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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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삶이 최고의 감사 조건이다!

 

바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다보면 순간 잊어 먹는게 있다. 건강의 소중함. 아파보면 절실히 느끼는 것도 건강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병원 방문도 쉽지 않지만 병원에 가 보면 병실에 환자들이 빼곡히 가득차 있는 모습을 본다. 접수 창구에도 가족들과 함께 온 환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병원 문턱에만 가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도 많나 싶은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큰 감사의 조건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또 다시 일상의 삶을 살면 건강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는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소한 일들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불평 불만한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정말 아전인수격이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만해도 감사해야지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금방 시무룩해지고 직장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존심이 상했다며 실룻 삐쳐있고. 정말 말이 안 되는 풍경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오늘 아침도 시간에 쫓기어 출근하고 퇴근해서 가족들 저녁 챙기고 밤이면 피곤해서 곯아 떨어지는 삶. 이런 삶이 지겹다고 혹시 원망하거나 불평하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는 책을 펼쳐보면 일상의 삶이 무미 건조하다고 불평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서른 두살에 아이 둘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워킹 맘이 갑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화학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을 솔직히 기록한 책이다. 그렇다고 우울하고 비극적인 책이 아니라 저자 특유의 삶을 살아가는 유쾌함이 묻어 있는 책이다. 누구나 암 진단을 받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가슴에 혹이 생긴 것 같다는 시골 동네 의원의 진단을 받고 설마하는 생각으로 큰 병원에 검사를 의뢰한 저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유방암. 내 몸 속에 암 덩어리가 존재함을 아는 순간,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얼굴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가고 각종 화학치료로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진 민머리의 자신의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한다. 심지어 관 속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 엄마를 잃고 한 없이 울고 있는 아이들, 그 와중에도 혹시나 아내를 저 세상에 보내고 남편이 재혼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자신의 웃픈 모습도 떠올려 보았다고 한다.

 

암 진단 후 절망에 가까운 하루 하루를 뜬 눈으로 보낸 저자. 한 줄기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살고 싶은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림프로 전이되지 않고 예쁘게 암을 자라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가족들과 환호하고 치료 과정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호전되고 있다는 말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저자의 모습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힘내라고 응원하게 되었다.

 

아픈 와중에도 자녀 걱정하는 걸 보면 세상의 엄마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자신의 몸 조차도 돌 볼 힘이 없을텐데도 자녀의 졸업식에는 꼭 참여하여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 주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거질 수 밖에 없었다. 여자들에게 유방암은 열명에 한 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암이라고 하지만 막상 내 가족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이 클 것 같다. 유방암과 싸우면서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완치해야겠다는 각오가 담긴 평범한 워킹맘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 하루의 삶을 감사하며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삶을 유지토록 하는 건강함이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손모아 감사하게 하는 책이다. 가족들과 함께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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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마틸다 우즈 지음, 아누스카 아예푸스 그림, 김래경 옮김 / 양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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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보니토 씨는 안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닌 게 뻔히 보여. 하지만 알베르토, 넌 내가 평생을 알고 지냈는데도 항상 좋은 사람이었어. 설령 클라라 말이 사실이라 해도 난 알아. 네가 아이를 숨겼다면 분명히 거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무슨 일이나 어떤 사람한테서 아이를 보호하는 것일 테지. 어느 쪽인지 난 몰라도 말이야" (214쪽)

 

마법의 도시 알로라에 감염병이 돈다. 팬데믹 코로나19처럼. 아니, 중세 유럽 인구의 절반의 목숨을 빼앗아 간 흑사병처럼. 목덜미에 반점이 생기면 감염이 된 증세다. 흑사병처럼 쥐에 의해서 생긴 병이다. 정체불명인 감염병으로 주인공 중의 한 명이 관 짜는 노인 '알베르토'의 가족 모두 죽게 된다. 평화로웠던 가족에게 예고없이 어둠의 그림자가 들어 닥친 것이다. 알로라에 많은 사람이 죽자 관이 필요하게 되었고, 아마도 알베르토는 그때부터 관 짜는 일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30년 동안 홀로 집 안에 틀어박혀 관 짜는 일만 하던 알베르토에게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젊은 여인이 시체가 되어 알베르토 집에 운송되어 온다. 나중에 알 게 된 사실이지만 주인공 '티토' 의 엄마다. 악명 높은 남편의 가혹한 행위를 피해 아들과 함께 알로라에 오게 된 여인은 굶주림과 고통 속에 어린 아들 '티토'를 남겨두고 추운 겨울, 죽음을 맞이한다. 마을 사람들에 의해 시체로 발견된 여인을 통해 알베르토는 소년 '티토'와 그의 단짝 친구 '피아' 새를 만나게 된다. 언제 아빠가 나를 잡으로 오게 될 줄 모르는 공포 속에 살아온 티토는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보여 지는 모든 것들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알베르토의 집을 알게 되고, 그러다가 알베르토의 집에 정착하게 된다.

 

도망간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잡기 위해 경비대장인 보니토가 알로라에 등장한다. 폭군처럼. 아들을 잡기 위해 온 마을을 이 잡듯이 수색하다가 결국 알베르토의 집을 의심하게 된다. 첫 번째 수색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웃집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고발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을 때, 알베르토와 티토는 소설 속 마법의 도시 '이솔라'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다. 자정을 기해 닥치게 될 보니토의 습격을 앞두고 영원히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엄마의 무덤 앞에 가서 예쁜 꽃을 놓아 두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시체를 담아 놓을 관을 배로 사용하여 '이솔라'로 항해해 간다. 알로라에 알베르토 집에 급습한 보니토와 그의 휘하 기마부대는 한 발 늦은 셈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그래도 이곳에 누운 엄마 말고, 여기 오기 전 엄마를 떠올려 봐. 미소 짓거나 웃는 엄마, 밤에 너를 재워 주던 엄마를 생각하는 거야. 슬픔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아도 더 행복한 일이 기억날 거야" (73)

 

가족을 잃은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관 짜는 노인 알베르토도 하루 아침에 아내와 세 자녀를 모두 잃었다. 30년 넘게 그 아픔을 간직한 체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집 안에서 시체를 담아 내는 관을 짠다. 밤낮으로 대화하는 사람은 '시체' 밖에 없다.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대꾸한다. 그러기를 30년 세월 동안 해 온다. 그러다가 엄마를 잃은 소년 '티토'를 만난다.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된 티토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아픔을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도 이곳에(묘지)에 누운 엄마 말고, 여기 오기 전 엄마를 떠올려바'. 알베르토도 30년 전에 죽은 세 자녀가 쓰던 방에 자녀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책을 고스란히 놓아 두었다. 죽기 전의 자녀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은 2021년 4월 16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아이들이 끝내 돌아 오지 못한 날이기도 하다. 자녀를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이웃의 삶을 돌보는 것이 바로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생면부지의 어린 소년 '티토'를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알베르토의 모습을 통해 이웃의 삶을 돌보는 것이 곧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임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참고고 관을 짤 때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업하기 쉽고 금방 썩지 않는 재목이 '미루나무' 관이라고 한다. 관 짜는 노인 알베르토가 독자들에게 팁으로 알려준다. 책에는 신기한 색이 나온다. 책 시작 부분에 보면 '위대한 화가 주세페 베르니체가 피네스트라 자매 집 지붕을 표현할 때' 쓰던 색이다. 도대체 지붕색이 얼마나 특별할까? '눈부신 노른자' 색이다. 이 색은 '공작새 깃털에 박힌 눈알 무늬를 으깨서 만든 색깔' 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기한 새들이 마을에 돌아다니는데 새의 울음소리도 특이하다. '피롱' 한다고 한다. 마법의 도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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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 세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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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잊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책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빨간색 지하철 앞에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빨간색 지하철에는 은하수 물결이 하얀색 테두리 무늬로 되어 있고, 출근 길 지하철 역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물다. 아니 두 사람밖에 없다.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는 한 중년의 남성이 정년 퇴직을 기념하는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갑자가 쓰러지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뇌졸중이다. 중년의 남성은 종합 무역회사 중역이며 명예롭게 정년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고 평범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날만 남아 있는 사람이다.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뇌사 판정을 받는다. 의식은 살아 있으나 외부인이 보았을 땐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중환자실에 안치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중년의 남성은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과거의 기억에 가물가물한 자신의 삶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상대방이 누군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왠지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가 드러나며 잊어된 기억이 되살아 난다. 사실 중년의 남성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일본의 전쟁 후 태어난 전후 1세대다. 그의 출생에는 큰 비밀이 있다. 책의 마지막에 비밀이 밝혀진다. 그의 생모는 15살 어린 소녀다. 전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전쟁 고아다. 이리 저리 떠돌다가 원치 않은 아이를 베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겨울이 지나간 세계>의 주인공 중년의 남성이다. 부모도 모르고 자신이 언제 태어난 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고아원에서 줄곧 자라나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독지가를 만나 대학을 다니고 그러다가 가족을 이룬다. 그의 아내도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잊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상처를 잊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잊어야지만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가족들에게 밝히지 않아야 떳떳할 수 있다고 여긴다. 철저히 감춰야 하고 죽는 순간까지 알려져서는 안 되는 특급 비밀이다. 그런데 그는 뇌졸중을 통해 뇌사 상태에 빠진 뒤에야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 책 표지에 나온 바로 그 지하철 안이다. 15살 생모는 그를 키울 자신이 없어 지하철 좌석에 놔두고 내린다.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만난 이름모를 여인들은 그의 생모이기도 하다.

 

저자는 <겨울이 지나간 세계>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상처가 없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잊고 싶은 기억들이 없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기억조차 하기 싫은 쓰라린 추억을 간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특히, 전쟁통에 수 많은 사람들이 불에 타 죽고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결코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꺼내고 싶지 않고 무덤까지 숨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저자는 말 못할 상처와 아픔을 지닌 독자들에게 상처는 끄집어 내야 한다고,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해주는 듯 싶다.

 

나에게도 말 못한 과거의 비밀이 있다.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아내 말고는 모른다. 아니, 아내도 아주 깊숙한 곳의 비밀은 자세히 알 지 못한다. 덮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나에게는 자양분이 되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천이 되었다. 아픔과 상처를 들어주는 사람, 함께 공감해 주는 사람, 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겨울이 지나간 세계> 에는 따뜻한 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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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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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우주를 삼킨 소년>은 이주민 문제,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서 빚어지는 가족간의 갈등, 부모의 이혼, 사회에 두루 만연되어 있는 마약 밀수 등 어둠 속에서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부모의 이혼과 마약 투약으로 인해 돌봄의 기능이 와해 되었을 때 부모 대신 따뜻한 이웃이 그 역할을 대체하며 그 가운데에서 아픔과 어둠을 전환시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미래의 소망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동질감과 함께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춰 주고 있다.

 

주인공 엘리 벨은 희대의 탈옥범 아서 슬림 할리데이의 양육을 받으면서 자라난다. 70대 노인이자 탈옥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은 그 누구보다도 탁월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오스트레일리아도 교도소 환경만큼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와 단절되어 있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두어 놓은 곳이라 인권 유린과 고문, 학대가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 특히 아서 슬림 할리데이는 극악범으로 분류되어 나치수용소에서 볼 수 있을법한 가혹한 고문을 당하면서 실낱같은 생명줄을 붙여잡고 생명을 이어가다 탈옥한다. 엘리 벨과 할리데이와의 관계는 부모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엘리 벨이 시련을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해 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관계로 전개된다. 

 

마약 문제로 인해 골치가 아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마약의 중간 단계로 베트남 이주민들이 등장한다. 어느 사회에서든 이주민들이 은근히 차별받으며 사회에 정착하기가 힘든 구조가 사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인 통로이기보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덤벼드는 일이다. 가장 손쉽게 마약상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이주민들이다. 베트남 이주민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엘리 벨 엄마도 마약에 빠져들며 가정이 깨어지고 어려움에 직면한다. 어린 소년이 지켜보고만 있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감행해 간다. 엘리 벨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형이 있다. 허공에 다가가 글을 쓰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형이지만 항상 곁에서 돌보며 서로를 의지한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다. 이런 광고가 문득 떠 오른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급식은 할 수 없다" 배고픈 것은 둘째치고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가야 하는 시기에 깨어진 가정, 고통에 빠진 가정 속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할 짐은 버거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어야 하고, 학교는 따뜻한 돌봄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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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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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배우, 시 콘서트로 라디오를 여는 연기자, 남 모르게 섬김을 실천하는 탤런트로 알려진 정애리님의 시와 그림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삶을 공개한 포토 시집이다.

 

난소암 판정과 치료 과정 속에서 깊이를 더해 가는 삶을 배우고 있으며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고해 받치는 삶의 메아리다. 촬영 스케줄으로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붉게 물든 석양의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고백할 수 있는 저자의 삶은 한 편의 시 그 자체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담쟁이를 보며 시를 읊을 수 있다면 그 삶이 곧 축복된 삶이 아닐까하는 저자의 고백에 공감한다.

 

귀촌해온 저자의 오빠가 일하다 벗어 놓은 빨간 장갑을 널어 놓은 것도 놓치지 않고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둔다. 가족애가 듬뿍 담긴 시에 어울리게 사진을 배치하고, 평범하게 바라보았던 자연 풍경도 그날 그날 느낌이 닿는대로 사진을 찍고 생각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코로나19로 인해 갑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작년에는 유난히도 휴대폰을 손에 붙들고 살아갔다. 저자의 말마따나 고개를 살짝 올려다보면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왜 그토록 고개를 푹 박고 작은 창, 휴대폰에 달린 화면에 쫓기며 살았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확진자 수 증가로 수업이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바뀌고, 밀집도 완화에 따라 3분의 1 유지, 3분의 2 유지가 토요일, 일요일 TV를 통해 공개되면 그때부터 학교 관계자들의 휴대폰은 불이 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히 공개한다고 주말을 이용해 발표를 했지만, 나머지 뒷수습은 학교 현장 관계자들이다.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교직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카톡으로 전송하고, 답하고. 급식과 통학버스, 수업과 비상연락망, 긴급돌봄 같은 필수적인 부분들은 오로지 학교의 몫. 이런 일들이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수시로 이뤄지다보니 주말에는 휴대폰이 불나도록 글을 쓰고, 답했던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저자의 시선에는 심상으로 다가오나보다. 나무에 새겨진 옹이를 보며 견디는 힘을 묵상하고 내성을 기를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저자. 가치지기 한 소나무의 처량한 모습을 보며 행여나 자신에게도 남아 있는 욕심, 고집 등을 가지쳐 버리겠다고 벼리는 저자의 결심이 이 책을 모두 독자들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주한 일상의 삶에서 잠시 호흡을 멈추고 이 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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