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뭐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쌍화점'이라는 매력적인 고려시조때문이었다. ㅅㅂ  왜 제목에 꽂힌거야.

 알고보니 별로 재밌게 보지도 않았던 영화들의 감독(유하_ 결혼은 미친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 : 진짜 별론데 세개 다봤네-_- )의 영화에다가,, (감독보고 영화 선택하는거 나쁜 버릇이지만 그래도 안전빵이다) 송지효는 초딩 얼굴을 갖고 중성적이고 위엄적인 목소리를 내며 육감적인 여인을 연기해서 몰입을 방해하며,, '쌍화점'은 왜 갖다 붙였는지 연계성이 전혀 없고.. 아 미치겠다. 

 공부한 게 이것 뿐이라서 난 고전작품을 현대화하는거 굉장히 좋아한다. 고전작품을 매체로 가져오는 시도를 해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가져오고ㅡ 그로 인해 그 매체의 깊이가 깊어져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건 매혹적인 작품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아서 배신감이 들었다. 저작권 있으면 소송걸릴걸~

 또한 섹스를 이용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숏버스]를 보며 열광했고, 사드의 작품들도 (힘들었지만) 읽어냈다. 여타 예술영화라 칭해지는 작품들의 수위 높은 장면들을 보면서도([루시아]는 정말 섹시했는데,,) 거부감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이렇게 적나라한 작품들 외에도 소소하게 이용된 것들도 즐겁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요. 내가 왜 이걸 보고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요. 딱히 섹시하지도 않고, 뭐 시도 때도 없고, 흐름이나 깨고, 아 정말 별로다. 게다가 영상은 거의 [색,계]와 판박이. 

 

 게다가 난 이전엔 주진모라는 배우 정말 별로였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주진모의 재발견이다. 난 영화 시나리오고 뭐고를 다 떠나서 그 마음이 담긴 눈을 보고 살짝 눈물이 났다. 사실 난 매번 버림받는 이들에게 너무 몰입을 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가 괜히 '쌍화점'을 들고와서 날 끌어들였다는 배신감에 불만감이 팽배해서 사실 눈물이 나는게 약간 짜증났지만, 그래도 난 주진모에게 백점 주고 내 아까운 눈물을 흩뿌려 주었다. 유치한 대사들을 어찌 그리 슬프게 말하는지 그것도 능력이지, 암. 그 덕분에 돈이 아깝진 않았다. 아직도 그 슬픈 눈이 내 맘을 흔들어댄다.

 시나리오나 연출력, 영상미, 시놉, 캐릭터 의 매력 : 다 빵점- 

 열심히 만들었는데, (특히나 여배우는 더 불쌍. 거의 ㅍㄹㄴ같이 나와서, 상품적 가치는 좀 높아졌을라나 ) 아는 것도 없는 애한테 이렇게 씹혀서 어떡하니.. 사실 왠만하면 즐겁게 보지 않은 작품들의 리뷰는 쓰지 않는 편인데, 주진모에 대한 느낌 남겨 놓으려고 쓰기 시작했다.  

 그치만 왠지 점점 사람이 편협해지는 기분이랄까.. 예전엔 다 재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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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1-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저도 오늘 그 영화 봤는데 보다가 중간에 나와버렸어요~.
이렇게 제 느낌과 비슷한 리뷰를 올려주시다니!!!!ㅎㅎㅎ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앞으로 좋은 글 기대할께요~.^^*

Forgettable. 2009-01-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중간에 나오셨음 제가 감동한 주진모의 사슴 눈망울은 보시 못하셨겠네요! ㅠㅠ
아 나비님께 공감받으니 참 좋으네요-
저도 나비 좋아해서 옛날에 닉넴으로도 쓰고 그랬었는데 히히

복 많이 받으세요! :)
올핸 우리 좋은 영화만 만나길 바래요- ㅋㅋ
 

까치집처럼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후줄근한 면바지를 입은 사람을 보면 난 아직도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 덕에 난 노래를 들을 때 드럼을 신경써서 듣게 되었고, CCTV에 신경을 쓰며서 잘지내는 척 이쁜척을 하기도 했다. 뻔히 보이는 휴지 마술에 속는 척 입술을 의도하에 빼앗기기도 했고ㅡ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드럼 소리에 마음을 뺏기기도 했다. 

한달여의 짧았던 만남이 5년이 지난 지금, 손에 잡힐 듯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아무 이유 없이 연락을 끊었던 이유도 이유겠지만, 뭐랄까 아직도 긴 속눈썹을 내리깐 깊은 눈매와 허허 하고 웃는 모습은 지워내고 싶지가 않다. 

사랑이었을까.  

이틀 연속으로 닮은 사람을 봤다, 딱 이만큼 추운 날씨에 달달 떨며 우리 집 앞 공원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지(우습게도 난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우리의 결혼생활(마음대로 상상)이 설레기도, 두렵기도 해서 부잣집 도련님이랑 사귀는 동생에게 나중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었다,)  

뭐 이럴 때 이런 기억들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났을 때 적어놔야지, 또 저 심연 속으로 빠뜨리면 언제 건져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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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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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책 한권을 한번에 다 읽었다. 

오랜만에 일요일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하철 대신 이불 위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는 거, 마침 그 책이 마르케스의 책이었다는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득템이다. 하하하 

한동안 진빠지는 책을 읽었던 게 사실이다. 요 몇 주동안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문체나 내용 등으로 사람 괴롭히는 책들만 어찌 그리 만났는지- 그런 내게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하나의 청량제- 나는 이런 음료 좋아하지 않으니,-가 아닌 뭐랄까.. 더운 여름날 에어컨 빵빵하고 사람 없는 좌석버스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미친 속도가 붙어서 중간중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짜릿함을 느끼면서 책을 읽느라고, 사실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어질어질했다. 그래서 덮자마자 다시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1. 앙헬라 비꼬리오- 라니, 이름이 진짜 아름답지 않은가- 나 나중에 콜롬비아 가서 예명 앙헬라라고 지으면 혼날까? (Angel이란 뜻)

2. 도대체 명예가 뭐라고, 부자의 목숨보다 명예를 지키라고 다들 선동 혹은 관망했던 걸까, 게다가 이 두명의 살인자들은 3년밖에 형을 살지 않는다. 물론 덱스터나 이탈리안잡을 볼 때처럼 범죄자의 편에 서서 제발 잡히지 않길-, 혹은 별 고생 않고 빨리 풀려나길- 이런 요상한 생각들이 자꾸 들더라. 이게 요상한 생각인지 아닌지는 헷갈리지만.  

3. 게다가 쌍둥이 동생은 감옥에서 임질도 고쳐서 나온다. 

4. 우리의 가장 불쌍한 희생자 바야드로 산 로만이 들고온 앙헬라 비까리오가 보낸 수천통의 뜯지 않은 편지묶음. 

5. 다트로 찍혀버린 나비처럼 벽에 박힌 산띠아고 나사르의 이름. 

그의 작품의 읽을 때의 나는 파도에 휩쓸려서 두세바퀴 회전하고, 짠물이 입으로 코로 막 다 들어가서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나 할까- 크크 그래서 파도에서 기어나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치만 굳이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느낌만 기억하면 되니까 :) 

 

- 하이드님의 리뷰에서 그의 작품이 롤러코스터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 이책 읽고 낮잠 자다가 롤러코스터 타는 꿈꿨다. 어느 건장한 남자의 품에 안겨서 '-')* 그거 타다가 회사에서 짤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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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08-12-2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품에 안겨서 롤러코스터를 타다'
고풍스런 표현이군요.

Forgettable. 2008-12-2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풍스러운 꿈이었죠. 히히 매력적이지 않나요ㅡ 꿈속 그대로의 남자라면 진짜 황홀-
 
황야의 이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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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세계명작전집에서 이 책을 접했던 적이 있다. 그 땐 닥치는대로 읽었기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다. [해저 2만리]를 책이 닳도록 읽었을 때였는데, [황야의 이리]는 엄청 재미 없어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던 그런 책이었다.

헤르만헤세를 다시 알게되면서부터 다른 책은 푹 빠져서 다 읽어도 이 책만은 손이 가질 않았다. 사실은 최근까지도 헤르만헤세의 책인줄도 몰랐다.

황량한 술집에 황량한 사람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

그래. 헤르만헤세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하면서부터 마음이 멀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공감하지 않을테다!'라며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하기도 했거니와, 이제 그와의 이별이 다가오길 예감 혹은 기대하며 책을 읽었기에 지금까지 헤세에게 열광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로 시작했다.

처음의 냉소적인 태도는 역시나 책장을 넘길수록 수그러들었고,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으면서 술에 취해서 이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나는 절망에서 어떤 희열감을 느끼는 것인지, 불우한 천재의 아름다운 피아노곡과 인간이 만들어낸 넥타와 함께 끝도 없는 바닥으로 우리의 황야의 이리와 함께 침몰해가는 기분은 솔직히, 그 어떤 쾌락 만만치 않았다.

1. 헤르미네
읽는 내내, 나는 그녀- 헤르미네 였던가 -가 황야의 이리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한 사람이 아니다.' 라고 분명하게 처음에 명시를 했기에 나 역시도 급 공감을 하면서

- 아 이에 대해서는 지금 읽고 있는 [다중인격의 심리학]에서 매우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크크 난 요새 내 행동을 다 다중인격으로 해석하면서 이 이론에 집착하고 있다. 취하면 술취한 나와 정상적인 나와 대화까지 시도 ㅇ리ㅏㅜㅠㅣ아ㅟㅏ나 미쳤고-

아주 당연하게 헤르미네를 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헤르미네가 죽었을 때 난 드디어 그가 정신적으로 통합된 모습을 보이며 성장하는구나 라며 뿌듯해했는데, 왠걸 혼나고 깨지고, 심지어 끝에 비평에서는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못박아버리는.. '-'* (두둥)
그렇지만 뭐 책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니 난 끝까지 그녀가 황야의 이리의 반대편에 있었던 따뜻한 인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2. 쓸쓸함
하루만에 책을 다 읽어버리는 습관은 어디론가 내팽개친 채, 책 한권을 갖고 며칠을 끌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여튼 그 땐 이 책에 한참 빠져서 읽던 중이었는데 시를 쓰는 후배를 만났었다. 그날따라 아파서 술을 못마시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쓸쓸했던지, 난 황야의 이리를 읽으라고 한 5번 얘기했던 것 같다. 황야의 이리를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 아마 그 마술극장을 만나는 것보다 더 신기한 일일 것이야.

3. 근 6개월동안 헤르만헤세의 작품들을 달려왔다. 마르케스와 소세키, 서머셋 몸에 이어서 4번째 작가였다. 황야의 이리를 끝으로 아마도 당분간 헤세와는 안녕이다. [유리알유희]는 아껴두고싶어. 다음 작가로 누굴 만나야 할지.. 지금 폴 오스터를 약간 건드려볼까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지만 역시나 현대작가들은 건방진 지식인의 태도가 단어와 문체에서 배어나와서 빈정상한다.

끝엔, 상당히 지친 기분이다. 끝낸지 꽤 됐는데 아직도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어젠 오랜만에 스무살 정도에 쓴 일기들을 봤는데 그 땐 이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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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소세키, 서머셋 몸, 그리고 헤르만 헤세라. 다음에 달릴 작가로는 E.M.포스터나 카잔차키스 정도면 어떨까요? E.M. 포스터는 그 특유의 단정하고 로맨틱하며 옛스러움이 있구요, 그 분위기는 중독되는 분위기. 카잔차키스는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두 작가 다 전집으로 많이 번역되어 있으니, 맘 먹고 달리기에 좋습니다.

Forgettable. 2008-12-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엄청 팬이고 ㅋㅋ 네, 안그래도 카잔차키스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리스인조르바]였었나요, 보관함에는 담아두었었는데.. ㅎㅎ E.M.포스터는 처음 듣는 작가인데 단정함과 로맨틱과 옛스러움이라니 급땡기네요, 하하 한권씩 시도해보아야겠어요! 그리고 [다중인격의 심리학]은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연말이 지나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가만히 앉아 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

2008-12-2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크크 닉네임을 바꾸고 싶다가 이 영화를 생각했다. 멋진영화야.

마약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된건, 바로 이 영화를 보고나서라면, 좀 또라이같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STONE 이 되고싶었달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헤롱거릴 때 뭔가 기적적인 행복을 거머쥐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목처럼, 눈 떴을때, 공포와 혐오로 가득찬 자기 자신과 더러운 방과 엄청난 계산서만을 발견했을 뿐이다.

가끔 눈을 뜨면 내 삶에도, 내 방에도 공포와 혐오가 가득차 있다. 그래서 나 역시 헤롱헤롱 마약을 복용한다.  

 

 

 

 <-놀랍게도 알라딘에 OST가 있다!

 

 



이 멋진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는 줄거리를 기억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느낌만 기억하면 된다.

- 사실 기억을 할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이 취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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