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열한 살 아마 그즈음
사진첩에서 발견한 오비 베어스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아기인 나.
그때 내가 오비 베어스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는 유독 해태 타이거즈의 팬이 많았는데, 오비는 유독 해태에 약했었다. 아니다 해태는 모든 팀에 강했었고 오비는 모든팀이 만만히 봤던 시절이었다.
삼미의 후신 태평양과 함께 오비는 약체의 대명사였던 시절. 해태의 모든 게임은 한국 야구사의 전설로 기록될 참이었으니...
선동렬(투수)이라는 걸출한 천재 투수와 김성한(1루수), 한대화(3루수), 장채근(포수).. 대강 떠올려도 화려하다. 이호성, 이종범, 조계현... 해태가 국가대표였던 시절이다.
반면, 나의 오비 베어스는 김형석(여기저기)신경식(1루수), 김태형(포수)그리고 박철순(투수)
지금봐도 비교되는 라인업.. 그나마 주전을 언급했는데 오비 팬이아니면 기억도 못할 김태형
그래도 나에겐 멍개같이 생긴 천재투수보다 불사조 골골 투수 박철순이 더 멋있었고,
오리 궁둥이 흔들며 홈런 뻥뻥 치는 김성한보다 긴다리로 겅충겅충 달리는 신경식이 폼났고
역시 어떤 와일드 피칭도 막아낸다는 만능 포수 장채근보다 3할은 커녕 2할 5푼만 해도 성공인 수비형 포수 김태형이 좋았다. 이름도 멋진 김태형.
마지막으로 야구장에 간 건 05년도인가? 우동수 트리오가 활약하던 마지막해 쯤인걸로 기억하는데 심정수를 현금 트레이드했다고 팬들이 난리치던 해였다.
프랜차이즈스타 팔아먹는 두산이 싫어 야구장을 떠난다는 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난 그것 때문은 아니고 살다보니까....
싸이월드 '베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잠실 구장 1루 외야에서 모일까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