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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평점 :
'이경해'란 이름을 들어봤는지...?
이경해 씨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회의에 대항하는 농민 시위에 참여한 우리나라 농민이다. 그는 바리게이트 위에서 "시장 만능의 세계화가 농업, 농민을 쓸어버리면 결국 마지막 희생자는 인류 자신이 된다"며 세계인들을 향해 연설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바리케이드 위에서 자결했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는 단말마의 외침만을 남긴채.
이경해, 그는 이후로 전 세계 곳곳에서 '농민운동의 순교자'로 기억되고 있다. 세계 70개국 120개 농민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비아캄페시나'에서도 그의 자결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외국 언론들도 그를 주목했다.
여기서 시위에 대한 호불호, 자결이란 방식에 대한 옳고그름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어찌됐든, 그의 자결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망자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우리는 어땠는가? 그의 죽음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시선조차 끌지 못했다. 정부와 언론은 그의 죽음에 놀라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를 다 잊었다. 아니, 어쩌면 기억의 시작조차 없었을지도.
이렇듯 우리는 농업에 극히 무관심하고, 농민'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위 돈이 안되는 농업이란 '낙오자'들의 무대일 뿐이고, 우리는 열심히 차 팔고, 반도체 팔아서 외국에 식량기지를 건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경해 씨의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 그를 기억하는 태도. 이는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지여부를 재는 척도라고 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의 인지와 <밥상혁명> 저자의 인지 차는 크게 벌어져있다. 우리들은 이경해에 냉담하지만, 저자는 그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차이의 안타까움에 세계 이곳저곳을 직접 발로 뛰며 농업의 가치를 널리 전하겠다 마음을 먹었으리라. 농업의 가치를 무시하는 우리에게, 농업이 우리들의 진정한 생명줄임을 알리기 위해. 이 쉽지 않은 도전을 '밥상혁명'이라 부르며.
이 책이 담고 있는 핵심 열쇳말은 '로컬 푸드'와 '식량 주권'이다. 총11장의 구성은 열쇳말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해외의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인도, 일본 등을 직접 방문해 그 나라에서 '밥상 혁명'을 일궈가고 있는 활동가와 현장을 두루두루 만난다. 두 명의 저자는 모두 현직 기자인데, 기자답게 현장의 현모습과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글로 잘 담아내고 있다. 전세계의 '밥상 혁명'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세계적으로 직면해 있는 농업의 문제들고 그에 대한 대안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해외의 얘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생협, 농민장터 등 국내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 외국의 경우에 빗대어 우리의 농업현실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세계를 돌고돌며 저자들의 '로컬푸드'와 '식량주권'에 대한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이를 책의 말을 짧게짧게 인용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먹을거리가 사람을 공격"하고 지구를 죽여가고 있는 현실.
그 원인은 "이윤에 굶주린 자들" 즉, 농업의 초국적대기업들의 탐욕에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국민을 굶겨 죽일 셈인가"라고 물을 수 있을 정도로 농업의 가치에 무지한 정부 정책들 또한 그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자신들은 과연 그 무지를 벗어나 있는가?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 고로, 우리들이 변해야 한다. "만드는 손과 먹는 손이 맞잡으니 세상이 바뀌고", "빈 땅을 찾아 텃밭을 일구니 도시가 바뀐다". "아이 건강도 살리고", "지역사회를 살리며", 지구까지 살릴 수 있다. 즉 우리 일상 속에서 '밥상 혁명'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참고로 저자도 밝혔듯 책의 구성이 다소 성긴 점은 다소 아쉽다. 외국의 생생한 현장과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접할 수 있는 점은 좋으나 내용의 깊이나 집중도는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달리 보면, 깊지 않은 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히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컬러사진들은 현장감을 살려주고 있으며, 특히 농업과 관련되어 읽어볼만한 책을 친절히 소개하고 있어 '밥상혁명'을 꿈꾸는 독자들에겐 좋은 안내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