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래의 여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모래 구덩이에 갇힌 남자는 자신이 감금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탈출을 시도해 보지만 탈출은 고사하고 모래를 퍼내는 노역에 협조하지 않으면 물과 음식도 공급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남자는 결국 모래구덩이에 사는 여자와 함께 모래를 퍼올리고 부락 사람들은 그제서야 물을 공급한다.
|
|
|
|
마신 물이 그대로 땀이되어 뿜어져 나왔다.-p118-
|
|
|
|
|
물은 생명이었다. 마신 물이 그대로 땀이되어 뿜어져 나온다니...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저 한 문장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생명수의 공급은 오직 남자의 굴복이 조건이었다
곤충 채집이 취미인 남자는 모래땅에 사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모래 마을을 찾아왔다.
모든 생명이 사라지는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변종을 찾기 위해서였다.
날이 저물고 부락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기숙을 한 곳은 깊은 모래 구멍 속 여인이 혼자 살고 있는 외딴 집이었다. 남자는 그렇게 감금되었고 모래 구멍 속에서 여인과 모래 퍼내기를 강요 받는다. 다른 강제 수단은 없다. 물을 주지 않을 뿐이다.
사구에 갇힌 남자는 거칠게 항의도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도 한다.함께 있는 여인은 듣기만한다. 모래의 여인은 건장한 남자와의 생활이 반갑다. 여자는 사실만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이곳에선 아무도 나갈 수 없어요'
모래의 마을에 오기 전 남자는 학교선생으로서 문명화된 세상의 일원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던 남자는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잊혀진다.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모래 구멍에서 살아가야한다. 살 수 없는 모래 속에서의 생존... 남자가 찾으려 했던 모래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벌레.
남자는 모래 속에서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니 되고 말았다. 스스로 깨닿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기가 찾으려던 그 벌레가 된 것이다.
|
|
|
|
문명화의 정도는 피부의 청결도에 비례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만약 혼이 있다면, 틀림없이 피부에 깃들여 있을 것이다.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하고 깃털처럼 부드러운 혼의 붕대...... -p118-
|
|
|
|
|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발버둥과는 별개로 남자는 한 모금 생명수를 얻어마시면서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한 모금의 물과 최소한의 음식... 그리고 벗어나겠다는 무모한 희망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조건들이다. 남자는 아직 탈출을 꿈꾼다.
현실에 순응한 듯 모래를 퍼내며 마을의 지형을 여자와의 대화를 통해 익히고 탈출을 계획하는 남자. 남자는 탈출을 시도하고, 실패한다.
남자는 여전히 탈출을 꿈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미 세상에서 잊혀진 그 남자는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서 희망을 꿈꾼다. 돌아가는 것. 현실에서도 잊고 있었던 혹은 없었던 그 희망이 남자에게 생긴 것이다. 지루한 일상의 현실을 벗어나서 보니 유토피아는 자신이 벗어나길 바랐던 그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자 남자는 적응을 했다. 모래구멍이라는 작은 세계, 남자는 새로운 현실을 인정하고 세상이라는 새로운 이데아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까마귀 사냥을 계획하고 까마귀를 잡기 위해 모래 구멍 속에서 또 다른 모래 구멍(덫)을 설치한다. 그 덫에 까마귀는 잡히지 않았지만 우연히 발견되는 물!!
남자에게 또 다른 희망이 생기게 된다. 모래 덫 속에 물이 고인것이다! 남자는 이제 물은 만들 수 있다.
남자는 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은 생명이다.
남자는 저수장치 개발에 힘쓴다. 한 모금의 신선한 물을 만든 남자는 어느 날 4리터의 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더 큰 계획의 저수 장치를 꿈꾼다.
부락 사람들이 모래 퍼올리는 작업을 마치고 새끼줄 사다리를 치우지 않은 채 부락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탈출을 할 수 있었다. 이데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남자에게 희망은 탈출이 아니었다. 남자는 새로운 현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환상의 꿈을 버린다. 아니 환상의 꿈은 환상으로 남겨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외부의 힘에 의해 길들여진 것인가?
남자는 새로운 환경의 주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