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기사들이 다시 파업을 시작했다. 식료품 가게에는 과일과 채소가 바닥났고 통조림도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동쪽에는 스모그가 낮고 험악하게 깔려 있었다. - P15
이 책에 엮인 소설 중 가장 먼저 쓰인 소설에서부터 앞으로 계속될 주제 하나가 이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개인이 지닌 힘과 재능의 의미‘다. - P8
식료품 가게 문은 닫혀 있었고, 창문에는 이런 안내가 붙어 있었다. ‘재고 아무것도 없음‘. - P19
"도시는 날 해치지 않아요." 그녀는 말을 끊었다. "난 원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거든요." - P22
"과거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는 없어요. 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없어요." 그녀는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애당초 시간여행을 할 수 없어요." - P24
핀은 봄이 시작되는 첫날, 토마토와 그녀를 온실에 심었다. 포장의 설명서는 여느 씨앗 봉투에 인쇄된 내용과 유사했다.
채소 마누라: 모래땅과 햇빛을 좋아한다. 싹이 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뒤 5센티미터 깊이로 심는다. 묘목이 60센티미터로 자라면 옮겨 심는다. 물을 자주 준다. - P37
어느 여름날 일요일 아침, 레이철이라는 이름의 작은 갈색 침팬지는 페인티드 사막 변두리의 외딴 목장 저택 거실 바닥에 앉아 있다. - P49
연구를 계속한 그는 개별 두뇌가 생성하는 전기장이 지문처럼 독특한 자기만의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전기적의식‘의 형태는 생각과 감정의 습관적인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 아버지는 ‘전기적 의식‘을 기록하면 개인의 성격을 포착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 P52
박사는 노르에피네프린 기반 신경 전달 물질 혼합물로 침팬지 뇌의 신경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뒤, 딸의 의식 전기장 패턴을 이 어린 침팬지의 뇌에 덮어씌워 자신의 방식대로 두 패턴을 결합했다. 나름의 방식으로 딸을 살린 것이다. 침팬지의 뇌에는 레이철 제이컵스가 남긴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 P53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은 세워두었지만, 제이크와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서 레이철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로맨스 잡지에 실린 이야기의 영향이다. - P79
하지만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심층취재였다. 기자는 애런 제이컵스의 변호사를 수소문해서 제이컵스가 유언장을 남겼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언장에서 제이컵스는 집과 토지를 포함한 전 재산을 "내가 딸로 인정하는 침팬지 레이철"에게 남겼다. - P93
날이 거의 저물었지만, 모리스는 검은 안경을 낀 채 닉을 맞이하러 베이 군도의 유일한 비행장으로 사용되는 짧은 비포장 활주로에 나와 있었다. - P99
"아빠가 항구에 왔는데, 같이 헤엄쳤어요. 곧 나도 같이 갈 거예요. 보세요." 모리스는 한 손을 들었다. 손가락 밑동부터 거의 끝까지 모든 손가락에 물갈퀴가 뻗어 있었다. 머리 위 전구의 불빛이 얇은 피부에 비쳐 보였다. "난 변하고 있어요. 닉. 이제 거의 다 됐어요." - P102
암곰의 모습을 한 영혼이 지난 사흘 밤 동안 내 오두막 주위를 킁킁거렸다. 곰의 영혼은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내가 가죽끈에 달아 목에 두르고 있는 곰의 발톱들이 강력한 호신부이기 때문이다. - P123
"내 딸이야. 커스틴이라고 해." 마셜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한다. "커스틴, 이쪽은 샘이야.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이지." - P124
"자네 딸 옆의 회색 그림자 보이나?" 나는 마셜에게 묻는다. 그는 눈을 찡그리며 딸 쪽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자네가 죽인 암곰의 영혼이 커스틴을 데려가겠다고 하고 있어." 나는 말을 이었다. "지금 영혼이 자네 딸을 따라다니고 있어." "샘..." 그는 뭐라 말하려 하지만, 내가 가로막는다. "자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아." 나는 말한다. - P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