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똑똑한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23권이 특히나 알라딘에서 완전 인기 절정이군요!
이를 어쩌나... 군생활동안 제가 반입했었던 도서도 무려 4권이나 있었군요. 아싸~! 안걸리고 넘어갔다! 이렇게 기뻐해야 맞죠? 아니, 죄책감을 느껴야 맞으려나? 허허. 어이상실.
이런 활기찬 불온도서 붐을 더욱 활기나게 하는 것은 아프락사스님의 이벤트 : "군인들이 편히(?) 사 볼 수 있는 (23권의 책들을 대신할) 대체 도서를 선정해주세요. :) "
그렇군요. 이제 이 23권은 우리 군인들이 보질 못할테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너무도 다행인 것은 우리 국방부 관계자들은 똑똑하다는 것! 아니, 완전 개비웃으려고 '똑똑한'이란 반어를 쓴 것인데, 설사 국방부 관계자들이 진짜로 똑똑하다하더라도(설마????), 예하부대의 간부들은 대개 이 23권에 맞먹을 불온도서를 분별해낼 식견일랑 전혀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장교출신으로서 한 달 전만해도 군대에 적을 두고 있었고 실제로 사병들 책들을 싹 검사하란 명을 받은 적도 여럿있고 여튼 제 경험상 그렇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희망이죠? ^^ 그러니 아프님의 취지대로 대체도서를 선정해보는 건 상당히 신선하고 우리 사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좋군요♪
아주 최근까지 군대에 몸을 담았던(노예계약에 묶여있던) 감을 살려 대체도서를 선정해보겠습니다.
<손석춘 소설 3종 세트>
아름다운 집 이름 없는 한 북한 지식인의 삶을 그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풀어가며 1938년부터의 한반도 역사를 풀어간다. 그의 일기와 편지들은 모두가 마음놓고 사랑할 수 있는 사회, 같은 한민족으로서 분열과 불신을 걷어내고 사랑과 신뢰가 충만할 수 있는 사회, 아집으로 맞선 대결이 아닌 더 큰 자유 속에서 통일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한다. 아직까지도 각종 강제 정신교육을 통해 북한을 마치 뿔달린 시뻘건 괴물같이 인식하도록 만들려는 국방부의 노력에 심신이 지치고 아파가는 우리 사병들, 이 책은 그들에게 남북-선악의 이분법이란 시각을 되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유령의 사랑 칼 마르크스의 생애를 유서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게 조망했다.1부는 주인공 한민주가 대학 후배이자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인 류선일의 공격을 받는 내용. 지칠대로 지친 민주는 마르크스의 무덤을 찾았다가 비밀 유서 세 통을 건내받는다. 2부는 유서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3부 '유령' 편에서는 주인공이 마르크스와 영적 대화를 나눈다. 상상만으로도 통쾌하지 않은가?! 마르크스를 한국 군대의 한 가운데에 들여놓을 수 있다니!!! "소설 유령의 사랑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냥 그럭저럭 연애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마흔아홉 통의 편지 태어나자마자 스웨덴으로 해외 입양된 주인공은 어느 해 생일에 문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양부모는 그녀에게 생모의 유물인 나침반과 '홍수련'이라는 한국 이름을 알려준다. 홍수련은 이내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그녀의 조국은 과연 어디인가, 무엇인가. 자랑스럽고 위대한 단일민족 대한민국에 대한 찬양의 찬양만을 듣고 듣는 사병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숨틈이 될 수 있는 소설.
종합평 : 소설이라는 점을 들어 불온서적에 대한 검열의 잣대를 다소 낮출 수 있다. 제목도 둥글둥글한 것이 별반 의심이 안된다. 허나, 누군가 자세히 소설의 내용을 쑥 훑어본다면 금세 불온해져버릴 수 있는 위험성 내포! 어쨌든 군대내에서 가장 교묘하게, 가장 불온해질 수 있는 지름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군사독재 시절,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한 채 빠리에서 택시를 몰아야만 했던 ‘똘레랑스의 전도사’ 홍세화가 감성적 터치를 가미해 전하는 그의 빠리 망명생활. 수필이라는 형식 그리고 청소년추천도서 등 다수 선정. 얼핏보기엔 그냥 무난해 보인다. 이는 즉 불온한 느낌을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 허나 이 책은 나를 처음으로, 아주 진솔하게 불온의 세계로 안내했던 아주 귀한 책. 그래서 중대원들에게도 기회 닿을 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추천하던 책. 얼핏 불온한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개개인을 불온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할 수 있는 진솔한 글이 담긴 필필필필 대체도서!
<특강/인터뷰 모음집>
똑똑한 국방부 관계자들 기준으로는 아마도 불온한 위험분자와 양호한 지식인들이 뒤섞여 있는 특강/인터뷰 모음집들. 그닥 많이 불온하지는 않은 몇몇 사람들 혹은 잘 판단되지 않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아마도 불온한 몇몇의 이야기들까지 덩달아 군부대 내에서 온전히 돌아다닐 수 있을 듯. 일명 물타기 작전?! 군부대 내에서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떳떳이 불온분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