생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학생은 학교 밖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치적으로 봐도 그렇다. 『한반도 특강』의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자체를 시간 벌기용이라는 지적하는 이들을 향해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김정은 정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봐야 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없을까? 동남아시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때 다산 정약용의 마음을 가진다면 어떨까? 

 

선입견 없이 문제에 집중한다. 이것이 평생을 일관한 다산의 공부 방식이었다. 

 

동남아시에 대한 선입견들을 정리해 보면 이럴 것 같다. 낯설고 위험한 지역, 뒤떨어진 문화와 기술,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 열등한 외모 등등. 그러나 인도네시아를 소개하는 책 내용 중에서 대표하는 문장을 뽑아 놓았듯이 동남아시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일찍이 큰 화물선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대략 970년 경에 말이다. 

 

"다양한 금속괴들은 금속의 함양을 일정하게 맞추는 제련과 이 과정을 거쳐 얻어낸 금속을 일정한 크기의 괴로 만드는 주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도 짐작하게 해 준다' (106쪽)

 

9세기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항해가 이루어졌고,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곤륜박이라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배가 원거리 항해 시 600명에서 700명까지 승선했다고 한다. 여기서 곤륜은 옛 인도네시아 국가명이다. 

 

캄보디아 크메르 제국은 14~15세기 아시아 최고의 대제국을 이뤄낼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었다. 벼농사를 위한 관개 시설 건축은 수 많은 노동력과 기술이 있어야 가능했다. 캄보디아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된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의 국력보다 우위에 있었고 아시아에서도 앞서가는 국가였다. 

 

"1966년 박정희 정부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와 공동으로 통일벼라는 새 품종을 개발했다" (113쪽)

 

박정희 정부 때는 우리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자 기술이 필요했었는데 손을 내밀었던 나라가 필리핀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결코 필리핀을 위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개한 국가들이 아니었음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동남아시아를 선입견으로 바라볼까?

 

역사적 사료를 보면 '조공'이라는 문구에 대한 선입견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조공을 일방적인 헌납으로 오해하는 대중적 선입견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보다 문명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느냐 생각을 가지게 한 것 같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풍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중계무역은 동남아시아를 원료의 창구로만 인식하게끔 했다. 유럽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대부분이 향신료를 첨가한 식재료였는데 값비싼 향신료의 출처가 바로 동남아시아였던 것이다. 무력으로 식민 통치를 하며 원주민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습관을 송두리째 바꾼 유럽 열강들의 폭력에 동남아시아는 고스란히 피해를 보아야했다. 이러한 아픔의 역사까지 담아낸 책이 『키워드 동남아』다. 

 

『키워드 동남아』를 통해 동남아를 단순히 관광을 즐길 목적의 여행지가 아닌 동남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 역사, 정치 등 배워야 할 동남아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