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그러셨다.   

구비문학의 세계였던가, 이해였던가.

무당이 작두 위를 탈 수 있는 힘은 모인 사람들이 두 손모아 간절히 비는 염원이 모이는 데서 나오는 거라고. 이건 신령한 힘일 수도 있고, 초능력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비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라 하셨다. 

한국 문화의 이해는 예서 출발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마음이라는거. 내가 말뿐인 한국 현대 소설 일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 마음이 담기지 않아서이다. 옛날의 마음과의 단절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학은 결코 현대의 마음도 울릴 수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계기는 며칠 전 본 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네에 아주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보았다. 한참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나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점을 보는 동안 별다르게 잘 맞춘다며 호들갑을 떨 일도 없었다. 그저 예상했던 대로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았다. 하지만 툭툭 내뱉아지는 점쟁이 할머니의 반말에 왜인지 점점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이 점을 보는 행위는 어느새 대화가 되어있었다. 순간 눈물이 날 뻔하기도 했다. 우리 할머니보다 더 친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고, 기분이 좋아져서는 집으로 돌아와서, 할머니의 말대로 엄마와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대화했다.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옛날 사람의 마음이 되어 설화와 민요, 판소리를 느끼려는 시도들이 모두 헛짓거리였단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은 어제였다. 무구한 역사로 이어져온 무속신앙의 기본은 신령이 아니라 신령을 믿는 무속인과 서민들의 마음이란 걸 나의 체험에서 이제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성성과 주술성은 방편이자 정의하려는 현대인들의 핑계였을 뿐. 그 동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안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민속 신앙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돈 몇푼 내고 속물처럼, 그래 너 얼마나 잘 맞추나 보자. 가 아니라, 내 살아온 이야기와 내가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무속인과의 대화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다잘 될 것이라는 무속인의 말에 위안을 받고, 마음의 응어리진 덩어리를 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다잡으며, 일하며 노래할 수 있는 낙관으로 우린 살아왔던 것이다. 

단명한 이는 장수허고
무자한 이는 생남허고, 가난한 이는 부자되고,  
선팔십 후팔십 다산 로인
극락길도 밝은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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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0-04-1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리고 그제.
제가 읽은 두 권의 책에는 모두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마음이 없는 사람,
살아도 이미 죽어있는 사람의 이야기.

저는 요즘 제가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좋은 학교를 나오셨군요...
저는 국문학과인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먼 산)

Forgettable. 2010-04-16 10:59   좋아요 0 | URL
좋은 학교라기 보단, 좋은 선생님을 만났죠. 책의 공동저자이십니다. ㅎㅎㅎ (왠지 자랑스럽기)
그리고 poptrash님의 관심사는 고전보단 현대문학이나 희곡쪽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전 고전문학과 희곡, 시나리오쪽을 주로 공부했어요.

poptrash님께 용한 점쟁이 하나 소개시켜드려야겠어요 ㅎㅎ
저랑 굿이라도 한 판 하며 마음을 느껴보심이 어떻겠냐는.

gimssim 2010-04-1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말은 몸이 듣고 몸의 말은 마음이 듣는 거 아닐까요?
전 그런 생각이...

Forgettable. 2010-04-16 11:02   좋아요 0 | URL
마음과 몸은 유기적이죠. 마음과 몸 중에 어떤 것이 선행하는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것들은 연결되어 있어서 어긋나려고 하면 스트레서 받아요 ㅎㅎ

저 같잖게 선문답을 하고 있네요. 히히

Seong 2010-04-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료 할아버지 말도 Forgettable님과 상통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진심으로 바라면 온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 진심.
지금 Forgettable님의 마음엔 대구의 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도 나한테 희망을 걸지 않을 때, 나를 믿고 버티는 게 진짜 빛나는 거야!"
^.^;

Forgettable. 2010-04-16 11:07   좋아요 0 | URL
네. Tomek님 서재 갈 때마다 그 글귀 하나씩 꼬박 씹으며 읽고 있습니다. ^^

아휴, 코엘료 할아버지. 문학계의 자기계발서 대가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그러게요. 사람들의 마음의 소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용하신 글귀를 보면 동양의 고전문학과 코에료 할아버지는 상통하는 부분이 분명 있군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역시 상응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Arch 2010-04-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좋아서 추천했어요. 결국 점을 보는건 내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맘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내겐 뽀님이 좀 그렇던데. 나몰라라 직관녀랄까. ^^

그래서 말인데요. 전국 일주는 언제 떠나요?

Forgettable. 2010-04-18 22:00   좋아요 0 | URL
나몰라라 직관녀라. 제가 들은 평가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에요. 흐흐
고성은 다녀왔고요, 경주는 다음주말, 군산은 일정 잡아 봅시다. 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전공수업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요...... 공부하느라 때가 타긴 했지만 논문집이라 공부한 기억밖에 없는 책입니다.
얼마 전 아름다운가게에 기증을 했는데, 누가 사갔는지 모르겠네요^^

Forgettable. 2010-04-18 22:02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이 책을 전공 수업에서 사용하는 수업이 또 있나봐요. 혹시 저랑 동문이실지도?!! ^^

글쎄요, 이 책이 논문집은 아닌데 저 역시 공부한 기억밖에 없긴 해요. 전 전공책을 하도 지저분하게 봐서 (이름도 써놓고 줄도 막 그어져있고 메모도 마구 되어있어요.) 어디 기증하지도 못하네요 ㅎ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8 22:18   좋아요 0 | URL
개론서가 좀 더 어울리는 말이겠네요. 지금은 하는 공부가 달라져서 옛 전공책을 보면 기분이 묘해져요. 소중하단 생각도 드는 한편, 책에 적힌 흔적이 부담스레 느껴져 지우고 싶기도 하고......

요 몇 주간 심리학과 대학원생에게 심리 검사를 받고 있는데, 그 친구가 현대판 무당이 아닐까 더러 생각해 봅니다.

Forgettable. 2010-04-18 22:34   좋아요 0 | URL
딱히 대체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개론서가 맞군요. ㅎㅎ

저는 보통 독서할 땐 책에 흔적을 잘 남겨두지 않아요. 다음 독서 때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런데, 공부하는 책에는 아낌없이 흔적을;; 지금 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 땐 이게 중요하다고 여겼을까 의아한 부분이 많죠.

요즘 읽는 책에 등장하는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람이 안좋은 일을 당한 어떤 사람을 상담해주면서, 프로이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좀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
상담한 사람의 얼굴 너머로 수염난 할아버지가 비웃고 있다는 표현이 ㅎㅎ (이얘기가 갑자기 왜 떠오르지)

여튼 현대판 무당이란 말씀 공감합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4-1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무당들은 일종의 카운셀러였죠. ^^ 전 마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에요.

Forgettable. 2010-04-18 22:03   좋아요 0 | URL
예. 고마워요 :)

다락방 2010-04-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신이 필요하다는 그 마음이 뭔지 오늘은 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제게도 그게 몹시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사주를 본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뭔가 불안불안한게 있었는데 사주에서 그걸 콕 찝어내서 빨리 끝내는게 좋을거라고 했다고요. 사주를 보고 운명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들은대로 살게될까봐 좀 두려웠는데, 어쩌면 들은대로 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가장 덜 다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확신을 갖고 싶어요. 그러니 나도 사주 한번 보러 갈까요?

묻고 싶어요. 이걸 관둘까요 저걸 관둘까요 아니면 이도저도 다 관둘까요? 하고 말이지요.


어제는 술을 마시고 늦은밤에 돌아오면서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렸어요. 그전날 남동생과 술마시고 들렀던 아주 쫄깃한 우동집에 다시 가기 위해서였죠. 우동은 싫어하는데(면이 너무 두꺼워요!), 그 집 우동면발은 두껍지 않았어요. 그래서 열한시쯤 그 우동집에 갔는데 거기엔 혼자 온 남자들이 수두룩했어요. 여자는 한명도 없었어요. 짜장면과 우동만 파는 기사식당이었거든요. 늦은밤에 뭔가 치열하게 살다가 우동 한그릇씩 먹기 위해 들어온 그 남자들 틈 사이로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문 앞에서 멈칫멈칫 하다가 분홍색 네일아트를 한 손이 내내 걸렸어요. 결국 우동을 먹지도 못하고 한참을 걸어 집에 돌아왔어요.

세상에 참 많은 것들이 슬프고 지긋지긋해요.

Forgettable. 2010-04-18 22:13   좋아요 0 | URL
일요일 오후 2시. 제가 설악산 산자락을 거닐고 있을 때였군요. 헤헤
(댓글을 보아하니 이렇게 약올리면 안될 것 같은데, 왜 괴롭히고 있을까요. 아휴, )

사주는.. 잘 모르겠어요.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아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것을 점쟁이가 그대로 꼭 집어서 말해주면 안도하게 되지만, 그 반대를 말하면 내가 오히려 점쟁이를 설득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사주를 보더라도 큰 확신을 얻을 순 없을겝니다. ㅎㅎㅎ

그리고 난 왠지 락방님이랑 점쟁이는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보여서요.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가끔씩, 혹은 자주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하지만.

우동집 이야기는 왠지 쓸쓸해요. 우동은 혼자 먹으러 가지 말아요. 그것도 술을 마시고! 게다가 남정네들이 수두룩한 곳에! 락방님처럼 매력적인 여자는 잡혀간다구요~ 분홍색 네일아트까지 했다니!!

전 네일아트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기분이 정말 좋아지나요?
많은 것들이 슬프고 지긋지긋하다니 네일아트를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건 아닌가봐요..

Arch 2010-04-20 11:06   좋아요 0 | URL
댓글엔 추천 기능이 없나요? 뽀님, 알라딘에 건의하면 내가 뽀가 다락방님이랑 남긴 댓글엔 죄다 추천해줄게요.
다락방님이랑 뽀는 페이퍼만큼 댓글도 잘 써요. 미잘이랑 나만 좀 그래.(괜히 미잘 걸고 넘어짐)

뷰리풀말미잘 2010-04-25 02:23   좋아요 0 | URL
아치,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Forgettable. 2010-04-25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지켜봐 주세요!

Forgettable. 2010-04-2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요즘 '칭찬엔 뽀도 춤춘다.' 뭐 이런 책 읽고 있어요? ㅋㅋㅋ 덩실덩실
여기에서 '뭘요, 아치도 글 굉장히 잘써요!' 라고 해야 하나 싶고. 하지만 그건 너무 오글거리고 ㅎㅎ
미잘보다 훨 낫죠 아치는. (없다고 뒷다마 작렬ㅋㅋ)

전 베플 한번 되 본적이 없는 걸요.
뭐 베플제도 있는데서 댓글 달아본적도 없지만;;

 

바로 어제까지도 난, 2010년 4월 1일, 말하자면 4월 중반 무렵에 패딩을 입고 춥단 소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벚꽃이 벌써 지나 하면서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그것이 벚꽃잎이 아니라 눈.. 이라는 걸 깨닫고 운전학원에 가는 길에 멈춰 서게 될 줄도 몰랐다. 벚꽃 사진을 좀 찍어 보겠다고 조금 설치다가 손에 동상걸릴줄도 정말로 몰랐다. 



    

이 흑백 사진은 봄날에 추워하는 나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실제로 내겐 등이 훤히 파인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숲속에서 아침 햇살받으며 따뜻한듯이 어깨를 살짝 움추리고 이쁜 척 하면서 찍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오늘의 사진 찍기는 전쟁이었다. 갑자기 추운 날 카메라를 들고 나서게 된 이유인즉, 어제 ㅋ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갑자기 내 카메라를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 님이 카메라에 갖고 있는 애정에 비해 나의 그것은 참 빈약하여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곰팡이 피기 전에 호주머니에 고이 감싸서 오늘 좀 감아준 것인데, 오히려 추운데 고생시킨 것이 되어버려서 더욱 안쓰럽다. 아직도 카메라가 차다. 한가지 그녀를 위안할 길이 있다면 이미 내 손은 다 터지고 난리났다는거. 이렇게 의도치 않게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찾는 놀부 심보를 들킨다.

 

예..쁘다(!) 

면허를 따는 길은 고되고 험난하다.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한데, 모든 시험이 오전에 있다. 꿀맛같은 쉬는 날 역시 늦잠도 자지 못하고 평소와 비슷하게 일어나서 시험장 또는 교육장을 향해야 한다. 게다가 조금만 방심해도 운전미숙으로 실격당했다는 방송이 온 교육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린다. 나는 벌써부터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아대는 실수를 몇번이나 저질렀고, 장내기능시험비는 비싸다. 어젠 혼자서도 계속 백점맞아서 친구에게 마구 자랑을 해댔는데 오늘은 실격 혹은 간신히 합격을 겨우겨우 반복했다; 금요일에 사랑니 발치 회복 축하 음주를 즐기기로 했는데, 토요일 시험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구 말마따나 백수과로사하게 생겨서 알바를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다음주부터는 친구들을 만나러 전국 방방곡곡을 돌 예정이다. 마치 백수는 과로사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참 열심히도 산다. 예전에 한달동안 백수였던 친구가 초조해 하면서 돈도 되지 않는 일들을 이것저것 하며 피곤해하고 스트레스 받아 하는 꼴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는 동시에 비웃어주었는데, 그 꼴이 내 꼴이다. 일단은 고성, 경주, 군산 정도를 다녀올 예정. 와- 모두 멀다! 


G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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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4-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성, 경주, 군산-
와 뽀님은 여기저기 친구들이 많기도 하네요.

음 나도 어딘가에 가고 싶어 미칠것 같아요. 좀 꽃이 만발한 곳, 그 아래 서면 꽃잎이 마구 떨어지는 그런 곳. 가고싶다 가고싶다 이러고 있어요.

가서 좋은것 구경 많이 하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와요.

2010-04-1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4-14 18:32   좋아요 0 | URL
전국구 인기인이라서요.

꽃에 힘이 없어서 어제 오늘 추운것 때문에 아마도 다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가려면 이번주 내로 떠나야 하는데, 이번주 목적지는 고성 -_-
벚꽃나무 아래서 돗자리 깔아놓고 막걸리 마시고 덩실덩실 춤추고 싶은데. ㅋㅋ 올해는 안될까요.....

아마. 좋은 것 구경보다는 전국 각지로 유통된, 똑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소주를 마실 것 같습니다만 ㅋㅋ

2010-04-14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4-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뽀님 사진 중독자에요.. 넘 좋아 ^^
여행은 즐겁게...먼 길이 좋은 추억들로 채색되시길...

Forgettable. 2010-04-14 18:37   좋아요 0 | URL
전 제 사진 좋아해주시는 머큐리님이 넘 좋아요 ㅋㅋㅋ
소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사진사라 그 소수의 사람들이 완소라능 ㅋㅋ

여행 떨려요. 술 왕창 마실거에요. ^^

무해한모리군 2010-04-1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다 짬나면(아니 짬을 내서!) 서울에 우리도 한번 찾아주세요 ㅎㅎ

Forgettable. 2010-04-15 21:4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철야하고 막 바쁜거 언제 좀 잠잠해지는거에요!
저 이번에야말로 휘모리님 찾아가서 놀아야겠는데 ㅎㅎ
어느덧 주말은 세번밖에 남지 않았고,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4-16 08:37   좋아요 0 | URL
당신이 온다면 시간을 빼야죠 ㅎ

Seong 2010-04-1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과로사!! 제가 요즘!! 흑 ㅠㅠ

Forgettable. 2010-04-16 11:08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안하니 왠지 초조하지 않습니까 ㅎㅎ
전 오늘 면허 필기시험 합격하고 왔어요!ㅋ
 
프로포즈 데이 - Leap Ye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왜였을까, 내가 지금껏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 허세였던 걸까.

실제로 연애하지 못하는 약간 비뚤어진 사람이 로코를 즐겨본다 생각했었고 보면 볼수록 이것은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실제로 연애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빤하디 빤한 수많은 로코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꼭 로맨스 영화가 필요할 때는 [The Break-Up]같은 영화를 보며, 그래 연애란 이렇게 지독하고 현실적이고 일상적인것이다. 라며 자조하곤 했다.  

내겐 지금껏. 어쩌면 그렇게도 매번 연애가 힘들었다. 로코에 등장하는 백마탄 왕자 따위는 없었고, 줄리아 로버츠가 짓는 함박웃음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로코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그래서 무수한 시련과 싸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해피하게 엔드하는 할리우드식 영화 속 주인공들이 미웠었나보다. 그래, 비뚤어진 인간은 나였다.   

그냥 뭐, 날도 좀 풀려서 두근두근한 것도 없지 않아 있고, 술을 마시지 못하니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언젠가 한 번 영화를 함께 보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취향이 너무 달라서 무엇을 함께 봐야 함께 만족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사람과의 데이트였다. 그 때 [프로포즈 데이]가 마치 선자리에 나온 잘생기고 유머러스하고 집안까지 좋은 심장전문의마냥 눈을 깜박거렸고, 우린 그 영화를 선택했다. 우리는 함께 한숨을 내쉬고, 깔깔거리고, 만족했지만 욕구불만이 되어 극장을 나서야 했다.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키가 아주 크고, 조금 웃기고, 여주인공을 놀린다. (나는 나를 골려먹는 남자에게 매료당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요리도 잘하고,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쉽게 말해주지 않으며, 여주인공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뒤에 서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명 나를 사랑하는게 아닌데, 대담하게 키스하고, 그것도 아주 잘하고, 한 침대에 누워서 자면서는 단지 오른손을 잠결에 내 팔위로 감싼다. 

라며 점점 나는 여주인공이 되어버렸다 -_-; 젠장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는 여전히 뻔하다. 심지어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할 때는 두 사람의 입술 뒤로 석양이 진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대견하다. 내가 변한 것인지, 로코 자체의 트렌드가 변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은 에밀 쿠스트리차나 프랑소와 오종, 김기덕의 영화들, 세계 각지의 온갖 실험적인 영화들보다 상업영화를 즐겨보게 된 것은 사실이고 이제는 상업영화 역시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상업영화가 괜찮다는 것은 분명 아닌데 [프로포즈 데이]는 빤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지독한 현실감각, 동화같은 로맨스의 상극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빡빡한 여주인공과 느긋한 남주인공의 아슬아슬한 균형도 긴장감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가 차마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수많은 우연들과 기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나한텐 이런 일이 없는거야!" 라고 질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 나도 그 땐 그랬는데, 내가 그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며  저마다의 공상속에 빠지게끔 살짝 밀어넣어 준다는 말이다.

2시간 신나게 웃고 부러워하고서는 끝나버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영화 자체의 여운이 남아서 벅차오르는 그런 영화도 물론 아니다.   

어떤 영화냐면,

예전에 아이일 때 가시가 손에 박혔을 때 그것을 빼지 않으면 혈관을 타고 흘러서 심장에 박혀버린다는 무서운 어른들의 말씀에 강박적으로 손에 박힌 가시를 뺐었는데( 그땐 왜 그리도 가시가 많이 박혔는지) 미처 빼지못한 그 때 그 가시가 내 온 몸을 훑고 다니며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것만 같다. 아,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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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는 이거 보고 감상쓸때 제목을 [4월의 밤은 좀 지독하다]라고 썼는데, 어쩐지 좀 통하는 감상이에요. 그쵸?

나는 한 침대에 둘이 누워서 잔뜩 긴장한 장면이 무척 좋았고 인상깊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장면은 여자가 떠나버린 줄 알고 남자가 허탈해하던 바로 그 모습이에요. 정말 그 장면이 무척 좋았어요, 무척.

아 또 생각하니까 미치겠다 ㅠㅠ

Forgettable. 2010-04-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장면!! 남자가 손가락을 하나씩 떼고 나가니, 여자가 한 숨도 자지않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번쩍 뜨는거요. ㅋㅋㅋ 남자가 돈을 받지 않은 것도 좋았어요. 돈을 받았더라면 아마 여자는 자기가 밥이었다고 체념해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전 계속 미치겠어요. 외로워요. 으흐흑

다락방 2010-04-12 09:00   좋아요 0 | URL
아 나 이 댓글 읽는데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요. 자기 팔 위에 남자의 손이 놓여져 있던 그 촉감은 정말 생생할거야. 잊을 수 없을거에요, 그쵸? 아 미치겠네요. ㅎㅎ

다음부터는 걍 다 때려부셔, 하는 영화를 봐야겠어요. ㅎㅎ

Forgettable. 2010-04-12 18:10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아이언맨2]와 [킥애스]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냥 뭐, 턱을 갈아버려(?이거맞나요?ㅋㅋㅋㅋㅋ) 이런 영화나 봐야징

다다음주쯤에 시간이 나서 봄꽃여행을 가보려고 했더니만 이미 동네에 벚꽃이 다 폈더라구요. 나뭇잎구경가게 생겼음 -_- 꽃이 피면 기쁘다기 보단 이 봄도 끝이구나 싶어서 슬퍼져요.

아포지 2010-04-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얘기해준다고 하다가 계속 잊고 있었는데, 사랑니 뽑고 술마셔도 되요... 대신 자기 전에 가글을 확실히 해주길...

Forgettable. 2010-04-12 18:12   좋아요 0 | URL
그건 술 마시고 운전해도 되요... 란 말이랑 똑같다고 하던데;;; ㅠㅠ

많이 아물었으니 오늘은 막걸리나 한잔 할까, 라고 또 불이 당기네요. apouge님 밉습니다.

Seong 2010-04-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맨틱 코미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좀 변한 게 워킹 타이틀 작품을 보면서 그 마음이 좀 달라졌죠. <노팅 힐>,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어바웃 어 보이>... 소급하다 보니 영국산이군요. 영국의 영화나 음악을 살펴보면 일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카이사르도 포기했다던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가... ㅋㅋ

Forgettable. 2010-04-16 11:11   좋아요 0 | URL
최근에 500 days of Summer 도 좋았어요!
영국문화 좋죠. 저도 무지 좋아해요. 영국산 소설도 좋아하고.. 브리티시 락도 진짜 좋아해요!!
날씨가 우울하고 변덕스러우니 사람들 감성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건가..

아, 아침먹어야지. 새벽같이 면허필기셤 보고왔더니 배고프네요. 배고파서 뭔가 할 말이 더 있을 법한데도 생각이 안나요 ㅋㅋㅋㅋㅋ
 

어제. 

부러워서 "어이쿠" 하며 감탄사를 몇 번이나 내뱉어야 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감상하고는, 애써 현실로 돌아오려 눈을 부릅뜨고 있자니 괴로움이 절로 밀려온다.  

게다가 오른쪽 아래 잇몸은 검은 실로 깊은 상처가 겨우 꿰메어져 있고, 진통제를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없이 자기엔 약간 불쾌한 정도의 고통이 은근히 배어있다. 어차피 진통제도 다 떨어졌다. 

불가피한 금주령 때문에 술도 못마시고, 제대로 씹지못해서 소화도 안된다. 

마음을 좀 많이 빼앗겨버린 이에게 연락해봤자, 나는 아웃 오브 안중.  

책을 펴 들어도 어째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적인 인간들 투성이어서 그만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봄맞이 욕구불만인가. 

 

마취가 풀리는동안 울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르케스였다. 

   
 

아래쪽 사랑니였다. 치과 의사는 입을 벌리고 뜨거운 집게로 어금니를 짓눌렀다. 읍장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주 깊숙한 곳에서 얼어붙는 듯한 공허를 느꼈으나 고통을 토해 내진 않았다. 치과 의사는 단지 손목만을 움직였다. 아무런 증오 없이, 오히려 씁쓸한 부드러움으로. 그리고 말했다.

     “이것으로 스무 명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오, 중위.” ("Now you'll pay for our twenty dead men.")


     읍장은 턱에서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것을 느꼈고, 두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어금니가 뽑혀져 나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숨도 쉬지 않았다. 그때 눈물 속에서 어금니를 보았다. 그의 고통에 비해 너무 어처구니없게 보였다. 그래서 지난 닷새간의 밤의 고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헐떡거리며 타구로 몸을 기울이고 군복 상의 단추를 풀었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더듬더듬 찾았다. 치과 의사가 읍장에게 깨끗한 수건을 건네주었다.

     “눈물을 닦으시오.”

     읍장은 눈물을 닦았다. 떨고 있었다. 치과 의사가 손을 씻는 동안 읍장은 밑이 빠진 천장을 올려보고 거미알과 죽은 곤충이 널려 있는 먼지 낀 거미줄을 바라보았다. 치과 의사가 손을 닦으며 돌아왔다. ‘누우세요. 소금물로 입을 헹구시고.’ 그러나 읍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대식 인사로 작별을 고하고 다리를 끌며 문께로 나아갔다. 군복 상의 단추는 채우지 않고 있었다.

     “계산서를 보내시오.”

     “당신에게, 아니면 읍사무소로?”

     읍장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문을 닫고 철망 너머로 말했다.

     “마찬가지요.” ("It's the same damn thing."  나같았으면 "상관없어."로 했을텐데. 뭐, 마찬가지지만.)

<출처 : http://www.latin21.com/board3/view.php?table=translate_nh&bd_idx=15

 
   

이 단편을 다시 읽고 싶어서 이 단편이 실려있는 책을 찾기 위해 온 책장을 헤매고 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잃어..버린 건가. 안그래도 욕구불만으로 열받아 있던 머리가 헤까닥 돌 무렵   

마르케스 치과 의사 

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이 단편 번역이 나온다. 신비로운 구글의 세계.

 

이 단편은 1장 반쪽 분량으로, 꼬부랑꼬부랑 영어로 된 것을 몇번이나 읽으며 잘 이해도 못하고서는 좋아했었다.  

계산서를 어디로 보내든 상관없다는 읍장의 말을,  

마취가 풀리는 동안 몇 번씩이나 곱씹으며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사랑니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ㅠㅠ 무려 스무명의 목숨값! 

 

그나저나 나는 이 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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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내야지요. 무슨일이 있어도!

Forgettable. 2010-04-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금주 며칠했다고 우울증걸린듯!!!

무스탕 2010-04-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를 빼셨군요. 더 빼셔야 하나요, 이걸로 끝인가요?

Forgettable. 2010-04-1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고민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치과에서는 다 아물면 빼라고는 하는데, 썪지 않았다면 빼고 싶지 않아요. 한편으로는 이왕 시작한거 몽창 빼버릴까 싶기도 하구요. 휴..
 


 

어느 겨울이 지나갔는데, 당연히 올 봄이 오지 않는다면! 이라고 걱정하던 누군가의 공상에 아주 천천히, 이번에도 어김없이 봄은 대답해 주고 있다. 

어제같은 오늘과 몇년은 더 지난 것만 같은 어제와 내일같은 한달 후를 살고 있다.  

4번의 주말이 남았고 보고 싶은 사람은 많고 해야할 일도 많다. 그리고 봄은 왔다. 괜히 마음만 조급해져서는 더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김에 치과에 전화해서 사랑니 수술 예약을 덜컥 해버렸다. 어떡해 ㅠㅠ  

하려고 했던 것의 대부분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다이어리와 통장 잔액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 참 괴롭다. 

금요일에는 미녀친구와 눈이 고운 남자와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친구를 좋아한다. 이것은 마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라고 단언하듯이 나 역시 "술 좋아하는 사람 치고, 재미없는 사람 없다."라고 말한다.  

눈이 고운 남자는 술을 잘 마실수 없는 사람이었는데도, 열심히 마시는 그 모습에 반해버렸다. 미녀친구와 나는 전 만남 때의 술꼬장담을 공유하며 술을 많이 마시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역시나 함께 취해버리고 말았다. 술과 고기와 미녀와 남자가 있는데 안취할래야!

토요일에는 축가멤버 뒤풀이가 있었다. 일요일에 새벽비행기로 출장간다는 결혼당사자는 결국 오지 못했고, 우리끼리만 놀았는데 수고비로 받은 돈으로 밥을 먹을까 술을 먹을까, 하다가 맛있는 밥 한끼로 돈을 다 써버리느니 차라리 양주로 써버리자며 양주를 마시러 갔다. 물탄게 너무 뻔한 양주를 마시고 취하지가 않아서 전전긍긍하다가 다음에는 차라리 파티룸을 빌려 마트에서 장을 봐서 먹고 마시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연애이야기도 하고, 고대김예슬 얘기도 하고, 연대(연세대아님)이야기도 하고, 취업 이야기도 하고, 삶에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했다. 후배는 김예슬이 좌파 스타란 이야길 했고, 친구는 그녀의 선택에 환호했고, 난 여기에서 약간의 의구심을 드러냈다.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맨몸뚱아리로 뻔하디 뻔한 사회에서 사는 것에 대한 나의 회의감은 우리 낭만주의자들의 거센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ㅎㅎ  

얼굴만 알고 있다가 축가 때문에 새로이 친해지게된 한 남자후배에게 첫인상을 말해달라고 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의 평가받기 좋아하는 습성을 떠올리며 웃을 나의 지인들에게 말하지만, 이 의견은 내가 아닌 친구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끼리끼리 논다고 ㅎㅎ 어쨌든 나의 인상은 차분하고, 여성스럽다는것. ㅋㅋㅋㅋㅋㅋㅋ '아직은' 첫인상이 유지되고 있다고. 


일요일에는 죽은 듯이 잠만 잤고, 어제는 친해지게 된 지 벌써 2년에 접어든 한 남자사람과 술을 마셨다. 죽을 정도로 매운 콩불을 먹고, 다신 먹지 않겠다고 하며 두유를 쪽쪽 빨아먹었다. 내 mp3을 틀어둔 것만 같은 이자까야에서 이런저런 잡답을 나누다가 [천개의 고원]이야기가 나왔다. 

이 친구는 건축을 공부하는 친구인데, 자기 분야에 대한 꿈도 다부지고, 아이디어도 꽤나 참신해서 난 이 친구의 전공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어쨌든 요즘 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며 약간 머뭇거리며 [천개의 고원] 이야기를 꺼내는데, 내가 대뜸 아, 들뢰즈였나. 했더니 반색한다. 이후로 아도르노, 롤랑바르트의 이야길 잠깐 하고 기호학 이야길 잠깐 하고, 중세의 숭고미 이야기도 잠깐 하고, 임석재와 안도타다오 이야기도 잠깐 했다. 

그 친구에겐 허세부리느라고 아는척 했지만 이 아는 척은 대부분 알라딘 서재질에서 곁눈질한 결과; 

나 철학한 여자야, 라며 콧소리를 내니 이 친구 금새 사랑에 빠진듯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어이, 아무한테나 그런 눈빛 보내지 말라고.  

우리 나이의 친구들은 마치 유행처럼 '우리 서른 다섯이 될때까지 솔로면 결혼하자.' 라고 약속한 남자사람친구를 하나씩 두고 있는데, 어제의 이 친구는 나의 '그' 남자사람친구이다. 장난처럼 해왔던 얘긴데, 어제는 갑자기 진지하게 정말로 결혼하자고 한다. 애인한테나 잘하시라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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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4-0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스물 몇 살에 서클 선배에게 선배, 우리 내가 서른둘까지 결혼 못하고 있으면 그냥 선배랑 나랑 하자,라고 했는데 정말 서른둘에 선배가 진지하게 물어보더라는. 식겁해서 땀 삐질 흘리며 아이 선배도 참, 뭐 그런 걸 기억하고. 농담이었죠. 농담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사람, 있더라구요.

Forgettable. 2010-04-08 15:56   좋아요 0 | URL
어이쿠, 쥴님!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요!
그나저나 단발 인증샷은 아래아래아래인가 어딘가에 이미 올렸답니다 ㅎㅎㅎㅎ

제가볼 땐 그 선배가 기다린거 아닐까요. 쥴님은 초미녀에 센스쟁이니까!?
마음졸이면서 쥴님이 서른 둘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선배의 초조함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네요.

무스탕 2010-04-0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랑이랑 연애전에 솔로로 지낼때 '내가 28세까지 미혼상태면 못 간거고 그 이후는 안 간거다' 라고 공공연이 떠들고 다녔는데 딱 27세에 결혼을 했지요;;;
4주 남았군요. 좋은분 많이 만나세요. 오랫동안 못 만나도 째끔만 보고싶게요 ^^

Forgettable. 2010-04-08 15:58   좋아요 0 | URL
뭐, 지금 많이 만난다고 안보고싶을꺼 보고싶거나, 보고싶을거 안보고싶진 않겠죠? ㅠㅠ

이렇게 긴 잡담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몇살까지 솔로면' 이란 문구에 호응을 보여주시는군요. ㅎㅎ
전 뭐.. 만나면 가는거고 못만나면 안가는건데 아마 만나도 놓칠 것 같단 마음이 아직은 크네요. 기대를 안한달까;;

아포지 2010-04-07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니를 뽑기로 한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에요... 화이팅!!

Forgettable. 2010-04-08 15:59   좋아요 0 | URL
저..........
진짜 후회하고 있어요.
'화이팅'과 느낌표 두개 정도로는 전혀 힘이 나지 않아요. 거의 죽어가고 있어요.

적어도 느낌표 다섯개 정도는 해주셔야...

2010-04-0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8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4-0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철학한 여자야~ ^^ 그 사랑에 빠진듯한 눈빛이 궁금해진 1인 임다..ㅎㅎ
봄 향기 나는 사진에 싱그러운 글이에요...^^

Forgettable. 2010-04-08 16: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뭐, 술마시면 그 정도 눈빛이야 아무한테나 뿌리고 다니는 친구입니다. ㅎㅎ
애인도 있는걸요!! 흥!!

다락방 2010-04-0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김에 서로 사랑에 빠져도 좋았을것을!

Forgettable. 2010-04-08 16:03   좋아요 0 | URL
4월 5일을 제 기념일로 바꾸겠대서 제가 다이어리에 꼭 저장하라고 해두었죠.

사랑은 쉽게 빠질 수 있지만, 쉽게 빠질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워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서른다섯까지 솔로로 남으면 결혼하기로 한 남자 작년에 결혼했음 ㅎㅎㅎ

Forgettable. 2010-04-08 16:0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솔로 아니니깐 괜춘해요!!
여봐란듯이 얼른 결혼하시라능ㅋㅋㅋ

다락방 2010-04-0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서른까지 남으면 결혼하기로 했던 남자들이 여럿이었는데(누구였는지 기억도 안남) 그들중 몇몇은 결혼했고 그들중 몇몇은 정말 나랑 결혼할까봐 도망갔어요. ㅎㅎ

Forgettable. 2010-04-08 16:05   좋아요 0 | URL
이 약속은 역시 약속한 그 나이가 되어야 약속이었는지, 보험이었는지 판정이 나는거군요.....

뭐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사람이랑 그런약속을 했답니까, 락방님은!

이잘코군 2010-04-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몇 예약해놔야하나. 서른다섯정도로 해볼까요? ㅋㅋㅋㅋ

Forgettable. 2010-04-08 16:06   좋아요 0 | URL
아프님이랑 예약하고 싶어하는 친구분이 있을까요????? 이러고 ㅋㅋㅋ
서른 다섯이면 너무 가까운 미래.... 이러고 2 ㅋㅋㅋ

늦지 않았으니 얼른 예약해두세요~ ^^

다락방 2010-04-08 16:07   좋아요 0 | URL
서른 다섯이면 너무 가까운 미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이거 대못이다. ㅋㅋ

Forgettable. 2010-04-08 18:02   좋아요 0 | URL
으흐흐 너무 심했나요 (긁적<- 어머 왠 순진한척)


2010-04-07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랑니 저도 빼야 될텐데 역시 뺄 수 있을 때 빼 놀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ㅠ 교정도 해야 하고...
몇 살까지 솔로면 결혼하자는 이야기는 만화에나 나오는 대사인줄 알았는데, 댓글 다신 분들도 그렇고 은근 많네요;; 유명한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온 대사인가요?;

Forgettable. 2010-04-08 16:09   좋아요 0 | URL
교정하시나요? 정말로? 언제부터? 교정도 엄청 아프다던데요....
저 사랑니 빼고 나서 뭔가 성형수술을 해볼까 하는 마음 싹 사라졌구요. 나머지 2개도 절대 절대 안뺄겁니다. 썪지 않도록 소중히 관리하겠어요. ㅠㅠ 저 진짜 아파서 죽어가고 있어요. 머리도 띵하고.. 지금 아직도 피맛이 나요! 24시간이 지났는데!!!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진 잘 모르겠어요. 은근히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있는 약속인데;
정말 이런 약속 많이 하시나봐요 ㅎㅎ 코님은 아직 어리시니까 :)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0 22:17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전 3개째 뽑았는데......
사람이 미련한 게 뽑을 땐 그렇게 아프지만, 금세 잊고 의사가 뽑자면 또 뽑고 말아요.
그래서 띄엄, 띄엄 3개째 뽑았답니다.
나머지 하나는 안 나와야 할텐데요.

Forgettable. 2010-04-11 12:58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사람의 기억은 간사한 것인지요.
저도 이왕뽑기 시작한거 왕창 다 해결해버릴까 또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나도 관리만 잘해주면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띄엄, 띄엄 3개째라니. 파고세운닥나무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

잉크냄새 2010-04-08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에는 봄이 왔나요. 여기는 아직도 을씬년스러운 날씨가 계속됩니다.
서른 다섯이면,,,전 이제 할수없는 약속이네요.

Forgettable. 2010-04-08 16:11   좋아요 0 | URL
아 을씨년스러운 날씨 + 이제 할 수 없는 약속
이 댓글은 괜히 암울해보여요. ㅠㅠ

잉크냄새님 잘 지내시죠! 얼마 전에 포카라 글 보고 감동하고 댓글은 미처 못남기고 나왔는데요. 아, 그리고 그 만우절 낚이신것도 -_-;;;;;;;

이곳은 거의. 봄입니다. 아직 밤늦게나 새벽 일찍은 춥지만요. ㅎㅎ

2010-04-09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0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