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형님과 통화할때는 아주버님과 함께 오전 11시쯤 온다고 했다. 어머님, 아버님이 워낙 번거로움을 싫어하시는 합리적인 분들이라 언제부터인가 아침은 두 분이 드시고, 점심식사를 가족들이 모여 밖에서 한다. (단골로 가는 중국집에서 요리 몇개 시켜 먹는 정도) 처음 몇번은 내가 차려 드리기도 했는데 그것 마저도 못하게 하신다. 평일에 힘든데 늦잠 자라는 배려.
오늘 형님네는 11시 30분경에 오셨다. 어제 통화때도 멀쩡하던 아주버님은 감기가 심하게 걸리셨다고 하며, 오후에 출근을 하셔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형님이랑 조카만 달랑 왔다. 그런데 차표 예매를 2시에 했다고 한다. (아주버님이 왔다 가시려고 일찍 예매를 하신 듯) 집에서 터미널까지는 늦어도 30분에는 출발해야 하는 거리. 중국집에는 12시에 예약을 했으니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은근히 짜증이 난다. 빨래 널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재촉 하시는 어머님, 결국 점심만 급하게 먹고는 채 소화도 되기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아주버님이 오면 신랑이 모셔다 드리는데, 형님만 오셔서인지 나보고 모셔다 드리고 오란다. 가기 싫어요. 싫어요. 싫어요! (마음속으로만 부르짖는다)
어차피 아주버님이 못 오시면 표를 바꾸어서 좀 여유있게 가시지 어쩜 이리도 융통성이 없으시다냐. 신랑하고 한바탕 흉을 보고도 모자라 혼자 계속 꽁시렁 거렸다.
그에 비하면 어머님, 아버님은 모든것을 다 이해하시는 듯한 표정, 아님 귀찮아서 어여 가라는 표정이신가? 그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좀 속상하다. "어머니 좀 맘에 안드실때 화도 내시고, 꾸중도 하세요" 하긴 이러면 매일 꾸중 듣는건 나겠지만서도.......
형님네 모셔다 드리고, 그 길로 어머님이랑 '교육과학연구원'가서 잠깐 놀다가 들어왔다. 규환이는 '우주 의자' 조정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과학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나 보다. 어찌나 2층, 3층으로 종횡무진 하는지.....할 일 없을때 놀러와도 좋겠다.
에구 아직도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