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의 헌터스
칼리 월리스 지음, 박창현 옮김 / 그래비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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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성안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던 한 소녀의 모험 판타지 성장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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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의 전쟁 이후 자신들만 살아남아 50년간 안전하고 평화로운 성안에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비토리아, 그곳은 정말 안전한걸까?​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비토리아 사람들, 50년전 마법사들의 전쟁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죽고 성밖은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나가지 못하지만 성안에서만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성밖의 괴물을 잡는 헌터였던 언니가 사라지고 난 후 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괴물이 사는 숲속에서 사냥연습을 하던 한 소녀가 우연히 성밖의 세상에 사는 이방인을 만나면서 성밖 세상으로의 모험을 시작하며 새로운 진실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다.

빵집 딸 옥타비아는 게으름에 빠진 오빠와 언니를 찾겠다고 괴물과 싸우다 크게 다친 엄마, 그리고 빵을 만들며 살아가는 아빠와 함께 화목한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 숲에서 사라진 언니가 그립지만 집에서는 내색하지 못한다. 헌터가 되고 싶은 옥타비아는 어느날 몰래 숲속에서 사냥연습을 하다가 괴물에게 쫓기게 되고 성밖의 이방인 소녀 시마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된다.자신을 구해준 소녀를 도와 가족을 찾아주기로 약속한 옥타비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성밖의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진실을 알기 위해 추운 겨울 안전한 성을 벗어나 힘겨운 모험을 시작한다.

절대 이방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던 비토리아의 지도자들은 이방인소녀 시마를 진화한 괴물로 취급해 가두고, 성안 사람의 죽음을 성안에는 절대 침입하지 않는다던 괴물 탓이라 우기는등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을 부정하는 모습들을 보며 옥타비아는 시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건 물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성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렇게 시마의 가족을 찾기 위해 도착하게 된 마을에서 전혀 뜻밖의 존재를 만나게 되는 반전과 자신이 살아가던 비토리아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비토리아로 돌아가게 되는 옥타비아, 과연 비토리아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될까?

한 소녀의 성장은 물론 안전한 성안에서 자신들만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가던 비토리아 성을 우물밖으로 끄집어 내는 과정들이 꽤 탄탄한 이야기구조를 이루고 있는 소설이다. 거짓에 거짓이 더해지면 그 힘이 어느정도로 강해지는지, 하지만 진실은 결국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거짓의 벽을 뚫게 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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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판타지소설은 언제나 재밌다. 서로 상반되는 두 시대의 소년과 소녀의 만남에서부터 다시 미래로 돌아가야 하는 미션을 해결해가는 과정까지 두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고 뜨개질이 취미인 태웅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에 짓눌려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된 어느날, 역사학자인 엄마를 따라 나섰다가 그만 과거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그것도 한참이나 먼 200년전의 조선으로! 게다가 자신과는 달리 시인이 되고 싶지만 여자라서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맞서는 또래 소녀 금원을 만나게 되는데 과연 태웅은 미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태웅아, 그거 아니? 뜨개질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 준단다. 상대를 생각하면서 뜨개질을 하면, 그 마음이 기나긴 실에 담겨서시간과 공간을 넘어 상대에게 이어지지.˝ p21

태웅이의 할머니 역할도 꽤 크다. 엄마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놀림받는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는 할머니, 태웅이를 위해 한올한올 손으로 떠서 만든 할머니의 인형이라는 소재는 이야기속에서 꽤 판타지하면서 큰 역할을 한다. 마치 할머니의 염원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여장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어떤 옷차림을 하든 자기가 떳떳한 것이중요한 거지. 난 여장을 하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소인배라고 생각해. 네가 그런 소인배였다니 실망이야.
내 도움이 필요 없으면, 다른 곳에 가 봐.˝
p52

미래와 과거의 시대적 상황들이 너무도 다른 두사람, 태웅의 뜨개질은 물론 태웅이 알고 있는 미래의 사실과 여자남자를 따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금원의 용기가 서로를 도와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미래로 돌아가는 미션을 해결해 나가게 만든다.

‘우리 우리답게 살자, 남자답게, 여자답게, 그런 말에 묶이지 말고, 뭘 못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p169

태웅이 미래로 돌아가기 전 금원의 마지막 말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다. 남자 여자를 따지지 말고 내가 좋아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하면서 우리답게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성평등교육 활용도서로도 딱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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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풋풋한 나이, 오백년째 열다섯으로 살게 된다면 좋아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살금살금 다가오는 운명의 무게를 나라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판타지 청소년 성장소설,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여우에서 인간이 된 야호족과 호랑이에서 인간이 된 호랑족의 해묵은 갈등과 더불어 오백년째 열다섯으로 살고 있는 소녀의 출생의 비밀과 성장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를 좀 색다르게 페러디해 야호족과 호랑족이 인간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 보이며 출생의 비밀을 가진 가을이 두 종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구성이 꽤 짜임새가 있다.

최초의 구슬이 가진 힘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일어나고 그 다툼에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되는 가을이 마음의 상처를 딛고 내리는 마지막 결단은 선악을 구분해서 처단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선한 결론을 낸다.

우연인것 같지만 운명처럼 서로 엮이게 되는 야호족과 호랑족 그리고 봄여름가을 세자매의 이야기에 중2병 열다섯 아이들은 지루함을 살짝 잊고 한번쯤 오백년째 열다섯을 살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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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대를 너무 앞질러 태어나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진 인물들이 참 많다. 그들중 특히나 여자라서 구속당해야했던 그녀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그리고 그 꿈은 어떻게 짓밟혀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꿈틀대던 그 흔적이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초희 난설헌, 여자로는 최초로 시문집을 냈다는 그녀의 일생과 시가 담긴 소설! 여자라면 고상하게 수를 놓거나 요조숙녀가 되어 남자의 출세를 도와 내조에만 힘써야하는 시대에 살았던 그녀가 남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시를 쓰고 그 시가 나오게 되기까지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떤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한편의 영화처럼, 때로는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누나의 부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누나의 죽음에 오열하고 누나가 남긴 시를 끌어모아 한권의 시문집을 만들려던 동생 허균, 여자가 쓴 글은 환영받지 못했던 조선땅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가서야 누이의 시를 인정받게 되면서 시작되는 초희 난설헌의 이야기! 별이니 달이니 하는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 사랑스러운 어린 초희는 시를 지을줄 아는 천재소녀, 어느새 훌쩍 자라 남장을 하고 남자들만 모이는 시회에 나가 당당하게 시를 겨루게 된 초희의 열정은 한남자와의 사랑의 불꽃으로 피어오르게 되지만 세상은 그 둘을 사랑하게 두지 않는다.

결국 사랑을 잃고 이제 갓 시행된 혼인제도로 시집을 가게 되는 초희, 남편을 섬기고 시부모를 모시며 최선을 다하려하지만 자기안에 꿈틀대는 시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시어머니의 위세와 스스로의 능력부족으로 출세하지 못하는 남편의 자격지심에 눌리면서도,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들로 인한 고통속에서도 그녀를 견딜 수 있게 만들었던 시, 종이가 없어 장독대에까지 시를 써야했던 그녀의 시에 대한 갈망과 마음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모든걸 내려놓고 침묵한채로 영면에 들게 되는 그녀의 마지막은 어쩌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것만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허난설헌의 시 한수가 좋아서 그녀의 시집을 산적이 있다. 오늘 나는 이 책을 통해 호기심 많고 꿈많던 어린시절의 그녀를 만났고 또 그녀의 마음을 다한 사랑을 만났고 시대에 순응하려 했던 그녀를 만났고 억눌리면서도 쓸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시를 만났고 모든걸 내려놓고 눈을 감은 그녀를 만났다. 비록 소설이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정말로 초희, 그녀를 만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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