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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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예술을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 함을 강조한 미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수필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사회운동가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았던 지식인이면서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

도대체 수전 손택은 어떤 삶을 살았던 인간 이였을까?

10대 시절 1947년 11월초 며칠밤에 걸쳐 읽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흥분에 차올라서 숨조차 쉴수 없었다. 

손택의 아버지도 '마의 산'에 주인공이 앓았던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천식을 앓았던 시기에 자신도 비슷한 증상을 겪었었다.

이책을 읽고 애처로울 정도로 영적인 경험을 겪은 손택은  친구와 장난삼아 전화번호부를 샅샅이 뒤져서 '마의 산'을 쓴 위대한 작가 토마스 만'의 연락처를 찾아낸다.

당시 열네살짜리 수전 손택을 만난 토마스 만은 수전 손택이 숭배하는 프란츠 카프카,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헤밍웨이에 작품은 통독한적 있는지 물었다.

자신이 숭배했던 우상은 그가 남긴 문학적 삶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전 손택

남편과 이혼한 후 알콜에 의존한 채 어린 딸을 방치해버린 어머니, 홀로 온전히 몰입하게 만든 책, 사상, 사유

'출신과 거리 두기를 좋아합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게 좋아요.!'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롤모델을 찾아야 했던 수전 손택, 오로지 문학 만이 그녀에 삶에 빛과 방향이 되어주었다.


수전 손택은 1962년 당대 유명 시사지 '파르티잔 리뷰'에 '캠프에 관한 단상'이란 글을 발표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손택은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 노벨문학상 수장작가 엘리아스 카네티 등과도 교류했고, 라이오넬 트릴링에서부터 폴 바울즈, 재스퍼 존스에서 조셉 브로드스키, 피터 브룩에서 조셉 콘래드까지, 각계각층의 작가, 예술인, 지식인들과 광범위하게 어울렸다. 

 

손택은 '해석에 반대 한다'‘사진에 관하여’ 같은 에세이로 명성을 얻었지만, 패션지 ‘보그’에 모델로 등장할정도로 스타성이 대단해서 출판사는 책 뒤표지에 유려한 추천사 대신 손택의 사진이 실렸다.


손택은 인권과 사회 문제에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지금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기고를 통해 미국의 은폐된 역사와 베트남 전쟁의 허위, 아메리칸 드림의 실상을 폭로했다.

 내전이 한창이던 유고 사라예보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하고 9·11테러 직후엔 미국 부시 정부의 전쟁 선동을 비판해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유방암 투병 과정에서는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을 써서 ‘환자들을 위한 운동가’가 됐다. 

손택은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을 활용해 비평가로서, 정치적 급진주의자로서, 실천하는 문학가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한 '최후의 지식인'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자신의 저서들을 끊임없이 읽고 또 읽어서 시대와 상황에 맞춰 스스로에 모습을 재창조해나가며 '비범한 인간' 스스로가 설정한 '이상적인 인간'으로 거듭 태어났다.


항상 열렬히 배우는 학생이였던 손택은 엄청난 명성과 성공으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여행할 수 있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만날 수 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베트남과 중국을 넘나들며 세상 전체, 인생 전체를 하나의 글쓰기.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나갔다.


-모든 기억은 개별적이며, 재현 할수 없다. 기억은 개인과 함께 죽는다. 집단 기억이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일종의 규정이다. 즉, 이것이 중요하다는것, 그리고 이것이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우리 마음속에 그 이야기를 고착시키는 사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수 있다고 믿었던 '수전 손택' 


'도스토 에프스키, 톨스토이.투르게네프,체호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더좋은 작품을 쓸수 있는 '내'가 되었을것이다. 아니 그시기에 나는 다시 태어나야한다.


 손택은 삶의 마지막 몇주를 반 의식불명 상태로 보내며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타인의 고통'을 마지막으로 아홉 권의 에세이집, 네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시나리오 두 편과 희곡 한 편.32개국어로 번역 출간된 이 작품들, 완성하지 못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남긴채 손택은 암 투병 끝에 2004년 생을 마감한다.

사경을 헤매다 잠시 졸았던 순간에도 “작업하는 중”이었다고 말한 수전 손택

그녀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는 이런 말을 남긴다.


'어머니는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시지 않고 편안히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떠나셨다.'

2020년 정체불명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전세계 ,치료제 없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든 사람은 건강한 자의 왕국과 환자의 왕국, 이 두왕국의 시민권을 갖

고 태어난다.!'


진정한 지식인은  자신의 겪고 경험한 과거로 부터 망명해서 전세계를 유랑하는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20세기 마지막 지식인, 수전 손택의 삶,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How Susan Sontag Taught Me to Think - The New York Times

What Susan Sontag 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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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10-15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같이 수전 손택 성함은 많이 들어봤지만 잘 모르는 독자에게 유용한 책 같네요. 여러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보니 잘 모르는 저같은 입장에선 여기저기 많이 언급되고 유명해서 궁금은 한데 도대체 이 분의 전공이 무엇이고 뭐하셨던 분인지 종잡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망설여지기도 하구요. 저같은 문외한 쫄보에게 도움이 되는 책 같습니다.

scott 2020-10-15 23:47   좋아요 1 | URL
저도 수전 손택에 방대한 에세이 방만한 지식은 잘 몰라요.
여기저기 기고한 에세이를 읽고 감탄했어도 두어권을 제외하고 손택의 글을 통독한적이 없고 어떤 부분 사상은 동의 하지 않아서 파고든적도 없고 인생의 작가로 올려둔적도 없는데 코로나 시국에 집콕시간이 늘다보니 수전손택의 인생도 파고들었네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 sns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활동했던 사상가여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는데 아쉽게도 이책에는 그녀에 유년시절부분은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 않았네요.
캐모마일님 쫄보 아니여유 ㅎㅎ

초딩 2020-10-31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이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어요 :-)
사진 좋아해서 사진 책임줄 알고 사진에 관하여 읽고 완전 빠졌었어요 ㅎㅎ

scott 2020-10-31 20:15   좋아요 1 | URL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세상을 향해 해야 할말이 있는 지성인이 였죠.
‘사진에 대하여‘ 저도 사진첩인줄 알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