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찾아서> 성석제 작가와의 만남 초대 이벤트 당첨자 명단

 

1. 

요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나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원래' 혹은 '항상'이라는 말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도 이 단어들이 습관적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걸 보면 정말로 나는 편견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어쨌든, 내 편견 중에는 이런 게 있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좋게 말하면 대개 수수하고 솔직히 말하면 별로 예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그런데, 카페꼼마를 못 찾아서 부득불 전화하게 됐던, 그래서 카페꼼마 밖으로 나와 나에게 위치를 알려준 문학동네의 관계자분은 참 예뻤다. 그리고 카페꼼마도 책이 많아서 참 예뻤다. 

 

 

   

 

 

 

2.   

어릴 때 나는 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주로 옛날 기생들 이름으로 별명을 붙여주기 좋아했던 이름이다. 그리고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내 이름은 내가 정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이름의 한자풀이를 영문으로 바꾼 후 그 약자를 따보기도 하고(막상 해보니 SBS가 돼서 별로였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스스로 '별**'라는 닉네임을 써보기도 하고, 작가가 되면 쓸 필명도 꽤 많이 생각해뒀다. 인터넷에서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됐다. 그 어떤 멋진 단어를 떠올려도 내 이름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 그리고 오늘, 조금은 기계적으로 책에 싸인을 해주던 소설가 성석제씨가 꽃분홍색 포스트잇에 미리 써뒀던 내 이름을 보고 멈칫, 잠시지만 머릿속에 있는 어떤 기억을 급하게 마구 끄집어내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내 이름이 좋아졌다. 

 

  

 

 

 

3.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팬미팅에 가는 여고생의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뛰쳐나왔었다. 예전에 좋았던 영화의 감독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글쎄 그게 대화라기보다는 강연이라는 점이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건지는 몰라도, 내가 영화에서 받았던 느낌과는 너무 달라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조금 실망했었다. 그래서 소설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사람일 거라는 기대는 말고 가자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었는데, 미리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 별 소용이 없었다. 그냥, 처음 봤지만, 아- 소설가 성석제 같다. 그랬다. 

예전 모 가수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베테랑 가수 겸 기획자가,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하는 목소리가 너무 다른 것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소설가 성석제는 소설쓰는 목소리와 말하는 목소리가 비슷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를 나쁜 방식으로 뒤집거나 갱신시켜버리지 않아서 고마웠다. 그런 경우도 참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또 그를 통해서 기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청탁 얘기를 하다가 기형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기형도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지, 성석제씨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지, 누가 꼭 했다랄 것도 없이 대화 중에 그런 결론이 나왔다는 건지는 미처 잡아채지 못했지만 이런 이야기였다. 

이렇게 줄여버리면 약간의 왜곡이 있을지 모르나, 요는, 그들이 소설가가 되고 시인이 되는 이유는, '청탁'의 힘을 빌려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시를 쓰기 위해서라는. 뭐든 좀 해야돼야 하는 편인 내게는 돌팔매질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는 작가를 꿈꿀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됐어야 했다.  

그래서 평생 글을 쓰겠다는 그분이 멋있었고 또 질투도 났다.

 

 

4.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너무나 반가운 또 한 사람. 

청년 이성복. 

 

 

 

자꾸 이런 말을 많이 입에 담는 게 '나이듦'의 징표처럼 느껴져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행복했다. 

 

진행을 해주셨던 신용목 시인 

 

 

[왕을 찾아서]를 낭독해주신 김유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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