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면 보림이 시험인지라 토요일 성당 다녀온것을 제외하고는 꼬박 집에 있었다. 신랑이 해주는 짜장밥 먹고 책 보면서 편안하게 보냈는데 밤새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고 기침이 나오면서 머리도 아프고, 온몸에 기운이 없다. 감기에 걸린 것이다.
몸이 건강할땐 이것저것 할일도 생각나고, 운동삼아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노는 날 유리창 청소, 냉장고 청소 등등을 하면서 보내는데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행히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인지라 쉬고, 내일부터 장거리 운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더 심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병원에 갔더니 대부분 할머니 환자들이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겨우 한걸음씩 떼시는 허리가 90도로 휘어지신 분,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로 앉아계신 분, 한결같이 무표정하시다. 나와 같은 젊은 시절엔 아이들 건사하시느라 힘든줄 모르고 지나가셨겠지...나이 들면 그저 건강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그것도 큰 은총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하루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실까?
나이 들어서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책도 읽을 수 없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아둥바둥 살다보면 나이 50-60은 금방일텐데....그때 당당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외칠수 있을까?
요즘 참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든다. 왜 이렇게 마음을 비우게 되는 거지.... 누가 아파트 50평을 샀다고 해도, 차를 바꾸었다고 해도 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듣지 않는건지 체념을 하고 사는 건지.....
성당 친구 2명이 놀러와서 쟁반짜장 시켜먹고, 자모회 일 상의하고, 다른 엄마들에 대해 흉도 보고 놀다가 금방 돌아갔다.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예쁜 화분 사가지고 왔다. 고마우이.

그저 맘 편하게 먹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면 되겠지.....
여우꼬리. 신랑이 문자로 '냉장고 청소 좀 하지. 자네 같은 사람이 급식담당 공무원으로 있으면 우리 아이들 다 죽었다?' 나 흑...병원 갔냐고 물어보지는 않고 이사람이..... 아파도 냉장고 청소는 한다....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