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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김미순.성예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평점 :
코로나 이전이다. 2020년 여름, 나는 친한 친구들과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오고자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몇 년전부터 경비를 모으기 시작했고, 몇 번의 딜레이 끝에 어렵게 잡힌 일정이라 모두 기대하며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행에 필요한 적정인원이 모집 되지 않았다고. 아쉽지만 뒷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 여행사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뢰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이집트>는 코로나 발생 직전에 두 모녀가 이집트로 다녀온 여행기다.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시점에서 두 모녀의 이집트 여행기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이야기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만으로도 설레이고 기대가 되는 것이 팬데믹을 맞이한 우리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1쇄(2020.12.28) 이후 2쇄(2021.1.18)를 찍어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지금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와 딸일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부분 이렇게 휴가로 외국을 다녀오던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여행 다녀왔다고 해서 특별히 책을 내려고 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찍은 사진들을 모아 두거나 여행지에서 남긴 일기나 기록들을 수첩에 정리해 놓거나할 뿐이다. 그런데 위 두 모녀는 남다르다. 사진과 글을 모아 이집트 여행의 처음과 끝을 기록하여 자신감 있게 내 놓았다. 이집트 여행을 계획 중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쓰는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한 것이 될 때 큰 빛을 바라게 된다. 자신에게는 소소한 것이지만 남에게는 의외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여행을 다녀온 뒤 출판을 시도해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이유는 낯선 세계와 인물을 만나기 위함이다"
저자(김미순, 성예현)는 이집트에서 낯선 세계를 만나고 낯선 인물들을 만난다. 이집트에 도착한 첫 날 호텔 예약인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는 호텔 직원과의 만남은 놀람을 떠나 충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꼼꼼하게 예약확인서를 출력해 왔기에 사실대조 후 정상적으로 묻을 수 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숙박하는 것도 모험이자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이집트의 대표음식 코샤리(한화로 2천원)를 눈으로 보았을 때와 직접 맛을 보았을 때는 현격히 차이가 있음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 모스크에 들어갈 때도 남자가 들어가는 문과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다르고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규율은 현지에 가봐야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처럼 이집트의 재래시장도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디가나 정찰제는 형식일 뿐 제대로 물건을 사는 것은 손해 보는 일임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충고해 준다. 무려 정가에 8분의 1 정도는 깍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집트에 다녀온 사람의 생생한 팁이다. 죽은 자들의 천국인 이집트 박물관은 10만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1인당 120파운드지만 국제 학생증을 발급해 가면 반값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한다.
이집트하면 수수께끼같은 피라미드, 사막에 뚝 하니 건설된 거대한 신전, 지하무덤, 왕들의 사후를 위한 장제전이 떠오른다. 위대한 건축물을 통해 당시 이집트의 건축학과 천문학의 발달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경주 신라 왕실의 무덤이 도굴꾼에 의해 각종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도난당했듯이 이집트의 무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단, 투탕카멘 무덤은 노동자들이 무덤 위에 오두막을 만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 그곳이 무덤인 줄 몰랐기에 도둘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외 무덤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에 의해 도굴이 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왕들의 무덤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무려 20여년이 걸렸다고한다.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 2020, 달꽃>에서 인용된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 말처럼 지금은 낯선 풍경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대신 '새로운 시선'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나의 움직임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밀집된 장소는 절제해야 하며, 대신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시선을 새롭게 한다면 낯선 곳 이상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정여행가 임영신 작가는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니라 방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희망을 여행하라, 소나무, 임영신 이혜영>. 그 이유는 관광객은 단지 즐기고 스쳐가는 사람이지만 방문자는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공동체와 지역을 알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 주변만 제한적으로 다닐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이웃들, 지역의 사람들, 공동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