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후보들을 젖히고 한국의 작가 한강!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 중에 희랍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중에서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7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4-10-10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를 앞두고 길게 썼는데 알라딘 홀라당 삼켜 버리는 사이
한강이 수상했다!
만쉐!^^

햇살과함께 2024-10-10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1 | URL
만쉐!^^

망고 2024-10-10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2 | URL
만!만!쉐!^^

바람돌이 2024-10-10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길게 쓴 글 복원해주세요

scott 2024-10-10 21:00   좋아요 2 | URL
저장기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합니다 ㅠ.ㅠ
알라딘 서재 기능은 20세기에 멈춘듯 ㅋㅋ

moonnight 2024-10-10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제 생에 이런 일이 있네요@_@;;;

2024-10-10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2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10-1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scott 2024-10-10 21:01   좋아요 3 | URL
중국 찬쉐 받을 까봐
은근히 조마 조마 했는뎅 ㅋㅋㅋ
대단한 일입니다
한글만세!
한강 만쉐!^^

coolcat329 2024-10-10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지금 북플 겨우 들어와서 글남깁니다 .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거겠죠?
독서인구도 늘 거 같아요. 한강 만세!

scott 2024-10-10 23:54   좋아요 1 | URL
발표 즉시 알라딘 사이트 먹통이 되었습니다
지금 광주시민들은 흥분의 기쁨을 ! ㅎㅎ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작가님 아드님과 저녁 식사 중에 놀라셨다공 !
외신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스웨덴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 많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
만쉐!

희선 2024-10-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뉴스 제목에 한강 노벨문학상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는군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는 일... 한강 작가는 전에 부커상 받고 나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뒤에 큰 상 받았군요 이번엔 노벨문학상이라니 대단합니다 멋집니다 한강 작가 소설 그렇게 잘 못 봤지만, 노벨문학상 받아서 기쁩니다 세계 사람이 한강을 알겠습니다


희선

2024-10-1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10-14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스콧님! 채식주의자 날개 표지 원서가 마음에 쏙 드는데 구매할 수 없나 봅니다.
장바구니에 넣으니 표지가 바뀌어버린!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와...^^

scott 2024-10-15 02:18   좋아요 1 | URL
채식주의자 현재 영어판도 인쇄 중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이 품절 대란에 돌입해서 더더욱 애가 타능 ㅋㅋㅋ

- 2024-10-14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한강작가님 언제나 당신을 자랑스러워 할겁니다

scott 2024-10-15 02:17   좋아요 0 | URL
대단하죠!
겸손함까지 인격도 쵝오!^^

pkkl098 2024-10-15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4-10-15 22: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2024-12-2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 시대에 다양한 매체에 전문가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수면 시간을 지키면 생애 주기에서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져서 덜 아프게 건강하게 한 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을 강조 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매 끼니 건강 식단을 유지 하며 유기농 재료를 구입해서 적절한 칼로리와 조리법에 맞춰 한 끼 식사를 하며 살기 힘들다.

가장 먼저 높은 물가와 비용 대비 시간이 허비 되어서 차라리 간편식과 가공음식을 사다가 에어프라이기에 돌려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간 조차 없거나 모든 게 귀찮으면 다양한 간식 거리를 식사 대신으로 먹기도 한다.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의 떡복이와 고소하고 담백한 순대, 야채 김밥 한 줄 그리고 시원한 멸치 육수를 우려낸 오뎅탕을 먹는 낙으로 현실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뎌 낼 수 있다.

이런 분식을 먹는 날이면 반드시 입 안에 달콤하고 새콤한 디저트가 들어 가야 한다.

마음의 평온함은 누군가의 따스한 위로나 손길이 아닌  혀 끝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만으로도 충분하며 하루의 고단함을 한 번에 날려 버리게 된다.

게다가 매일 이런 조합으로 먹는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은 주변을 둘러 봤다.

조조 영화관은 한산했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관객 두 명이 더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은 다시 스크린을 바라봤다. 화면에선 가을 햇빛이 주인공의 어깨를 밝히고 있었다.

있잖아. 있잖아.....

이번에도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보다 좀 더 힘 줘서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 사람은 손을 가져가던 젤리 봉지 안을 무심결에 들여다 봤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심심풀이로 먹고 있던 곰돌이 모양 젤리, 어떤 젤리와 눈이 마주쳤다.

젤리와 눈을 마주치다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주친 젤리를 집어 올렸다. 스크린을 건너와 쏟아진 햇빛으로 젤리가 맑게 빛났다.

투명한 연둣빛 몸으로 젤리가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너무 기뻐.

-박소희의 <모든 당신의 젤리> 중에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 젤리의 모양은 곰!귀요미 사이즈에 앙증맞은 크기로 단숨에 먹어 버리게 만드는 마성의 젤리다.

광고에서도 멋진 슈트를 빼 입은 어른들이 이 젤리를 먹고 나면 유아들 목소리로 변할 정도로 나이와 세대, 인종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중독 시켜 버렸다.

슈톨렌 포장을 벗겨 얇게 썰었다. 굳이 내가 포장을 뜯은 까닭은 베이커리 카페의 로고 스티커를 떼기 위해서였다. 뻔한 거짓말일망정,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슈톨렌은 밀도가 높아서 얇게 썰수록 맛이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얇게라면 얼마큼이지. 손에 자꾸 슈거 파우더가 묻었다. 어머니와 나는 마주 앉아 우물우물 슈톨렌을 먹었다.

나는 십 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 서울에서 파는 독일 빵을 먹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지의 <라이프 피버> 중에서

유럽 어디에서든 한국의 간식거리를 쉽게 사 먹을 곳도 없고 현지에서 파는 간식거리들과 길거리 음식들에 입맛이 적응하고 나면 한국에서 먹었던 간식이나 어린 시절 명절날에 먹었던 한국 전통 과자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호텔의 고급 베이커리 샵이나 백화점에 입주한 외국 브랜드에서 파는 디저트 류와 케이크등은 베이커리의 천국인 유럽에서 몇 유로만 지불해도 될 만큼 가격의 압박이 크지 않다.

그곳이 에펠탑이 있는 파리라면 더더욱 한국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이나 정통 과자류는 눈꼽만큼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는 약 1.3유로,  우리 돈으로 1,700원 정도다.

대를 이어서 빵을 만드는 장인들도 많고 화려하면서 참신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재료로 맛나는 빵을 만드는 새로운 제빵사들까지 빵을 구워 팔아서 프랑스에서 빵집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빵집은 손님이 맛을 보고 가격을 정하라는 빵 가게 부터 시간 대 별로 가격이 차등적으로 부과되는 가게까지 다양한 종류와 가격에 손님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쓰고 있다.

빵의 천국 파리에서 빵을 먹지 않고 한국식 식단을 차려 먹고 간식도 한국 전통 과자만 먹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나의 프랑스 인 친구의 지인이였던 그 분은 프랑스에서 의상을 공부하고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재봉틀 앞에서 살면서 재단 일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서 직접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 했다.

다른 친구가 그 분이 디자인 한 옷에 관심이 있어서 의상실에 데려 갔던 날, 종이 가방을 건네면서 한국에서 너무 많이 보내 줘서 나눠 먹자며 한국 다과 세트를 선물로 주셨다.

종이 가방에서 과자 상자를 꺼내는 순간 놀랍게도 제사를 지냈던 큰집 명절날에  먹어보았던 과자들이였다.

조청 맛이 느껴지는 약과, 유과, 생과자, 센베이, 김 맛나는 부각 그리고 제삿상에 올려지는 독특한 식감과 색감을 가진 젤리들을 먹는 동안 설탕과 버터를 들이 부은 프랑스 정통 디저트류와는 맛의 차원이 다른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에 확 빠져 버렸다.

프랑스어가 능통하지 않은 그 분은  단골 손님들과 주고 받는 일상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못했고 오로지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파는 데 몰두하느라 의상실에서 날 밤을 새는 날이 많아서 집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드물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손님의 손님을 꼬리를 물고 소개 시켜주니 언젠가 그 분이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를 했다.

초대를 받으러 간 날 그 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엘지] 로고가 박힌 한국형 냉장고가 주방 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회사 주재원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 갈 때 버리고 간다고 해서 내가 가져 왔지.

얼마나  좋은지 몰라. 김치도 숙성이 잘 되고 야채 과일 모두 싱싱하게 유지 되고.'

그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분이 차려준 묵은 지 김치찜과 한국 김 그리고 계란 말이와 흰쌀 밥을 정신 없이 먹어 치웠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계란+김+밥

인간이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맛있는 걸 먹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고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낙樂이 아닐까?

아직 이른 아침이기도 해 문 열린 베이커리 카페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갔다. 빵 냄새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자 어제 떠나온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벌써 그리웠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류블랴나에 갔을 때 한동안 지속적으로 꾸던 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수의를 입고 감옥에 있다. 어머니는 면회를 온다. 어머니는 큰 피크닉 가방에서 통닭과 김밥 그리고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꺼낸다.

'녹기 전에 먹으렴' 

그 말에 나는 허겁지겁 아이스크림부터 먹는다. 그걸 보며 어머니는 비웃는다.

'디저트부터 먹어 치우는 멍청한 것'

나는 어둡고 어머니는 이물스럽다. 그 꿈을 꾼 날은 동네 카페에 가서 크림이 가득 들어간 크렘나 레지나를 먹었다.

류블랴나 카페에서 흔히 파는, 빵의 반이 크림으로 가득한 부드러운 크림 케이크 그러면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났다.

-이지의 <라이프 피버> 중에서 

서늘한 바람이 분다.

호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종류 별로 골라 먹어도 질리지 않게 다양한 재료로 진화 하고 있는 호!빵!

눈 앞에 먹거리가 있으니 먹는 낙 樂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4-10-01 0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책 맛있겠네요.
 

지난 7월부터 뉴욕 타임스는 21세기 첫 25주년을 기념해 이 시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책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총 2주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 소설가, 논픽션 작가, 시인, 비평가 등 문학가 503명을 대상으로 2000년 1월 이후 미국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베스트 책 10권 씩 추천 받아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명 작가와 명사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이나 주연 배우 제시카 파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저자 보니 가머스,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들이 이번 100대 도서 선정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스티븐 킹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이언 매큐언의 '속죄'

2.벤자민 블랙의 '크리스틴의 추락'

3.도나 타트의 '황금 방울새'

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5.코매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마거릿 애트우드의 '오릭스와 크리크'

7.사라 워터스의 ' 게스트'

8.필립 로스의 '미국인의 음모'

9.비엣타잇 응우옌의 '동조자'

10번째 마지막 추천 도서는 자신의 책인 '언더돔'을 추천했다.


스티븐 킹에 뒤이어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 도서가 NYT에 올라갔을 정도로 현재 미국 문학계에서 작가 이민진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작가 이민진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앤서니 도어의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

3.콜럼 토빈의 ' 브루클린'

4. 줄리 오츠카의 ' 다락방의 부다'

5. 타라 웨스트오버의 '교육'

6.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

7.메릴린 로빈슨의 ' 길리아드'

8. 에드워드 p 존슨의 '알려진 세계'

9.바버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10.필 클레이의 '재배치'


이번 대형 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추천한 도서 중에서 단연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부분 10권의 추천 도서 모두 '소설'을 추천했다.

반면에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의 도서 목록을 잘 살펴 보면 부의 불평등, 계급간의 갈등, 젠더 갈등, 교육의 불평등,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국가의 의무로 전쟁에 동원된 젊은이들 그리고 미국 내 뿌리 깊은 흑백 간의 갈등의 불씨였던 노예 농장이 운영 되었던 남북 전쟁 시대까지 과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차별과 박해, 인종 갈등의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가 추천한 10권의 도서들은 단순히 허구적인 세상만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문제와 모순되고 왜곡된 갈등의 불씨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는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통합적이면서 균등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가 엄청난 대서사시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대서사시 같은 역사가 저를 소유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저로 존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책이 한 세대의 이야기만 담도록 쓰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요. 한편으론 관심사가 코리아 디아스포라로 특정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주제만큼 강하고 오래 제 흥미를 끄는 것은 없습니다.

열아홉 살,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재일 한국인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때부터 자이니치의 이야기에 끌림을 느꼈고, 끈질기게 연구하고 조사해 갔어요. 제 인생을 소비할 만한 이런 주제를 발견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민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파친코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가 역사라는 거대한 서막의 시작이라는 걸 어느 정도 가늠 할 수 있다.

이토록 강렬한 문장을 첫 서두에 주제문(thesis sentence)으로 써 놓은 작가 이민진의 작법은 현시대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방식이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전체 통독 하지 않은 이들도 이 문장 만큼은 어디선가 자주 접했을 것이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 중에서


19세기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가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시작하면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을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자칫 설교조로 이야기 흐름이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작가 이민진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친코의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제사한 이유는 ' 역사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쓴 문장”이라고 말해 왔다.

2024년 7월 미국 뉴욕 타임스가 실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파친코'는 15위에 올라갔다.

페미니스트 운동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여러 명의 문인관계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배우들이 '파친코'를 추천했을 정도로 이 책의 가치는 한 시대를 다룬 역사 소설을 뛰어넘어 선 21세기를 대표하는 명작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파친코에 등장하는 교활한 조폭과 장애를 가진 어부, 금지된 사랑을 이어가는 비밀스러운 인물들이 역사의 한 복판에서 겪게 되는 전쟁과 식민지, 개인적 갈등까지 4대에 걸친 한국 가족의 풍요롭고도 소용돌이치는 연대기적인 삶을 펼쳐 보인다.'



파친코는 일본에 번역 출간 되어 외국 소설로 드물게 단행본 출간으로 절판 되지 않고 인기의 상승 곡선을 타서 문고본으로 출간 되었을 만큼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7년에 출간된 <파친코> 라는 작품은 전직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에 힘 입어서 베스트셀러 도서에 진입하고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라서며 뒤이어 영상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유명인의 추천사를 받고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라 영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들어 간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선정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0년 이후에 출간한 책 중 단 한 권도 올라가지 못했다.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테드 창, 마거릿 애트우드 그리고 류츠신의 책도 올라가지 못했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가 필생을 걸고 쓴 작품 <4321>은 추천 목록에 없었다.

단편집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 21세기 주목 받는 현대 작가이자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 역시 100권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다.

아시아계 작가들 중에서 출간 하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을 휩쓰는 이윤리 작가의 작품도 단 한 권도 못 올라갔고 유명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이민진의 <파친코>와 한강의 <채식주의자> 두 권이 올라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신비롭고 다른 세상의 공기를 담고 있는 짧은 소설 속에 굶주림과 욕망들이 어떻게 뒤엉키는지 마술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지난 8월 15일에 발표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1위부터 10위에 뽑힌 책은 다음과 같다.

1)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2012)

2) 이저벨 윌커슨의 '다른 태양들의 따뜻함' (2010)

3) 힐러리 맨틀의 '울프홀'(2009)

4) 에드워드 p.존슨의 '알려진 세상'(2003)

5)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2001)

6)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 (2008)

7)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2016)

8) W.G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2001)

9)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2005)

10)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 (2004)


2014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0위 안에 들었던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이번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10위 상위권에 올라갔다.

앞서 발표한 영국에서 힐러리 맨틀의 튜더 왕조 3부작 중 제 1권인 <울프 홀>은 맨 부커상을 수상하고 이후 10년동안 맨 부커상 수상작 중에 가장 빛나는 작품 베스트에 뽑혔고 가디언지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위를 차지했다.

뉴욕 타임스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바르도의 링컨'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조지 손더스는 총 3권의 작품(바르도의 링컨, 패스토럴리아,12월10일)이 올라갔고 캐나다의 단편작가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는 두 권의 단편(런 어웨이,미움, 우정, 사랑, 구애, 결혼)집이 올라갔다.

필립 로스의 작품도 두 권(미국인의 음모와 휴먼스테인)이 명단에 올라갔고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스민 워드 (소설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와 회고록 '남자들에게 우리는 강간을 당했지') 두 권이 올라갔다.

이민진 작가가 추천한 에드워드 p. 존슨의 책 장편 소설'알려진 세계'는 10위 안에 들어갔고 펜 포크너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라간 단편집 'All Aunt Hagar's Children: Stories'는 베스트 100리스트에서 70위에 올랐다.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제이디 스미스는 '하얀 이빨과 온 뷰티' 두권이 올라갔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아일랜드의 대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41위에 올랐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7부작(Septology)’, 박찬욱 감독에 의해 영상화된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 등도 100권 순위에 포함됐다.

21세기 100권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엘레나 페란테의 일명 나폴리 4부작 소설 중 제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My Brilliant Friend·2012)가 차지했다.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잃어버린 아이들>은 100권 중에서 70위를 차지 했고 초기작 나쁜 사랑 3부작 중 2부인 <버려진 사랑>이 92위에 올라갔을 정도로 이탈리아 출신의 엘라나 페란테는 21세기의 첫 25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유년기 시절에 만난 두 소녀 레누와 릴라가 서로 다른 환경과 선택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지 펼쳐 보인 이 작품은 총 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사랑, 우정, 불륜, 배신, 치정을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들은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중심에 둔 대 서사 드라마가 널리 읽혀 지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들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현재의 나와 딸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사실적이게 읽혀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가 평소처럼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줄 알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라는 지극히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 되는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일생을 총 4권에 걸쳐 펼쳐 보이며 마지막 4권에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우리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야 해.

실수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들> 중에서


총 10분을 넘지 않는 영상을 보는데 익숙한 세대들에게 각 권의 분량이 600페이지를 넘는 책 4권을 통독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세기 최고의 소설이자 세기의 명작으로 항상 필독 목록에 올라가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작품들을 분량의 압박 때문에 읽다 중도 포기한 독자들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읽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대단한 서사를 바탕으로 시계 태엽 처럼 정교한 플롯이나 뛰어난 묘사,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도 없는 평이한 서술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대화와 촘촘하게 짜인 개개인의 인생 역정들이 나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이 시대 어디선가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읽혀진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이토록 고달픈 인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서?



'사춘기 시절 부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세상에 둘도 없는 신발 같은 어린 시절의 공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귀족처럼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리노의 광폭한 욕구의 형태로 나타났다. 또 부는 환심을 얻으려고 텔레비전, 파스타, 반지를 사는 마르첼로에 의해서도 나타났고, 온갖 종류의 햄을 팔고 빨간색 오픈카를 가지고 있으며 4만 5천 리라쯤이야 푼돈이라는 듯이 돈을 쓰고 릴라의 그림을 액자에 넣고 치즈 같은 식료품 말고도 신발을 팔기 위해 자재비와 인건비에 투자하고 자신이야말로 동네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스테파노에 의해서도 체현되었다. 부라는 것은 생활 속에 이미 내포된 것이다. 거기에는 영광도 화려함도 없었다. '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중에서

2024년 한국의 어느 학교 교실에선 학기 중 해외로 체험 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은 또래들 사이에서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는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실, 책임, 인내, 규칙 준수와 같은 덕목은 이제 교과서에만 나오는 것이 되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났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태어날 수 없지만 , 인생의 책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4-09-25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나의 최신 스맛폰에서 내글이 안보여서 여러번 업로드
북플도 서재도 기능이 너무 떨어진다
글 한 번 쓸 때 마다 이토록 시간을 잡아 먹게 하다니
 
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면 당신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듣겠는가?

아니면 나에게서 도망치겠는가?

이 흐릿한 고대의 거울로 부터, 이 기이한 육체로 부터 도망치겠는가?

나는 당신을 안다. 당신은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 보면 어떻까. 괴이한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절벽 끝에 서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절벽 바로 아래, 배를 타고 있는 한 남자.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시간보다도 오래된 이야기를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 중에서

그리스 신화 속 괴물 메두사는 눈빛 만으로 남자를 죽일 수 있고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괴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메두사에게도 치명적인 운명의 족쇄가 있다.

그건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니기 때문에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메두사라는 존재가 남자들에게 주는 공포심을 '거세 불안증'과 연결 시켜서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했을 정도로 <메두사>는 수 세기 동안 여러 문화에 깊이 영향을 끼쳤다.

역사 속에서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오인 되거나 간과 됐던 여성의 삶을 다시 쓰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제시 버튼은 <메두사>의 신화에서 태생적 운명의 출발점인 언니들과 바위 섬에 살던 시절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남성 서사 중심의 신화를 전복 해 버린다.

어느 날, 메두사가 살고 있는 섬에 아름다운 청년 페르세우스가 찾아오고 고립된 섬의 외로운 유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메두사는 바위에 모습을 감춘 채 페르세우스에게 말을 건넨다.

메두사가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메리나 라고 말하자 페르세우는 섬에 진짜 온 목적을 숨기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각자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진짜 벌을 받아 섬에 유폐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늘 지위를 잃을까 봐. 자기보다 젊은 누군가에게 권력을 뺏길까봐 두려워 했어. 예언자의 말만 믿고 자신의 두려움에 놀아난 거야.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애가 늙은 나무의 껍질을 벗기듯 자신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장작으로 쓰리라 생각한 거지. 결국 할아버지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고작 어머니를 청동탑에 가둬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막는 거였어. 그러고는 절대로 어머니를 풀어 주지 않겠다고 맹세 했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강하게 끌리지만 페르세우스는 메리나에게 자신의 '메두사'를 사냥하러 섬에 온 것이라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페르세우스에게 반해버린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아닌 뱀을 머리에 이고 있는 흉측한 모습을 그에게 보여 주어야 할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숨을 내쉬면 뱀들도 숨을 내쉬었다. 나의 근육이 긴장하면 뱀들도 공격 태세로 몸을 뻗었다.'

-만약 그때 내가 외롭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때 내가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만약, 만약, 만약, 우리 인간들은 왜 항상 지난날을 돌아보고 더 쉬운 길이 있었을 거라 생각할까?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믿는다.

메두사의 모습은 현 세상으로 건너와 세상의 중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을 누르고 올라섰을 때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 씌워 버렸다.

두 개의 자아가 충돌했다. 새로운 자아와 과거의 자아, 마음이 무거운 자아와 근심 걱정 없는 자아. 흉측한 자아와 아름다운 자아

남성 중심의 서사적 신화에서 여성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손쉬운 평가의 대상이 되어 신들의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나는 위엄 있고 당당했다. 어린 시절처럼 나의 주인은 나였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건 그것은 나의 영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자기 꼬리를 먹는 뱀처럼 나는 저녁이 되면 태양과 함께 죽었다가 아침에 다시 태어났다. 우리가 어디로 향했느냐고? 안개와 우울의 땅도 아니고 피와 연기의 땅도 아니였다. 그런 곳이라면 이미 볼만큼 봤고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세상을 헤매는 영혼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바다에 머물며 계속 항해했다.

결국 남성의 힘으로 눌러 버린 메두사는 현 시대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세기 동안 권력을 가진 여성 또는 권력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은 탁월한 싸움꾼 또는 표독하고 악랄한 모습의 메두사에 비유되어 왔다.

기존의 신화에서 메두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았고 그녀를 단칼에 제거해버린 페르세우스는 신화 속 영웅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 부터 몸 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신의 선택에 의해서? 아니면 우주 만물의 신묘한 기운을 받아서?

아니면 마치 로또 당첨의 행운의 숫자를 뽑듯이 경이로운 유전자 조합으로 태어나서?

어떤 능력을 갖고 태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저 태어난 순간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운명으로 신의 아들과 딸 그리고 권력자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도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신화의 결말처럼 작가 제시 버튼이 다시 쓴 <메두사>에서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버릴 수 있을까?

한때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뱀들을 리본처럼 휘날리며 갑판에 서 있는 나, 햇살에 금빛과 은빛으로 털을 반짝이며 뱃머리 양쪽에 앉아 있는 개들...

이제 나는 안다. 우리가 찬란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선과 악이 등장하고 서로 충돌하다 결국 영웅이 악당을 무찔러 버리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 온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누구 편에 설지, 고민하지 않고 악당을 물리쳐 버린 영웅을 응원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다르다. 절대선도 절대악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제시 버튼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메두사>는 인류 역사에서 추앙과 멸시의 대상으로 석화석 처럼 굳어져 버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에게 정당함을 부여하는 것들을 완전히 전복 시켜버렸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보아주기를 원했다. 사랑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뱀들까지 전부 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원했다. 그러길 원한다고 인정하는 게 나약한 마음이 아님을 스테노가 일깨워주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어떤 여자도 외딴섬이 아니었다. 낯선 이들에게 외딴섬이 되길 강요 당할 뿐이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중에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8-30 0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화도 남자가 썼으니 여성을 안 좋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거 예전에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메두사도 어쩌면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그것 또한 남성이 질투해서 안 좋게 이야기했던 건지도...


희선
 

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갈이 흩어진 섬의 해변에 파도에 씻긴 석유 드럼통이 떠 밀려 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세월 간간이 이런 저런 물건들이 도착했다. 해진 셔츠며 밧줄 찌그러진 플라스틱 도시락 뚜껑, 인조 가발 등. 이따금 시신도 도착 했는데 오늘도 한 구가 있었다.

-캐런 제닝스의 <섬> 중에서

어느 아침과 다름 없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흔 살의 등대지기 새뮤얼은 등대 내부 계단을 내려오다 파도에 떠밀려 온 드럼통을 발견한다.

서둘러서 해안가로 달려간 등대지기는 자신이 등대 창문으로 보았던 드럼통 바로 앞에 시신 한 구를 발견한다.

노동자들의 상징인 푸른색 작업복과 같은 색의 플라스틱 드럼통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등대지기는 이 드럼통을 자신이 거주하는 오두막으로 가져가 텃밭에 쓸 빗물을 저장 해두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드럼통 옆에 발견 된 시신은?

앝은 모래층 밑에 단단한 바위층으로 이루어진 섬의 지층에서 시신 한 구를 파묻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등대지기는 섬에 가장 많은 돌멩이들로 시신을 눌러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멩이들을 찾아 보지만 시신의 부피가 너무 커서 그 시신을 덮기 위한 돌멩이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지난 23년 동안 등대지기로 섬에 거주 하는 동안 해일에 떠밀려 온 시신은 모두 서른 두 구로 그는 시신이 발견 될 때마다 당국에 신고를 했다.

오랫동안 독재 정권의 지배를 받다 새로 들어 선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은 등대지기의 신고를 받고 섬으로 찾아 와 독재 치하에서 고통 받다 행방 불명 된 이들을 찾아 주겠다는 신념으로 보디백까지 들고 와 섬 전체를 빗질하듯 샅샅이 뒤졌다.

밀물과 썰물이 강하게 밀려 들어 올 때마다 시신이 한 두 구 휩쓸려 섬에서 발견되고 등대지기가 무전으로 연락을 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이렇게 물었다.

'그들은 무슨 색입니까?'

'무슨 말씀인지?'

'무슨 색이냐고요? 시신들, 색이 어때요? 그러니까 그들이 우리보다 피부색이 짙은가 하는 걸 묻는 겁니다. 당신이나 내 피부색 보다 짙습니까?'

'그렇게 보입니다.'

'그럼, 얼굴은 요? 우리보다 긴 편인가요? 광대뼈는 어떻게 생겼죠?'

'그냥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시신입니다.'

'잘 들어요. 우린 바쁜 사람들입니다. 다뤄야 할 진짜 범죄들이 산적해 있었요. 실제 잔혹 행위 말이죠. 다른 나라 난민들이 도망치다 물에 빠져 죽을 때마다 섬으로 가서 시신을 끌고 와야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건 우리 일이 아닙니다.'

'그럼 저 시신들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 좋을 대로 하세요. 난민 시신은 필요 없으니까.'

섬에 시신이 발견 되어도 더 이상 당국에서 처리 해주지 않게 되자 등대지기는 텃밭을 일구고 돌담을 쌓아서 섬 이곳 저곳에서 벽돌만 한 돌을 주워 모은 뒤 적당한 높이와 길이가 될 때까지 하나씩 맟추며 쌓아간다.

등대지기가 돌을 쌓아 올릴 때마다 작은 만이 조금씩 넓어지고 톱니 같이 생긴 모서리들이 둥그스름해지면서 섬 모양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해 동안 공사를 계속 해나갔던 등대지기는 해안가에서 시신이 발견 될 때마다 돌담 외벽 안 쪽에 파 묻어 버린다.

드럼통과 함께 발견된 그 시신도 텃 밭 돌담 외벽에 묻어버리려고 살짝 건드리자 팔과 다리가 움직이면서 시신의 목구멍에서 으르렁 소리가 났다.

50,200,350,500.....

시신의 맥박이 파도 소리에 맞춰 뛰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모래 밭 위에서 정신을 차린 남자는 등대지기 새뮤얼이 내 준 옷을 입고 홀로 살고 있는 등대지기가 먹고 자는 공간을 차지 하면서 지난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한 꺼번에 밀려 들고 서서히 낯선 이방인의 존재를 두려워 하게 된다.


나라가 독립했을 때 아버지는 심각한 신체 장애를 입었음에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들고 갈 수 없는 책상이며 의자, 전구,의약품, 전화까지 식민주의자들이 남김없이 파괴했는데도 아버지는 이 파괴를 옹졸한 행위나 폭력으로 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새뮤얼이 거리로 옮겨둔 의자에 큰 머리와 앙상한 몸을 힘없이 기대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캐런 제닝스의 <섬> 중에서

어린 시절 새뮤얼의 나라는 어느 날 갑자기 식민지가 되면서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가족과 함께 쫓겨났나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면서 구걸 하는 동안에 국가는 식민지에서 독립해서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군부 독재로 국민을 탄압하고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는 군사 정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장애를 갖게 됐다.

청년이 된 새뮤얼은 자유를 위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고 아버지 처럼 끌려가 감옥에 갇혀서 짐승 취급을 당하며 노동형에 처해진다.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을 쟁취한 후에도 좋은 시절은 찾아 오지 않았다. 부패한 권력자들의 손에 넘어간 정부의 무능한 정책에 이웃나라에서 밀려 들어온 난민들까지 나라 곳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결국 나라는 무정부 상태가 되고 어디에도 살 곳이 없었던 새뮤얼은 등대지기에 자원에서 홀로 섬에서 살아간다.

파도가 밀려 드는 바다는 사납고 무서웠지만 무정부 상태의 육지보다 등대 불빛만 비추는 이 곳 섬의 삶은 자유로운 낙원이였다.



'이것은 땅이다. 나는 땅을 맛보았다. 땅은 내 핏속에 들어 있다. 땅이 내 몸이고 내 몸이 땅이다. 두려움 없이 땅에 맹세한다. 나는 죽으면 땅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날 것이다. 피와 불로 맹세하나니, 땅은 나의 것이고 내가 땅이다.'

새뮤얼은 오두막 돌담 외벽사이 떠밀려 온 시신을 매장 시키는 동안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는 과거의 기억 속에 휘청거렸다. 그리고 이젠 그의 삶의 영역이자 유일한 '땅'에 낯선 남자가 그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런 식으로 도망가지 말아야 했어.'

'난 늙은이야. 내가 누구를 다치게 한 적이 있겠나?'


거대한 석상이 사라진 육지에서 새뮤얼이 군인의 목을 끝까지 졸라서 독립의 깃발을 자신의 손으로 쥐고 흔들며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그는 자유롭게 육지에서 가족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2021년 부커상 후보에 올라갔던 캐런 제닝스의 <섬>은 영국의 마일스 몰런드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되면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였지만 정작 작가의 고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떤 출판사도 선뜻 출판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캐런 제닝스의 세번째 소설 <섬>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식민지 역사의 상흔과 백인 독재 정권의 악랄한 모습을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여러 해 동안 외면 받았다.

'우리는 빼앗김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캐런 제닝스

폭력은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낳는가?억압된 자유에서 해방되어 또 다른 억압은 누구를 향하는가?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갖은 낯선 이방인들은 사회의 안전망에서 어떤 보호를 받아 삶을 살아 갈 수 있는가?

지도 상 어디에도 없는 섬에 살고 있는 어느 등대지기와 파도에 휩쓸려 온 어느 낯선 남자의 이야기가 모습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 두 발을 안전하게 딛고 걷고 뛸 수 없는 땅 한 평 없는 유랑자이자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처음 섬에 들어 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마구 구르고 뒤채고 휘도는 파도였다. 고립보다도 길들지 않는 땅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뮤얼은 싫은 내색 없이 파도를, 그리고 섬을 둘러싼 거대한 바다를 경외하려 애썼다. 그가 계속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돌담을 쌓은 건 아마도 물살의 공격에서 땅과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 였을 것이다.

2주에 한 번 오는 보급선이 세상과 유일하게 연결 되는 순간으로 등대지기 새뮤얼에게 섬은 온전히 그의 것, 그의 전부 였다.

파도에 떠밀려 온 낯선 그 남자가 섬 전체를 누비는 동안 등대지기의 고립과 평화가 동시에 깨져 버리고 사람에 대한 동정과 애정이 폭력으로 돌변해버린다.

'외국인이 이 땅에서 우리 걸 갈취하고 우리가 힘들게 쟁취한 것을 훔치게 둘 순 없습니다. 이 땅은 우리 땅이며, 우리 말고는 그 누구도 이 나라에 대한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 말고는 누구도 여기 있을 권리가 없습니다. 이 나라는 우리, 오직 우리만의 나라입니다. 이제 외국인은 더는 환영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줍시다. 그들을 내쫓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캐런 재닝스의 <섬>이 2021년 부커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자 영국 가디언지와 미국 뉴욕타임스는 고립된 섬에서 단 4일 동안에 발생하는 이야기를 통해 아프리카의 잔혹한 식민지 역사와 어느 날 난민이 되어 바다 위를 표류 하게 된 현 세계의 비참한 삶이 압축적으로 묘사된 수작이라 평가했다.

낯선 작가의 얇팍한 분량의 이 책<섬>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외로운 섬과 바다 사이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지면서 육지와 맞닿은 항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 십만개의 번쩍이는 불빛들이 어디에도 아무 곳에도 닿지 못한 채 끊임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망연히 지켜보던 새뮤얼은 문득 게들이 나타난 그곳, 햇빛이 닿지 않는 해저 깊은 곳, 그들이 수세기 동안 섬으로 길을 내며 온 그 침몰한 외계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거대하고 육중한 몸으로 바위와 다시마와 해안에 밀려온 다양한 표류물과 배에서 버린 해양폐기물을 꾸준히 헤치고 수세기 동안 항상 같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한결같은 마음. (…) 이듬해, 그는 두려움 없이 혼자 게를 잡았다. 그리고 14년 동안 한 번에 한 마리 원칙을 고수하며 같은 방식으로 게를 잡았다. 그런데도 게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섬으로 돌아오는 게는 점점 줄다가 결국 어느 해, 돌아오기를 멈추었다.

-캐런 제닝스의 《섬》 중에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08-23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