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세차게 퍼붓던 토요일. 한번 연기된 독서탐방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이 비가 옴에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행히 낮 동안엔 가는 비만 내려서 초록빛 나무의 싱그러움, 불어낸 계곡물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독서탐방은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이 함께 하는 우리지역 문학관, 생가 방문하기.
차량 두 대가 한꺼번에 움직였는데 한 코스는 정지용 문학관, 육영수 여사 생가, 장계유원지 방문,
다른 한대는 홍명희생가(홍범식 고택), 개심사, 화양서원 체험, 우암송시열 유적지 탐방으로 이어졌다.
내 업무가 아니기에 한대만 가면 함께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두대가 움직이는 바람에 나도 가야 했다. (주말 행사는 정말 싫어!)

두 곳으로 미리 답사를 다녀오면서 정지용 문학관, 육영수 여사 생가, 장계 유원지도 가보았다.
옥천 읍내 가게엔 향수의 고장 답게 간판들을 참 예쁘게 꾸며놓았다.
장계유원지에 있는 비 오는 날의 모단가게, 카페 프란스가 참 운치있더라.

  


내가 진행을 맡은 곳은 홍명희 생가, 개심사, 화양서원 체험......
미리 해설사를 섭외하고, 답사를 다녀왔기에 부담은 덜했지만, 참여한 가족이 행복하게,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아 부담이어라.

  


다행히 해설사분들의 열정적인 강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배움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우암송시열유적지 탐방땐 마치 역사체험 온것 같더라는....
홍명희 생가 명칭은 비공식적이고, 홍명희의 아버지 홍범식 고택으로 이름 지어진 이유는 홍명희가 월북작가이기 때문......
소박한 개심사엔 마침 주지스님이 계셔서 불교의 유래, 절 예절, 절하는 법등 학생들이 알면 좋을 기본 상식을 강의해 주셨다.
비구니 스님이셨는데 행동과 말씀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1박2일의 예도 들으시는 즐거운 명강의를 해주셨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만남^*^

비 내리는 계곡 풍경이 이리도 아름다웠을까? 초록빛 터널로 이어지는 계곡따라 걷는 화양동 산책길, 세찬 물소리, 간혹 들리는 새소리는 마치 상처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 오길 참 잘했다.

아이들이 직접 한복을 입고 서당풍경을 재현해보는 '선비체험'에서는 훈장님 포스의 명강의를 해주신 강사님의 해박한 지식으로 동몽선습을 운율에 맞춰 직접 읽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 이어진 시조창, 다도체험, 판화체험도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체험이 되었다.

그렇게 꽉 짜여진 스케줄로 지칠까 걱정했지만 버스안에서 이어진 독서퀴즈시간은 아이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좋은 행사를 열어준 도서관에 감사드린다,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다"는 말들에 덩달아 행복했다. 어느 아버님의 "전 정** 사서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오래 기억될꺼 같습니다"하는 말에 빵 터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짧은 여행은 끝이 났다. 

우리 도서관은 요즘 새로운 독서프로그램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서예, 어학 강좌같은 단순한 평생교육 강좌는 지양하고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사서가 직접 스케줄을 짜고, 우수 강사를 모시고, 진행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참 보람있다. 독서탐방처럼 좋은 피드백으로 이어질땐 사서로서 더욱 보람을 느낀다.

여우꼬리

엄마가 탐방 간 시간에 규환이는 농구교실에서 캐러비안 베이로 놀러 갔고,
보림이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다.
옆지기는? 요즘 열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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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행사 주관하는 거 귀찮아서 안 할 수도 있는데 열정의 세실님 덕분에 많은 이들이 행복하겠어요.^^
다녀와서 도서관 홈피에 탐방 후기 올리는 사람들도 있나요?

순오기 2011-07-10 09:22   좋아요 0 | URL
나중에 후기 쓰는 건 잘 안되니까, 내 경우엔 그날 자료 마지막 장에 후기 쓰는 칸을 두어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쓰게 한 다음 한두 명쯤 우수후기를 뽑아 책이나 도서상품권을 주면 반응 좋던데요.^^

세실 2011-07-10 09:30   좋아요 0 | URL
요 행사는 다행히 제가 주관은 아니고 어제만 참여했어요.
차 두대가 동시에 출발하는 바람에 한대를 책임져야 했죠. ㅎㅎ
도서관 홈피에 칭찬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ㅋㅋ

그냥 소감 발표만 했는데 설문지로 남기면 더 좋을껄 그랬군요.
담당사서에게 말해줄께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7-1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을 반납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네요.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셨어요. 더불어 세실 님 가족들도 좋은 시간 보냈네요. 두루두루 알찬 하루였어요.^^

세실 2011-07-10 15:2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요 말을 열번은 읊조렸어요. ㅎㅎ
돌아오면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마무리했지요.
오늘은 점심으로 우동 사먹고, 미용실 다녀와서 쉬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2011-07-1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행사 다녀오셨네요.^^
정지용문학관 몇년전 다녀왔어요. 입구 물레방아도 생각나네요.
홍명희 생가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 2011-07-10 12:42   좋아요 0 | URL
나도 정지용 문학관과 오장환 문학관은 다녀왔으니
우리 다음에 청주 모임할 때 홍명희 생가 방문하면 좋겠네요.^^

세실 2011-07-10 15:31   좋아요 0 | URL
홍명희 생가랑 개심사 보면 좋긴한데...주변에 덜렁하니 두 곳만 있어요. 생각보다 많이 소박하고요.
요길 갔다가 화양동을 가면 좋을까요? 참고로 청주에서 1시간 소요되는 먼거리랍니다.

무스탕 2011-07-11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홍명희 생가 욕심나요 ^^

세실 2011-07-11 13:20   좋아요 0 | URL
음 홍명희 생가 생각보다 소박하긴 하지만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죠.
홍명희 생가랑 개심사, 화양동으로 이어지는 코스...
그럼 청주번개때 무스탕님 꼭 오시기예요^*^

비로그인 2011-07-1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단가게 창문에 글자가 참 멋져 보입니다.
왠지 저 가게 사장님도 멋진 분이 아니실까.. ㅎ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방학이라.. 좀 짬이 나시죠? 습하고,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D

세실 2011-07-11 13:24   좋아요 0 | URL
멋지죠. 들어가고 싶게 하는 곳이예요.
예전엔 염색체험등 다양한 공예체험을 상설로 하고, 특산품도 팔았다는데 지금은 그냥 찻집으로 근근히 이어간다고 합니다. 이런거 보면 참 아쉬워요. 왜 활성화가 안될까 하고....ㅋ

제가 맡은 행사가 대부분 상반기에 끝나서 지금은 조금 한가합니다.
이제 자료실 업무에 충실. ㅎㅎ
님도 건강한 여름 되세요^*^

hnine 2011-07-11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비 정말 많이 왔지요. 떠나시기 전에 하늘 원망도 하셨을 법 한데 멋지게 해내셨군요. 역시 세실님! ^^

(오드리 헵번 이미지, 세실님과 짱! 잘 어울려요 ^^)

세실 2011-07-11 13:25   좋아요 0 | URL
다행히 비는 저희가 출발할때 잦아 들더니 가는 비로 바뀌어서 행사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습니다.
역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ㅋㅋ
이러다 행사전문사서 될꺼 같아용.

(짱 잘 어울린다고 하신 말씀 아 너무 좋아요~~~~)

섬사이 2011-07-11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한 며칠 비가 주춤하더니 어제부터 쏟아지고 있어요.
도서관에서 저런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저라도 냉큼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질 거예요.^^
세실님이 주말을 반납해가며 고생하신 건 안타깝지만,
도서관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척 신났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세실 2011-07-11 13:31   좋아요 0 | URL
청주엔 계속 비가 많이 내렸어요. 청주 한가운데 있는 무심천이 넘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생기더라구요. 지금은 다행히 쨍쨍 합니다

도서관 이용자들 모두 즐거워 하더라구요. 이렇게해서 사서는 절대 고리타분하지 않다는걸 증명해 보인셈이죠. 호호호

무스탕 2011-07-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이 책만 정리하는 자리인줄 알았더니 별거별거 다하네요. ㅎㅎㅎ
뭘 하시는지, 뭘 하셨는지 적어준 글들을 읽어보면 참 좋아요. 울 동네는 밖으로 나가는 활동보다는 도서관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 위주인듯 싶어요. 그리고 좀 더 어린 아이들(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정도요) 위주의 활동이 대부분이라서 정성이나 지성이를 데리고 뭔가를 하기가 어려워요. 제 게으름도 한 몫 하지만요 ^^;;;
하여간 세실님이 주말을 반납한 덕분에 저는 앉아서 개심사도 다녀오고 홍명희 생가도 다녀왔습니다 :)

세실 2011-07-11 13:35   좋아요 0 | URL
호호호 책만 정리하던 시대는 이미 갔습니다. 요즘은 서점에서 전산화 작업까지 다 해줘요.
공공도서관 사서는 독서교육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 독서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곳곳에 공공도서관이 생겨야 한다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ㅎㅎ

사실 저희도 주로 도서관에서 이루어지죠. 독서탐방은 사서들은 싫어하는 행사. ㅋ
주말에 3주에 한번씩 근무하고, 독서탐방까지 다니면 가정생활은 흑흑.

개심사는 기대 이하로 소박한 절이지만 주지스님의 명강의에 그만 푹 빠졌답니다. 가끔은 절에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 해요. ㅎ

마녀고양이 2011-07-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언니, 저는 정말로 진행자 역할이나 계획해서 끌고 나가는 역할은 못 하겠던데,
이렇게 잘 하시는 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언니의 서재를 보면서 한답니다.
그리고 체질이야 체질 하고 결론을 내리고, 닮아가겠다는 야심을 포기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멋진 여행이시네요!

세실 2011-07-11 13:38   좋아요 0 | URL
저는 진행자 역할이나 계획해서 끌고 나가는 역할은 잘하는데 그 예산 세우는거, 예산 결재하는거, 전산서비스 하는거 이런거 싫어해요. (당장 모바일 서비스 시행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담당자라는거..) 그냥 행사만 하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ㅋ

그런 의미에서 님은 요거 빼고 다 잘하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