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관에 들어와서 큰 도움을 받은 선배님이 계신다.
업무적으로 굉장히 의욕적이시고, 활기차고, 완벽을 추구하시고,
그러면서도 이쁜 후배는 확실히 밀어주시는 분.

함께 근무하면서
덕분에 빛이 났고,
내가 하고 싶어했던 독서지도를 마음껏 해볼 수 있었으며,
추천으로 분에 넘치는 강의도 여러번 나갔었다.
둘이 연구위원 응모도 하여 상금도 받아
고생했다고 나를 더 챙겨주셨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땐
'이쁘고, 싹싹하고, 일도 열심히 잘하고, 의욕있는 제가 제일 아끼는 후배'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지라 늘 살아가면서 플러스가 되었다.

그랬던 분이
암의 재발로
그렇게 애착과 보람을 느끼셨던 도서관도 사직하고,
투병에 들어가셨다....

컨디션이 좋을땐 전화하셔서
'나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조금 더 좋아지면 도서관에 놀러갈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차도 마시면서 못다한 이야기 나누자.....'

그런데...
병이 깊어지셔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가
며칠전 충북대병원으로 내려오셨다....

아까 전화드렸더니 딸내미가 받아서 오늘 갑자기 위독해져서 온 가족이 모여있다고 한다...

보고 싶다고...한번 뵙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도 보고싶어 하신다고 오라고......한다.

무슨 말을 드려야 할까?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을것 같은데..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 하느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
더이상 고통 받지 않고,.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기도 드립니다.

다음 생애에는
건강하게,  
못다 한 삶 이룰 수 있도록,
두 배로 아니 열배, 백배, 천배로 행복하게 해주세요!

여우꼬리) 오늘은 결혼기념일. 신랑이랑 '밀양'보려고 예매도 해놓았는데......넘 슬픈 결혼기념일이 될거 같다. 연애할때 신랑 보시더니 '진국이다 진국. 난 *진씨 같은 스타일 좋아하는데..나 *진씨 팬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었는데.....

2. 문병을 다녀와서......

부군을 보지 않았더라면
차마 알아보지 못할뻔 하였다.

암으로 임종할땐
말라서, 너무 말라서
한 줌 밖에 안되는 모습이 된다고 하더니

통통했던 얼굴과 몸은
뼈만 드러내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그만 너무나도 놀라서 눈물이 메말라 버렸다.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후배 선*이 왔네' 하면서
얼굴을 부비신다.
'선배님 제가 많이 사랑하는거 아시죠' 하면서
등을 두드리는데
툭툭 불거져 나온 뼈를 만지는 그 느낌이
안쓰러우면서도 섬뜩했다.

임종을 눈 앞에 두셨기에
오래 있으면 안될듯 하여
나오려고 하는데
초점없는 눈으로
'왜 가려구? 가지마.......' 하는 
그 애처로움에 그만 눈물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밀양을 보면서도
내내 선배님의 마지막 말씀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 모습이 떠올라.....
음료수 한모금도 들이키지 못하였다.

나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 엷어 지겠지만,
선배님의 딸 *은이와 *구는 어찌할꼬....
아이들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파온다.

오늘, 내일중으로
편안하게 가실듯.
부군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라
'구원 받으리라 믿으니 편합니다. 곧 만날텐데요...' 하시는 말씀에
조금은 안도하면서
아멘.

부디
영원한 행복 누리소서.

3. +고인을 보내며....

다녀온지 3일후 선배님은 영원히 잠드셨다.
돌아가신 시간은 오후 11시.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잠이 드신거라고도 했다.
다음날 오전 8시에 딸로 부터 전화를 받고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아침 출근길이었다.

오후 이른 퇴근을 하고 빈소를 찾았다.
여느 상가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빈소엔 어린 아이들과 부군만 있다는 것,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이 손님들을 접대한다는 것.....

선배님의 영정사진을 보니 또 눈물이 난다.
묵념을 하면서 선배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며
차라리 고통없는 하늘나라로 가신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까지 빈소를 지키면서
선, 후배들을 맞이하며
선배님이 살아계실때 그렇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도 보면서
'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다.'

다음날 장지까지 따라갈 용기는 없어
그저 마지막 떠나는 모습만 보았다.
선배님의 지난날 삶의 흔적들을 더듬으며
예배를 보고,
캐딜락에 실리는 영정사진과
운구 모습 보면서
또 눈물이 나왔다. 

+ 선배님 편안히 잠드소서,
하늘에서는 고통없이 건강하소서,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기다리소서....
아멘. 


+ 힘들땐 하느님과 선배님께 기도할 수 있어서 더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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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5-2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사람이 하나하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더라구요..
극복해나가시길 바래요...

마노아 2007-05-2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해집니다. 더 이상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가족분들과 지인들이 마음 덜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RINY 2007-05-2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 수록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에서 사라져가네요.

비로그인 2007-05-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일같지 않아요.
잘 견디어 내시길 바래요.

홍수맘 2007-05-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제 마음도 많이 아프네요.

무스탕 2007-05-2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시겠지만 밝은 모습으로 뵙고 오세요..
얼른 건강해 지셔서 맛있는것 먹으러 가자구요..
힘내세요, 세실님..

실비 2007-05-2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잘 완쾌되셨음 좋겠어요...
같이 기도할게요....

비로그인 2007-05-2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저는 그저 말없이, 토닥토닥.

ceylontea 2007-05-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의 사람의 죽음도 마음이 아픈데...
내 인생에 깊은 인상을 주신 분의 죽음을 앞두면 정말 마음이 아프겠지요..
세실님.. 그저.. 토닥토닥... --;

치유 2007-05-2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 아픈 일이네요..제 가슴속이 님만큼은 아니겠지만 마구 마구 저리네요..

hnine 2007-05-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음이 먹먹합니다.

전호인 2007-05-2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머무는 자리에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천군만마보다 더 힘이 솟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가 비어있다면 허망함으로 인해 세상이 텅비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선후배로서 정을 나누던 분과의 이별방법이 이 이상일 수 없음이 안타깝겠지만 누가 떠나면 다시 오는 이가 있듯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이 남아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클리오 2007-05-2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은 분이셨군요. 직장에 그런 분 만나기 정말 힘들고 행운인데.. 안타깝네요..

2007-05-29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06-03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고통없는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이제 편안히 저를 지켜보시리라 믿습니다.

메피스토님 감사합니다. 처음엔 참으로 마음이 아팠는데 병원에 다녀오니 차라리 편안히 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마노아님. 마지막 모습 뵈오니 그동안의 고통에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괜찮아 좋아지고 있어' 하셨거든요... 당분간 아주 많이 생각나겠지만 서서히 엷어지겠지요. 감사합니다.

BRINY님. 전 아직 할머니의 죽음 밖에는 없었답니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나봐요. 앞으로 더 힘든일이 많겠죠?

승연님 감사합니다. 참 마음이 아팠지만 요즘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홍수맘님 감사합니다. 함께 슬퍼해주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무스탕님. 님의 말씀에 웃음이 납니다...날 잡아요 우리~~~ 님이 오시면 당연히 뛰어나갑니다. 주말엔 언제든지 대환영.

실비님. 님의 기도에 기쁘셨을듯. 슬프게도 돌아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Jude님. 상주들 보는데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론티님. 맞습니다.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제 삶의 멘토이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참으로 허망하고 슬픔이 밀려옵니다....당분간은 힘들겠지만 그저 제 맘속에 늘 계시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배꽃님 저린다는 님의 표현에 또 눈물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hnine님. 이제 좀 추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모습 뵈오니 보내드리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호인님. 님의 표현이 제 마음을 대변해 줍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당분간은 매일 매일 생각나서 눈물 떨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엷어지겠지요. 누군가에게 듬뿍 마음 주는 일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삶에 대한 희망의 끈 꽉 붙잡겠습니다.

클리오님. 맞아요. 저에게 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셨고, '제일 아끼는 후배'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그 선배님 참으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요즘은 만날땐 칭찬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흉보잖아요. 핸드폰 바뀌셨다는 문자 받고도 답글도 못 보내드렸네요. 잘 기억하고 있을께요~~~~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선배님. 좋은 관계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애정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참 좋은 선, 후배, 동료가 되셨을텐데 안타깝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셔서 덜 외롭고 선배님의 사랑 느끼셨을거예요.....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