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금을 탔다. 떠나기 전 가장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돈도 아니고, 옷도 아닌, 여권도 아닌 카메라!!
쿨캠 레드와 쩜팔이를 중고로 사려고 찜하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나처럼 팔힘 없고 악력 약한 여린 여인네에게 줌렌즈는 사치다.  

는 괜히 약한척 해보는거고, 쩜팔이만큼 가격대비 훌륭한 렌즈는 보지 못했다. 사실 비싼 렌즈를 소유해본 적도 없지만, 원래 좋은 사진은 비싼 렌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선과 좋은 장소, 좋은 타이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흠흠

 

*blog.naver.com/pkapk 님의 사진입니다.
* ㅋ님, 사진 퍼왔다능 '-' 

원래는 멋~~~있게 [면도날]의 리뷰나 써볼까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모르겠다.
[데쓰프루프]도 신나게 봤는데, 그만큼 신나게 리뷰를 쓸 자신이 없다. 이 영화도 정말 끝내준다. 아우, 신나!
[지붕뚫고하이킥] 에피를 주말동안 몇개를 봤는지 모르겄다.. 여튼 이제 반정도 따라잡았는데, 최다니에에에에르르르 ㅠ_ㅠ 아씨 최고훈남이 황정음따위에게 넘어가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지만, 황정음 캐릭터 자체는 볼수록 귀엽달까.. 그치만 난 황정음은 별로.. 아, 너무 몰입하지 말자! 

**
눈이 온 아침의 하늘은 주황색이다. 한번은 너무 붉어서 자다 일어나서 깜짝 놀란적도 있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온 날, 내 방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예쁜 주황색이었다. 그러나마나 출근길은 3시간이 걸렸고, 난 비몽사몽 졸다가 지각통보도 못해서 오만 눈치는 다 받았다. 그래도 눈이 오는 날이 좋은 이유는 내겐, 만나기만 하면 눈이 오는 그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오는 날 월미도에 가본 사람은 혹시 알까?   

흔하디 흔한 기중기라는 기계의 아름다움에 압도될 수밖에 없단걸,
펑펑 내리는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 '월미도'바이킹을 타면 아무리 바이킹을 사랑해도 제발 내려달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단걸,
아무도(-_-) 잡아주지 않아서 하얀 옷을 입고 눈이 진창인 디스코 놀이기구 바닥을 굴러도 깔깔깔깔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단걸, 
수많은 대화들이 눈 밑에 파묻혀 더이상 기억나지 않아도 웃던 얼굴만은 기억할 수밖에 없단걸,

아마 모를걸. 왜냐면 우리랑 함께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다른 세상 이야기니까. 이것은 현실이었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다른 공간에서의 경험이었다. 그날도 이야기했었나. 우리 자체가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일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서로의 존재를 고마워하는 것이 아닐까. 이 대화의 결론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 눈오던 날은 '뭐 신나는 일 없을까?'의 신나는 일 자체였고, 우리는 구멍 뚫려 위태한 젱가를 화끈하게 부셔버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
나라고 매일 이렇게 천생연분인 것만같은 친구들만 만나는 건 아니다.  

나는 [면도날]을 읽으며 모피코트와 다이아몬드를 결국 버릴 수 없었던 한 여인에게 주목했는데, 요즘 들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내가 스스로 가식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배곯아본적이 없다. 간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싶어했던 적은 있었다. 우리 웰빙가족은 밤에 TV보는 것은 물론 야식 먹는 것도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에 어린 나는 항상 보잘것 없는 것들에 목말라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가 찢어지게 가난했다거나, 뼈저리게 배가 고팠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돈많은 남자, 직장이 대단한 남자들을 찬양하는 친구들을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멸하는 나의 마음이 불편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며칠 전 대단히 화려하신 생활을 하는 친구를 보며 약간 비웃으며 동시에 생각했다. 나, 이 친구를 부러워하는걸까? 내키는대로 성형수술을 하고, 명품가방을 사고, 무슨무슨 파티에 다니며, 돈 잘벌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나는 이 친구의 허영심이 부러운건가?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반대지점을 향하는 것인지를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돈이 내 고민을 진정으로 해결해줄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사소한 쾌락을 만족시켜준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적도 없다. 만약에 돈이 더 많다면? 제한 없이 돈을 쓸 수 있다면? 내게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가 지금 원하는 삶을 지킬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헤세의 작품에 나오는 구도자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는데, 지금의 나는 구도자의 곁가지에 있는 속물인 여인에게서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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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10-01-0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좋은 사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 원래 좋은 사진은 좋은 렌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말한다는 건 지금 돈이 없다는 이야기죠.
돈이 많다는 걸 터부시하는 건 전혀 넌센스죠.
나 같은 재벌은 전혀 돈에 대해서 언급을 않죠.
돈을 그저 돈으로 볼 수 있으면 재벌이 되죠.

Forgettable. 2010-01-05 09:43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예리하신 레이님^^ 제 글 정독하시는 분은 레이님밖에 없는 걸까요?
수정했습니다. ㅎㅎㅎ

돈이 어떻게 그저 돈이죠? 전 돈이 생기면 이미 상상 속에서 형체를 가진 어떤 물건이 되던데요. 그리고 그 물건은 어느샌가 실제화되어서 제 손에 들어오고요. 저는 절대로 재벌이 될 수 없을거에요. 돈 자체를 가져볼 수도 없을거구요.

뷰리풀말미잘 2010-01-0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명품가방은 됐고 성형수술은 저도 좀 하고 싶은데요. ^^
곧 죽어도 줌렌즈. 그것도 고배율. 팔 아파도 줌렌즈. 그거슨 진리.
잡담 재미있어요 뽀님. 자주 좀 써 주세요.

Forgettable. 2010-01-05 09:46   좋아요 0 | URL
아니 꽃미남 말미잘이 무슨 성형수술? 오징어라도 되고싶은게요?
난 팔아파서 줌렌즈 안써요. 줌렌즈 따위. 이러면서 카메라 2개 들고다니면 돈없어서 줌렌즈 못산다는거 티나나요? 나도 GRD 팔면 줌렌즈 살 수 있다구요. 흑흑 (이건 무슨종류의 고백일까요)

오랜만에 써서 재밌는건가봐요. 내 잡담 기다리는 사람은 딱 둘뿐인 것 같아. ㅋㅋㅋ

2010-01-05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포지 2010-01-0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렌즈가 모에요? @.@ 부럽네요 부러워... 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Forgettable. 2010-01-05 12:46   좋아요 0 | URL
뭐가 부럽습니까. ㅎㅎ 맘내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저가렌즈에요~ ^^
또 아는 사람에게 산거라 더 저렴하게 구했어요^^
그나저나 갈 때 카메라만 3개 들고가게 생겼네요 -_-

a님도 새해복 많이 받아요! 즐거운 한해 되시길 ^^

바밤바 2010-01-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캐나다 언제 가시옵니까?ㅎㅎ

Forgettable. 2010-01-06 09:04   좋아요 0 | URL
아직 멀었습네다. ㅎㅎ 몇개월 있다가 가요-
저 마지막 문구는 제겐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ㅠㅠ 속물입니다. 전.

무해한모리군 2010-01-0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야 내게 쳐박아두었던 폴라로이드가 있다는게 생각남 --

Forgettable. 2010-01-06 09:05   좋아요 0 | URL
원래 폴라로이드가 사고나서 한달쓰고 안쓰는 카메라라면서요? ㅋㅋㅋ
전 어제 받아왔는데 얼른 필름 사와서 찍어보고 싶어 죽겠어요!
 

고대 누구누구 민족이 정립해두었다는 12개월 365일 주기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데, 하물며 새해 첫날이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나도 고정관념으로 가득찬 인간종족인지라, 새해 첫 날 읽을 책은 무엇이 좋을까, 하며 한참을 책장 앞에서 서성였다. 서성였다지만 책 몇권을 두고 무엇을 고를지 고심했다는 편이 더 맞겠다.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 진행중 
 

 



[반지의 비밀] 앨리스 피터스 , 진행중
 

 




[세상을 보는 방법] 쇼펜하우어 , 진행중 

 



[전망 좋은방] E.M.포스터 , 읽지 않음 

 

  




[면도날] 서머싯 몸 , 읽지 않음 

 

 

읽던 책은 괜히 망설여지고 해서 자꾸 눈에 밟혔지만 또 손은 가지 않던 [면도날]을 과감히 꺼내어 들었는데 왜 이 책을 지금껏 읽지 않고 방치해두었던가 싶다. 나는 서머싯 몸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이 바로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듯이 특별히 대단한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난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 자신에게는 당당하게 권할 수 있다. 독서권태기이신가요? 서머싯 몸의 책을 집어 드세요.  

나는 그들([면도날]의 등장인물들)이 완벽한 미국인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은 영국인의 눈을 통해서 본 미국인이다. 나는 미국인들이 말하는 독특한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려고 애쓰지 않았다. 영국 작가들이 그런 시도를 하면 미국작가들이 영국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그대로 재현할 때 범하는 것과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속어가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헨리 제임스*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빈번하게 속어를 사용했지만 영국인이 쓰는 것과 똑같이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가 원했던 구어적 효과는 내지 못하고 영국 독자들에게 불편한 느낌만 안겨주었다.(p13)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실을 나올 때도 래리는 여전히 윌리엄 제임스의 책에 몰두해 있었다. 나는 클럽 안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도서실이 조용했기 때문에 나는 식사 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면서 한두 시간쯤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놀랍게도 래리는 그때도 여전히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옆자리를 떠난 이후로 꼼짝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후 4시쯤 내가 그곳을 나올 때도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그는 내가 도서실에 드나드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날 오후에는 여러가지 볼일이 있어서, 블랙스톤 호텔로 돌아갔을 무렵에는 벌써 어느 초대 자리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할 시간이었다. 저녁 초대에 가는 도중에 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다시 클럽에 들러 독서실에 가보았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신문 따위를 읽고 있었다. 래리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말 특이한 젊은이었다. (p60)


이 책은 아직 60페이지밖에 읽히지 않은 주제에 마구 컴퓨터로 달려와서 재미있는 구절을 기록해두고 싶게 만든다. 깊은 성찰으로부터 거둘 수 있는 가장 값진 수확물은 바로 유머가 아닐까. 기록하면서 또 알베르토 망구엘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우리는 작가가 쓴 게 아니라 우리가 읽고 싶은 것을 읽는다. [독서일기] 中


*덧- 
참고로 헨리 제임스는 서머싯 몸에게 비웃음(??)을 샀을지언정 두 아들에게 이런 멋진 편지를 쓴 작가란다. 

지적인 십대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이라는게 소극(笑劇)이 아니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심지어 점잖은 코미디조차 아니고, 그러기는 커녕 존재의 뿌리가 뻗어나간 본질적인 기근의 더없이 심오한 비극적 깊이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말이다. 정신적인 삶을 구가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물려받게 되는 유산은 늑대가 울부짖고 음탕한 밤새들이 지저귀는, 정복되지 않은 숲이란다. [독서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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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01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망 좋은 방]은 재작년인가 암튼 읽었더랬어요. 포게터블님 다 읽고 나면 어땠는지 얘기해주세요. 면도날 강추 넣어야겠네. 뽀게터블님 저한테 땡스투 받는거 즐기시는구나. 그쵸? ㅎㅎ

Forgettable. 2010-01-02 11:16   좋아요 0 | URL
역시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궁금해요. 괜찮으면 E.M포스터 전집을 노려보려구요. 추천받은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읽으려 하다니;;;

[면도날] 제가 써놓은 글귀가 다락방님께도 괜찮았나봐요?? 순전히 호기심에 다시 도서관에 들러서 청년이 아직도 책을 읽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화자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전 ㅠ ㅋㅋㅋ

다락방님의 땡스투덕분에 제 삶이 풍요로워졌잖아요. ^^

2010-01-02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2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글을 쓰지도 않는데 고맙게도 방문해주시는 수많은(!) 방문자들을 위해, 차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곧 백수가 될 예정인 주제에 카드빚 말고는 가진게 마땅찮아 아쉬운 마음을 시로 달래본다.  

다들 무언가 꽉 잡고 있는데
그걸 놓치면 조난당할까 두려워하는데
그는 인파에 몸을 맡기고 유영한다
몇 차례 큰 파도 지나가고
남극 같은 지하도 계단에
섬이 되어 앉아 있다.

W의 [어부생활사] 中

다행인지 당연인지, 내게는 시를 쓰는 후배가 있다. 연휴 중 흥청망청 술로 보내는 시간의 일부를 그와 함께 잠시 나누었는데, 일본으로 오랜 기간 떠나있을 그 친구가 내게 A4지 뭉텡이를 자랑스레 건넨 중의 일부이다. 친구는 그의 시를 읽고는 80년대 감성을 키보드에 두들기고 있냐며 비난했다지만, 난 그의 치열한 단어선택이 좋고, 나로서는 절대 알지 못할 본질적인 외로움이 두렵고, 그럼에도 시에 담긴 따스함을 발견하는 순간이 좋다.  

몇개의 시 중에는 자기고백이 담긴, 굳이 말하자면 증오하는 아버지에 대한 시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왠지 그 시가 나에게 주는 편지같았다.  

이십팔일 후,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멍청하게도 항생제 몇 십 알을 처먹었다. 운 좋게도 나의 어머니는 그 사실을 자정에 알았다. 착한 그녀는 호들갑을 떨며 피곤한 일일구를 출동시켰다. 나는 모르는 척 잠을 잤고 망할 놈의 고대병원새끼들은 그를 또 치료해줬다. 그 착한 아들의 생각을 나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뭐 그도 나를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웃긴 것은 착한 그녀의 생각도 도통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W의 [기시감, 착한 아들, 그리고 복선] 中

왤까, 이런 아픈 기억을 풀어서 꺼내보일 수 있다고, 그만큼 많이 자랐다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그만큼 사그라들었다고 웃으며 건네는 편지같았다.

핸드폰이 없던 베이비 펌의 귀여운 신입생, 나와 함께 서양 고전 철학, 미학개론 같은 가장 어려운 수업만 골라 듣던 후배, 치매에 걸린 나이많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을까 걱정하던 친구, 음악만 할거라고, 시만 쓸거라고 하다가도 금새 취업 걱정을 하던 친구, 마음먹자마자 JLPT 시험에 덜컥 붙은 친구, 긴 팔로 안아주며 '누나! 사랑해요!' 라고 애인보다도 더 크게 외쳐주는 나의 후배. 이 친구와 다시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괜히 눈물을 글썽거리며 하얀 A4지 종이 위의 글자들을 다독였다. 언젠가 우리 친구의 시가 떵떵거리며 우쭐대는 꼴을 한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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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2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에 대해 시를 쓸 수 있다는 건, 이미 내면에선 화해했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자기 내면에서 화해하지 않았다면 어떤 글도 쓸 수 없을테니까요.

Forgettable. 2009-12-29 00: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유독 자기 시 평가 받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은데 제가 생각한게 틀릴까봐 망설이고 있답니다. 근데 왠지 순오기님의 댓글이 힘이되네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백수가 된다니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렇잖아도 어떻게 됐을랑가 궁금했는데 선뜻 물어보기가 어려웠어요. 어쨌거나. ^^ 웰컴 투 리얼월드!

2009-12-2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9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9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09-12-2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두루두루...

Forgettable. 2009-12-29 01:01   좋아요 0 | URL
정말요?? 데빌님도 좋으세요? 참 다행이에요^^ 전 이 친구 시가 모든사람에게 마구 다가가서 어떤 방식으로든 반향을 일으켰음 해요 ㅎㅎ 저 잘시간을 너무 지나버려서 큰일이에요ㅠㅠ 낼 아침이 무지 걱정되요 ㅠ

푸하 2009-12-29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시군요.
공감이 많이 되네요.

Forgettable. 2009-12-29 09:1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시를 잘 모르기도 하고, 딱히 시에 반응한 적은 없는데 지인의 시라서 좋은건줄 알았거든요.괜히 제가 기분좋네요 ^^
 





 - 2009.12.24. 에버랜드. 

오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을 들으니 어렸을 때 동생들이랑 카세트에 캐롤 테잎을 넣고 틀어두고는 막춤을 추고, 함께 케익을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신나는 이유는 지금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연인들을 위한 날이기 이전에 각자의 소중한 날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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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2-2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

Forgettable. 2009-12-26 12:33   좋아요 0 | URL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냈나요??
난 눈떠보니 벌써 토요일;; 아 정신없어라- (어머, 왠 바쁜척)

후애(厚愛) 2009-12-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선물 많이 많이 받으세요.^^

Forgettable. 2009-12-26 12:38   좋아요 0 | URL
후애님!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은 받으셨나요?
저는 고흐책과 에버랜드 사막여우인형과 기린수면안대를 받았어요^^ 히히

다락방 2009-12-2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뽀게터블님!! :)

Forgettable. 2009-12-26 12: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잘 들고;;가셨어요?;;;
본의아니게 소소한 테러들을 저질러 버렸다능 ㅋㅋ

비로그인 2009-12-3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다 내려보기 전, 윗부분만 보고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무대 디자인인 줄 알았어요. 호홋

Forgettable. 2010-01-01 00:00   좋아요 0 | URL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게.. 많이 보고 많이 알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군요. ^^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책을 쓰다듬고 이리저리 보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책 만듦새에 비해 가격이 싸다, 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12월 31일까지 무려 반값; 출판사는 뭐먹고 사나 싶다. 그리고 같은 책인데, 2가지 표지로 나왔다고 한다. 자작나무 표지 아래- 

 

 

 

 

 


이것도 탐난다. 두개 다 갖고 싶다. 자작나무 표지는 반값세일 안하는 중. 안해도 된다. 아, 사고싶다. 사고싶다 (ㄷㄷㄷ) 잠시 훑어본 바로는 테오에게 쓴 편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내가 고흐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아는 사람이 고흐 뿐이라거나, 상품화된 그의 그림에 혹했기 때문에 고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기 싫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예전에 그의 그림인줄도 모르던 그림을 봤을 때 빨려들어갈 것처럼 오랜 시간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은 애써 지우고, '두둥'하고 떠오르는 그의 그림들, 데셍들을 애써 가라앉히고,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생각해낸 후 '누군가'라고 대답한다. 달리가 될 때도 있고, 엘 그레코, 고갱, 고야가 될 때도 있다. 난 정말 차라리 고흐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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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표지가 너무 예뻐요. 전 처음 보는 책이고,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것도 없는데 무작정 보관함에 넣었어요,
라고 말하다가 반값이 언제까지일까 생각하다보니,
당장 질러야겠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이를 어쩌나..

(이거 땡스투 들어오면 일단 저인줄 아세요!)

Forgettable. 2009-12-23 15:06   좋아요 0 | URL
책이 양장본인데, 진짜 크기도 크고 예쁘고 종이질도 좋아요. 미술관에서 그림보고 있는것마냥 책에 빨려들어가는줄 알았어요. ㅋㅋ 31일까지니까 당장 질러야 하나요? ㅠㅠ 괜한 동질감에 멋모르고 같이 지르고 책받고 헤벌레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상상되요ㅡ 으흐흣 (이를 어쩌나..2)

다락방 2009-12-23 18:27   좋아요 0 | URL
방금 주문 넣었어요. 밑에 지마켓이 더 싸다는거 봤지만, 나는 뽀게터블님께 땡스투 드리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냥 알라딘에서 샀어요. 땡스투 들어오면 요긴하게 아껴서 잘 써야해요, 뽀게터블님!!

Forgettable. 2009-12-24 00: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땡스투 들어오면 커피도 사고 다이어리도 사고 셜록홈즈 전집도 사고 카잔차스키 전집도 사고 에코 전집도 살거에요. 그래도 남겠네!!!! 쌩유 다락방님. 으흐흣

무해한모리군 2009-12-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사라고 추천 누르지만..
난 첫번째 표지의 일본풍이 짙게 풍기는 고흐는 별로라는..

Forgettable. 2009-12-23 15:08   좋아요 0 | URL
어머, 아몬드꽃 그림이 일본풍 느낌이에요? 일본 회화에서는 저런 푸른색이 나오지 않을텐데 ㅠㅠ 아닌가, 몰라요. 전 아몬드 꽃그림은 다좋아해서 저 표지 그림도 좋아요 ^^ 자작나무 표지도 너무 예쁘죠? 실물이 정말 대박이에요.. 댓글달며 사겠다고 새삼 다짐하나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2-24 08:23   좋아요 0 | URL
제 느낌이요..
도르륵 말아서 스카프나 실크블라우스로 만들어 입음 이쁘것다!

Forgettable. 2009-12-24 23: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고이 아껴두고 싶은 스카프/블라우스일 것 같아요. ㅎㅎ

휘모리님, 곧 휴양하러 떠나시겠군요. 무지 부러워요. ^^ 조심해서 잘 놀다오세요!

순오기 2009-12-27 15:06   좋아요 0 | URL
고흐의 이 그림은 일본풍 맞는 듯. 일본인 히로시게의 그림을 모방한 작품도 있는데 이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었던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읽은 최영미의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에 나왔거든요. 하하~ 바로 이런 게 책읽는 재미잖아요.^^

Forgettable. 2009-12-28 09:4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

머큐리 2009-12-2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책장에 후광이 날 것 같은 책이네... 으흐~~

Forgettable. 2009-12-23 15:0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ㅎㅎ
서점에서 저 책 보느라고 발을 못떼서 친구한테 질질 끌려나오는데 저는 헤어지는 애인마냥자꾸 뒤돌아보고 ㅋㅋㅋㅋ

쥬베이 2009-12-2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orgettable.님~ G마켓 가보니 17900원에 팔더라고요.
알라딘보다 약간 싼거죠? 한번 가보세요~
http://gen.gmarket.co.kr/challenge/neo_goods/goods.asp?goodscode=154598591&sid=50000&special_form=TYPE27

Forgettable. 2009-12-23 17:09   좋아요 0 | URL
악 쥬베이님!
오랜만에 나타나셔서 이런 고급정보를 ^-^* 고맙습니다!!
카드할인 어쩌고 이런거 다 해도 G마켓이 싸네요, 호호호, 이렇게 사게 되겠군요. 털썩;;

자주 뵈요. ^^

다락방 2009-12-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게터블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김치갈비전골'은 소주 안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까? (포게터블님의 개인적인 취향에 고려하여 말입니다.)

Forgettable. 2009-12-23 17:22   좋아요 0 | URL
제가 김치갈비전골은 한번도 안먹어봤어요^^ㅋㅋ 김치갈비전골의 주가 김치갈비이냐, 국물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전 국물에 소주는 별로라서..;;
예를 들어 감자탕에 소주는 괜찮지만 해물탕/조개탕에 소주는 별로라는거죠. 어쩌면 국물보단 고기의 유무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는데, 회에 소주도 좋아하니 그 반박은 무효입니다. 전 소주를 먹을 땐 뭔가 씹을거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안주습관을 정리해보니 왠지 신기하네요 ㅋㅋ)

lazydevil 2009-12-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구호요청 땡스투의 압박...ㅡ.ㅡ 또 주문 들어가야 하나요...?

Forgettable. 2009-12-24 23:12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책 실물봤는데, 괜찮아요 정말. 책 멋있어요!
지마켓이 싸니까 제게 땡스투 주지 않으셔도 되어요. 순수한 마음에서 지름신을 나눠드리는 거라능;;

데빌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비로그인 2009-12-3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야겠어요. 바다가 반 고흐를 짝사랑하거든요. 흠모하거든요. 연모하거든요. 태어날 때 부터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내일까지 반값이라는 말에!(난 왜 이런 걸 지금에야 아는 걸까요)

Forgettable. 2009-12-31 23:59   좋아요 0 | URL
그어머니에 그 아이라더니.. 사셨나요? ㅋㅋ 책 보면 끌어안고 자고싶으실걸요^^ 무거워서 팔이 배길테지만 아이를 한팔로 안으실 수 있다고 기억하는 것 같은데(아닌가) 이게 왠 횡설수설;;

암튼 쥬드님이 이곳까지 왕림해주시오니,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