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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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남자의 실루엣만 봐도 영상이나 책을 읽지 않았어도 실존 하지 않는 어떤 인물 보다 유명한 탐정 셜록 홈스라는 걸 전 세계인들은 알고 있다.

셜록홈스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지만 그가 소설 속에 살았던 주소는 실제 하고 있고 그 주소가 있는 장소에 세워진 집은 셜록 홈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가 되어 박물관까지 차려져서 전 세계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 세상에 실존했던 어떤 역사적인 인물들도 탐정 셜록 홈스의 필적할만한 캐릭터가 되지 못한다.

허구의 인물을 창조한 작가 코난 도일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영원불멸한 가상의 인물을 창조 할 수 있었을까?

1882년 영국 포츠머스에 병원을 개업한 코넌 도일은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고심 끝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첫 작품부터 정통 역사 소설에 도전하고 모아 둔 돈을 탈탈 털어 출간하지만 책이 팔리지 않아서 자리만 차지 하고 있으니 흔적도 없이 서점 진열대에서 사라져 버렸다.

주변에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한 코넌 도일은 시를 쓰기 시작하고 그 시들이 쌓여서 어느새 100편 넘는 시를 발표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도전한 분야는 추리 소설로 평소에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던 분야에 코넌 도일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린다.

그렇게 탄생한 코넌 도일의 첫 추리 장편이 '주홍색 연구'로 서점 가판대에 진열하자 마자 순식간에 사라지는 책이 되고 잡지사로부터 원고 청탁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출간 독촉에 떠밀려 써낸 두 번째 장편 '네 개의 서명'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캐릭터 셜록 홈스에 열광하며 사슴 사냥꾼 모자에 파이프를 문 셜록 홈스 패션을 흉내내는 남자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뒤이어 나온 단편모음집 '셜록 홈스의 모험'은 코넌도일을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만들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 놓았다.

광팬들은 새 책이 출간 될 때마다 서점에 구름같이 모여들고 코넌 도일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스타작가가 되었지만 얄팍한 대중 소설 작가 보다 굵직한 역사 소설가로 남기를 원했다.

마침내 코넌 도일은 더 이상 자신의 소설에 셜록 홈스를 등장 시키기 않기로 결심하고 1894년 출간한 '마지막 사건'에서 홈스를 죽여버린다.

광팬들에게 셜록 홈스가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숙적 모리아티와 함께 추락사 하는 장면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였다.

소설을 연재하던 잡지사들은 구독 거부 사태에 직면하고 광팬들의 항의로 마음고생에 시달리던 코넌 도일은 어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편지를 보낸다.

아들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답장에 이렇게 적어 보냈다.

"코넌, 네가 힘든 걸 잘 알겠다. 그런데 도대체 왜 셜록 홈스를 죽인거니?"

어머니에게 답장을 받은 코넌 도일은 7년을 버티다가 결국 셜록 홈스를 살려낸다

괴물 개의 전설과 그에 휘둘리는 인간의 속성을 그린 '바스커빌가의 개'에 드디어 홈즈가 다시 등장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사력의 범위를 현실 세계로 제한하고 이 세상의 악과 맞서 싸워 왔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가상의 괴물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존재 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에 푹 빠져버린 독자들의 비 이성적인 심리적 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험했던 코넌 도일은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인 영적인 힘에 대해 깊이 연구 했다.

셜록 홈스는 마치 접신을 한 영매 처럼 낯선 사람을 한 번 훑어보는 것 만으로 직업과 성격은 물론 최근에 다녀온 곳이나 현재 처한 상황까지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처음 본 사람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셜록 홈스의 이런 능력은 사건마다 초인적인 추리력을 보여 줘서 읽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 주었고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가 되었다.

의학을 공부하고 진료실도 운영했던 코넌 도일은 자신 창조한 홈스처럼 이성과 논리로 무장 했던 인물이 아니였다.

그는 신과 대화 할 수 있다는 ‘접신’을 신봉하며 심령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마녀 법 폐지에 앞장섰다. 협심증을 앓아 정원 산책도 힘들어했지만, 북유럽으로 심령 순회를 떠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생애 마지막 4분의 1을 심령술 전도사로서 살다 갔다.

만약 실제 세상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초능력자가 등장해서 첨단 수사 기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미제 사건을 해결 하게 된다면 현장의 증거물과 범행 동기 그리고 범죄 행위에 대한 법적 논리에 부합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죽은 자의 마지막을 본다거나 아예 피살자의 혼을 불러오는 영매가 자칫 억울한 이들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범죄 사건에 거짓말 탐지기는 도입이 되어도 영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수사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

단,미국의 FBI도 난항을 겪게 되는 수사에 최면술과 심리 요법을 통해 목격자의 기억을 더듬어서 무의식 중에 잠재된 기억을 끄집어 내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 내기도 한다.

조즈카 히스이 신비로운 비취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그녀의 직업은 영매 탐정, 사건을 해결 하러 나갈 때마다 컬러 렌즈를 착용하고 패션 잡지 화보에 등장 할 정도로 화려하게 차려 입는다.

비취색의 신비로운 눈빛으로 영적인 시공간을 꿰뚫어 보는 그녀의 능력은 '인버트(invert)

즉, 사건의 발생 동기를 거꾸로 추적해 나가면서 법과 논리를 뒤집어 버리며 오리 무중한 사건의 실체를 밝혀 내는 명 탐정이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들과 수사 담당자들 앞에서는 영적인 능력으로 진상을 미리 파악하고 나서 이성적인 논리에 맞춰 사건의 퍼즐을 하나 하나 수집해서 사건의 최종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않는다.

신중하게 접근 하면서 자신의 영적인 세계를 현실의 세상에서 충족 시켜 줄 누군가를 통해 사건을 해결 할 뿐이다.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사건 발생 시점 부터 막연하게 범인이 누군지 찾기 시작한다. 일단 잠정적으로 이 사람이 범인일 것 같다는 의심을 갖고 나면 작가가 곳곳에 설치 해 놓은 논리를 따라 가기 보다 독자 스스로 정해 놓은 잠정적 범인의 행적을 쫓는데 급급하다.

따라서 독자 이기도 한 작가들은 첫 시작부터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추리 소설은 추리를 즐기기 보다는 <반전>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의외의 범인과 의외의 결과, 흔히들 독자들의 허를 찌르고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치밀한 논리와 두뇌 싸움의 대열에 독자들도 가세 하게 만들며 읽는 쾌감까지 느끼게 만든다면 시리즈 작품이 나올 때까지 목을 빼고 기다릴 것이다.

일본 추리 소설계에선 갖가지 초현실적인 설정을 동원한 이른바 ‘특수설정 미스터리’가 대세로 영적 능력의 매력적인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영매 탐정 조즈카>는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시작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등 도서차트 5관왕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적 능력을 갖춘 영매 조즈카는 세상을 뒤 흔들어 버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가령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피해자가 살해 당한 장소에서만 기운을 느낄 수 있고, 또 영혼과의 공명 여부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추리소설가 마코토와 짝을 이뤄서 여러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따라서 독자들은 영매 탐정의 영적인 능력이 보여주는 비 이성적인 논리와 현장 답사를 하며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과 증거물을 토대로 논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소설가 마코토의 합동 수사 과정을 함께 추리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상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된 <영매 탐정 조즈카>는 영적인 능력 때문에 친구도 없고 스스로 저주 받은 존재라 느꼈지만 범죄 수사에 기여 하면서 비로소 세상을 만나게 되고 사건 해결의 논리적 실마리를 찾아주는 소설가 마코토와 우정과 애정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흘러 넘치는 청춘 소설과 사이코 스릴러 탐정물을 혼합한 새로운 추리물이다.

추리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보다 더 끔찍한 범행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대에 영적인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답답한 현실을 토로 하러 가는 이들이 몰려 가고 있다.

유툽에 무속, 무당, 샤머니즘이라는 단어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천연색 한복과 알록 달록한 방울을 흔들고 부채를 펼치는 한국 무속인들 영상들이 수백개가 좌르륵 뜬다.

이들 무속인들은 현재 가장 핫한 연예인들, 인기 몰이를 하는 배우들,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들, 정치인들 그리고 재벌들 사주를 분석하는 영상들이 많고 어떤 무속인들은 적중률 90퍼센트 이상을 보이며 유명인들의 운세를 미리 예측하기도 한다.

출처: South Korea's young shamans revive ancient tradition with social media ,.reuters,2024.0608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문 직종인 점술가는 철학관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21세기에 가장 멋지고 세련된 인생 상담소로 발빠르게 변모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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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1-04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라는 직업도 어느 정도 소위 신기가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요. 작가 스스로 자신의 무의식을 깊이 파헤치다 보면 작품이 이성의 영역을 벗어 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scott 님, 추리 소설과 영적 탐정에 관한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scott 2024-11-04 18:24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려면 예지력과 신기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뚝 떨어지고 있네요
마힐님 건강 잘 챙기세요 ^^

희선 2024-11-05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셜록 홈즈는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주고 그걸로 다른 소설이 나오기도 했군요 소설뿐 아니라 만화도... <카모노하시 론의 금단 추리>에서는 모리어티 집안과 홈즈 집안 후손이라는 설정이 나오더군요 카모노하시 론이... M 집안은 범죄 집안으로 모리어티 후손...

영매탐정이지만... 다음은 말하지 않아야겠군요 첫번째 책 본 사람은 다 알겠지요 scott 님은 두번째 책 만나셨군요 첫번째 뒤에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 게 맞기도 했어요 그건 범인이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