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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ㅣ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1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평점 :
[아무튼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아니,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공허를 그대로 삼켜 버린 것같이 속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도넛 구멍처럼 작은 공백이었던 것이, 날이 감에 따라 우리 몸 안에서 자꾸자꾸 커져서 마침내는 바닥 모를 허무가 되었다.]
1986년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빵가게 재습격>이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탄생했다.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이 그림을 그렸고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을 맡은 <빵 가게 재 습격>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상 끝자락에 떨어진 인간들의 굶주림으로 재 해석 되었다.
10여 페이지 분량에 한 페이지당 장면 컷이 6개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그리 많지 않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복감이 우리를 악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공복감으로 하여금 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실존주의 같은 것이다.]
새벽 두 시, 아직 잠에 취해 있던 주인공 ‘나’와 아내는 느닷없이 회오리처럼 밀려 든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이자 지난 시절 빵 가게를 습격했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다 돌연 거리로 나가 빵 가게 재습격에 나선다.
프랑스 식 빵 가게 재 습격은 원작에서 칼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주인공과 달리 마치 은행에 들이 닥친 강도의 모습처럼 총을 들고 빵 가게를 습격 해서 실제 원작보다 좀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등장 인물들 모두 꼬질 꼬질한 상태로 굶주림에 시달려서 두 동공에 촛점이 없다.
[나는 단짝에게 , 아줌마가 나갈 때까진 아무것도 해선 안된다는 눈 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식칼을 몸 뒤에 감추고, 빵을 고르는 척했다.
아줌마는 이쪽이 지칠 만큼 시간을 끌면서, 마치 양복장이나 삼면경을 고르는 듯한 신중함으로 튀김빵과 메론빵을 접시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고소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빵!빵!빵!
멜론 빵과 튀김 빵이 먹고 싶어서 나도 빵가게를 습격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