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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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는 올해 예순 다섯 살, 창업한 지 백이십 년이 넘은 히시야 다비의 4대 사장이었다. 초대 사장은 상공회의소 회장도 역임한 중진인데, 지난 오십 년간 눈에 띄게 쇠퇴하여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일본 전통 버선(다비)의 제조 기업 <고하제야>는 백년 전 독일에서 신발을 꿰매기 위해 수입한 재봉틀로 '다비'를 손으로 꿰매듯 섬세한 바느질처럼 제작하며 동종업계에서 매출 1위를 달렸던 중소 기업이였다.

1913년, 세계 1차 대전 이 발발하기 바로 한 해 전에 창업한 <고하제야>는 전국으로 유통되는 '다비'를 약 80퍼센트 생산 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컸지만 헤이세이(1989-2019)시대부터 생산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 버렸다.

더 이상 일본 전통 옷을 입지 않는 시대에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스물 일곱 명의 직원들과 힘겹게 사업을 이어 왔지만 결국 폐업 절차를 밟게 되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가장 오래 근속한 직원의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다.

직원들은 전국에서 들어 오는 반품을 폐기 처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고 있었고 회사는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이자가 나날이 눈덩이 처럼 불어 나고 있다.

강습이나 지역 전통 행사에서 신는 '다비'를 제외하고 일본 사회에서 '다비'라는 존재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고하제야>의 사장은 일본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누군가는 반드시 '다비'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그의 아들 미야자와는 주요 백화점을 둘러 보는 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 했던 백화점 단골 거래처 사람들 부터 쓴 소리를 듣고는 냉정한 시장의 현실을 파악한다.

어느 때 처럼 백화점을 돌아 보던 어느 날, 아들이 스니커즈 꼭 사 달라는 문자를 발견하고 스니커즈 매장에 들어 가 러닝 슈즈 선반에 시선을 멈추고는 기묘한 신발을 만져 본다.

그가 발견한 신발은 앞 코 부분이 둥그렇지 않은 대신 다섯 개의 발가락이 달려있고 발 뒤꿈치 부분 쿠션은 납작했다.

그 신발은 비브람 사의 '파이브 핑거스'로 다섯 발가락을 앞코 부분에 고스란히 넣고 지면 위를 딛고 걸을 때 마치 맨발로 편안하게 걷듯이 인간의 발과 밀착되게 디자인 된 제품이다.


'지금까지의 신발에는 없는 '맨발 감각'으로 달릴 수 있어서, 달려 보고 나니 다른 건 신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번 신어 보시겠습니까?'


다비 제조 업체 <고하제야>는 전 직원이 맨 발로 뛰어도 눈덩이 처럼 불어난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이익은 커녕 판매량 보다 반품 되는 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직원 수를 줄여 버려야 재봉틀 기기를 돌릴 기름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이미 회생 불가능한 상태다.

오로지 전통적인 생산 방식만 고수 한 채 변해 버린 시대의 조류를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음 <고하제야>는 과연 소비자들의 취향과 눈부시게 발전 된 고도화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시대에 마라톤을 취미 삼아 달리기에 몰두 하는 이들에게 신발은 제2의 심장이다. 그렇다면 가장 편안하고 인간의 주법에 맞춘 러닝 신발이 있다면, 아니 전통 양말 생산 업체가 마치 발에 밀착된 양말 같이 편안한 신발을 제조 하게 된다면 시장은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은행은 더 이상 대출을 해주지 않고 어느덧 직원 수는 20명으로 줄어들었다.

마라톤 슈즈를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은 각기 다른 신발을 신고 또 다른 몇 명은 다비 모양을 한 신발 '파이브 핑거스'를 신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려서 탄생 시킨 신발은 <육왕陸王>으로 우연히 마라톤 경기를 보고 만들기 시작한 마라톤 전용 신발은 이제 회사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제품이 되었다.

회사는 좋은 소재를 구하고 그 러닝화를 신어줄 선수를 찾아 내서 경기 중에 안타깝게 부상 당한 유망주에 발에 <육왕>을 신게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다 시에서 다비를 제작하는 고하제야라는 업체 입니다. 저희는 백 년 역사를 가진 다비 제작업체이지만, 이번에 러닝슈즈 '육왕'을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지면을 붙잡는 독특한 감각과 기능성을 겸비 하여 기존 러닝슈즈 '육왕'을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지면을 붙잡는 독특한 감각과 기능성을 겸비하여 기존 러닝슈즈에는 없는 착화감을 구현했습니다. 인간 본연의 주법인 미드풋 착지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부상당하지 않는 주법이야말로 승리를 향한 최단거리입니다. 괜찮다면 한번 시험해주시겠습니까, 수정 사항이 있다면 모기 씨가 납득할 때까지 고쳐나가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고하제야, 미야자와 고이치]

반건양근건 부분 손상과 왼발 발목에 있는 힘줄 손상을 입은 마라톤 선수 '모기'는 기존에 고수 했던 주번이 아닌 <육왕> 신발에 맞는 주법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부상당하지 않는 주법이야말로 승리를 향한 최단거리'

후원이 결정된 선수에게는 러닝슈즈가 무상 지급되고, 올림픽 출전을 앞 둔 정상급 선수에게는 족형을 떠서 발 모양이나 발등 높이, 디자인까지 맞춤 제작 신발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마라톤 대회에서 육상 선수들에게 신발을 후원하는 업체는 동종 업계에서 1위와 2위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여야 하고 후원한 선수가 상위권 순위에 들게 되면 그 회사는 세계에서 주문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회사는 선수들과 함께 달리며 선수가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해도 기록이 이전 보다 나오지 않아도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하제야는 마라톤 시장에 내놓을 신발 <육왕>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개발, 자금충당, 직원들의 피,땀, 눈물을 모아 마침내 선두주자이자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대기업 '아틀란티스'를 누르고 최고의 런닝화 '인간 본래의 주법'으로 달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마라톤의 출발 지점에 선 선수들의 마음은 똑같다.

-무사히 레이스를 완주 할 것

-자신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

그리고 대회 우승자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인생의 좌절을 맛본 마라톤 유망주 '모기'가 <육왕>을 신고 달린다.


[모기는 하코네역전마라톤에서 달렸을 때, 흥분과 설렘으로 몸이 떨리던 그 감각을 절실히 떠올렸다. 대학 역전 마라톤의 화려한 무대 이후 삼 년, 좌절하고 꿈도 희망도 잃어본 자신에게 이제 무서운 것은 없다.]

자, 이제 역전 마라톤 대회 출발로 부터 남은 시간은 3시간 29분

드디어 <육왕>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고 모기는 맨발로 달리듯 육왕을 신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역전 마라톤 지역의 최대의 고비 구간 '6구간' 고저차가 심하고 구불 구불한 도로를 속도감 있게 질주 하면 우승의 빛이 보일 것이다.

'육왕에 담긴 것은 러닝슈즈로서의 성능만이 아니다. 개발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꿈, 모두의 꿈이 이 한 켤레에 응축 되어 있다.'

바람의 세기가 급격하게 바뀌더니 5킬로지점을 지난 모기의 등을 향해 몰아 붙였고 모기는 바로 앞 선수를 추월 하지 않고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 하고 달린다.

언덕을 넘자 땅은 급강하듯 미끄러지더니 모기의 발에 바람의 세기에 맞춘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선두 그룹을 앞 지른 모기는 드디어 수백명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그곳, 결승점을 통과 한다.

언제 망해도 어떤 은행도 구제해주지 않았던 고하제야가 생산한 신발 <육왕>

새해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육왕을 신은 모기가 1등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하나만 고집했던 고하제야가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성공적이게 올라타자 경쟁 업체의 반격이 시작된다.

동종업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의 서슬퍼런 반격에서 과연 영세업체인 고하제야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아무리 주문이 쏟아져 들어와도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은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할 여력이 없다. 마음껏 늘릴 수 도 없고 적극적으로 협력 업체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후원을 계속하려면 결국엔 설비에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러면 또다시 빚을 지게 되어 매달 늘어나는 이자를 갚아 나가면서 생산 기계를 돌릴 수 없다.

게다가 마라톤 선수들에게 엄청난 후원을 퍼 붇는 대기업의 공세에서 영세 업체들은 낄 자리 조차 없다.

대기업은 첨단장비를 동원해 런닝화 개발에 나서고 육왕에 쓰인 신발 밑바닥 소재 특허인 '실크레이' 기술을 가로채서 런닝화 천을 대주던 중소기업에게 육왕을 생산하는 ' 고하제야'와 거래를 끊게 만든다.

고하제야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생산 업체에게 생산 설비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회사로 들어 갈지 아니면 대기업의 손아귀에 먹혀 버릴지 또 한 번 막다른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전통을 고수 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고하제야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망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술력을 가진 영세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시장에서 경쟁해서 살아 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라톤 경기에서 타인의 페이스로 달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지만 그렇다고 지난 번 실패를 했던 자신의 주법과 페이스를 지키기만 해도 승리의 고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왕>을 신고 복귀전을 뛰는 모기 히로토 선수

그가 통과한 결승점은 <고하제야> 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 모기 히로토 선수가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달렸던 승리의 레이스는 고하제야 기업을 이끄는 미야자와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승리를 믿고 정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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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3-02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몇해 전에 드라마로 봤어요 드라마 제목만 봤을 때는 <육왕>이 뭔가 했어요 며칠전에 책방에 갔더니 이 책이 보이더군요 그때는 언제 나왔는지 몰랐는데 나온 지 얼마 안 됐던 거였네요 전통을 지키는 것과 지금 시대를 반영하는 것, 두 가지를 섞기 어렵겠지요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에 기계가 아닌 사람이 했을 때 훨씬 잘 만들었다는 게 나왔던 것 같네요


희선

scott 2023-03-02 11:34   좋아요 2 | URL
육상의 왕 ㅋㅋ
그신발 신으면 달리기 속도가 좋아진다고 하네요
드라마는 비지니스계 선악대결
힘을 모으고 정직하게를 외치는 교훈 드라마😄
원작도 좋고 드라마도 재밌어서
한자와 나오키 팬으로 이분책은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일본도 더이상 대를 잇는 장인 정신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도 여기도
인구 소멸 시대

어쩌다냥장판 2023-03-02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많이 봤던거 같은데 신발을 뜻하는 거였군요 순간 읽으면서 다친 모기가 신고 달린다고? 그랬다가 ㅎㅎ 사람이름이 모기인것도 재밌네 했네요
재밌을것 같아요 ~~ 드라마로도 나왔다면 인기가 많았겠는데요

scott 2023-03-02 23:33   좋아요 1 | URL
육상의 왕!
육지의 왕! ㅎㅎㅎ

일본인들에게 모기는 울 나라 모기가 아닝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