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까지도 난, 2010년 4월 1일, 말하자면 4월 중반 무렵에 패딩을 입고 춥단 소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벚꽃이 벌써 지나 하면서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그것이 벚꽃잎이 아니라 눈.. 이라는 걸 깨닫고 운전학원에 가는 길에 멈춰 서게 될 줄도 몰랐다. 벚꽃 사진을 좀 찍어 보겠다고 조금 설치다가 손에 동상걸릴줄도 정말로 몰랐다.
이 흑백 사진은 봄날에 추워하는 나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실제로 내겐 등이 훤히 파인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숲속에서 아침 햇살받으며 따뜻한듯이 어깨를 살짝 움추리고 이쁜 척 하면서 찍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오늘의 사진 찍기는 전쟁이었다. 갑자기 추운 날 카메라를 들고 나서게 된 이유인즉, 어제 ㅋ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갑자기 내 카메라를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 님이 카메라에 갖고 있는 애정에 비해 나의 그것은 참 빈약하여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곰팡이 피기 전에 호주머니에 고이 감싸서 오늘 좀 감아준 것인데, 오히려 추운데 고생시킨 것이 되어버려서 더욱 안쓰럽다. 아직도 카메라가 차다. 한가지 그녀를 위안할 길이 있다면 이미 내 손은 다 터지고 난리났다는거. 이렇게 의도치 않게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찾는 놀부 심보를 들킨다.
예..쁘다(!)
면허를 따는 길은 고되고 험난하다.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한데, 모든 시험이 오전에 있다. 꿀맛같은 쉬는 날 역시 늦잠도 자지 못하고 평소와 비슷하게 일어나서 시험장 또는 교육장을 향해야 한다. 게다가 조금만 방심해도 운전미숙으로 실격당했다는 방송이 온 교육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린다. 나는 벌써부터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아대는 실수를 몇번이나 저질렀고, 장내기능시험비는 비싸다. 어젠 혼자서도 계속 백점맞아서 친구에게 마구 자랑을 해댔는데 오늘은 실격 혹은 간신히 합격을 겨우겨우 반복했다; 금요일에 사랑니 발치 회복 축하 음주를 즐기기로 했는데, 토요일 시험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구 말마따나 백수과로사하게 생겨서 알바를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다음주부터는 친구들을 만나러 전국 방방곡곡을 돌 예정이다. 마치 백수는 과로사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참 열심히도 산다. 예전에 한달동안 백수였던 친구가 초조해 하면서 돈도 되지 않는 일들을 이것저것 하며 피곤해하고 스트레스 받아 하는 꼴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는 동시에 비웃어주었는데, 그 꼴이 내 꼴이다. 일단은 고성, 경주, 군산 정도를 다녀올 예정. 와- 모두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