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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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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음악가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힘들 땐 식물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 식물을 키우며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직접 키우고 있는 식물을 <반려식물>이라고 칭한다. 그는 손수 키운 식물들의 성장을 세심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백일기념 촬영하듯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책 속 정갈한 사진은 그가 직접 찍은 소박한 결과물들이다. 이제는 음악가이기보다 책 쓰는 저자로 유명할 듯 싶다.

 

누구나 위로 받기를 원하는 대상이 있다. 점점 반려동물을 찾거나 저자처럼 반려식물을 대상 삼기도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먼저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은 오래간다. 대상이 내뱉은 말과 표정, 눈총과 행동이 가시처럼 깊히 박히면 때로는 평생 기억된다. 반려식물은 정직하다. 관심을 주는대로 쑥쑥 자란다. 결코 등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 내팽기지 않는 이상 먼저 외면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 때 식물을 통해 위로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싶다. 집집마다 식물 한 포기 없는 집이 없다. 다육이, 난 화분, 베란다에 작은 상자에 심은 상추와 같이 모두가 본능적으로 식물을 찾게 된다. 필요에 의해서 찾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사랑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다 그렇다.


여행을 가더라도 자신에게 관심이 가는 분야를 찾아가는 매니아들이 있다. 책 매니아들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도서관> 방문을 빼먹지 않는다. 저자 임이랑님은 가드너답게 국내외 할 것 없이 가는 곳마다 스케줄을 내어 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나선다. 제주도에 가면 <여미지 식물원>, 월령리 선인장 마을을 찾아 간다.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수직 정원>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담양에 가면 <죽녹원>을 들른다. 공연이 있어 가는 곳이지만  반드시 틈을 내어 식물을 보러 간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식물 매니아들이라면 꼭 찾아가는 곳들을 놓치지 않는다. 취미활동을 넘어 자신의 삶을 정화시키고 삶을 돌아보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다. 분주한 도시의 일상 삶을 내려놓고 식물들과 얘기 좀 건네려는 내면의 만남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전문가일수는 없다. 초보자로 시작했지만 사랑과 관심을 쏟다보면 어느새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저자 임이랑님이 그런 타입이다. 무턱대고 식물을 키운답시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는 식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다. 살아 있을 때는 예쁘지만 시들고 병들면 지저분해지는 것이 생명체다. 식물의 특성을 모르면 죽일 수 밖에 없다. 물과 친하지 않는 식물에게 습한 환경을 계속 유지하면 뿌리부터 썩는다. 식물의 고유한 습성을 모르면 살인(?) 을 저지르고 만다.

 

사람 관계다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어 똑같이 대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물도 제각각 특징이 있다. 물을 그다지 반가지 않는 식물이 있다. 햇빛도 마찬가지다. 기온에 따라 자라는 식물이 다르듯이 사는 곳마다 식물의 생태 리듬이 다르다. 가드너들은 식물의 원 서식지의 특징을 파악하여 최대한 자라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간다. 뿌리 한 포기 심었는데 봄 날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은 구근 식물의 특징이다. 죽어가는 뿌리 한 조각을 우습게 보고 내팽겨 버린다면 결코 꽃을 볼 수 없다. 가드너의 관심 여부에 따라 식물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식물만 그럴까. 세상사 살다보면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 병들고 아파하고 시름시름하는 것은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하나같다. 어린 아이들을 다루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드너의 심정을 지녀야 한다. 이파리 한 장 한 장 빛깔을 보며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일조량과 수분 공급을 위해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 잊지 않고 메모해 두듯이 어린 아이들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 심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자라겠지라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물 주고, 햇빛 비춰주고, 적당한 기온으로 맞춰 줘야 쑥쑥 자라듯이 어린 아이들일수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힘든 순간에 <반려식물>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식물도 살기 위해 애쓰는데. 꽃을 피워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데. 힘들고 답답할 때 곁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된다. 저자에게는 <반려식물>이 곧 친구다. 아침마다 눈 떴을 때 미세하게 자라난 식물을 볼 때 희열을 경험한다고 한다. 흙 속 파묻힌 씨앗이 숨을 쉬기 위해 조그만한 구멍을 흙 속에서 낼 때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연두색 머리를 쏙 내밀더니 어느 색 잎을 활짝 펴내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고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고 말한다.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독자를 향한 저자의 고백이기도 하다. 괴로운 사람들에게 <반려식물>을 가까이 해 보라고 권한다.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반려식물이다. <반려식물>과 함께라면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사람과의 관계까 힘들때 생명을 지키려는 그들의 움트는 모습을 보라고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힘든가요? 곁에 있는 식물에게 말을 건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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