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 Incend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히 말한다.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라고. 많은 사람들은 충격적인 결말을 이야기하지만 [그을린 사랑]은 이미 오프닝에서 모든 것을 말했다. 

선명한 초록도 아닌, 아름답고도 축축해보이는 그 초록에서 시작해 그 아이의 발뒤꿈치와 라디오헤드의 'you and whose army?'와 카메라를 무표정하게, 하지만 똑바로 응시하던 그 아이의 눈빛. 영화가 바로 거기에서 끝이 났어도 나는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고 욕하지 못했을 것 같다. 모든 걸 다 말해주는 눈빛이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그을린 사랑]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강렬하게 시작된 이야기니까 더 강렬하게 끝내야했을까. 진실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극장 안 사람들은 참지못하고 소리를 냈다. 마지막 진실마저 모습을 드러냈을 땐 극장 안이 병원 같았다. 받아들이기 힘든 끔찍한 진실에, 관객들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함께 영화를 본 이는 구토증세와 복통을 호소했다.

감독(연극의 원작자라고 해야하나, 암튼)은 왜 이렇게 뒤엉킨 편집과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을 관객들에게 줬을까. 기교가 뛰어나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이게 이윤 아닐 거다. 이렇게 '말도 안 돼!' 라고 할 법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만들어내는 것이 전쟁이고 그렇게 처참한 전쟁을 유발하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거나 '낯설다'거나 '원래 그래왔던 거야'라는 단순한 생각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전쟁통에는 말 되는 일보다 말 안되는 일이 더 많은 게 당연하다. 

이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 먹었을 때 이것보다 더 약한(?) 결말은 생각하진 못했을 거다. 그러므로,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이 영화에서 보여준 진실을 '영화니까 가능한 진실'이라고 치부해선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뼈아픈 이야기이기에, 감독은 차분하게 순차적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보여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이었더라도 아마 이 얘기, 저 얘기가 시간 순서와 상관 없이 뒤죽박죽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현재의 쌍둥이와 엄마의 상사이자 친구인 공증인 아저씨의 행보와 그들의 기억과 엄마의 기억이 마구 뒤엉킬 수밖에, 달리 수가 없었을 거다.

여기에 중동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비극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복잡한 도시, 빽빽한 인파 속에서도 외로운 사람은 외롭고, 비참한 삶은 비참하지만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라면 그 비극이 대조적으로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으니까.

아, 과연 이 땅은 누구를 위한 군대인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9-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karma님 :) 글 잘 읽고 갑니다. 조만간 이 영화를 볼까 하는데, 마음 단단히 먹고 봐야겠네요.

karma 2011-09-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로 마음을 바위같이 단단히 먹고 보셔야 할 거예요 :)
 
나는 비와 함께 간다 - I Come with the Ra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음악이 만드는 분위기가 이 영화의 전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좀 더 '시나브로' 눈물을 흘리고, 좀 덜 노골적으로 감동을 받고 싶단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별 세개는 그렇고 세개반을 주고 싶지만, 알라딘의 평점체계는 '반'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게 <국가대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비록 <우생순>의 주인공들은, 아쉬운 은메달에 그치고 <국가대표>의 주인공들은 최고의 자리에 여러차례 오르지만 

보도횟수나 인지도를 따진다면 스키점프는 수차례 금메달을 따고도 여전히 핸드볼에 비해 '비비인기종목'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 깔려 있는 정서는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거해 볼 때, 

임순례 감독의 <우생순>이 전작에 비해서는 작품만 놓고 볼 때 퇴보라면,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전작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느껴진다. 

 

어쨌든 <우생순>이 그랬듯이, <국가대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엄청난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웃을 때도, 울 때도 웃고 울면서도 뭔가 '아, 이건 너무 작위적이야'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차헌태의 친모가 가정부로 일하는 부잣집의 딸내미 캐릭터 자체가 식상했다. 

그 딸내미가 그런 캐릭터를 가져야 했던 유일한 이유는 차헌태의 친모가 비참한 삶을 부각시키고, 

후반 마트 장면에서 헌태가 친모 대신 소심한 복수를 하는 데만 필요했기 때문이다. 

너무 속보이는 복선이며 설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못돼먹은 사람에 의해 부려지고 있어야만 친모가 자식을 입양보낸 게 더 설득력을 갖느냐는 반발심도 생긴다. 

친모가 꼭 그렇게 불쌍하게 식모살이를 하고 있어야만 친자식을 둘이나 이국땅으로 입양 보낼 때의 아픔과 

20년이 훨씬 지나도 찾을 수 없는 절망감이 효과적으로 드러날 거라는 발상이 좀 별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갈비집 마사장님과 마재복의 관계 설정에 또 쓰인다. 

마지막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눈물을 쏟는 장면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그 전 장면들에서 그렇게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대했어야 할 거라는 짐작이 충분히 가능하다. 

 

좀 더 자연스럽고 평범한 가운데서도 이 정도 이야기라면 충분히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과도한 설정들이 좀 아쉬웠다. 

 

그래도! 심지어 올해 2월에도 금메달을 땄고, 여전히 선수는 5명이며, 

아마 여전히 해외대회에 출전할 때는 지원도 못 받을 것 같은 (이건 순전히 나의 짐작) 스키점프 대표 선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고 영화가 그것을 알렸으며 이 정도로 극화했다면 꽤 선전한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만든 영화를, 무엇보다 남들처럼 눈물 질질 흘리며 본 영화를 이렇게 평하는 것이 다소 미안하지만 

나는 좀 더 '시나브로' 눈물을 흘리고, 좀 덜 노골적으로 감동을 받고 싶단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Sisters on the ro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초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예뻐서 내 마음도 커지고 싶게 하는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