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든 뭐든 중요한 것은 시절이 아니었다. 나만 멋있으면 되고, 숨 한 번 꼴딱 넘어갈 것만 같은 여인과 영화 같은 사랑 한 번 찐하게 하면 된거였다. 영화 [모던보이]의 이해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런 신념 때문이었다. 꼭 애국심이나 곧은 지조 같은 것이 신념이 될 필요가 있나? 낭만적인 사랑, 돈만 있으면 된다는 기회주의는 신념이 왜 안되나?   

"여기 답이 있어."라고 살랑살랑거리며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시작한다. 땡그랑 동전 소리에도 온갖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칠렐레 팔렐레 보이는 부자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디떼는 돈을 뿌린다. 동전도 뿌리고, 지폐도 뿌리고 웃는다. 공짜로 얻은 돈만큼, 언젠가 그 배로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나의 미신은 영화에서 반대로 작용해서 돈을 뿌리고 다니는 디떼는 그 배로 돈을 번다. 그것이 천부적인 재능인지 아니면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흥청망청 뿌려대는 어린 디떼의 모습은 다 늙어 체념한듯 생활하는 늙은 디떼의 모습과 겹쳐 치기어리고 우스꽝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몫 잡았다 싶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쿨하게 떠나버리는 모습은 영리해보이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나신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모습은 낭만적인데다가, 히틀러의 통치가 시작된 체코를 과감히 버리고 독일 여자와 결혼해 히틀러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모습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한다.  

참 가볍다, 싶으면서도 이런 영화 또 없나 하며 다른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영화는 이를테면 필립 말로의 이런 멘트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달까. 

   
  84센트짜리 저녁식사는 버려진 우편 가방 같은 맛이 났다. 음식을 날라다준 웨이터는 25센트만 주면 나를 때려눕히고, 75센트에 내 목을 따버리고, 세금 포함해서 1불 50센트만 주면 콘크리트 통에 내 시체를 넣어 바다에 갖다 버릴 사람 같았다.  
   

하하하 

결국 이 영화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빨강머리 아름다운 아가씨마저 떠나버린 국경 촌구석에서 틀어박혀 마을에서 주워온 거울로 온 벽을 장식해놓고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년의 가난뱅이 디떼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그를 다시 부자로 만들어줄 우표를 파란 하늘에 훌훌 털어버리고는 백만장자 친구와 함께 직접 따른 맥주를 맛있게 마시며 "맥주맛이 일품이에요. 여기가 내가 돌아올 곳입니다."라 말하는 상쾌한 그의 모습에 웃음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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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저도 맥주를 마시면서 웃고 싶은데 당분간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몹시 유감이에요. ㅜㅜ

그나저나 뽀도 필립 말로한테 푹 빠졌군요!

Forgettable. 2011-09-10 17:10   좋아요 0 | URL
쌍커플 수술 ㅋㅋㅋㅋㅋ

필립말로는.. 정말 설레요. 두근거려. 매력적이야>.<

Mephistopheles 2011-09-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도 보고 소설도 보면서...다떼가 돈에 집착하는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그 돈에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늙고 혼자 남자 초라하고 외로워보여도..
왠지 그것마져도 초월한 듯한 느낌...^^

Forgettable. 2011-09-10 17:12   좋아요 0 | URL
그쵸? 젊었을 때도 돈에 집착하는 모습인 것 같은데도 동시에 돈 자체에는 초월한 듯한 모습이었어요.
오히려 '백만장자'라는 허상에 집착하고 있었던것이 아닌가.. 싶어요.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하나 건졌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무슨 안보신 영화가 없냐는 -_-

라로 2011-09-0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저도 가지고 있는데 읽어봐야지,,,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요,,( ")
해피추석 되시어요~~~~.^^*

Forgettable. 2011-09-10 17:12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어보고 싶어요. 책이 원작이겠죠?

나비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버벌 2011-09-1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저는 가지고 있지조차도 않아요. 구해야겠네요. 저도 맥주.......좀........

Forgettable. 2011-09-10 17:14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IPTV에 들어있길래 우연히 봤어요.
책 구하시면 저도 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맥주.. 정말 숙취에 아직도 어질거리지만 전 또 와인마시러 나갑니다 흐흐 주종이 와인이니 귀찮아도 나갈수밖에 없네요 ㅠ

파고세운닥나무 2011-09-13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시,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추석 안부 묻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말이 잘 안 통하니 마음도 잘 안 통해 답답하지만요^^;
지내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긴 추석이 없잖아요?^^; 아내랑 조촐히 명절 음식인 잡채 해먹었답니다. 교회선 송편 2개 주더군요.
명절 잘 보내세요!!!

Forgettable. 2011-09-14 10:16   좋아요 0 | URL
저도 명절 때마다 잡채 해먹었다보니 이젠 잡채 달인 ^^^^ 한국명절, 캐나다 명절(?) 다 챙겼었죠. 하하
송편 2개.. ㅠㅠ 아 유학생활이란..
그래도 뭐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 ㅋ

다락방 2011-09-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 나 오늘 아이팟 안가지고 왔어요. 그냥..그거 말해줄라고 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9-14 10: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ㅋㅋ 답이 없어요!

다락방 2011-09-14 13:22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말걸까 싶어서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5 09:06   좋아요 0 | URL
이 쯤 되면 말 안걸곤 못배기겠어요 ㅋㅋ

pb 2011-09-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건 평소에 나 혼자 하던 것과는 확실히 틀렸다. 내가 몹시도 원하던 금지된 아름다움이었다. 이후로 나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이 대사 기억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5 09:05   좋아요 0 | URL
전.. 그 대사가 기억이 안나요. ㅠ
피비님의 대사 찝어내는 능력은 최고 ㅋㅋ 전 마지막 대사도 인상깊게 느꼈으면서 기억못해서 검색해봤잖아요;;;;;;
영화 참 좋았어요 전. ㅋㅋ

lazydevil 2011-09-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영화도 있는 있는 줄 몰랐슴다.
역쉬 사람은 가끔 외출을 해야해. 특히나 늙을 수록 말이야. ㅡ.ㅡ
참, 어제부터 포겟님의 상위 리스트작인 <거미여인...> 읽기 시작했슴다.(딴님이었나?^^;)
요즘 나홀로 백쪽당 하느라... 다 읽을라면 한 삼일 걸리겠네요.ㅎㅎ(스포 사절!)

Forgettable. 2011-09-15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완전 재미있었어요. ㅋㅋㅋ
[거미여인의 키스]는 제 상위 리스트인건 맞는데 오래 전에 언급하고는 언급하질 않았는데 용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전 그거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ㅋㅋㅋㅋㅋ 리뷰 기대할게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ㅎ

lazydevil 2011-09-15 11:52   좋아요 0 | URL
감기죠... 쿨럭..^^

Forgettable. 2011-09-15 12:00   좋아요 0 | URL
늙으신거 티낸다고 환절기에 감기나 걸리고 그러십니까? ㅋㅋ
(저도 걸렸어요 ㅠㅠ)

lazydevil 2011-09-1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흥청망청이라는 거... 언제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ㅠㅠ

Forgettable. 2011-09-15 11:46   좋아요 0 | URL
흥청망청 돈쓰며 노는거요? ㅋㅋ 하실 때 저도 좀 불러주세요 ^^ 화끈하게 놀아보아요 ㅋ
 

오랜만에, 얼굴 보면 두근거리고 만날 생각에 설렜던 사람과의 관계가 늦더위와 함께 끝났다. 그 어떤 관계든 마지막이 매번 최악인건 똑같아서인지 이젠 점점 익숙해져가는 걸 느낀다. 이런 더러운 기분엔 면역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익숙해지더라. 감정은 점점 무뎌지고 뜨거웠던 나는 미지근하게 식어간다. 가끔 두렵다. 더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니가 좋아. 너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니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의 마음도 그렇게 깊은 건 아니니까. 이게 내 자기방어라던가 상처받지 않고 싶은 마음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단지, '너'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Let the right one in]
이 영화의 원제가 [렛미인]보다 마음에 각인되었던 건 아무래도 내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내가 그것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딱 들어맞는 것을 알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퍼즐의 잃어버렸던 한 조각을 끼워넣듯 내 안으로 들이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생각한다. 사랑에 빠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사랑에 빠질만한 사람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평생의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을 영화에서 볼 때면 마음이 사무친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것처럼 휘청거리며 사랑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때묻고 편협해진 내모습이 자꾸 어린 연인의 모습에 겹쳐져 슬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다 맞춰진 큐브, 피를 마시지 못해 점점 야위어가는 이엘린의 얼굴, 염산을 붓기 전의 아저씨의 목소리, 눈 위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는 코니, 수영을 하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오스카,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숨을 들이쉬는 아줌마, 숨을 참고 있는 오스카, 가방 안의 이엘린..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가겠다는 이엘린의 쪽지까지.

그 끝이 어찌 될지 알면서, 연인들은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의 아름다웠던 시절은 이미 다 스러져버린 것 같아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괴로웠다. 내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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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새삼 뽀의 닉네임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드네요. 늦더위와 함께 끝나버린 것 때문에. Forgettable.

뽀,
설레임이 끝나버린 건 애석하지만,
설레임은 또다시 찾아올거에요. 이건 그저 헛된 희망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Forgettable. 2011-09-07 18:36   좋아요 0 | URL
닉네임을 바꿀까.. 자꾸 잊혀질 기억만 만들고 있어요. ㅎㅎ
고마워요. 다시 찾아올 설레임을 한번 또 기다려 봅시다. ^^

다락방 2011-09-0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요. 나 성형수술(알죠?) 끝나고 좀 상태 나아지면 고기 먹으러 가요. 전도. 소주에 몸을 맡깁시다. 수술 잘되라고 기도해줘요.

Forgettable. 2011-09-07 20:26   좋아요 0 | URL
토욜이죠?? 고생해요.... 그 내가 얘기했던 레이저 저절로 작동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고기먹으러 갑시다. 그 전에 고기 좀 자제해서 그날 고기 많이 먹어야징ㅋ

2011-09-07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9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1-09-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보고 당장 미국판도 찾아서 봤는데. 며칠동안 내내 생각이 나더군요. (나는 미국판이 현실적이어서 더 좋았던가) 이 페이퍼 보면서 순간 여러가지 아련한 기분이 드네요. (더럽고 괴롭다는데.. 괜히 말 잘못 붙여서 나도 한방 먹는 거 아닌가;;;)

Forgettable. 2011-09-08 15: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신지님 ㅋㅋㅋㅋㅋ 저 그런애 아닌거 아시잖아요 ^^*

미국판은 좀 더 다른느낌이라 하더라구요. 전 보는 내내 괴로워하면서도 북유럽 영화들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화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 뭐.. 아련한 느낌이라는게 맞는 표현인 것 같네요.
의외로 이런 감성적인 영화를 보고 좋아하셨다니 의외의외의외 ㅋㅋ

신지 2011-09-08 23:04   좋아요 0 | URL

의외라니, 몽환적이고 몽글한 분위기 특유의 색감이 얼마나 좋았는데..(지금 생각해보니, 유럽 여자애 남자애보다 미국 여자애 남자애가 더 좋아서가 이유였음, 미국판 남자애 '로드'의 그 주인공 ㅠ) 마치 천공의 섬 라퓨타처럼 " 딱 들어맞는 것을 알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퍼즐의 잃어버렸던 한 조각을 끼워넣듯 내 안으로 들이는 것 " 나도 이런 느낌 때문이었음, 내내 생각났던 이유.

Forgettable. 2011-09-08 23:30   좋아요 0 | URL
동생도 미국판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오스카는 좋았는데 이엘린의 느낌은 어쩐지 진짜 뱀파이어같아서 ㅋㅋㅋ 좀 무서웠음ㅋㅋ
천공의섬라퓨터 저도 봤는데 몇개의 이미지들 말곤 잘 기억이 안나요 ㅠ 여튼 제 글이 영화의 느낌을 되살렸다니 기쁘군요 :)

2011-09-0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9-09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판 주인공이..........
킥 에스에서 그 살벌하게 총질하는 소녀랍니다....

Forgettable. 2011-09-09 10:42   좋아요 0 | URL
대체 [킥애스]의 그녀와 [로드]의 그는 누구인가(두개 다 안봤음) 하면서 찾아봤는데 이 느낌도 괜찮군요. ㅎㅎㅎㅎㅎ 미국판도 볼까.. ^^

lazydevil 2011-09-1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세번 봤는데.. 주인공 소년님이 콧물 찔찔 흘리는 장면에 크게 공감했답니다.
나도 그랬을 거란 생각에...ㅎㅎㅎ

이름도 어려운 감독님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영화판을 연출했다네요.
<렛미인>에 대한 신뢰, 르카레의 애정으로 기대충전중입니다.

Forgettable. 2011-09-15 1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장면에 공감을 하시고 그래요 ^^
전 마지막 수영장씬에서 괜히 눈물콧물 짰네요;; 왜그런가 몰라..

아 르카레 궁금했는데.. 곧 개봉하나요? 개봉 전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전 요즘 말로와 사랑에 빠져있다는 ㅋㅋㅋㅋ
 

 

취업을 준비하는 마음 상태가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던 바도 아닌데, 그래도 힘들다. 자꾸 마음이 축축 늘어지는 걸 다잡아 올리는데 쏟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엄청나다. 이건 뭐 주름살 수술도 아니고; 얼마 전에는 면접을 보고 왔는데, 과제로 낸 에세이를 피티하면서 면접관에게 대단하게 혼이나고 말았다.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비판받으면서 혼나니까 표정관리 안되고 식은땀이 줄줄 날 정도로 당황했다. 아.. 힘들어.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을 봤다. 박중훈을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 없이 봤는데 박중훈이 정유미한테 그런다. 우리나라 백수들 참 착하다고. 왜 프랑스같은 유럽에서는 일자리 없다고 정부에 데모하고 난리통인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지가 못나서 취업못하는 줄 안다고. 니 탓 아니라고. 그러는데 마음이 짠했다. 내 잘못 아닌거지. 

책을 읽은 책 또 읽고, 도서관 가서 몇 권 빌려보고 하고 있다. 읽긴 읽는데 권태기인지, 선별 능력에 이상이 생긴건지 데면데면하다. 책 읽고 영감 팍팍 받아서 후르륵 페이퍼도 멋지게 쓰면 좋은데, 글쓰기고 독서고 요즘엔 당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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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8-28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영혼에 맞을 수 있는 보톡스라도 있으면 늘어지진 않을텐데 말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8-2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누군가 나를 평가하는 사람앞에서 뭘 하는건 언제나 별루예요.
놀러와요.
 

 

 

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신산만해. 사람에도, 글에도, 영상에도, 운동에도, 그 무엇에도 집중을 할 수 없다.
이번주를 기점으로 드디어 술을 줄여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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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7-26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눈 속에 딱 5분만 파묻혀있다 나오면 정~말 시원하겠죠.^^

Forgettable. 2011-07-26 15:50   좋아요 0 | URL
더워요 더워 ㅋㅋ 에드먼튼이 너무 그리워용 ㅋ

다락방 2011-07-2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 지금 여기 있나봐요.

Forgettable. 2011-07-26 16:37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은 이곳에 있습니다. ㅋㅋㅋㅋ

pjy 2011-07-2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보기만해도 눈이 시원해지네요*^^*

Forgettable. 2011-07-26 16:38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을 달래주려는지 비가 시원하게 내리네요. ㅎㅎ

라로 2011-07-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지금 한국이죠?????
언제 왔어요????생각 많이 했었어요.(정말 진심으로 생각 가끔 했어요!!!)
저 조만간 딸아이 바이올린 수리하러 서울가야 할지 모르는데 혹시 만날까요?우리?????ㅎㅎㅎㅎ
뽀님 만나서 술 마시고 싶은데,,,,술을 줄이신다?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7-26 16:39   좋아요 0 | URL
제가 방명록에도 글 남겼잖아요. ㅋㅋㅋ 소식 궁금하다고! 저 온지 꽤 됐습니다. ㅎㅎ

네 시간 미리 알려주시면 딱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가 아무리 술 줄여도 나비님 평균치 되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에 워낙에 ㅋㅋㅋㅋㅋㅋㅋㅋ

2011-07-27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1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사진속으로 뛰어들고 싶네요. 정말 더워서 혓바닥을 늘어뜨린 병든 개처럼 늘어져서 살아가고 있는데 힘겨워요; 차라리 철갑을 두른듯 내 몸을 감싼 지방이라도 사라져준다면 보다 쾌적할 것 같은데 현실은 남극에 투하되도 생존할 기세라서 우울 ㅠ 정말 더워서 집중하기 힘든데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가을이 가장 좋긴 한데, 가을은 잠깐 왔다가 휙 사라져버리는 제법 시크한 계절이라서 그때를 기대하지 않기로 했음;

Forgettable. 2011-08-01 15:39   좋아요 0 | URL
날이 진짜... 비오거나 폭염이거나 그러니까 짜증이 기본적으로 몸에 배어 있어요. 그래도 오늘은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운동하고 와서 자기소개서 쓰고 있어서 그나마 만족스럽긴 한데;; 자소서 쓰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ㅠ 그래서 블로그에 뭐 이용할 거 없나 하고 들어와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전 가을이 좋지만, 초겨울도 좋고. 사실은 겨울도 좋고. 봄과 여름은 그닥 ㅠㅠ 비도 많이 왔는데 코님은 비피해 없으시지요? 캐나다 겨울이 너무 그리워요....

2011-08-08 18: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비 피해라 해 봐야 계절학기 기말시험날 옷이 온통 젖어버린 정도네요. 그런데 이번에 시골 내려가서 조부모님과 함께 집 앞에 수확한 고추 말리려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는데 이번 태풍에 날아가버렸다고 하네요;; 멍멍이는 마당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나저나 피비님이랑 보기로 한 날짜를 언제로 잡을까요? 저 시험칠 일이 있어서 21 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여튼 서울에 돌아왔으니 또 부질없이 운동을 해야겠네요;

무스탕 2011-07-2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 나무들 밑에 서 있으면 누군가가 발로 탁- 차서 눈을 맞을수 있도록 해준다면 참 고마울것 같아요 ^^

Forgettable. 2011-08-27 16:46   좋아요 0 | URL
아.. 오늘도 역시 덥네요. ㅠㅠ
 
안나 카레니나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드라마를 봤다. 하기 싫은 택스 관련 일을 하느라 골을 싸매던 주인공의 집에 전도사들이 찾아와 "예수를 믿으십니까?" 라고 묻자 주인공은 마구 환영하며 떨떠름해하는 전도사들을 집으로 맞이한다. 회계일만 아니라면 교회쟁이도 좋고 청소도 재밌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마치 시험기간에 안보던 뉴스와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마구 웃을 수만은 없었던게 나도 내일 토익을 봐야 하는데 그동안 미루던 [안나 카레니나]의 리뷰가 갑자기 너무너무 쓰고 싶어져버린 거다. 토익 뭐.. 기본이 된다고 마음을 놓기엔 모의고사 성적이 개판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리뷰가 더 쓰고 싶다.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읽었던 것은 아마도 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렸을 적 읽은 러시아 작품들은 외울 수 없는 이름들 때문인지 줄거리를 모두 뒤섞어 기억하고 있는데 그 중 [죄와벌]과 [안나 카레니나]의 결말만은 기억하고 있다. 사실은 결말만 기억하고 있다가 작품의 제목과 짜맞춘 것은 최근이다. 여튼 이 책의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어서인지, 안나가 나와 비슷해서였는지, 어쩌면 완전히 달라서였는지 그녀의 스토리에는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러브스토리에 공감을 잘 못하는 체질이어서인지도 모른다.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그들 각자의 사정도 사정이지만, 프랑스 혁명에 더 관심을 두고 읽었듯이, 이번 역시 안나보다는 러시아 귀족들의 생활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것은 [마리앙투와네트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그려지는 프랑스귀족의 생활과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그려지는 영국귀족의 생활과도 확연히 달랐다. 사치와 쾌락과 허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특유의 절제가 러시아의 귀족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브론스키가 유럽의 어느 왕자를 시중드는 모습이라던가, 바람을 피우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모습,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연줄을 찾아다니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농사를 짓는다던가, 땅을 두고 장사치들과 거래를 하며 손해를 본다던가, 빚을 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 등 세속적인 모습들이 어쩐지 건전해 보였다. 속세에서 벗어나 돈 걱정 없이 타락을 향유하며 사는 유럽의 귀족들과 다른 이유가 작가의 성향, 시대, 귀족의 계급차 등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상이나 경제의 차이인지 러시아 귀족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절제미가 있었던 것처럼 보여 인상적이었다. 

안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못했다고 해서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안나가 어떻게 될지 알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내내, 심지어 그녀가 행복으로 빛나는 순간조차도 답답하고 절망적이기만 했다. 고통이 뭔지 모르던, 아름답다는 찬사만을 받던 그녀가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의 기분은 어떤걸까. 세상에 나를 기쁘게 해줄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면? 나때문에 인생을 망쳐버린 브론스키는 내가 없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녀는 그 생각한 시간이 받아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사춘기 소녀처럼 경솔한 선택을 해버린다.  

인생의 목적을 어디에 두나? 

그녀는 사랑하는 대상에 그 목적을 두었었고, 나는 사랑을 하는 내 자신에 목적을 두었기에 그녀를 감히 경솔하다 말한다. 사랑을 하는 나 자신만 있다면, 그런 자신만 사랑한다면, 나는 브론스키나 아들을 잃어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안나처럼 브론스키와 아들에게 자아를 모두 내던진다면 살아갈 힘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 나는 '자기가 후회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은 자신의 과오이다'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고개까지 끄덕거리며 동의하는 자기애로 똘똘 뭉친 사람이지만, 그녀는 아마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보다 그녀에게 이기적이라며 비난할테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사랑했던 오히려 이타적인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수려한 문장이 가장 빛났던 부분은 브론스키가 말을 달리는 장면, 레빈이 풀을 베는 장면, 키티가 출산을 할 때 레빈의 감정 변화 묘사, 세 부분이다. 이런 장면들에는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혀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문장에 빨려들어가 잡아먹히는 것만 같았는데, 이런 책을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이만큼 느낄 수 있는 나의 감수성에게도 감사했다. 수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마음을 많이 주고 공감도 많이 했던 캐릭터는 레빈인데, 아마 작가 역시 그에게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의견이 레빈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러모로 행복한 독서였지만 책을 덮을 때의 감동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 굉장히 맛있고 화려한 정찬으로 한 끼 먹어서 좋지만 이걸 매일 먹을 수는 없으니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하지만 한 번 먹어봤으니 그런대로 만족이라고 하면 될까. 사람냄새가 덜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불우한 백수에게 단비와도 같은 책 선물해주신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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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7-0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라 그동안 방치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Forgettable. 2011-07-04 20:42   좋아요 0 | URL
오 최고의 칭찬 ^^ ㅋㅋ
시간을 두고 찬찬히 다시 읽어보세용 ㅋㅋ 하지만 짐작하기엔 읽은 책 다시 읽기엔 안읽은 재미있는 책들이 무지 많죠 ㅠ

lazydevil 2011-07-1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piy님 댓글에 공감해봅니다^^

2011-07-14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11-07-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중일배주라. 운치가 있죠.
참, 깜빡했네요, 추천^^

버벌 2011-07-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책장에서 익어가고 있어요. 안나는 저와 아직까지도 대면대면 합니다. 좀 친해져야 할텐데......

Forgettable. 2011-07-26 15:49   좋아요 0 | URL
책장에서 익어가고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읽은 책도 다시 읽어야 하는 책거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