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2019

어디서든 구입 할 수 있는 은색 테이프로  전시장 벽에 붙여둔 바나나 한 개

이 작품의 제목이 <코미디언>이라는 걸 확인한 관람객들이 대체 이 바나나가 무슨 의미일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이에  20대 대학생이 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며 테이프에 붙여진 바나나를 먹어 치웠습니다.

관람객이 먹어 치워 버려서 더 유명 해진 이 작품은 어떤 예술적 철학이나 진지함도 없이 오로지 미디어적인 소란과 관심을 유도한 코미디 같은 작품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현재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 작품과 나란히  전시장 벽에 붙어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없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고 교과서를 비롯해 각종 미디어나 광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각하는 사람 형상을 조각한 사람이 로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미술에서 가장 상징적인 예술가로 앤디 워홀이 미국 슈퍼 마켓 어디에서나 팔고 있던  캠벨 수프 깡통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 법 한 예술품, 흔히들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들 중에서 대체 이 작품이 전시장에 왜? 라며 의문을 갖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전시장을 찾을 정도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나 그림이나 예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생소한 작품이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작품 ,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그려진 작품들과 마주 할 때면 "이 정도라면 나도 만들 수 있어. 그릴 수 있어"라든가 "이것도 예술이라고?"라는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소수의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 선별 된 작품들이  예술 시장에서 살아 남는 건 극히 드문 일이고 저평가 되었던 작품이 어느 날 걸작으로 평가 받아 경매 시장에서 최고가로 낙찰 받는 경우가 비일 비재 합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포름알데히드로 채워진 수족관에 갇힌 상어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서로 다른 오브제와 재료로 완성한 두 작품 모두 현재 유명 미술관에 영구 전시된 작품입니다.

 예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었을까요? 아니면 세상이 예술을 바꾸었을까요?

@Scott-MoveableFeast 채널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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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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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버스 운전기사가 있다.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市)의 23번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월요일 아침 6시 10분과 15분 사이에 알람 소리 없이 일어나 아내에게 ‘굿모닝 키스’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확한 시간에 아침 식사를 마친 패터슨은 아내가 챙겨준 점심 도시락을 갖고 자신의 일터인 23번 버스에 올라 탄다.

버스에 시동을 걸기 전에 그는 수첩을 꺼내 시를 끄적인다.

또 다른 하나

네가 어렸을 때

너는 세 개의 차원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높이, 너비 그리고 깊이

마치 신발 상자처럼.

그러다 나중에 너는

네 번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

흠.

그러다 누군가는 말한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차원...

나는 일을 해치우고

바에서

맥주를 마신다.

나는 내 맥주잔을 내려다보며

기쁨을 느낀다.

그는  버스 백미러에 비친 이들이 자신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거나  푸념할 때도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해진 정거장을 따라 운행 시간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 온 패터슨을 자신을 반기는  애완견 마빈을 쓰다듬고는  아내의 하루를 묻는다.

지난 밤 자신의 꿈 이야기를 늘어 놓던 아내는  매일  수첩에 시를 끄적이는 남편에게 시를 출판 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그는 아내의 잔소리를 흘려 듣고 애완견 마빈을 데리고 산책을 나선다.

산책 중에 그는 잠시 들리는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별 볼 일 없는 이들

그 끔찍한 얼굴의

아름다움이

나를 흔들어 그리하라 하네.


까무잡잡한 여인들,

일당 노동자들—

나이 들어 경험 많은—

푸르딩딩 늙은 떡갈나무 같은

얼굴을 하고선

옷을 벗어던지며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사과」,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중에서

그 다음날도 패터슨의 일상은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건 오늘의 날씨와 차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리고  그가 운전 하는 23번 버스에 올라타는  승객들만 바뀔 뿐이다.

패터슨은  매일 운행되는  버스 노선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면서도 마치 찰나의 순간에 수면 위로 살포시 떨어지는 꽃잎의 모습을 포착 하듯 버스 시동을 켜기 전  시를 쓰고 있다.

꽃잎 가장자리에서 하나의 선이 시작된다

하염없이 가늘고 하염없이

단단한 그 강철의 존재가

은하수를

뚫고 들어간다

접촉도 없이—거기에서

올라간다—매달리지도 않고

밀지도 않고—

멍 들지 않은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그 장미」,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중에서

버스 기사 패터슨은 대단한 기대나 거대한 야망을 품고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패터슨은 한번 쯤은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날도 있었을 것이고, 버스가 고장 나 일정이 변경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날 그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상처를 주거나 배신을 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면서 지루할 정도로 무미 건조한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반복 속의 적지 않은 충돌과 갈등이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무수히 내뱉는 말은 매일 바뀌는 날씨처럼 생각이나 기분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마음에 상흔을 남겨서 하루에도 여러 번 요동치는 감정들은  마치 시의 운율처럼 움직인다.

그러니 인간의 삶은 매 순간이 연을 이루는 행과도 같아  일주일의 삶은  7연으로 쓰인 시(詩)일 것이다.

 시를 쓰며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도, 컵케이크를 굽고 기타를 치는 그의 아내 로라도, 패터슨의 단골 바에서 매일 밤 패터슨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들려주는 주인장도, 이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도  각자의 일상을 시어로 빚어내는 예술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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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뉴욕,  도심 곳곳마다 공권력과 시민들이 서로  뜨거운 불꽃을 내뿜으며 충돌했던 그 열기는  2018년 런던으로 이어져서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가  바스키아 풍의 인물과 개가 경찰들에게 불심검문(Stop and Search)을 당하는 대형 회화 작품 'Banksquiat'을 슬그머니 그려 놓았습니다.

강아지 스콧과 레트로 아날로그 기기를 장착한 로봇 제프와 함께 시공간의 통로를 뚫고 1982년 뉴욕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맨해튼 뒷골목의 시간으로 돌아가 장 미셸 바스키아가 거리 곳곳마다 흩뿌린  불꽃의 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1980년 뉴욕 거리 예술의 과거의 시간과 21세기  현재의 시대가 하나가 되는 여정을 @Scott-MoveableFeast 채널에서 시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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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속담 중에 자주 사용 되고 있는 '케이크를 갖고 있으면서 먹을 수는 없다.'(have one's cake and eat it)라는 속담이 있다.

비 영어권 사용자들 중에서 이 속담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 하기 힘든데 그 이유는 단어 어순이 비논리적이게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의미를 정확하게 써서 'you cat't eat your cake and have it'(이미 먹은 케이크를 다시 갖고 있을 수 없다) 라고 단어의 배열을 재 배치 해보면 이 속담의 의미가 어떤 의미 인지 확실하게 이해 할 수 있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없고 소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속담이 곧잘 인용 되고 있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이 속담의 의미가 꾸준하게 변화 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휘청하게 만들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은 영국 소비자들에게  선거 당시 정치인들이 '케이크를 사 먹은 뒤 그게 여전히 접시에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라며 영국인들이 즐겨 사 먹는 케이크를 지칭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세장 곳곳에 케이크 논쟁에 불이 붙었다.

금융 위기 여파와 오일 쇼크,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소비자 물가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의 가격을 무한대로 올릴 수 없으니 영국 식료품 업체에서 자주 팔리는 상품의 크기와 양을 조금씩 줄여 나갔고(1950년대 부터 각 기업들이 교묘하게 상품 크기 갯수를 줄여 나갔음) 지난 해 샀던 상품의 크기와 갯수와 양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린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상 기후 현상으로 작황 상태가 좋지 않고 유통 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햄버거 크기 뿐만 아니라 고기 패티 크기와 야채 양도 확 줄어 버렸다.



거센 물가 상승으로 만원 한 장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힘들어졌다.

할인 상품, 유통 기한 임박 상품, 1+1 상품, 특별 기간 할인 상품만 구입해도 금세 10만원이 넘어 간다.

매 끼니를 편의점 간편식으로 해결 하고 외식비를 줄이기 위해서 가급적 집에서 조리 해 먹어도  통장에 돈은 쌓이지 않고 있다.

달걀을 사 먹는 대신 메추리 알을 사 먹는다 해도 가격 압박은 점점 커져 만 가고 있고 기업들은 꼼수 전략으로 기존의 상품의 갯수와 양을 줄여 나가고 있다.

분명 지난해 먹었던 10장 짜리 조리 김이 올해 포장지를 뜯어 보면 8장 들어 있다.

해마다 태어나는 신생아 숫자가 줄어 들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가 50년 이상 지속 되면 한반도는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며 디스토피아적인 기사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억 단위 비용을 교육비로 지불하고 사회로 나오자마자 은행에 꼬박 납부 해야 하는 대출 비용을 감당하기 조차 힘든 청춘들의 삶은 누가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은 것일까?

국민에게 케이크를  제대로 먹게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없다며 영국 국민들은 현재 위에 언급한 속담에 나오는 케이크(cake) 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cakeism이라는 새 단어를 추가해서  국민의 혈세를 빨아 먹으며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고 있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감당하고 떠 안아 버리는 더러운 일은 단 하나도 감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물가 신호는 세계 곳곳에서 사회 동요를 촉발하고, 이런 사회 동요는 세계 경제라는 천을 짜는 공통된 씨실과 날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공짜 돈과 저금리가 선진국의 자산 가격과 기관을 지탱해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초저금리 정책의 성공은 사회에서 의미가 큰 자산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 가난한 사람들이 받는 압박이 세지고 있다. 처음에는 신흥시장의 빈곤층에만 해당했지만, 지금은 선진국의 빈곤층도 그 압박을 받고 있다. 

-피파 맘그렌의 <시그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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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뉴욕 소호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한 전시장에 1달러 지폐 한 장이 액자에 걸린다.

전시회 제목은 '당신의 재산, 1달러'라 적혀 있는 전시장에 두서 없이 낙서처럼 휘갈긴 어지러운 글자들로 가득 차 있다.  

(c) Laurie Anderson

전시장 한 가운데  날카로운 부리가 달린  앵무새 한 마리가 쉼 없이 지저귄다.

'당신의 재산, 1달러....

                  당신의 재산, 1달러......

                                     당신의 재산, 1달러.......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로리 앤더슨은 8MM 홈 무비와 애니메이션, 말, 문자, 사진, 그림을 콜라주로 의식의 자동연상, 기억의 회로를 구조적으로 배열 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와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하는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다.

1980년대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던 로리 앤더슨은 1970년대 전자동 니콘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거리에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남자들. 치근덕 거리는 남자들, 성적 불쾌감이 섞인 저급한 말을 내뱉는 남성들의 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나는 길거리에서 나를 품평 하는 남자들의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내 사생활을 침해 당하는 상황이 끔찍했는데

 드디어 그런 남자들에게 보복할 수단이 생긴 것이다.'

-로리 앤더슨

통신 수단과 인터넷 사용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대에 로리 앤더슨은 물질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와 부조리가 가져 올 악영향을 예측 하며 다양한 전시와 예술 행위를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자고 일어나면 온갖 사기, 협박, 공갈, 갈취 범죄 사건이 터져 나온다.

대한민국이 1년 동안 경찰청에 접수된 사건 중 사기·공갈, 위증, 무고 사건이 총 24만여 건에 달하며 OECD 국가 중에 형사 사건 중 최다 범죄 발생률 1위를 기록한 일명 사기 공화국이 되었다.

이와 별개로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사기 범죄도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금융·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곧 범죄 행위로 연결 되어 수법까지 교묘해져 가고 있다.

정치, 사회,학교까지 사회 전체에 깊게 깔려 있는 불신의 두께는 나날이 두터워 지고 있고 전 재산 1달러는 커녕, 언제 어디서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이나 공갈과 협박이 미끼를 던지는 덫에 걸릴지 모른다.

발생하는 모든 범죄엔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흥미롭게 압축되어 있다. 

욕망을 부축이고 사랑을 갈구 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어 가스라이팅으로 감정과 행동을 조종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구원자로 나타나   무엇을 갈구하고, 급소는 어디인지 범죄자는 인간의 심리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

걸려들지 않게 스스로 조심 할 수 밖에.....허용되는 것을 넘어설 정도가 아니면

아무도 자기 죄를 충분하다 여기지 않는다.

-후베날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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