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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ㅣ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평점 :
작년에 가족여행중에 부산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시가 신선했다. 우리 기관에도 전시하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도 꾸었다.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예산의 다름에 깊이 좌절했다.
미술관 별관엔 화가 이우환 공간도 있다. 입구 작은 매장에 있던 BTS 멤버 RM의 친필 사인이 반가웠다. 세계적인 K-POP 가수가 우리나라 화가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미술관을 찾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이우환의 힘 있는 붓 터치 작품 '점으로부터'는 생성과 소멸을 뜻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야외 정원에 있는 이우환의 작품 ‘회의’ 는 네 개의 돌이 철판에 둘러 앉아 마치 회의를 하는 듯한 재미있는 모습이다.
여행지에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다. 우연히 찾아간 원주 ‘뮤지엄 산’ 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감동했고, 제주에서 만난 물방울 화가 ‘김창열 미술관’ 의 단아함과 고풍스러움에 전율했다. 우리나라 현대 화가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도서 ‘방구석 미술관’은 우리나라 현대 미술가 10인의 삶, 사랑, 가족, 작품에 대해 알기 쉽고 흥미로운 사실을 들려준다. 에필로그의 소제목은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이 책이 그 시작을 도울게요” 이다.
지인들과 하는 3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었다. 각자 인상 깊은 화가 한 명씩 선정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선택한 인물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다. 김환기 작가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락한 지주의 삶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또한 아버지에게 떠밀려 혼인한 아내와 이혼한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림(김향안)과 결혼하며 아름다운 부부로 평생을 함께한다. 동림은 작가 이상의 아내로 사별하였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일본, 파리, 뉴욕에 거주하며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난다. 김환기 화가의 작품 특징은 추상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조선의 미를 추구한다. 그는 백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작품에 달과 항아리가 많다. 고향인 안좌도를 떠났지만 섬을 그리워한 마음이 작품‘ 섬 이야기’ 에 담겨 있다.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들, 알록달록한 빛의 해와 달, 자연을 닮은 초록 부채들은 포근함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은 한국전쟁 때 제주도로 내려간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 서귀포 앞바다의 풍경을 보며 평화롭고 소박한 일상, 그것이 낙원이라는 부제의 ‘서귀포의 환상’ 그림을 완성한다. 오랜 피난 생활로 생활고에 시달린 부인과 두 아들은 친정이 있는 일본으로 떠나고 평생 생이별을 한다. 가족을 다시 만날 생각에 하루종일 작업에 몰두하지만 결국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지난 주말 다녀온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거대한 ‘군상’ 을 보았다.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으로, 그림 속 사람들의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그 외에도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단순함을 추구한 장욱진, 국민화가 박수근,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등을 다룬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작품의 배경을 알면 그림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책을 읽는 이유다.
원주 뮤지엄 산에서 '안도 타다오-청춘' 제목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뮤지엄산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세계 여러나라에 존재하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 설계과정, 작품 모형들을 보여준다. 높은 산 위에 우뚝 솟은 건물 주변엔 온통 초록이다. 자작나무 새 잎, 한껏 꽃 피울 준비를 마친 연산홍, 시들어가는 마지막 벚꽃, 고풍스러운 소나무, 자연을 닮은 카페까지.... 그 곳에선 공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우리 기관에서 추진하는 중원예감톡 4월 관리자 연수는 그 공간에서 진행한다. 신청 하루 만에 마감이다.
이 책에도 소개한 김구 선생의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라는 글이 새삼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