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노식당에서 체포되었다. 12시경이었다. 막 달걀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참이었다. 늦은 아침일 뿐 점심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폭우 속을 걸었던 터라 몸은 흠뻑 젖었고 피곤했다. 간선도로에서 읍변두리까지 줄곧 걸었기 때문이었다. - P9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읍에서 체포되었다. 살인혐의를 받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두가지 사실은 알고 있었다. 첫째,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리라는 점. 그리고 둘째, 나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점. 적어도 이 읍에서는, 그리고 꽤 오랫동안은 말이다. - P14

"내 이름은 잭 리처요. 미들네임은 없소. 주소도 없고." - P22

나는 그 어떤 곳 출신도 아니오. 군대 출신이랄까. 나는 서베를린에 있는 한 미군기지에서 태어났소. 우리 노인네는 해병대였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네덜란드에서 만난 프랑스 민간인이었지. 한국에서 결혼했고. - P27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복무 중이었다. 지금은 그만뒀다. 그만두니 기분은 아주 좋았다.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일생을 가벼운 두통에 시달렸던 것처럼. 두통이 사라질 때까지는 그런 줄 몰랐던 것처럼. 유일한 문제라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 P33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암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휴대전화를 가진 이상야릇하고 뿌리도 없는 용병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죽이고, 시체를 발로 차서 짓이겨버리며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지하조직에 가입하고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런 암살자. - P43

6개월 동안 나는 외로운 방랑자였다. 이때 배운 것이 있었다. 오래전 영화에 나왔던 블랑슈라는 인물처럼 방랑자는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는 법이다. 특별한 것이나 물질적인 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마음을 의지하는 것이다. - P57

무엇보다도 먼저 평가를 해야 한다.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불리한 면을 찾아내야 한다. 유리한 면을 판단해내야 한다. 그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모든 일을 해내고 나야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 나중에 다른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P87

빨리 치고 세게 쳐라. 첫방에 죽여라. 먼저 보복하라. 속여라. 훈련시키는 사람들 중 점잖게 행동하는 신사는 없었다.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 P88

내가 끼어들 때가 되었다. 허블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에 대해선 아무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끼어들어야 했다. 허블의 비굴한 행동 때문에 나까지 망가질 터였다. 한패로 보일 테니까. 허블이 지위싸움에서 굴복해 우리 둘 다 멍청이가 되게 생겼다. - P91

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누가 그런 식으로 나를 협박한다면 그들은 죽을 것이다. 내가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그런 말을 한 순간, 아니면 며칠이나 몇 달, 몇 년이 지난 뒤라도 끝까지 쫓아가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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