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니까... 음. .2000년 말에 제대했고, 아 2001년. 

2001년 봄 제대하고 다시찾은 야구장은 여전했고 야구장을 같이 다니던 초.중 친구들은 아직 군대에 있을 때였다. 할 수 없이 혼자 야구장에 다니던 시절, 사람이 그리웠고 그래서 다음 카페 오비 베어스 팬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다음 베어스 동호회는 같이 모여 응원도 했는데 나의 목적은 야구장 친구 만들기였기에 온라인에서 미리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덧글도 남기도 ㅎㅎ 

어느 날, 운영자로부터의 메세지
운영자: 엄태형님도 잠실와서 같이 응원해요 얼굴 한 번 봐요~
엄태형: 그럴까요...ㅎㅎ 그럼 어디로 가면 되나요?
운영자: 1루 외야에 오시면 사람들 많이 있어요. 다들 엄태형님 보고 싶어해요 꼭 나오세요~
엄태형: 네^^ 곰돌이님 일요일날 뵐께요~~ 

그리고 일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잠실 야구장은 여느 때보다 설래었고 곰돌이님, 미친곰님, 흑곰님,등등여러 곰들을 만날 마음에 살짝 긴장도 되었다.(참신한 닉네임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1루 외야에 사이좋게 앉아 있었고 나는 쭈뼜쭈뼛 그들 틈에 가서 착한 표정으로 곰돌이 님을 찾았다.
"혹시 곰돌이님이세요"  "아닌데요.."  "혹시 곰돌이님이세요?"  '아니요....어떻게 오셨는데요?"  
"아 네.. 인터넷 보고 응원하러 왔거든요... 운영자님이 오라고~", "아~ 야! 경수야 이리와봐 너 찾아오셨데~"  음.....곰돌이님 이름이 경수구나~. 난 살짝 기가 죽어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었지만 먹을껀 꼬박꼬박 줬고 난 주는 맥주랑 안주만 축내면서 보릿자루처럼 구석에서 응원을 했다.

예상과는 다른 냉대를 받았지만 그래도 경수라는 친구가 챙겨줘서 그럭저럭 함께 응원을 했고 오비는 그날 극적인 역적승을 했다. 승리의 여운을 즐기고자 찾아간 뒷풀이 장소에서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사람들:경수야 친구 좀 소개시켜 줘봐~ 
운영자:친구 아닌데요?
엄태형:저...... 엄태형이라고..합니다. 이름도 엄태형이고요~ 오늘 오기로했었는데,저기(경수를 보며) 곰돌이님하고 연락도 했었어요.
사람들:곰돌이? 곰돌이가 누구야? 경수야 너보고 곰돌이래~~ㅋㅋ
운영자:어떻게 오셨어요?
엄테형: 다음카페...
운영자:우리는 싸이월드 동호횐데, 다음동호회는 저희 뒤에 있었어요.
사람들:하하하 반가워요^^
엄태형:...........

그렇게 난 곰돌이님을 버렸다. 곰돌이님이 기다렸을 텐데... 

경수도 보고 싶다. 알고 보니 한 동네 사는 친구라 나중에는 같이 캐치 볼도 하고 야구장도 가고 했었지....
경수랑, 곰돌이님은 아직도 외야를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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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7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0-0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싸이월드 카페.
그 냉대를 잘도 참아내셨네요!!

근데,, 차좋아님 아디는 무슨 곰돌이었어여?
베어즈 응원 카페는 다들 곰돌이군요. 저라면 마녀곰돌이? 큭큭,,
그러나 저희집 팬더를 위해서 롯데를 응원하리니~

차좋아 2010-10-07 23:01   좋아요 0 | URL
제 아이디는 엄태형이었어요 ㅋㅋ 그냥 이름 썼었어요.

다들 곰돌이었던건 제 기억에 그런거고 사실 기억하나도 안나요 ㅋㅋ
곰이 많았던건 분명하고요^^
 

열 살, 열한 살 아마 그즈음  

사진첩에서 발견한 오비 베어스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아기인 나.
그때 내가 오비 베어스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는 유독 해태 타이거즈의 팬이 많았는데, 오비는 유독 해태에 약했었다. 아니다 해태는 모든 팀에 강했었고 오비는 모든팀이 만만히 봤던 시절이었다.
삼미의 후신 태평양과 함께 오비는 약체의 대명사였던 시절. 해태의 모든 게임은 한국 야구사의 전설로 기록될 참이었으니...

선동렬(투수)이라는 걸출한 천재 투수와 김성한(1루수), 한대화(3루수), 장채근(포수).. 대강 떠올려도 화려하다. 이호성, 이종범, 조계현... 해태가 국가대표였던 시절이다.
반면, 나의 오비 베어스는 김형석(여기저기)신경식(1루수), 김태형(포수)그리고 박철순(투수)

지금봐도 비교되는 라인업.. 그나마 주전을 언급했는데 오비 팬이아니면 기억도 못할 김태형

그래도 나에겐 멍개같이 생긴 천재투수보다 불사조 골골 투수 박철순이 더 멋있었고,
오리 궁둥이 흔들며 홈런 뻥뻥 치는 김성한보다 긴다리로 겅충겅충 달리는 신경식이 폼났고
역시 어떤 와일드 피칭도 막아낸다는 만능 포수 장채근보다 3할은 커녕 2할 5푼만 해도 성공인 수비형 포수 김태형이 좋았다. 이름도 멋진 김태형.  
 
마지막으로 야구장에 간 건 05년도인가? 우동수 트리오가 활약하던 마지막해 쯤인걸로 기억하는데 심정수를 현금 트레이드했다고 팬들이 난리치던 해였다.  
프랜차이즈스타 팔아먹는 두산이 싫어 야구장을 떠난다는 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난 그것 때문은 아니고 살다보니까....  

싸이월드 '베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잠실 구장 1루 외야에서 모일까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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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10-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태 해태 타이거즈팬(모해팬),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

우리 언니가 위에 거명한 해태 타이거즈 선수 중 누군가와 혼사가 오간 적이 있어요. 잘되었으면 형부가 되실뻔한 그분이 어느 날 저녁을 사주신다고 언니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저를 부르셨는데..... 약속 장소에 갔더니, 야구선수 28명이 있더군요.

고기집이었는데, 아....고기가 어디로 들어갔는지...그때 싸인볼도 받고, 유니폼도 받고 했는데, 자랑했다가 남자 동기들에게 뺏기고 T.T
전설이 되신 그분의 싸인볼 하나와 또 전설이 되신 그분의 배트는 오빠에게 강탈당하고!

혼사는 물건너 갔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해태 타이거즈를, 이제는 기아 타이거즈를 외칩니다. 언니만 빼고!^^

차좋아 2010-10-07 15:36   좋아요 0 | URL
정말 야구볼때 기 많이 죽었어요.
잠실에가도 오비 팬보다 해태팬이 더 많았고 중계방송도 해태경기만해주고...
그래서 전 오비랑 해태가 라이벌이라 착각했지요 ㅋㅋ 오비 경기는 해태랑 붙어야 볼 수 있었거든요.

야구 페이퍼 두 개 섰는데 해태 이야기가 나오는거랑 오비 이야기만 하는거랑 반응이 차이가 나네요...음...역시 해태는 ~~~


차좋아 2010-10-07 17:02   좋아요 0 | URL
느낌에 조계현 같은데 배트가 있다하시니...
조계현이 데뷔를 오비전에서 했어요.
오비의 신인 이 진과 해태의 조계현, 신인 투수 맞대결. 해설 하일성ㅋ 전년도 꼴지인 오비가 우선 지명권을 가지고도 조계현을 버리고 이 진을 선택했을 정도로 당시에 이 진에게 기대가 컸었구요. 하지만 조계현이그날 이겼고 이 후에도 대단했죠. 이 진은 뭐 그냥~~.
저는 그 날도 매우 슬펐습니다 ㅎㅎ
초등학교 때였는데 기억이 생생하네요.
나중에 조계현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해서 제가 잠간 응원하기도 했어요 ㅋㅋ


sslmo 2010-10-0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고님 댓글 트랙백 해서 왔는데...반갑습니다.

저도 모태 OB팬이었죠.
잘 나가던 박 철순이 집 칸수를 줄이며 살겠다고 한 것도 알고,
박노준에 광분하며 쫒아다니기도 했구요.

모태 해태 광팬인 남편을 만나...전향을 한 케이스구요.
베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아마 모일 겁니다여~^^

차좋아 2010-10-07 15:17   좋아요 0 | URL
아 오비 팬이셨구나 ㅎㅎ
박노준도 참 인기 많았는데 ㅋㅋ 저는 김태형을 제일 좋아했어요. 놀랍게도 얼굴도 닮았습니다 ㅎㅎ

아이 전향을 하시면 안되죠~~ ㅋㅋㅋ

paviana 2010-10-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태광팬이고요.기아가 아니고요.ㅎㅎ
그래도 원년 어린이 멤버였던 정 때문에 해태 담으로 오비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오비 잠바 가지고 있는게 큰 벼슬이었잖아요.

무적 엘지싫어요. 서울 오비 화튕입니다.ㅎㅎ
오늘도 오비가 이겨야 될텐데요.ㅎㅎ

차좋아 2010-10-07 15:26   좋아요 0 | URL
제 어릴 적 친구들 거의 해태 팬이었어요.
그 때 해태를 좋아하던 친구들 실업농구는 기아를 좋아했지요 ㅎㅎ 기아는 또 농구의 최강 팀.

같은 서울인데도 엘지랑 오비는 참 분위기가 다르지요?
엘지 참 얄밉게 잘했는데 ㅋㅋㅋ 선수들도 잘생기고 질투 좀 했었어요 ㅋㅋ

저도 어린이 회원이었습니다.
95년도인가 우승할 때 평생회원에도 가입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모르겠네요 ~~^^

마녀고양이 2010-10-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철순 투수 때문에 참 마음 많이 아팠죠. ㅠㅠ
많이 생각납니다. 아직도 그렇지만, 야구팀에 대한 정체성을 찾지 못 하야
그해의 멋진 팀들에 마음이 끌리곤 하는데, 첫해의 박철순 투수 너무 좋았죠.

복귀하고 나서도, 완전하게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에 참... 속상했더랬습니다.

차좋아 2010-10-07 23:14   좋아요 0 | URL
82년이 기억이 나시는구나~~ 전 공부를(?) 해서 웬만치는 알지요 ㅋㅋ
박철순 좀 멋잇고, 잘 못해서 항상 아쉬웠고, 원년의 영광을 팬도 구단도 본인도 잊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95년 오비가 두번째 우승할때 마지막7차전 경기 말미에 팬들이 갑자기 박철순을 연호했고 그 중요한 경기에 큰 점수의 리드도 아니었는데 김인식 감독은 박철순을 등판 준비 시키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날뻔했어요.
진짜 박철순을 등판 시킬까봐 겁도 났거든요. 간 큰 김인식 감독은 팬들과 박철순 선수를 위해 결국 등판 시키더라고요. 한 이닝을 던졌는데 얼마나 겁이 나던지... 테레비전을 보면서 정말 마음 졸였지요. ㅎ
다행히 무실점으로 한 이닝 책임지고 내려오는 노 선수가 기억이 나네요.
정말 멋진 경기였어요 ㅎㅎ
 
주홍 글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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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터가 주홍글자를 가슴에 수 놓아 다니는 모습은 어느 순간 마을 사람들의 눈에 익게 되었고 맹목적으로 헤스터를 증오하는 시선도 거두어졌다. 

헤스터는 싸우지 않았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지도 이웃의 폭력에 항거하지도 않았다.
따가운 시선에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묵묵히 하루 하루를 살았다. 스스로를 가여워하며 사람들에게 동정을 구하지도, 자기변호를 하지도 않았다. 부정한 낙인을 가슴에 새긴 채 주홍 글자를 증오하는 사람들을 이웃 삼아 지냈을 뿐이다.
세상이 헤스테에게 준 것은 무자비한 폭력이었지만 헤스터는 원망도 자기연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힘든이들을 돕기까지한다.
헤스터의 선행은 세상에 진 빚을 갚으려는 부채의식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주홍들자와는 별개인 헤스터 삶의 일부일 뿐이다. 물론 선행은 헤스터를 더욱 가치있게 보여주지만 세상의 편견을 극복한 건 헤스터의 인고의 삶을 통해서였다.  

토지의 한복이가 생각났다.
거복이의 동생 한복이는 살인자의 아들로 마을에서 쫒겨나다시피 외가로 피해가지만 곧 돌아와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 한복이가 생각났다.  
제 잘못도 아닌 일로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야하는 처지. 
부모의 죄를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인간세상의 편견은 가혹한 것인었다. 
한복의 형 거복은 이름마저 바꾸고 새 곳에서 새 생활을 했고 그렇게 김두수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거복은 세상에서 잊혀져야할 이름이었던 것이다.
반면 연좌죄라는 부채의 상속을 피하지 않고 고향에 돌아가 정착한 이한복은 숱한 멸시와 천대를 받아내며 살아가고 결국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주홍글자를 마을 사람들의 의식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인 이한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복이와 헤스터는 대중에게 용서 받기 위해 애쓴게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고자, 자기를 잃지 않으려고 힘겨운 싸움을 했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폭력은 적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적은 윤리라는 세상의 질서였다. 질서에 순응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폭력을 묵묵히 견뎌 냄으로서 윤리라는 거대한 질서의 흐름에서 자기를 지킬수 있었던 헤스터라는 이름의 주홍글자를 품은 여인과 살인자의 아들 이한복.

그들은 질서(시스템)에 맞서 싸운 것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자를 읽으며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헤스터라는 여인이 도덕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토지의 이한복이 떠올렸다.  

주홍글자를 처음 읽었을 땐 헤스터의 기구한 운명과 유약한 목사의 고뇌에 대해서 생각했었지...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독후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읽은 책이었는데 난데없이 이한복이라니... 뜬금없지만 이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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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홍글자-책부족의 9월 독후감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10-10 19:09 
    책 부족의 독후감 동우님 : http://blog.daum.net/hun0207/13291046 호호야님: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419 향편님 : http://blog.aladin.co.kr/761379144/4163974 굿바이..
 
 
멜라니아 2010-10-0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은 토지를 읽지 못한 저로서는 가끔씩 만나는
대하소설 독자에게 한없이 기가 죽습니다
한복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있었군요, 그 책에 말이에요.
책읽기의 재미란 바로 이 세계의 어떤 사람과
저 세계의 어떤 사람과의 삶의 모양을 비교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향편님께서 바로 그 재미를 느끼셨네요
소설의주인공이 여자이다 보니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할 것 같았는데
이 소설은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사람으로서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어
여성이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귀함을 먼저 이야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번 테스도 여성이었지만, 그의 생래적인 힘에 매력이 있었던 것 처럼
헤스터도 약한 여자의 몸으로
강한 인간을 보여줬던 인물이었죠
청교도의 이데올로기보다는 기독교가 전하고자 한 사랑에 대한 믿음과 의리가
더 굳건했던 여자 헤스터는,
기구한 사람이라는 건 표피 뿐이고
유약한 남자들을 더욱 더 못난 사람이라는 걸 밝혀 주는 인물이었다고
다 읽지 못한 독자는 짐작하고 있습지요.

책을 다 읽지 않았을 때
또는 독후감을 쓰지 못하였을 때
다른 이의 독후감을 읽지 않으려는 풍토가
우리 부족민에게 있는 듯하여 ㅎㅎㅎ
저는 그걸 과감이 깨고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닌 주절주절 토를 달고 갑니다
그래도 괜찮지요?

차좋아 2010-10-05 10:16   좋아요 0 | URL
<주홍글자>라는 책 전반에 대한 리뷰를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나는데로 쉽게 쓰다보니 토지의 이한복과 헤스터를 비교하는 페이퍼가 되고 말았어요.
그래도 괜찮지요?(형식은 없는거지요?ㅎㅎ)

세상사람이 모두 한 소설을 읽었을리 만무한데... 무릅쓰고 토지의 이한복을 언급한 건 '드라마를 통해 모두 봤을꺼야~' 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이나 드라마로 했더라구요^^
좀 부끄러워요 다 알거라 단정짓고 이야기 했다는 게...

작년에 토지 모임을 했었는데 그 여운이 많이 남아서인지 간간히 토지의 인물들을 떠올리곤 해요. ㅎㅎ


청교도적인 삶이 나쁜것만은 아니겠지만 그것만이 옳은 가치라는 확신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테스도 그랬지만, 헤스터도 자기만의 매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여인이였습니다. 테스도 헤스터도 너무 귀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면 목사는(이름이 생각안나요~) 밉기도하고 동정도 가고 불쌍도 하고 그래요. 헤스터가 별난거지 목사야 말로 노력하는 보통의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헤스터 같은 이가 있을까요? 저는 있을 것 같아요.
주변에 많은 헤스터가 조용히 숨죽여 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 미안해집니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 사람인 것 같아서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떠오르는 책이네요.
고등학교 때 엄청나게 울고 분노했던 책입니다. ㅠㅠ
너무 힘들었어요, 읽으면서. 두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

차좋아 2010-10-05 10:3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지막에 통쾌하지 않았어요? ㅎㅎ
악마 같은 자식의 뜻대로 되지 않았잖아요.ㅎ 비록 헤피엔딩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래도 분하네요. 헤스터랑 목사랑 도망 잘 가서 아들.딸 하나 씩 더 놓고 그냥저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말이에요 ㅎㅎ
그랬으면 덜 분하고 울지도 않았을테고...
그래서 말인데 정말 멋진 결말이었어요. 헤스터에겐 미안하지만 말이에요^^

다시 읽을만 하던네요^^

동우 2010-10-05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경리가 어디선가 쓴 글을 읽은적 있습니다. '토지'의 등장인물중 천생의 악인이 있다면 조준구와 임이네와 김두수라던가...

한복이의 삶, 샐인죄인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마 결코 그 고장 평사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치욕의 삶을 극복해 내는.
그렇군요, 향편님.
분홍글자를 가슴에 새긴채 결코 보스톤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운명을 극복하는 헤스터 프린..
부당한 관념이 지배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정신.

다른 점이 있다면, 한복이는 자신이 죄인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에서 결코 벗어날수 없었지만, 헤스터 프린은 애시당초 자신이 죄인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었지요.
내게는 뉴일글란드의 청교도, 그 종교적 야만성이 그래서 더욱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차좋아 2010-10-05 10:58   좋아요 0 | URL
살인죄인의 아들과 간통한 여인...
어느순간 제가 한복 혹은 헤스터의 입장에 좋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도 김두수처럼 떠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떠나면서 모든 탓을 세상으로 돌리겠지요.. 헤스터처럼 한복이처럼은 못 살거 같아요. 그냥 이름을 버릴 것 같아요.

헤스터 프린이 붙잡고있었던 건 사랑이겠죠? 펄에 대한 사랑, 목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웃마저도.. 미움이 없는 헤스터. 배워야 할 모습이지만 자신없음입니다.

조준구,임이네,김두수...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상황이 나쁘다해도 저들을 따라하기 힘들거 같아요.
헤스터와 같기 힘든 것 처럼요. 비범한 인물들입니다.ㅎㅎ

멜라니아 2010-10-0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daum.net/namu-dal/15961784

여기 보실래요?

토깽이민정 2010-10-09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밌다.

나는 주홍글씨 얘기하면서 용이와 월선이 얘기했는데. (좋은 예로 들면서)
이 글 읽다보니 이한복이를 떠올릴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
이한복의 그 우직함이 안쓰러우면서도 좋았던것 같아. 벌써 십년도 더 전에 읽었던 거라 나는 가물가물하지만 말야.

도덕이라는 이름의 폭력도 되지만,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편히 살자고 만들어 놓은 사회윤리를 자의대로 해석하는 것 역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헤스터를 보면서는 마음편히 읽어지지가 않았던 것 같아. 한복이같은 우직함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말이야.

내가 너무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어.
가끔 여기서라도 사는 얘기 읽으니 좋다.
같이 하자고 하기 잘했어~

차좋아 2010-10-09 14:45   좋아요 0 | URL
십년도 더 전에 읽었는데도 잘만 기억하네...ㅋㅋ
같이 하자 해 놓고 왜 숙제 안해 응?? (멜라니아님 잘했죠?ㅋㅋ)

나 헤스터 보면서 생각 많이했어. 살면서 너무 많이 설명하는거 아닌가하고 말야. 헤스터는 삶을 말로 설명 하지 않더라고, 그냥 삶으로써 보여줄뿐...
난 서럽고, 억울해서 그렇게 못하는데 헤스터는 그냥 살더라고.
그렇게 묵묵히 살면 누가 봐줄까 싶어. 헤스터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그렇게 산 건 아니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면으론 존경스럽더라 ㅎ

여자들은 주홍글자 읽으면서 화내는 분위기.ㅋㅋ


멜라니아 2010-10-10 19: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토깽이민정이 미국간 민정이 맞구나.

민정이는 야단 안 쳐도 저 스스로 제발저리는 아이라서
그냥 두면 숙제 다 해요 ㅋㅋㅋ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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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구덩이에 갇힌 남자는 자신이 감금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탈출을 시도해 보지만 탈출은 고사하고 모래를 퍼내는 노역에 협조하지 않으면 물과 음식도 공급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남자는 결국 모래구덩이에 사는 여자와 함께 모래를 퍼올리고 부락 사람들은 그제서야 물을 공급한다.



   
  마신 물이 그대로 땀이되어 뿜어져 나왔다.-p118-  
 
   


물은 생명이었다. 마신 물이 그대로 땀이되어 뿜어져 나온다니...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저 한 문장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생명수의 공급은 오직 남자의 굴복이 조건이었다   

곤충 채집이 취미인 남자는 모래땅에 사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모래 마을을 찾아왔다.
모든 생명이 사라지는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변종을 찾기 위해서였다.

날이 저물고 부락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기숙을 한 곳은 깊은 모래 구멍 속 여인이 혼자 살고 있는 외딴 집이었다. 남자는 그렇게 감금되었고 모래 구멍 속에서 여인과 모래 퍼내기를 강요 받는다. 다른 강제 수단은 없다. 물을 주지 않을 뿐이다. 
 

사구에 갇힌 남자는 거칠게 항의도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도 한다.함께 있는 여인은 듣기만한다. 모래의 여인은 건장한 남자와의 생활이 반갑다. 여자는 사실만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이곳에선 아무도 나갈 수 없어요'   

모래의 마을에 오기 전 남자는 학교선생으로서 문명화된 세상의 일원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던 남자는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잊혀진다.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모래 구멍에서 살아가야한다. 살 수 없는 모래 속에서의 생존... 남자가 찾으려 했던 모래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벌레. 

남자는 모래 속에서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니 되고 말았다. 스스로 깨닿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기가 찾으려던 그 벌레가 된 것이다. 





   
  문명화의 정도는 피부의 청결도에 비례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만약 혼이 있다면, 틀림없이 피부에 깃들여 있을 것이다.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하고 깃털처럼 부드러운 혼의 붕대......  -p118-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발버둥과는 별개로 남자는 한 모금 생명수를 얻어마시면서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한 모금의 물과 최소한의 음식... 그리고 벗어나겠다는 무모한 희망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조건들이다. 남자는 아직 탈출을 꿈꾼다.  

현실에 순응한 듯 모래를 퍼내며 마을의 지형을 여자와의 대화를 통해 익히고 탈출을 계획하는 남자. 남자는 탈출을 시도하고, 실패한다. 

남자는 여전히 탈출을 꿈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미 세상에서 잊혀진 그 남자는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서 희망을 꿈꾼다. 돌아가는 것. 현실에서도 잊고 있었던 혹은 없었던 그 희망이 남자에게 생긴 것이다. 지루한 일상의 현실을 벗어나서 보니 유토피아는 자신이 벗어나길 바랐던 그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자 남자는 적응을 했다. 모래구멍이라는 작은 세계, 남자는 새로운 현실을 인정하고 세상이라는 새로운 이데아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까마귀 사냥을 계획하고 까마귀를 잡기 위해 모래 구멍 속에서 또 다른 모래 구멍(덫)을 설치한다. 그 덫에 까마귀는 잡히지 않았지만 우연히 발견되는 물!! 
남자에게 또 다른 희망이 생기게 된다. 모래 덫 속에 물이 고인것이다! 남자는 이제 물은 만들 수 있다. 
남자는 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은 생명이다.  
남자는 저수장치 개발에 힘쓴다.  한 모금의 신선한 물을 만든 남자는 어느 날 4리터의 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더 큰 계획의 저수 장치를 꿈꾼다.

부락 사람들이 모래 퍼올리는 작업을 마치고 새끼줄 사다리를 치우지 않은 채 부락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탈출을 할 수 있었다. 이데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남자에게 희망은 탈출이 아니었다. 남자는 새로운 현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환상의 꿈을 버린다. 아니 환상의 꿈은 환상으로 남겨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외부의 힘에 의해 길들여진 것인가?
남자는 새로운 환경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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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래의 여자-책부족 9월 독후감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10-07 16:32 
    책부족의 독후감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48 호호야님 향편님 : http://blog.aladin.co.kr/761379144/4163971 굿바이님 ; http://blog.aladin.co.kr/goodbye/4172306..
  2. 모래의 여자- 9월의 독후감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10-07 16:49 
    책부족의 독후감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48 호호야님 향편님 : http://blog.aladin.co.kr/761379144/4163971 굿바이님 ; http://blog.aladin.co.kr/goodbye/4172306..
 
 
멜라니아 2010-10-0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남자의 희망이라고 하셨나요?
물이 곧 희망사항이었다가 희망의 조짐을 스스로 발견한 자의 대견함을
높이 사셨네요.
저는 아직 독후감 쓰기 전이지만,
계속 이 모래의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희망이라고 하는 것의 처절한 실패를 먼저 보았는데
향편님의 독후감을 보니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9월 독후감은 동우님과 향편님의 독후감 성적이 제대로 좋은 데 반해
여성 부족민들의( 저를 포함해서)
성적이 지리멸렬, 이것을 대부분 여성 부족들이
추석의 며느리증후군 영향이라고 강변하고 있사오니
남성 부족민들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십사고,
여성 부족대표로 말씀 드립니다.

저도 곧 쓰려고 하는 모래의 여자.
그러나 아직 못 읽은 주홍글자, 다시 잘 읽고 써 봐서
다시 방문해 딴지라도 걸어 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감사한 독후감 읽기였습니다

차좋아 2010-10-05 11:07   좋아요 0 | URL
네 재밌게 읽었어요.
적실한 묘사라할까요.. 과장되지않은 사실적 설명과 절제된 묘사가 오히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정말 긴박한 상황인데 문체느 ㄴ담담하고... 남자의 절망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도 도망칠라햐면 막 응원도 하게 되고 ㅋㅋ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걸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가 있더라고요.

멜라니아님 차례상 보고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우리집에선 그렇게 안하거든요. 그냥 평소보다 맛있는거 많이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마냥 좋아요 ㅎㅎㅎ
고생 많으셨겠어요.

9월엔 두 권이라 겁 먹고 좀 서둘렀더니 마음이 편합니다.ㅋㅋ
이제 롤리타 읽어야겠어요^^(사실 이것도 지난 달에 읽었어요 하하하)

마녀고양이 2010-10-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데요, 리뷰.
그리고 주제 자체가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차좋아 2010-10-05 11:11   좋아요 0 | URL
네 ! 정말 재밌었습니다. 시간 여유되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하지만 마녀고양이님은 너무 바쁘셔서 ㅎㅎㅎ
맨날 공부만 하는 마녀고양이님께는 책 읽어보시라 추천도 쉽지 않네요 ㅎ

그리고 주제는 여러가지로 읽힐 수 있는 소설 같아요. 책 뒤 해설에 실종에 대한 책이라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제가 좀 긍정적으로 읽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동우 2010-10-05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의 글 속에서 아베 코보의 섬세한 문장과 감각적인 묘사의 대목들이 확 떠오릅니다.
'모래의 여자'의 에로티시즘도 확 끼쳐 옵니다.

희망는 절망이고, 환상의 꿈은 현실의 꿈.
모래 밖 세계의 일상의 자질구레한 것들.
"없다고 곤란해질 일은 저혀 없다. 환상의 벽돌을 듬성듬성 쌓아올린 환상의 탑이다. 하기야 없어서는 안될 것들 뿐이라면, 현실은 슬쩍 손도 댈수 없는 위험한 유리 세공품이 되어버린다....요컨대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그러니까 모드들 무의미핟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집에 캠퍼스의 중심을 두는 것이다."

그렇지요? 향편님.
모래구덩이 안에 캠퍼스의 중심을 둔들 무엇이 다르리까. 하하

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의 띠.
향편님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사실이며 관념, 물질이며 추상, 요강이며 푸른 점..이라는 모호하고 몽로한 그런 느낌으로 읽었었지요. 쓸쓸하게.

차좋아 2010-10-05 12:07   좋아요 0 | URL
네 전혀 다르지 않게 보였어요. 모래 구덩이나 집이나...

남자는 자신이 지키고 있던 모든것이 유의미하다 생각했었겠지만, 막상 간절히 바란것은 있을 수 없는 벌레였어요. 자기를 둘러산 것들의 무의미함을 암시하는 것 같아요.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내녀온 모래구멍에서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에 다시 의미를 찾았겠지만 그곳을 나가 다시 세상에 합류하게 되는 순간 다시 모든 것은 일상이도고 별 의미를 찾지 못하겠지요.

남자는 아빠였고 남편이었고 선생님이었는데 그가 실종 되었지만 세상을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그의 자리는 누군가가 대신하겠지요.
어저면 세상은 더 잘 돌아갈지도 모르고 그는 추억 속에서 사람들에게 더 가치있는 존재가 될 지도 모르고요.
쓸쓸해집니다. 저 역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모두들 무의미함을 알면서 자기 집에 캠퍼스의 중심을 두겠지요? 저는 무의미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 들 때...저 역시 그래도 집입니다. 저는 집이 모래 구멍인가봐요^^


굿바이 2010-10-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새로운 환경에 주인이 되었다,라는 마지막 말 어딘지 낯익지만 또 어딘지 낯설기도 합니다. 향편님은 물이라는 매체에서 많을 걸 읽어내신 듯 합니다. 희망까지도 말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 물이 오히려 청산가리보다 더한 무엇으로 보였습니다.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체제처럼 읽혔다고 할까요.
물론, 어느 공간과 어느 시간, 또 어떤 사람들이 진짜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모래 구멍이 그가 떠나온 현실보다 우월하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모래 속의 삶 또한 비참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노동은 노동으로 극복된다는 책 속의 문장처럼, 어쩌면 비참함은 비참함으로 극복되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뭔가 극복하는게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면 말입니다. 저는 참 그게 안됩니다.


차좋아 2010-10-06 15:08   좋아요 0 | URL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물은 그 사람을 길들이는 수단이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어떤 종도 물을 통제당하면 순응할 수 밖에 없겠네요.
지금 세상에서 대입하면 돈도 그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는 듯 싶고요.

네 저는 희망에 대해 썼어요.ㅎ
이 소설은 희망을 이야기 하고있다가 아니라, 비참하기 때문에 희망을 꿈꾼다 가 정확한 거 같아요.
바라는 바가 분명하기에 희망도 있는 법이고 보면 희망을 꿈꾸는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남자는 꿈꾸어야 하기에 탈출하려 했지 희구하는 목적이 없었던 건 아닐가 생각이 들어요. 막연한 동경. 그게 꿈인거죠.
꿈의 실현은 꿈에서 깨어남과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거 같아요

모래 속의 삶은 비참하죠.. 모래 퍼내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없는...
현실과 마찬가지 그냥 하는일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

사실 어디가 더 비참하고, 덜 비참하고는 중요하게 안 봤어요.
그냥.. 실종되고 나서야(책 말미에) 밝혀지는 우리가 남자라 불렀던 그 남자.
그 남자는 이미 실종되기 전에 실종된거나 다름 없어요.ㅎ
정작 실종되자 사람들이 찾았으니 아이러니 같기도하고...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책 읽다보면 사람들을 계속 알게 되는데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건, 새로운 생각 하나를 더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과 책은 거기서 거기, 나도 모르게 갇혀버린 인식의 틀을 깨고 나오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결국 새 사람을 만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갖춘 사람을 만나길 바라고, 새로운 책을 읽으려 해도 이미 알고 있는 내 상식 안에서 수용가능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게 된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낮선 이론, 반反휴머니즘.
다소 익숙치 않아 매혹 됐고 그간 내가(내가?) 세워 놓은 논리체계는 살짝 금이 가 버렸다.
존 그레이, 대단하다..쓰고이~~

하하 쓰고이가 리뷰냐? 쓰고 보니 우습다만, 저게 지금의 내 독후감讀後感이다.

사실을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 새롭지는 않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을 책모임 한답시고 빡시게 읽었었고,
이해는 못하지만, 노장사상이 왠지 그럴듯해서 가끔 썰풀때 써먹기도 하고,
교회는 다니지만 지적설계론 보다는 자연선택론이 논리적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휴머니즘은 착각이고 편견이라는 주장의 철학자의 말은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익숙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대단하다.. 감탄했던 이유는 처음 듣는 놀라운 가설이라서가 아니라 거칠고 공격적인 주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혀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의하면서도 급진적 주장에 반감이 생기는 내가 말이다(예:ㄱㄱ항)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없어! 유전자 조합에 불과한 인간 따위 개미와 다를바 없다구!!', 라고 열변하는 존 그레이의 주장에서 나는 인간애를 느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반反휴머니즘을 부르짖는 철학자에게서 느낀 인간애란 인간만이 아닌 모든 것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저자의 태도 때문이다.

   
  휴머니즘을 믿는다는 것은 다양한 생명체와 풍부한 생태계를 가진 지구가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다.p84  
   

저자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이용해 인간의 지적,기술적 진보가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낳고있는지 소개하고 변증하고있다. 가끔은 가혹하다.하지만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견해가 일부 다르더라도 존중할만한 철학자다.
어찌보면 이미 내 좌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동해 버렸나..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급진적 사고의 소유자와의 만남은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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