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책 속의 글자들이 연결된다는 것
제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는 'iReadItNow'입니다. 읽은 책과 좋아하는 구절,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아서 스마트폰 사용 후부터는 꾸준히 이곳에 저의 책읽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웹과 싱크를 해두지 않은 상태로 중간에 핸드폰 업데이트를 한 번 하는 바람에 초기 데이터를 싹 날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싱크를 해둬서 만에 하나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데이터는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반드시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다음 책을 읽는다'는 언제, 왜 세웠는지도 모르는 원칙을 버리고 책 여러 권을 함께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유야 다양합니다. 먼 길 가는 내내 읽어야 하는데 남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든지,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다든지 하면 다른 책을 집어들고 나오기도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가끔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은 먼저 읽어야 하니까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 다 읽은 책은 페터 회의 [콰이어트걸]입니다. 앱의 기록을 보니 지난 9월 7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어제 새벽에 다 읽었으니 무려 2달 보름이 걸린 셈입니다. 그 사이 여러 책을 읽으면서 [콰이어트걸]을 봤는데, 워낙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도 그 정도 기간, 혹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읽었던 것 같습니다. [에라스무스, 사랑에 빠지다]는 비교적 단숨에 읽었지만 서로 닮은 점이 많은 [콰이어트걸]과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이상하게 빨리 읽어지지 않고, 천천히 읽어서 더 좋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콰이어트걸]을 읽으며 바하 '샤콘느'에도 같이 빠져 있다가 다음으로 집어든 책은 데이비드 J. 린든의 [고삐 풀린 뇌]라는 책입니다.
그런데 읽다가 또 괜히 저 혼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콰이어트걸]에서 돈은 아주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카스퍼가 종종 그 돈에 대해 얘기할 때 덴마크의 500 크로네짜리 지폐에 있는 물리학자 닐스 보어를 언급합니다. 아마 아래의 얼굴이겠죠.
암튼 그 닐스 보어에 대한 이야기가 [고삐 풀린 뇌]에 떡하니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까! 두뇌, 특히 쾌감을 관장하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니까 물리학자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읽어보면 닐스 보어는 물리학자로서 관련 이론을 갖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LSD를 먹은 시험을 앞둔 한 학생의 환각 속에 등장합니다.
역시나 이런 우연이 저에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아무것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건지 또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과 사람과 이야기와 마음들은 이렇게나 다 신기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별 것 아닌 연결들이 왠지 저를 흥분케해요.
오늘은 금요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