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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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터가 주홍글자를 가슴에 수 놓아 다니는 모습은 어느 순간 마을 사람들의 눈에 익게 되었고 맹목적으로 헤스터를 증오하는 시선도 거두어졌다. 

헤스터는 싸우지 않았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지도 이웃의 폭력에 항거하지도 않았다.
따가운 시선에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묵묵히 하루 하루를 살았다. 스스로를 가여워하며 사람들에게 동정을 구하지도, 자기변호를 하지도 않았다. 부정한 낙인을 가슴에 새긴 채 주홍 글자를 증오하는 사람들을 이웃 삼아 지냈을 뿐이다.
세상이 헤스테에게 준 것은 무자비한 폭력이었지만 헤스터는 원망도 자기연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힘든이들을 돕기까지한다.
헤스터의 선행은 세상에 진 빚을 갚으려는 부채의식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주홍들자와는 별개인 헤스터 삶의 일부일 뿐이다. 물론 선행은 헤스터를 더욱 가치있게 보여주지만 세상의 편견을 극복한 건 헤스터의 인고의 삶을 통해서였다.  

토지의 한복이가 생각났다.
거복이의 동생 한복이는 살인자의 아들로 마을에서 쫒겨나다시피 외가로 피해가지만 곧 돌아와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 한복이가 생각났다.  
제 잘못도 아닌 일로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야하는 처지. 
부모의 죄를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인간세상의 편견은 가혹한 것인었다. 
한복의 형 거복은 이름마저 바꾸고 새 곳에서 새 생활을 했고 그렇게 김두수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거복은 세상에서 잊혀져야할 이름이었던 것이다.
반면 연좌죄라는 부채의 상속을 피하지 않고 고향에 돌아가 정착한 이한복은 숱한 멸시와 천대를 받아내며 살아가고 결국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주홍글자를 마을 사람들의 의식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인 이한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복이와 헤스터는 대중에게 용서 받기 위해 애쓴게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고자, 자기를 잃지 않으려고 힘겨운 싸움을 했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폭력은 적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적은 윤리라는 세상의 질서였다. 질서에 순응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폭력을 묵묵히 견뎌 냄으로서 윤리라는 거대한 질서의 흐름에서 자기를 지킬수 있었던 헤스터라는 이름의 주홍글자를 품은 여인과 살인자의 아들 이한복.

그들은 질서(시스템)에 맞서 싸운 것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자를 읽으며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헤스터라는 여인이 도덕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토지의 이한복이 떠올렸다.  

주홍글자를 처음 읽었을 땐 헤스터의 기구한 운명과 유약한 목사의 고뇌에 대해서 생각했었지...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독후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읽은 책이었는데 난데없이 이한복이라니... 뜬금없지만 이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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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홍글자-책부족의 9월 독후감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10-10 19:09 
    책 부족의 독후감 동우님 : http://blog.daum.net/hun0207/13291046 호호야님: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419 향편님 : http://blog.aladin.co.kr/761379144/4163974 굿바이..
 
 
멜라니아 2010-10-0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은 토지를 읽지 못한 저로서는 가끔씩 만나는
대하소설 독자에게 한없이 기가 죽습니다
한복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있었군요, 그 책에 말이에요.
책읽기의 재미란 바로 이 세계의 어떤 사람과
저 세계의 어떤 사람과의 삶의 모양을 비교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향편님께서 바로 그 재미를 느끼셨네요
소설의주인공이 여자이다 보니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할 것 같았는데
이 소설은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사람으로서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어
여성이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귀함을 먼저 이야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번 테스도 여성이었지만, 그의 생래적인 힘에 매력이 있었던 것 처럼
헤스터도 약한 여자의 몸으로
강한 인간을 보여줬던 인물이었죠
청교도의 이데올로기보다는 기독교가 전하고자 한 사랑에 대한 믿음과 의리가
더 굳건했던 여자 헤스터는,
기구한 사람이라는 건 표피 뿐이고
유약한 남자들을 더욱 더 못난 사람이라는 걸 밝혀 주는 인물이었다고
다 읽지 못한 독자는 짐작하고 있습지요.

책을 다 읽지 않았을 때
또는 독후감을 쓰지 못하였을 때
다른 이의 독후감을 읽지 않으려는 풍토가
우리 부족민에게 있는 듯하여 ㅎㅎㅎ
저는 그걸 과감이 깨고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닌 주절주절 토를 달고 갑니다
그래도 괜찮지요?

차좋아 2010-10-05 10:16   좋아요 0 | URL
<주홍글자>라는 책 전반에 대한 리뷰를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나는데로 쉽게 쓰다보니 토지의 이한복과 헤스터를 비교하는 페이퍼가 되고 말았어요.
그래도 괜찮지요?(형식은 없는거지요?ㅎㅎ)

세상사람이 모두 한 소설을 읽었을리 만무한데... 무릅쓰고 토지의 이한복을 언급한 건 '드라마를 통해 모두 봤을꺼야~' 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이나 드라마로 했더라구요^^
좀 부끄러워요 다 알거라 단정짓고 이야기 했다는 게...

작년에 토지 모임을 했었는데 그 여운이 많이 남아서인지 간간히 토지의 인물들을 떠올리곤 해요. ㅎㅎ


청교도적인 삶이 나쁜것만은 아니겠지만 그것만이 옳은 가치라는 확신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테스도 그랬지만, 헤스터도 자기만의 매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여인이였습니다. 테스도 헤스터도 너무 귀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면 목사는(이름이 생각안나요~) 밉기도하고 동정도 가고 불쌍도 하고 그래요. 헤스터가 별난거지 목사야 말로 노력하는 보통의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헤스터 같은 이가 있을까요? 저는 있을 것 같아요.
주변에 많은 헤스터가 조용히 숨죽여 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 미안해집니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 사람인 것 같아서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떠오르는 책이네요.
고등학교 때 엄청나게 울고 분노했던 책입니다. ㅠㅠ
너무 힘들었어요, 읽으면서. 두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

차좋아 2010-10-05 10:3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지막에 통쾌하지 않았어요? ㅎㅎ
악마 같은 자식의 뜻대로 되지 않았잖아요.ㅎ 비록 헤피엔딩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래도 분하네요. 헤스터랑 목사랑 도망 잘 가서 아들.딸 하나 씩 더 놓고 그냥저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말이에요 ㅎㅎ
그랬으면 덜 분하고 울지도 않았을테고...
그래서 말인데 정말 멋진 결말이었어요. 헤스터에겐 미안하지만 말이에요^^

다시 읽을만 하던네요^^

동우 2010-10-05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경리가 어디선가 쓴 글을 읽은적 있습니다. '토지'의 등장인물중 천생의 악인이 있다면 조준구와 임이네와 김두수라던가...

한복이의 삶, 샐인죄인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마 결코 그 고장 평사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치욕의 삶을 극복해 내는.
그렇군요, 향편님.
분홍글자를 가슴에 새긴채 결코 보스톤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운명을 극복하는 헤스터 프린..
부당한 관념이 지배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정신.

다른 점이 있다면, 한복이는 자신이 죄인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에서 결코 벗어날수 없었지만, 헤스터 프린은 애시당초 자신이 죄인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었지요.
내게는 뉴일글란드의 청교도, 그 종교적 야만성이 그래서 더욱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차좋아 2010-10-05 10:58   좋아요 0 | URL
살인죄인의 아들과 간통한 여인...
어느순간 제가 한복 혹은 헤스터의 입장에 좋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도 김두수처럼 떠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떠나면서 모든 탓을 세상으로 돌리겠지요.. 헤스터처럼 한복이처럼은 못 살거 같아요. 그냥 이름을 버릴 것 같아요.

헤스터 프린이 붙잡고있었던 건 사랑이겠죠? 펄에 대한 사랑, 목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웃마저도.. 미움이 없는 헤스터. 배워야 할 모습이지만 자신없음입니다.

조준구,임이네,김두수...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상황이 나쁘다해도 저들을 따라하기 힘들거 같아요.
헤스터와 같기 힘든 것 처럼요. 비범한 인물들입니다.ㅎㅎ

멜라니아 2010-10-0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daum.net/namu-dal/15961784

여기 보실래요?

토깽이민정 2010-10-09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밌다.

나는 주홍글씨 얘기하면서 용이와 월선이 얘기했는데. (좋은 예로 들면서)
이 글 읽다보니 이한복이를 떠올릴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
이한복의 그 우직함이 안쓰러우면서도 좋았던것 같아. 벌써 십년도 더 전에 읽었던 거라 나는 가물가물하지만 말야.

도덕이라는 이름의 폭력도 되지만,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편히 살자고 만들어 놓은 사회윤리를 자의대로 해석하는 것 역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헤스터를 보면서는 마음편히 읽어지지가 않았던 것 같아. 한복이같은 우직함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말이야.

내가 너무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어.
가끔 여기서라도 사는 얘기 읽으니 좋다.
같이 하자고 하기 잘했어~

차좋아 2010-10-09 14:45   좋아요 0 | URL
십년도 더 전에 읽었는데도 잘만 기억하네...ㅋㅋ
같이 하자 해 놓고 왜 숙제 안해 응?? (멜라니아님 잘했죠?ㅋㅋ)

나 헤스터 보면서 생각 많이했어. 살면서 너무 많이 설명하는거 아닌가하고 말야. 헤스터는 삶을 말로 설명 하지 않더라고, 그냥 삶으로써 보여줄뿐...
난 서럽고, 억울해서 그렇게 못하는데 헤스터는 그냥 살더라고.
그렇게 묵묵히 살면 누가 봐줄까 싶어. 헤스터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그렇게 산 건 아니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면으론 존경스럽더라 ㅎ

여자들은 주홍글자 읽으면서 화내는 분위기.ㅋㅋ


멜라니아 2010-10-10 19: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토깽이민정이 미국간 민정이 맞구나.

민정이는 야단 안 쳐도 저 스스로 제발저리는 아이라서
그냥 두면 숙제 다 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