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에 대한 안좋은 기억 하나.
초임 사서때 "누나 밥 사줘, 누나 커피 뽑아 줄까" 하며 잘 따르던 경찰시험 준비 중이던 이용자가 있었다. 직원 아들이라 부담없이 대할 수 있었다. 나름 콧대도 높았고, 사서에 대한 자부심도 충만한 시기였기에 그 아이의 "누나 내 동생한테 누나 예쁘지 하고 물었더니 예쁜건 모르겠고 눈 옆에 있는 점밖에 안보인다고 하더라" 눈 옆에? 다른 점보다 조금 크긴 했지만 콤플렉스로 생각되거나 의식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혹시나 복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와 찾아간 점집에서도 "빼!" 하는 말에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얼굴에 칼을 대었다(자연산 강조^*^. 앗 레이저 치료였지) "부위가 커서 2번은 해야겠는걸, 좀 아플꺼예요" 결국 그렇게 그 점은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다른 점도 좀 뺄껄 하는 후회도 들었다.
어제 점뺀 이야기
드라마나 슬픈 사연이 나오면 눈물을 주르르르 흘리기에 아이들은 나부터 쳐다본다, 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을 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오니 논리적인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혹시 친구가 말한대로 눈 아래 점 때문? 눈 아래 점이 있으면 눈물점이라 울 일이 많다고 하니 속상한 일도 많다는 뜻?
그런 이유로 토요일 오전 점을 빼러 갔다. 갈때는 눈 아래 있는 점이랑, 눈 위에 있는 점만 뺄 생각이었는데 동석하게된 모녀와 이야기 나누는 중에 "어차피 아픈데 얼굴에 있는 점 다 빼세요. 또 오시지 말고....." 결국 그렇게 해서 아주 작은 점까지 17개를 빼기로 했다.
셋이 마취크림을 바르고 1시간여를 기다리면서 오늘이 세번째라는 모녀의 주의사항을 들었다. "2일동안은 세수하지 말라고 하는데 가능하면 더 오랫동안 세수하지 말고, 화장은 10일은 하지 말것. 딱쟁이 빨리 나오고 떨어지려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딱쟁이 지면 절대 만지지 말고 저절로 떼어지도록 하며, 한동안 썬크림 꼭 바르고 다닐것. 점 다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할것, 수술중(?) 아파도 절대 움직이지 말것"
얼마나 아픈걸까? 15년전에 뺀 기억밖에 없으니 가물가물.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고 드디어 레이저 치료. 생각보다 따끔한 강도가 약하다. 이정도 쯤이야 충분히 참지, 이럴줄 알았으면 점 더 찾아 보는 건데.
그렇게 점을 빼고 가족과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으로 갔는데 "엄마 피 나왔어요. 무서워. 귀신 같애. 와 흘러요" 거울을 봤더니 눈 아래 점 뺀 곳이 특히 많이 나오고, 다른 곳에서도 피가 흐른다. 거울을 보고는 나도 "으악! 괴물이닷!" 어쩌나 얼굴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저녁이 되니 벌써 딱쟁이가 앉는다. 점은 상당히 작았는데 피맺힘과 딱쟁이가 함께 져서인지 범위들이 제법 크다. 마치 몹쓸 피부병이라도 걸린 모습이다. 시댁이야 오늘 우리집에서 전 몇개 부쳐서 오후에 갖다 드리고, 워낙 외모에 관심이 없는 형님네라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만, 친정나들이도 해야 하고, 당장 수요일에는 외부인사와 부교육감님 모시고 중요한 회의 있는데 이 몰골로 어찌 할까? 과연 내일 모레까지 딱쟁이가 떼어질까?
아 정말 점은 왜 빼가지고 이 걱정을 한담. 내가 한가한 미스냐고요. 갑자기 수시로 잔소리 삼아 점 빼라고 얘기했던 친구가 원망스러워 진다. "너 때문이얏, 앞으로 울 일 생기기만 해봐라. 미오, 미오, 미오"
딱쟁이 떨어지고 나면 예뻐지긴 하겠지? 음 더 예뻐지면 안되는데....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