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의 유명한 인물은 마하트마 간디이지만 최근에 '아룬다티 로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룬다티 로이는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작품으로 노벨상과 같은 급이라는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신데렐라가 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작품을 끝으로 문학적인 글쓰기와는 결별한다. 이후로 댐 건설에 관한 아주 실무적으로 기술적인 글에 천착하더니 인도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 칼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하는 공격적인 작업을 한다. 한국에는 《6월이여 오라》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녹색평론사 펴냄)이 일로 아룬다티 로이는 중산층의 총아에서 공적으로 전락하지만 그의 공격적인 글쓰기는 계속되고 있다.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비크람 세트(Bikram Sett),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i) 등과 같은 영문학 작가들이 영국 최고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 맛살라 인디아 91쪽

인도의 외교관으로서 기업들과 자주 대면하는 저자는 으레 겉할기 정보로 가득 찬 안내서의 내용을 탈피하기 위해서 인도에서의 경험을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가게 썼다. 그래서 신뢰가 갔다.

특히 이 책은 인도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들을 조율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인도는 신성장 엔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국과 같이 양극화의 수렁에 깊게 빠져 있다. 그리고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엄존하는 현실이 있고, 폭탄테러 등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며 '현재진행형'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디라 간디 전 수상은 1984년 소위 ‘푸른별 작전’으로 불리던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강경 진압이 화근이 되어 암살당했다. 어머니인 인디라 간디의 뒤를 이어 국민회의당을 이끌던 라지브 간디 수상에 대한 폭탄 테러는 인도 평화유지군 파견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스리랑크 분리독립주의 무장단체 ‘타밀 타이거’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에서 정치,종교,인종적 갈등으로 인해 테러나 암살은 그 뿌리가 깊다. (맛살라 인디아 본문)

인도 정치 상황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담담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읽는 맛을 높여 준다.

그러나 심각한 불협화음을 안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인도의 국정 운영은 실제로는 민주 행정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연립정부라는 특성을 활용하여 자신의 선거구와 소외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절충과 타협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가능한 최선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느림과 인내의 미학은 그래서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인도의 토양에 맞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최근 미국 CNN은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특집에서 인도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요지는 민주국가로서 견제와 절충이라는 합리적 틀을 갖춘 인도가 장기적으로는 일방적이고 탄력성이 없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추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물론 미국 저널리즘이 보도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저자가 학자나 문학가가 아니라는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팩트를 중심으로 하고 오랜 경험과 인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오는 연구를 통해 지면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에 대한 개론서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단, 인도를 여행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인도 여행서가 따로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