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중순, 봄날 같은 월요일이다.
월요일 아침은 평소에도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일어나기 힘든데, 어제 친구들과 늦은밤까지 마신 맥주로 눈은 떠졌지만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다. 아사히 맥주와 하이네켄 맥주에 한해 1*1을 하기에 '한병 더'를 연거푸 외쳤더니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 아파서 못나간다고 전화하고 땡땡이 칠까?'를 열두번 정도 고민하다 마지못해 일어났다. 인근 도서관 직원들과 한달 전 부터 잡아 놓은 점심 약속이 있기에 출근을 해야만 한다. 오리 백숙 먹기로 했는데 괜찮을까?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편안한 옷차림으로 출근해서 전 직원이 팔 걷어 붙이고 대청소를 했다. 직원들은 자료실에 기름칠을 하고, 현관 로비와 복도를 쓸고 유리창 청소를 한다. 평소에는 두 분이 청소하지만 휴관일에는 전 직원이 함께 한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자료실 책상을 닦았다. 디지털 자료실 컴퓨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한달에 두번은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낸다. 오전이면 끝나는 짧은 수고로움에 도서관은 빛이 난다. 이제 달콤한 휴식시간!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중 하나는 5일마다 서는 장 구경이다. 어릴적에 장날이면 엄마 시장갈때 따라가서 맛난 오꼬시 과자랑 새 옷을 얻어 입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엄마는 가급적 나를 데려가지 않으려고 하셨다. 옷 욕심, 음식 욕심이 많아 보이는 것마다 사달라고 떼 쓰다가 울었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인색하게 구셨는지....살기 힘들기도 하셨겠지.
며칠전 친구랑 장구경하다가 난전에서 파는 옛날 핫도그를 발견했다. '어머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핫도그다. 아줌마, 핫도그 주세요. 설탕 많이 묻혀서요' 친구가 '길거리에서 먹으려고? 관장님이?' 했지만 난 노릇노릇한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이 맛이야!, 내가 찾던 그 맛이야!'를 연발했다. 표면은 바삭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설탕이 묻어 달달한 그 핫도그는 어릴 적 먹던 그 맛이다. 이제 장날엔 무조건 핫도그를 먹겠어. 그리고 난전에 앉아 잡채 순대를 먹고, 떡볶이도 한 접시 먹었다. 직원들을 위한 간식으로 순대랑 떡볶이도 샀고, 집에 가져갈 말랑말랑한 표고버섯이랑 국내기 멸치도 사고 나니 뿌듯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장 구경은 소박한 행복이다.
오늘도 장이 선다. 핫도그를 먹을 수 있는 장.날.이.다! 하하하!
2.
주말엔 모처럼 책을 읽었다. 대한항공이 사진을 제공한 상업적인 내음이 나지만 그냥 정여울 작가의 진정성만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기에 이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를 상상해보는 즐거움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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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갈 때마다 나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건 더 풍요로운 삶, 더 빨리 목표에 이르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삶이 아니라, 더 진정한 나와 가까워지는 삶, 더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삶에 대한 바람직한 목마름이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필요 이상의 노동에 자신의 소중한 가능성을 낭비하는가. 돌이켜보면 내가 무엇에 쓰일 줄 몰라서, 혹은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이름을 걸어두고 있는 것이 많았다. 잠시 삶의 만유인력에서 벗어나 일상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가지고 싶은 것보다는 버려야 할 것들의 목록이 떠오른다.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안타깝지만, 놓아주어야 한다. 내가 안간힘 써서 붙잡고 있는 삶의 가능성 중에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언제나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간신히 떠났던 유럽여행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p.10
그 풍경 속에 살짝 숨은 그림처럼 '나'를 그려 넣고 싶은 곳. 그 지방의 언어를 배우고, 먹거리를 아무 불평 없이 먹고, 그곳의 낯선 사람들을 손짓 발짓하며 새로운 친구로 삼고 싶은 곳. 그런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베네치아다. p.27
여행지마다 마치 엽서 속 그림처럼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풍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말피 해안은 어떤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시켜놓고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우리가 저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낙원의 풍경을 거대한 병풍처럼 끝없이 펼쳐놓은 곳이 바로 아말피 해안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한 곳으로,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려져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말피 해안의 마을들에는 가파른 절벽을 따라 알록달록한 집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고, 절벽에 형성된 자연 요새는 지금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지중해의 해맑은 하늘과 코발트 빛깔 바다, 해안 절벽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집들은 멀리서 보면 풍경화 같고 가까이서 보면 재잘거리는 동네 아낙들의 수다가 들려오는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골목길 같아. p.118
3.
책을 주문했다.
은희경은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하고 싶은 작가중 한명.
제목이 어쩜......이쁘긴 하지만 하루키 책처럼 외우기 힘들듯.
그냥 '은희경 신간'으로 가는거야.
예약 주문하면,
눈송이 책갈피랑
스노우향 향수랑
넘버링 사인본을 준단다.
넘버링에는 물론 깜짝 선물도 있다.
27일까지 언제 기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