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서평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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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배홍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5월
평점 :
강덕경 할머님. 일본에서 위안부가 되어 악몽 속을 걷다 해방 후 조선으로 돌아와 식당일, 가정부 등의 일을하며 결혼하지 않고 내내 혼자 살았다. 1992년 다시 위안부란 굴레를 메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를 증언했고 폐암으로 쓰러질 때까지 투쟁했다.
책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위안부 강덕경 할머님에 관한 다큐멘터리 에세이다. 위안부 할머님의 삶을 다룬 TV다큐멘터리는 간혹 접했지만 책으로 접하는 건 처음이다. 책을 통해 그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새롭고 반갑다.
또한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대필작가로 살아온 유령작가 배홍진 씨가 저술했다는 사실이다. 일생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살아온 강덕경 할머님의 유령 같은 삶, 그리고 그 삶을 차분히 따라가는 유령작가. 유령과 유령의 만남.
책은 크게 '1부 위안부 소녀의 생'과 '2부 위안부 할머니의 생'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는 강덕경 할머님의 어린시절을, 할머님의 고백을 통한 사료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소설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할머님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위안부로 강제지용되던 사연, 그리고 그 안에서 겪었던 그늘진 기억들. 이 많은 사연들이 때로는 할머님의 시점으로, 때로는 할머님이 그린 그림 설명을 통해, 때로는 작가의 감상으로, 때로는 일본군 고바야시의 시점으로 표현된다. 다양한 표현의 방법이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특이했다. 특히나 일본군 고바야시의 시점에서 바라본 위안부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악몽의 시간, 그 후 오십 년이 지나 세상이 버려진 위안부들을 찾기 시작할 때까지, 어리둥절하게도 위안부 소녀에서 어느날 문득 위안부 할머니가 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할머님은 독거했고 전국을 떠돌았다.
2부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로서의 삶이 그려진다. 세상에서 '버려진'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고생길이 담담하겨 그려지고, 어떻게해서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주목받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할머님이 겪은 변화는 어떠한 것인지 이야기된다. 또한 위안부 할머님들의 대일본 보상활동 및 공동체생활을 하며 서로를 위안해가는 삶의 모습도 소개된다.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는 1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할머님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더욱 많고, 위안부 할머님들이 모여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도 녹취록처럼 소개된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이 책은 흡입력이랄지 완결성이랄지 통일성이랄지, 하나의 작품으로서는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안부 문제에 진심으로 아파하며 할머님들과 같이 울고 할머님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조용하게 독자에게로 전해진다. 결코 훌륭하지는 않지만, 정말로 훌륭한 책. 유령작가의 진실된 마음이 유령의 삶을 살아온 할머님을 위로한다. 유령과 유령의 만남이 독자의 마음을 적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위안부 할머님의 삶을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작가의 진심이 따스하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우리의 역사에 마음 아파할 수 있는 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타인을 연민하는 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 연민은 가장 서글픈 상상력이다. 내가 아닌 것들을 이해하는 동안 나는 따뜻해져간다. (...) 나는 지금 너를 연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