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금을 탔다. 떠나기 전 가장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돈도 아니고, 옷도 아닌, 여권도 아닌 카메라!!
쿨캠 레드와 쩜팔이를 중고로 사려고 찜하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나처럼 팔힘 없고 악력 약한 여린 여인네에게 줌렌즈는 사치다.  

는 괜히 약한척 해보는거고, 쩜팔이만큼 가격대비 훌륭한 렌즈는 보지 못했다. 사실 비싼 렌즈를 소유해본 적도 없지만, 원래 좋은 사진은 비싼 렌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선과 좋은 장소, 좋은 타이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흠흠

 

*blog.naver.com/pkapk 님의 사진입니다.
* ㅋ님, 사진 퍼왔다능 '-' 

원래는 멋~~~있게 [면도날]의 리뷰나 써볼까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모르겠다.
[데쓰프루프]도 신나게 봤는데, 그만큼 신나게 리뷰를 쓸 자신이 없다. 이 영화도 정말 끝내준다. 아우, 신나!
[지붕뚫고하이킥] 에피를 주말동안 몇개를 봤는지 모르겄다.. 여튼 이제 반정도 따라잡았는데, 최다니에에에에르르르 ㅠ_ㅠ 아씨 최고훈남이 황정음따위에게 넘어가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지만, 황정음 캐릭터 자체는 볼수록 귀엽달까.. 그치만 난 황정음은 별로.. 아, 너무 몰입하지 말자! 

**
눈이 온 아침의 하늘은 주황색이다. 한번은 너무 붉어서 자다 일어나서 깜짝 놀란적도 있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온 날, 내 방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예쁜 주황색이었다. 그러나마나 출근길은 3시간이 걸렸고, 난 비몽사몽 졸다가 지각통보도 못해서 오만 눈치는 다 받았다. 그래도 눈이 오는 날이 좋은 이유는 내겐, 만나기만 하면 눈이 오는 그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오는 날 월미도에 가본 사람은 혹시 알까?   

흔하디 흔한 기중기라는 기계의 아름다움에 압도될 수밖에 없단걸,
펑펑 내리는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 '월미도'바이킹을 타면 아무리 바이킹을 사랑해도 제발 내려달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단걸,
아무도(-_-) 잡아주지 않아서 하얀 옷을 입고 눈이 진창인 디스코 놀이기구 바닥을 굴러도 깔깔깔깔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단걸, 
수많은 대화들이 눈 밑에 파묻혀 더이상 기억나지 않아도 웃던 얼굴만은 기억할 수밖에 없단걸,

아마 모를걸. 왜냐면 우리랑 함께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다른 세상 이야기니까. 이것은 현실이었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다른 공간에서의 경험이었다. 그날도 이야기했었나. 우리 자체가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일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서로의 존재를 고마워하는 것이 아닐까. 이 대화의 결론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 눈오던 날은 '뭐 신나는 일 없을까?'의 신나는 일 자체였고, 우리는 구멍 뚫려 위태한 젱가를 화끈하게 부셔버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
나라고 매일 이렇게 천생연분인 것만같은 친구들만 만나는 건 아니다.  

나는 [면도날]을 읽으며 모피코트와 다이아몬드를 결국 버릴 수 없었던 한 여인에게 주목했는데, 요즘 들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내가 스스로 가식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배곯아본적이 없다. 간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싶어했던 적은 있었다. 우리 웰빙가족은 밤에 TV보는 것은 물론 야식 먹는 것도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에 어린 나는 항상 보잘것 없는 것들에 목말라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가 찢어지게 가난했다거나, 뼈저리게 배가 고팠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돈많은 남자, 직장이 대단한 남자들을 찬양하는 친구들을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멸하는 나의 마음이 불편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며칠 전 대단히 화려하신 생활을 하는 친구를 보며 약간 비웃으며 동시에 생각했다. 나, 이 친구를 부러워하는걸까? 내키는대로 성형수술을 하고, 명품가방을 사고, 무슨무슨 파티에 다니며, 돈 잘벌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나는 이 친구의 허영심이 부러운건가?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반대지점을 향하는 것인지를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돈이 내 고민을 진정으로 해결해줄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사소한 쾌락을 만족시켜준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적도 없다. 만약에 돈이 더 많다면? 제한 없이 돈을 쓸 수 있다면? 내게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가 지금 원하는 삶을 지킬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헤세의 작품에 나오는 구도자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는데, 지금의 나는 구도자의 곁가지에 있는 속물인 여인에게서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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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10-01-0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좋은 사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 원래 좋은 사진은 좋은 렌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말한다는 건 지금 돈이 없다는 이야기죠.
돈이 많다는 걸 터부시하는 건 전혀 넌센스죠.
나 같은 재벌은 전혀 돈에 대해서 언급을 않죠.
돈을 그저 돈으로 볼 수 있으면 재벌이 되죠.

Forgettable. 2010-01-05 09:43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예리하신 레이님^^ 제 글 정독하시는 분은 레이님밖에 없는 걸까요?
수정했습니다. ㅎㅎㅎ

돈이 어떻게 그저 돈이죠? 전 돈이 생기면 이미 상상 속에서 형체를 가진 어떤 물건이 되던데요. 그리고 그 물건은 어느샌가 실제화되어서 제 손에 들어오고요. 저는 절대로 재벌이 될 수 없을거에요. 돈 자체를 가져볼 수도 없을거구요.

뷰리풀말미잘 2010-01-0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명품가방은 됐고 성형수술은 저도 좀 하고 싶은데요. ^^
곧 죽어도 줌렌즈. 그것도 고배율. 팔 아파도 줌렌즈. 그거슨 진리.
잡담 재미있어요 뽀님. 자주 좀 써 주세요.

Forgettable. 2010-01-05 09:46   좋아요 0 | URL
아니 꽃미남 말미잘이 무슨 성형수술? 오징어라도 되고싶은게요?
난 팔아파서 줌렌즈 안써요. 줌렌즈 따위. 이러면서 카메라 2개 들고다니면 돈없어서 줌렌즈 못산다는거 티나나요? 나도 GRD 팔면 줌렌즈 살 수 있다구요. 흑흑 (이건 무슨종류의 고백일까요)

오랜만에 써서 재밌는건가봐요. 내 잡담 기다리는 사람은 딱 둘뿐인 것 같아. ㅋㅋㅋ

2010-01-05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5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포지 2010-01-0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렌즈가 모에요? @.@ 부럽네요 부러워... 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Forgettable. 2010-01-05 12:46   좋아요 0 | URL
뭐가 부럽습니까. ㅎㅎ 맘내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저가렌즈에요~ ^^
또 아는 사람에게 산거라 더 저렴하게 구했어요^^
그나저나 갈 때 카메라만 3개 들고가게 생겼네요 -_-

a님도 새해복 많이 받아요! 즐거운 한해 되시길 ^^

바밤바 2010-01-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캐나다 언제 가시옵니까?ㅎㅎ

Forgettable. 2010-01-06 09:04   좋아요 0 | URL
아직 멀었습네다. ㅎㅎ 몇개월 있다가 가요-
저 마지막 문구는 제겐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ㅠㅠ 속물입니다. 전.

무해한모리군 2010-01-0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야 내게 쳐박아두었던 폴라로이드가 있다는게 생각남 --

Forgettable. 2010-01-06 09:05   좋아요 0 | URL
원래 폴라로이드가 사고나서 한달쓰고 안쓰는 카메라라면서요? ㅋㅋㅋ
전 어제 받아왔는데 얼른 필름 사와서 찍어보고 싶어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